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hates music RAW novel - Chapter 140
139화
“뜬금없이 갑자기 왜 보자고 하는 건지 이 사장은 들은 것 좀 있어요?”
“제가 뭘 알겠어요. 조 사장이 이렇게 호들갑을 떨면서 부르는 걸 보면 뭔 일이 나기는 했나 보죠.”
크건 작건 그런 것은 상관없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 사람들.
갑작스럽게 조어진에게 호출당한 연예 기획사들의 대표들은 한자리에 모여 서로 무슨 일인지 물어보았다.
“다들 이유도 모르고 이 자리에 모이신 거예요?)”
“이유를 말해 주면서 오라고 한 사람이 있기는 한가요?”
수십 명이 모여 있지만 그 이유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없었고, 다들 어리둥절하기만 할 뿐이었다.
아르테미스 엔터테인먼트의 넓은 회의실을 가득 채운 사람들은 웅성대며, 자신들을 이 자리에 불러모은 조어진이 등장하기만을 기다렸다.
혹시나 콩고물이라도 떨어질까 싶은 마음에 찾아왔지만, 아르테미스의 회의실에서 조어진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한참 동안을 기다려야 했다.
그렇게 혼란에 빠진 회의실 안에 조어진이 비서와 함께 등장했다.
“늦었습니다.”
“조 사장. 대체 무슨 일로 이렇게 급하게 부르신 겁니까?”
“이유라도 말해 주고 불렀어야지. 나는 우리 애들 곡 안 받아 준다는 줄 알았잖수.”
압도적인 국내 점유율을 자랑하는 수박 플레이어에서 곡을 뺀다는 것은 국내에서 서비스를 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었다.
개인들뿐만이 아니라 카페와 같은 상업적인 곳에서도 수박 플레이어를 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혹시나 자신들의 회사 소속의 아티스트의 곡이 퇴출당하는 건가 싶어, 불안한 마음으로 급하게 달려온 사람들을 향해 조어진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여러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해 드리려고 합니다.”
가볍게 뜸을 들이며 기대감을 유도하곤 잠시 뒤에 모여 있는 사람들의 얼굴들을 한 명 한 명 확인하곤 말을 이었다.
“저는 여러분들의 의견을 수렴해 수박 플레이어 수수료율을 낮추려고 합니다.”
“오오! 정말입니까?”
지금까지 스트리밍 업계의 독점에 가까운 지위를 이용하여, 수수료가 터무니없이 높다는 불만을 수도 없이 받아 왔던 아르테미스였다.
하지만 그들의 의견들을 모두 묵살하고 전 세계 업계 표준으로 알려진 50%보다 10%나 높은 수수료를 받아 왔던 수박 플레이어.
외산 스트리밍 업체들의 국내 진출에 대한 압박이 있었을 때도 전혀 매출에 지장이 없었기에, 수수료를 낮춰 달라는 요구가 많았음에도 전혀 반응조차 하지 않았다.
“단!”
기뻐하는 사람들의 소리 사이로 조어진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러면 그렇지…. 조어진이가 아무런 조건도 없이 수수료를 낮춰 줄 리가 없지….’
수박 플레이어가 대세로 자리 잡은 뒤 십수 년 동안 사람들의 거친 항의에도 무시로 일관하던 아르테미스에서 조건도 없이 수수료를 낮춰 줄 리가 없었다.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조어진의 발언에 기뻐하던 사람들은 모두 속으로 생각했다.
“독점 계약을 하는 분들에게만 수수료 인하 혜택을 드리겠습니다!”
“독점 계약이라니! 그러면 오히려 우리들의 수익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오!”
“해도 해도 너무하시네. 남들보다 10%나 더 높은 수수료를 받아 가면서 거기에 독점까지?”
아무리 점유율이 낮다고 하더라도 다른 업체의 위탁 판매에서 나오는 수익금을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모두 한목소리로 조어진을 질타했다.
그렇게 폭발할 정도로 분위기가 끓어올랐던 그때.
“누가 다른 업체 수준으로 낮춘다고 했습니까. 저희는 30%의 수수료만 받겠습니다!”
“뭐요? 30%!”
