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hates music RAW novel - Chapter 141
140화
신규 스트리밍 업체 ‘무브먼트’의 등장 이후 2개월.
조어진의 예상대로 이미 포화 상태였던 스트리밍 업체에 큰 지각 변동은 없었다. 무브먼트의 점유율은 1% 이하. 50%가 넘는 수박 플레이어를 소유하고 있는 아르테미스 입장에서는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수준이었다.
“크핫하하하하. 그러게 내가 뭐랬나. 외국 업체가 한국에서 성공할 수는 없다고 했었지?”
“정말 현명하신 판단이었습니다, 사장님.”
조어진은 이 상황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었다. TV와 라디오 그리고 인터넷 광고에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시에스타와 에릭까지 등장시켰지만, 무브먼트의 점유율은 요지부동.
전혀 영향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한국에서는 한국어를 해야지 인기를 끌 수 있단 말이지. 외국인들이 아무리 등장해 봐야 그때 잠깐일 뿐이야.”
“업체들의 단속만 하면 저희의 점유율에는 큰 영향이 없겠네요.”
“흐흐흐. 조금 지나서 서버 유지 비용을 말하면서 수수료도 조금 올리고 말이지.”
“사장님은 역시 계획을 갖고 계셨군요!”
아르테미스 엔터테인먼트의 사장실에서는 웃음소리가 멈추질 않았다.
조어진의 눈에는 금세 꺼져 버릴 촛불처럼 위태로워 보이는 무브먼트의 행보는 신경 쓰일 것이 전혀 없었다.
“이제는 이정현이 내 앞에서 무릎을 꿇으면서 자신들의 음악을 받아 달라고 사정해도 받아 줄 필요가 없지. 신경 쓸 정도로 점유율이 올라온 것도 아니니까 말이야. 이럴 줄 알았다면 두 번째 계획을 세울 필요도 없었는데 괜한 시간 낭비를 했구만.”
“여부가 있겠습니까!”
이들의 눈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스트리밍 업체인 유니버설과 정현의 합작 회사는 그렇게 실패하는 것처럼 보였다.
***
장사를 하는 것은 장사꾼들이 해야 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나는 무얼 해야 하는 걸까.
라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다니고 있었다. 왜냐하면 매출이 워낙에 안 나온다고 들었으니까.
삼성역에 있는 LJH 빌딩의 30층. 사장실에서 이야기하는 한국 내 사업에 대한 전망은 어두워 보이기만 했다.
“그러니까, 이유가 뭐라고요?”
“곡을 제공해 주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연예 기획사들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니까 곡을 스트리밍해야 매출이 나오는데, 그 스트리밍을 할 수 있는 곡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매출은 기대치에 전혀 미치질 않았다. 독점적인 지위로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나의 음악 몇 곡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다른 업체에 공급 계약을 맺을 수 없다면, 내 곡 외에는 해외에서 유니버설이 가져온 음악들밖에 서비스를 할 수가 없다는 소리였으니까.
마커스는 한국에 머무르며 신규 사업의 점유율 확대를 위해 여러 가지 것들을 신경 쓰고 있었지만, 그런 것들은 전혀 먹혀들질 않았다.
이번 사업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갔다. 신규 스트리밍 사업을 위해 구매한 서버들과 회선 계약만 하더라도 그 정도의 규모의 금액을 투자해야 했다.
50%의 금액이라고는 하지만 이 정도 규모라면 굳이 사업을 새로 시작하지 않더라도, 죽을 때까지는 먹고 살 수 있을 텐데….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다녔다.
유니버설과 함께 만든 회사의 이름은 ‘무브먼트’. 회사 이름이 안 팔리는 이름인 걸지도 모르겠다. 힙합씬에서나 쓰일 것 같은 이름이잖아.
하지만 이름을 정할 때에 나도 동의를 했었으니, 지금 와서 회사 이름을 바꾸자고 말을 하기는 힘들었다.
“엉망진창이네요. 어차피 3개월 동안은 손익 분기를 넘지 못한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이 정도 성적으로는 3개월은커녕 1년이 지나가도 힘들 것 같은데….”
