A musical genius who hates music RAW novel - Chapter 14
013화
수많은 작곡가들이 음악을 만들 때 사용하는 Digital Audio Workstation (DAW) 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다.
공식적으로는 무려 개인용 OS로 DOS를 사용하던 시기인 1981년부터 시작된다.
컴퓨터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확장 사운드 장치를 사용하여, Musical Instrument Digital Interface (MIDI) 라는 형식의 가상 악기를 사용한 음원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비록 지금의 MIDI와는 천지 차이의 조악한 소리를 들려 주었지만 말이다.
당시 사람들은 아무리 잘 만들었다 하더라도, MIDI 파일이 만드는 음악을 실제 음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MIDI는 작곡가들이 쉽게 소리를 확인하며 작곡할 수 있는 그런 편리한 도구라고 받아들였지만, 발매되는 음악들은 무조건 실제 연주를 통해 이루어지던 시기였던 탓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디지털 음원과 실 연주를 DAW 상에서 섞어 음원을 발표하거나, 아예 가상 악기만 사용해 발표하는 가수들이 점점 늘고 있었다.
시대가 변했다. 그 변해 가는 시대의 상징 역시 가상 악기로만 이루어진 디지털 음악들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김수원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말도 안 돼….”
자신이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친구가 만든 가상 악기를 이용한 음악들이 너무나도 현실의 악기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김수원은 엘리트 음악인인 어머니의 밑에서 음악을 배우며 자랐지만,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 자신의 친구인 이정현을 보며 재능이라는 벽이 무엇인가를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화도 많이 나고 질투도 느꼈지만 시간이 흐르며 알게 되었다. 아니, 알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손이 닿을 수 없는 곳에 이미 친구가 닿아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정현은 처음 콩쿠르에 나가기 위해 레퍼런스(기준이 되는, 참조가 되는 음악. 일반적으로 콩쿠르의 참가곡을 뜻함)를 배우던 중학교 1학년에,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레퍼런스보다 뛰어났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게 되었을 때, 수원의 마음속에서 질투심은 없어지고 화도 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도 예술고를 가려는 마음을 접고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다.
어차피 자신에게는 성악에 대한 재능이 없었기에 성악이 아닌 피아노로 방향을 틀었던 것도, 이정현과 맞부딪혀서는 이길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던 것도 있다.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렇기에 작곡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에 정현은 자신의 뮤즈가 되어 줄 것만 같았다.
자신이 아는 범위 내에서 여태까지 정현이 악기를 다루거나 음악을 만드는 데에 재능을 보인 적은 없었다.
자신이 알고 있던 정현은 작곡은커녕, 음악 자체에 염증을 넘어 혐오를 느끼는 그런 사람이었던 것이다.
중간고사가 끝난 다음 날, 정현의 집에 찾아가 마주하게 되었던 거대한 재능은 수원의 마음을 파도처럼 집어삼켰다. 자신이 여태까지 끊임없이 해온 노력들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질투심이 들지 않았다. 화조차 나질 않았다. 중학교 1학년에 느꼈던 벽을 다시 한번 느꼈을 뿐이다. 이번에는 자신의 상식까지 무너뜨렸다.
오히려 자신이 이렇게 뛰어난 사람의 가장 친한 친구라는 것이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난 오늘, 휴대폰에 음악 파일이 하나 배달되었다.
수원이 들어 보았던 정현의 노트북에 저장되어 있는 음원들은 한결같이 우울한 분위기를 갖는 곡들이었지만, 이번에 휴대폰으로 날아온 음원은 수원이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굉장히 밝은 곡이었다.
그리고 좋은 음질은 아니었지만, 정현의 목소리까지 입혀진 음원은 그 자체로 완벽하게 느껴졌다.
처음 들었을 때는 다른 악기는 하나도 들리지 않고 목소리만 들렸을 정도니까.