“다들 스트리밍 업체의 수수료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아르테미스의 사장으로서 여러분들의 고충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30%만 받겠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아무리 다른 스트리밍 업체들에서 나오는 수익들을 모두 합쳐 보아도 수박에서 나오는 총 수익에는 한참 모자랐었다.
그랬기에 높은 수수료를 자랑하는 수박이라고 하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60%에서 30%로 낮춘다는 것은 수수료를 지금까지 받아 왔던 것의 반만 받아 가겠다는 소리였기에, 사람들은 머릿속으로 재빨리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고 회의실 내부는 적막에 빠졌다.
“사장님,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조용히 하게. 제아무리 이정현의 이름을 팔아서 뭘 하더라도, 돈으로 후려치는 데에는 장사가 없지. 당연한 것 아니겠나.”
승리자의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비서의 말에 답을 해 주는 조어진. 자신의 계획이 실패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
“아니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그냥 서비스만 해 주면 되는 것 아니에요?”
“뭐, 그것도 나쁘지는 않은 계획입니다.”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한 마커스는 나에게 자신의 계획에 동참해 주기를 원했다.
한국이라는 땅은 워낙에 배타적인 나라라, 외국의 서비스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곳.
아무리 잘나가는 외국의 회사들이라도 줄줄이 실패를 하고 나가기가 일쑤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나를 전면에 내세우는 작전을 세우는 것은 솔직히 말을 해서 조금 거부감이 들었다.
그렇기에 나는 원래 해 오던 대로 내 회사에서 만든 곡들을 서비스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려 했는데, 뜬금없이 마커스는 스트리밍 업체를 만들자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정현 경. 그렇지만 이곳 한국에서 저희 유니버설의 단독 서비스는 이미 예전에 실패하고 철수한 상태입니다. 실패한 것을 시도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않겠습니까?”
“이미 유니버설이 실패한 걸 나를 앞세워서 다시 시도하시겠다…?”
아직 인테리어 도중이라 제대로 꾸며지지 않은 사무실 안에 놓인 소파와 테이블.
그리고 그 테이블 앞에 앉아서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마커스는, 나에게 기존 사업이 실패했었다는 말을 하면서도 전혀 주눅이 들어있지 않았다.
“정확하게 50대 50으로 출자 비율로 회사를 만들면, 저희와 수익 배분도 반이 되는 겁니다. 게다가 이정현 경의 건물 안에 서버를 꾸리면 공간을 빌리는 금액까지 받으실 수 있으니 전혀 손해가 아닌 제안이지요.”
“얼굴을 빌려주는 값만으로는 좀 비싼 것 같은데요.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은 아니겠죠?”
마커스는 나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말도 안 되는 수수료 비율을 제시하며, 자신들과 계약을 해 달라는 말을 했던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 뒤통수를 칠 거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거잖아?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지.
“이곳에서 태어난 이정현 경은 모르시겠지만 한국은 진짜 이상한 나라입니다.”
“뭐가 이상하다는 말인가요?”
마커스는 허리를 굽혀 얼굴을 앞으로 내밀며 나에게 가까이 다가와 말했다.
“인구도 얼마 되지 않지만, 폭발적인 성장력을 갖고 있는 것. 그리고 그 적은 수의 사람들이 만들어 낸 산업이 세계로 퍼져나가는 것. 이상하지 않습니까? 게다가 반대로 다른 나라의 업체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성공하는 일은 거의 없죠.”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것 같은 설명이네요.”
“제대로 보셨습니다. K팝이 딱 한국의 상황과 같습니다. 외국의 곡이 한국에 들어와 전 국민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은 2천년대에 들어온 이후로는 없었습니다. 외국의 문화가 들어올 수 없도록 막아 놓은 것도 아닌데 전혀 힘을 쓸 수가 없었죠.”
뭔가 한국에 대한 역사 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처럼 지금까지 전반적으로 한국의 산업들이 걸어 온 행보를 설명하는 마커스. 그 설명하는 말들에서 그가 해 온 많은 고민이 느껴졌다.
“그렇기에 그 잠겨진 문을 여는 열쇠가 될 분에게 더 많은 이득을 안겨 드릴 수 없는 점이 안타까울 정도입니다. 제가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이사회에서 허가된 50%가 가장 높은 비율이거든요.”
