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hates music RAW novel - Chapter 142
141화
유지현을 영입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아직 한국 내에 끼치는 영향력은 나보다 유지현이 나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
나는 음악가로서의 인지도를 갖고 있을 뿐이었기에, 대중적으로 연예인이 갖는 것과는 조금 성격이 달랐다.
예전과는 다르게 사람들은 나를 작곡가라고만 알고 있었으니까. 스타 작곡가, 성공한 사업가 그리고 영국의 작위 보유자.
그게 나를 설명하는 전부였다.
그에 반해 유지현은 엔터테이너 성격이 짙었다. 듣기로는 처음에는 경연 프로그램에서 국민 여동생이라는 말을 얻었고, 활동 시간이 길어지면서 세기의 디바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고 들었다.
긴 고민을 해 보았지만, 다른 기획사들에 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조건을 좋게 가져갈 수도 없었고, 내세울 수 있는 것은 내가 곡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 정도?
정산 비율 정도야 어차피 다 업계 표준 비율이니까. 뭐 베테랑이라 조금 더 챙겨 줄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라고 할 수도 없겠지. 다른 업체들도 모두 비슷한 수준을 제시할 테니.
“아, 모르겠다.”
“오늘도 엄청 열심히 고민을 하네요?”
“머릿속이 좀 복잡하거든요. 메건은 어때요. 한국어 공부는 잘되어 가요?”
“배우자 비자를 받으려면 아직 좀 부족한 것 같아요.”
요 몇 달 한국어학당을 다니고 있는 메건은 한국어를 읽을 수준까지는 올라왔다.
아직 모르는 단어들이 아는 단어들보다 많았기 때문에 말을 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고, TV로 배우는 단어들 중에 표준어가 아닌 것이 많이 섞여 있었지만 크게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면서 표준어만 사용하지는 않으니까.
보통 결혼 이민자 비자라고 불리는 비자는 한국어를 어느 정도 할 수 있어야 주어지기 때문에, 우리 어머니와 한국어로 대화하고 싶다는 것 외에도 한국어를 공부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지금 메건을 한국에 머무를 수 있게 해주는 비자는 보통 워킹퍼밋이라고 부르는 근로자 비자. 회사를 만들면서 사원으로 등록해서 받았다.
한국의 비자 관련 규정은 까다롭기 때문에 결혼을 한다고 해도, 한국어를 사용할 수 없다면 머무를 수 있는 비자를 주질 않았다.
“영국은 이런 면에서는 참 편한데, 한국은 많이 까다로운 것 같아요.”
“한국이 이런 것에 좀 까다롭긴 하죠. 불법 체류자들에게도 민감하고.”
내 고민에서 순식간에 메건의 고민으로 이어져 버리는 고민의 순환고리.
어차피 서버실이 들어온 건물 자체가 내 것이라 월세를 낸다거나 하는 것에 부담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대로 유니버설이 철수를 하게 된다면 남아 있는 나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었다.
“유지현을 영입하고 싶은데, 메건이라면 어떻게 할 것 같아요?”
“누구예요, 그게?”
K팝이 해외에서 인지도가 꽤 많이 높아졌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듣지 않는 사람들은 듣지 않는구나…. 나와 함께 살고 있는 메건이 모를 정도라니.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가수에요. 마크 말로는 우리 사업하는 것에 가장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냥 물어보면 안 돼요?”
응? 그냥 물어보라고?
아무리 그래도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여가수인데 그게 되려나?
“물어볼까요…?”
“물어보면 되죠. 원하는 게 뭔지 그런 것 말이에요.”
메건의 말에 나는 고민을 멈추고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사실 누나 친구의 동생이라는 것은 모르는 사이라는 것과 다름없는 말이었지만, 어쩌면 그런 사소한 이유로 받아 줄지도 모르잖아?
전화기를 들어 작은누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꽤나 오랫동안 들려 오는 신호. 최근에 연재를 끝냈다고 들었는데 신작 구상을 하느라 바쁜가.
[어, 현아.]“누나 바빠?”
“혹시 유지현 씨랑 만나게 해 줄 수 있어?”
유지현과 처음 만났을 때도 누나가 불러서 왔었으니까, 아마 지금도 누나는 연락을 하고 지내겠지.
[나한테 부탁을 하는 것보다 네가 직접 전화를 걸어 보는 건 어때? 내 생각에는 그게 더 나을 것 같은데.]“내가 전화를 건다고 받을까?”