“북미나 유럽에서는 절대적인 인기를 가진 시에스타나 에릭 역시 한국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손댔던 것들이 모두 쉽게 성공을 하는 탓에, 유니버설의 제안을 너무 쉽게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처음에 에릭의 싱글 앨범을 내는 과정에서도 큰 어려움이 없었던 것이 오히려 지금은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게 아닐까.
국제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시에스타와 에릭까지 광고에 등장시켰지만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그때 에릭의 싱글 스트리밍 계약을 맺었던 마커스가 내 눈앞에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다.
사장실에 놓인 소파에 앉아 몸을 앞으로 숙인 채 고개를 떨구고 있다.
분명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리는 음악 스트리밍 업체의 CEO인데, 지금 마커스가 보이는 모습은 마치 신입 사원 같았다.
“대부분의 해외 다수의 기업들이 한국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에도 언어의 장벽이 큽니다.”
“그렇겠죠. 한국 사람들은 외국어에 약한 편이니까. 사는 데 아무런 쓸모도 없는 발음 따위나 신경 쓰고….”
“…한국어로 된 음악을 발매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그러면 무브먼트의 매출에 영향이 좀 있지 않을까요?”
“우리 애들이 한국어를 할 줄 모르잖아요. 그렇다면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새로운 사람을 영입해야 하는 건데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보통 아이돌을 발굴해서 키워내는 데까지는 최소 1년은 걸리는 편이니까, 시간이 부족하죠. 그 시간 동안 적자가 쌓일 거예요.”
참 걸리는 것들이 많기도 하다. 확실히 여러 국적의 사람들이 섞여 살아가는 서구권 국가 사람들은 발음에 신경을 쓰는 일이 거의 없지만, 한국의 발음 문제는 생각보다 까다롭단 말이지.
듣는 사람들이 한국어에 부자연스러움을 느끼게 된다면, 예전에 일본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고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한국에서 가수 활동을 시작했던 난감이 형처럼 망하는 꼴이 날 수도 있다.
“새롭게 영입하는 것보다 기성 아티스트를 영입하는 것은 어떨까요?”
“음…. 얼마 전에 망한 체리 엔터테인먼트의 유지현은 어때요?”
“유지현은 체리 엔터와 계약이 종료된 뒤에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고 있어서 잠정 은퇴가 아닌가 하고 있습니다만….”
“아니, 내 말은 유지현을 영입해서 내가 만든 곡을 주면 매출에 영향이 있을까요?”
“그거야 한국에서 절대적인 인기를 차지하고 있는 아티스트니 당연한 일입니다만, 어떻게 영입을 하시려고…?”
내 말에 마커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해가 되질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마커스의 질문에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누나 친구 동생이에요.”
긍정적인 미래로 가는 길이 살짝 보인 듯했기 때문에.
***
[너 매일 집에만 있더라?]“그러면 어떻게 해. 밖에 나갔다 하면 기자들이 따라붙어서 새 계약은 어디랑 하냐고 난리를 치는데.”
유지현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집에서 빈둥대며, 이정화와 전화 통화를 하는 중이었다.
이정화의 웹툰도 연재가 끝나서 둘다 반백수가 되어 버렸기에 시간이 남아돌았기 때문. 하는 것 없이 배달 음식을 사 먹고 뒹굴대다 전화를 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그러면 사이좋은 백수끼리 해외 여행이라도 갈까?]“해외 어디로 가게?”
[글쎄, 그냥 아무 데나 가는 거지. 그렇게 정하고 계획 세우고 해 봤자 결국에는 계획대로 되는 일은 없더라고.]해외 여행을 가자는 말에 혹했던 유지현은 조금 생각을 해 보았지만, 그렇게 좋은 계획인 것 같지는 않았다.
외국어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하질 않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지금 자신과 통화를 하고 있는 정화 역시 해외에 나갈 때마다 외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데리고 다녔다.
“우리 영어 못하잖아….”
[패키지로 가면 되지. 그러면 영어 신경 안 써도 되잖아.]패키지는 여행을 위한 비행기부터 코스까지 모든 것을 여행사에서 만든 것을 따라가는 것. 언어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큰 장점이 있지만,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큰 단점도 있었다.
만약 한국 사람과 함께 여행을 하게 된다면 얼굴이 팔릴 대로 팔려 버린 자신의 행선지뿐만이 아니라, 코스까지 언론에 노출될 것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심하면 SNS 도배가 될지도 모른다.