“…마크. 아직 사업을 시작한 것도 아닌데 너무 앞서가시는 것 아닌가요?”
한국 사람이었다면 김칫국을 마신다고 했겠지만, 영국인인 마커스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겠지.
솔직히 흥미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세상의 모든 것에 돈이 들어가는데, 돈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그렇지만 솔직히 말을 해서 비율을 말하는 것은 눈으로 보이는 숫자만큼 얼마를 벌었다, 라고 알기가 어렵기 때문에 와닿지는 않았다.
“분명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능성이 있기에 유니버설의 이사진들도 그 비율을 허가한 것 아니겠습니까?”
“흐음…. 일단 서버를 놓을 곳의 임대 비용부터 이야기해 보죠.”
안 그래도 30층이나 되는 건물을 구매하면서 안을 어떻게 채워 넣어야 할지 고민이 많았었는데, 이렇게 알아서 들어와 준다면야 나는 좋지.
이럴 줄 알았으면 회삿돈으로 사지 말고, 그 회삿돈을 내가 다 인출해서 내 이름으로 사는 거였는데…. 어차피 100% 내 이름으로 되어있는 회사기 때문에 크게 상관은 없지만 조금 아쉽네. 회삿돈 빼 쓰기 번거로운데….
***
이정현이 유니버설과 협상에 들어간 그때, 아르테미스의 조어진은 연예계의 수많은 회사들로부터 독점 계약을 따낸 뒤였다.
“크하하하핫. 이 한국 땅에서 외국 놈들이 설치는 걸 사람들이 두고 볼 것 같아? 애국 마케팅을 하자고.”
“저, 사장님? 애국 마케팅을 하게 되면 이정현과 정면으로 대치될 텐데요.”
비서는 걱정이 되는 마음을 담아 조어진에게 말했다. 지금까지 그들이 해 온 애국 마케팅의 중심에 서 있던 것이 바로 이정현이었기 때문이었다.
사업을 해 오며 외국의 수많은 경쟁자들이 등장할 때마다 꺾을 수 있게 해 준 것이 바로 애국 마케팅.
‘세계를 빛낸 이정현이 만든 음악을 가장 선명하고 깨끗하게!’
라는 슬로건을 걸고 광고를 하며 점유율을 끌어올렸던 수박 플레이어의 애국 마케팅이 대표적이었다.
사진을 걸고 초상권을 침해한 것도 아니었고, 실제로 음악의 품질이 가장 좋은가 라는 것은 주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었기에 과장 광고나 허위 광고에 저촉되지는 않았다.
혹시나 자신의 이름을 쓰지 말라는 말을 할까 봐 회사 차원에서 보상책까지 준비해 두었었지만, 정현은 전혀 관심도 두질 않았다.
그 뒤 아르테미스는 오히려 과독점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될 정도로 사업을 불려갈 수 있었다.
“김 비서. 한국에서 외국 노래를 듣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 거라고 생각하나?”
“네? 외국곡 재생 비율이요? 크리스마스를 제외하면 낮습니다…. 가장 높을 때도 10%가 되질 않죠….”
“바로 그거야. 고작 4~5% 되는 재생 비율로 얼마나 큰 수익을 올릴 수 있겠냐는 말이야.”
“아! 그래서 국내 업체 독점 계약을!”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 비서의 대답에 조어진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대답했다.
“한국에서는 한국곡만 듣는다는 것을 알게 될 거야. 그게 바로 해외 유명 아티스트로 마케팅을 하던 외국 회사들이 줄줄이 실패하고 한국을 떠난 이유라고!”
“역시 사장님!”
아르테미스 엔터테인먼트의 사장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각종 미디어는 이정현과 유니버설의 합작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모든 미디어에서 부정적인 기사를 쏟아낼 만큼, 정현의 신규 사업은 그 누구도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워낙에 과포화된 시장이었기에, 콘크리트처럼 탄탄한 시장을 뚫고 점유율을 획득할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었다.
시작도 하기 전부터 정현의 사업에는 먹구름이 끼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음악이 싫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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