게다가 곡 자체는 원곡인 나탈리 임부룰리아의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이펙터가 걸리지 않은 어쿠스틱 기타의 깨끗한 톤이 오히려 원곡보다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김수원은 합주실의 먼지 쌓인 바닥에 앉아 귀에 이어폰을 끼운 채 멍하니 휴대폰을 바라봤다.
툭툭.
“뭐야, 너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유재욱이 걱정되는 듯한 말투로 묻는다.
그 덕에 정신을 차린 수원은 벌떡 일어나며 휴대폰을 들고 말했다.
“우리 공연 두 번째 곡 도착했다. 이 곡을 잘 듣고 커버하라는 부장님의 엄명이시다.”
“커버? 듣고 따라고?”
“그래, 이게 우리 두 번째 곡이야. 음원은 내가 조금 있다가 보내줄 테니까 일단은 한번 들어 봐.”
수원은 휴대폰에 케이블을 꽂아 데크에 연결하고 음악을 재생시켰다.
원곡과 똑같이 어쿠스틱 기타의 스트로크로 시작되는 음악.
“I Thought I saw a girl brought to life~”
둥둥~! 쿵쿵!
정현의 목소리로 부른 노래 가사가 흘러나온 뒤, 첫 마디가 끝남과 동시에 강렬한 드럼과 베이스가 등장한다.
원곡과는 전혀 다른 음악.
중간중간 베이스 기타와 드럼의 소리가 섞이며 만들어 내는 소리는, 메탈인지 락인지 헷갈릴 정도의 무게감을 주었다.
그렇지만 보컬과 어쿠스틱 기타들의 청량함이 분위기를 밝게 이끌어간다.
그리고 음의 밸런스를 맞춰 주는 언제부터 시작된 건지 알 수 없는 절묘한 키보드의 소리들.
이런 상반된 분위기로 악기를 연주한다면, 당연히 불협화음으로 듣기 괴로운 소리를 낼 것이라 생각했던 동아리 멤버들은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상식 수준에서 비슷한 소리를 지닌 음과 음이 매칭이 되어 음악을 이루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처럼 수십 명으로 이루어져 곡 전체를 이루는 대단위 교향곡이 아닌 4~5인 구성의 밴드라면, 현악 4중주를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듯이 비슷한 느낌을 갖는 악기로 구성되니까.
그렇지만 이 곡은 악기들이 아카펠라처럼 자연스럽게 음을 합치고, 건설 현장의 커다란 해머처럼 부수며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 간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악기의 소리들을 키보드가 만들어 낸 음들이 중간에서 맞춰 주고 있었다.
저음과 고음 부분을 적절하게. 아주 적절하게. 불협화음이 되어야 했던 음악의 곳곳을 메우는 화음들.
그 결과가 이렇게 너무도 환상적인 음악이 된 것이다.
이윽고 하이라이트를 강조하는 강렬한 드럼과 베이스 소리가 나오고 후렴구를 지나 곡이 마무리되는 폭풍 같은 4분이 휩쓸고 지나갔다.
“…….”
분명 곡은 4분이었지만 멤버들은 너무 놀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거 뭐예요, 형?”
겨우 정신을 차린 이진혁이 다급하게 김수원에게 묻는다.
“뭐긴, 우리 두 번째 곡이지.”
수원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
난 이날을 기준으로 연습에 참여하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수원에게 걸려온 전화는 줄기차게 나를 괴롭혔다. 그냥 공연만 하고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곡이니, 내 이름으로 된 회사의 이름으로 싱글 발매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귀찮아지는 것은 영 싫어서 안 된다고 몇 번 했더니, 결국엔 윤주란 교수까지 꼬드겨서 싱글 발매를 하기로 했다.
“난 참여 안 한다. 너네들이 알아서 해라.”
앨범을 만드는 과정도 모르고, 어떻게 진행하는지도 알지 못하니 귀찮은 것은 사절이다.
“편곡자로 사인만 해, 사인만. 원작자랑 계약은 나랑 변호사님이 알아서 할게.”
수원은 귀찮게 하는 일은 없을 거라 장담했다.
정말 없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밴드 애들에게는 좋은 추억이 될 거라 생각해 알았다고 했다.