긴 시간 동안 고민을 하던 유지현은 매니저도 없이 혼자 여행을 가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도 막아 줄 수 없었고, 일정이나 다른 것들을 자신이 처리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으니까.
“아냐…. 그냥 집에 있을래. 우리 그냥 집에 있자. 우리 엄마가 집 나가면 고생이랬어.”
[…너도 참 이럴 때 보면 겁이 많아. 마음에도 없던 말을 질러서 백수가 된 걸 보면 겁이 많은 것 같지는 않았는데.]“아니, 그러면 어떻게 해! 화가 나는데 그걸 속으로 삭여? 우리 정현 님이 그 언니 때문에 피해를 봤잖아.”
[네 마음 아는데, 이제 현이한테 그만 집착해.]“그게 무슨 상관이야. 내가 정현 님한테 결혼하자고 한 것도 아닌데. 누가 사귀자 그래?”
어릴 때부터 정현의 팬임을 자처했던 지현이기에, 주변에서는 짝사랑이 아닌가 싶어 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정화까지 몰아가는 느낌이라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난 그냥 팬이야. 팬. 예전부터 언니한테도 말한 적 있잖아.”
어렸을 때는 그런 마음이 조금은 있었을지도 모른다. 강남역에서 그의 실물을 처음 마주했을 때는 떨려오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렸을 때의 이야기. 10대였던 그때와는 전혀 다른 마음을 갖고 있는 유지현이었다.
[어? 나 전화 온다. 잠깐만 조금 있다 내가 다시 걸게.]“알았어.”
정화가 전화를 끊고 나서 외로운 느낌이 커져 갔다.
노래를 부르며 살아 왔던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팬들이 생겼고, 그 팬들이 자신의 곡에 즐거워할수록 삶의 보람을 느껴왔었다.
자신을 찾아주는 팬들이 아직 남아 있었기에, 조금 더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살았다.
그렇지만 그 팬들을 제외하면 자신의 주변에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다는 생각을 하니 외로움만이 남았다.
그렇기에 은퇴를 결정한 것은 조금 충동적이었다. 업계에 환멸을 느낀 것은 거짓이 아니었지만, 업계의 사정에 의해 자신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었다.
믿었었던 언니인 박재경에게 배신감을 느꼈고, 누군가 한 명이 화제가 될 때 사람들이 모두 그 한 명에게 매달리는 것을 목격하며 혐오감이 생겨났다.
덕분에 김수원이 JHJ 토탈 뮤직을 그만두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홧김에 은퇴하겠다는 말을 질러 버릴 수 있었다.
‘잘한 결정이겠지…?’
아직 자신의 결정에 확신이 없었다. 노래를 부르지 않으면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카페라도 차려 볼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잘해나갈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지는 않았다.
그래서 집에 머무르며 아무것도 하지 않은 지 벌써 두 달이 지났지만, 미래에 대한 아무런 계획이 없었다.
I thought I saw a girl brought to life~
둥둥! 쿵쿵!
드럼과 베이스의 소리가 이어진다.
10년이 넘도록 자신의 벨 소리로 지정해 놓았던 정현이 만든 Torn의 도입부. 오랜 시간 동안 들어 왔지만 여전히 질리지 않는 정현의 목소리가 자신의 귀를 간지럽혔다.
조금 더 듣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전화가 곧 끊길 것이라는 생각에 전화기를 들어 발신자를 확인했다.
처음 보는 전화번호. 평소 같으면 받지 않았을 것이다.
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전화를 걸어오는 업계 관계자들의 전화가 하루에도 수십 번씩 걸려왔으니까.
그때마다 사람들이 정현의 목소리를 들려 주려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최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 걸려온 번호는 왠지 모를 끌림이 느껴졌다. 마치 꼭 받아야 할 것만 같았다.
자신의 방 침대 위에 누워 손에 있는 휴대폰의 액정을 바라보던 지현은 잠시 고민을 하다 통화버튼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여,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유지현 씨 휴대폰 맞나요?]조금 전까지 전화벨 소리로 들었던 바로 그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전해지자, 지현의 가슴이 설렘으로 떨려오기 시작했다.
음악이 싫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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