그리고 사인을 했지.
곡을 발매하고 스트리밍 사이트에 등록하는 일은, 수원이가 윤주란 교수를 졸라서 알아서 할 것이다.
아는 것도 없고 참여하고 싶지도 않으니까.
그렇게 합주에 참여하지 않아도 되는 권한을 얻었다. 나는 내 할 일을 다한 것이다.
드르르르르르륵.
방학식 다음 날부터 본격적으로 방학다운 방학을 보내고 싶은 마음에 뒹굴거리고 있는데, 느낌상으로는 지구 반대편보다도 멀게 느껴지는 책상 위에 놓인 휴대폰 진동하는 소리가 들렸다.
귀찮아서 안 받았는데, 한 번 더 걸었는지 소리가 멈추질 않는다.
수원이에게 노래를 보내주면서 유지현에게도 노래가 어떠냐고 물어보려고 보냈었는데, 너무 자주 전화를 한다.
“여보세요.”
[네, 정현 님. 저 지현이에요!]요즘 세상은 누가 걸었는지 알려 주는 최첨단 세상이다. 꼭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수원이에게는 몇 번 말해서 이제는 자신이 누군지 말을 안 하는데, 친하지 않은 사이라 말해 주기가 좀 애매하다.
“네, 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저 보내주신 노래 전화벨 소리로 해 놨어요!]“그 완성도 안 된 노래를요? 왜요?”
내가 만들어서 보내주었던 것은 가상 악기로 만든 디지털 음원이었다. 아마 악기로 연주된 곡이 더 좋을 텐데 희한하네.
[왜냐뇨! 정현 님의 목소리가 들어갔으면 그걸로 완성된 노래니까요~ 흐흐.]“아, 네~ 감사합니다. 하하.”
아…. 전화 해지하고 싶다. 어차피 나는 혼자서 어디 돌아다니는 일도 없기 때문에 전화의 필요성도 없다. 집 전화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쓸데없는 전화로 나의 안락한 휴식 시간을 훼방 놓는 것을 용서할 수 없지만, 용서하기로 했다.
외모가 예쁘고 안 예쁘고를 떠나서 귀찮기 때문이다. 용서하지 않으려면 화를 내야 할 텐데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다.
[이제 저에게 전화하시면, 정현 님 목소리가 먼저 나와요, 흐흐.]저 ‘흐흐’는 언제 들어도 이상하다. 어울리지 않는 웃음소리다.
“하. 하. 전화 드릴게요~”
[네~! 기다리고 있을게요!]이게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전화번호를 알아낸 사생팬의 행동인가.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하고 있다. 하루에 두 번은 기본인 것 같다.
부르르르르.
“여보세요….”
[야, 우리 이제 녹음하는데 한번 와 봐. 네가 와야 우리가 기운이 나지.]이럴 줄 알았다. 김수원이다. 방해의 대명사.
“내가 무슨 에너지 드링크도 아니고…. 니네들끼리 알아서 해. 나 그거 만드느라 기운 빼서 움직일 힘도 없다.”
[그렇지, 그렇겠지. 그렇게 좋은 곡을 만들면 기운이 빠질 만하지.]지금 나는 그냥 자고 싶을 뿐이지만, 혼자서 수긍해 버린다. 바보 같은 놈.
“말은 바로 해라. 편곡이다.”
[편곡하는 거랑 작곡하는 거랑 심적으로는 큰 차이가 안 난다더라.]어디서 그런 걸 듣고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알지 못하는 세계다.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니네 알아서 지지든 볶든 해. 이 형은 힘들다.”
이제 내 머리의 스위치를 꺼야겠다. 너무 오래 깨어 있었던 것 같아.
포근한 베개를 베고 이불을 덮는다. 지금 잠들면 백 년 동안이라도 잠들 수 있을 것만 같다.
쿨….
부르르르르르.
아! 또! 왜! 잠들기 직전이었는데!
“왜!”
[현아,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누나야.]큰누나였다.
음악이 싫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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