[누나 믿지? 걱정 마 내가 말을 하는 것보다 나을 거야.]누나를 믿는지 안 믿는지는 모르겠지만, 누나가 가르쳐 준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보았다.
오랫동안 이어지는 신호음. 아마 유지현도 누나처럼 다른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방해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영입을 하기로 했으니 신호가 끊어질 때까지는 걸어 보아야겠지.
[여, 여보세요…?]전화기를 통해 조금 긴장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모르는 번호일 테니 어쩔 수가 없겠지. 다행히 내가 모르는 전화번호를 받지 않는 것과는 달리, 전화를 받아 주었다는 점에서 안심을 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유지현 씨 휴대폰 맞나요?”
[네? 네! 맞아요! 제가 유지현이에요!]쓸데없이 기운차게 들려오는 목소리. 전화기가 쩌렁쩌렁 울리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저는 이정현이라고 합니다. 우리 한 번 만나 뵌 적이 있었죠? 강남역에서.”
[네, 네! 강남역에서 만나 뵈었었죠. 어쩜…. 저도 그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강남역을 왜 생각해? 그날을 생각할 일이 있었나?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나는 지금 유지현이 필요하니까. 직접적으로 말을 꺼내야 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혹시 계약을 염두해 두고 있는 기획사가 있나요?”
[아, 아뇨. 그런 거 없어요. 완전 없어요.]“저기 흥분을 조금 가라앉히시고…. 혹시 따로 계약할 회사가 없다면 제 회사와 계약하시는 건 어떨까요.”
[언제 할까요? 지금? 저 완전 한가해요. 샵에 들러서 가게 되면 대충 빠르면 한두 시간 뒤에는 갈 수 있을 것 같은데….]어이, 연예인이 한가하다는 말 입에 담는 거 아니야. 인기도 많은 연예인이 한가하면 이상해 보이잖아.
그렇게 나는 유지현과 만날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당장 만날 수도 있다고 말을 하는 유지현의 흥분을 가라앉히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정도였다.
만나기로 약속한 날짜는 일주일 뒤. 나에게도 계약서를 만들 시간이 필요하잖아.
유지현과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는 LJH 빌딩.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아직 사업팀도 제대로 꾸려놓지 않은 상태였지만, 회사 내에는 꽤나 많은 사람들이 상주하고 있었다.
무브먼트의 관계자들과 나를 경비하기 위해 붙어 있는 경호원들이 전부. 그 외에는 거의 비어 있는 것과 다름 없었다.
그런 LJH 빌딩의 최상층인 30층에 위치한 사장실은 오늘 조금 분주했다.
“다행이네 외부에서 만나자고 하면 어떻게 할지 조금 걱정되었는데.”
“…내가 말했잖아. 현이 네가 직접 말하면 될 거라고 했잖아.”
생각보다 더 적극적인 유지현의 태도에 조금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전화를 거는 순간 당장이라도 나갈 수 있다면서 말을 꺼내는 것을 거절하는 데에 더 진땀이 흐를 정도였으니까.
“그래도 누나가 와 줘서 다행이네. 단둘이 보면 좀 어색할 것 같았거든.”
“나 백수라니까. 할 일도 없는데 놀러 나오면 더 좋지 뭐.”
“차기작 준비는 안 해?”
“아직 구상 단계. 담당자랑 이야기도 못 해 봤어….”
누나는 바로 기운이 빠진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웹툰 작가들도 고생이 많구나. 그래도 꽤 인기가 많은 작가라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여유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조금 생소했다.
최근 내 결혼식 덕분에 몇 번 얼굴을 마주할 일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마감 때문에 얼른 돌아가야 한다며 기념사진을 찍고 바로 돌아갔었기 때문이었다.
똑똑똑-
“네, 들어오세요.”
말을 마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사장실의 문이 열리고 TV에서 몇 번 마주했던 유지현이 들어왔다. 직접 얼굴을 보는 게 얼마 만인지 기억도 나질 않았지만, 예전과는 다르게 얼굴에 화장을 한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안녕… 하세요?”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지현 씨.”
“별말씀을요. 불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줍은 얼굴로 대답을 하는 유지현.
“웬일로 화장을 했대? 나랑 만날 때는 맨날 쌩얼에 모자만 눌러쓰더니?”
“언니! 쉿!”
누나와 유지현은 내 예상보다도 훨씬 친하게 보였기에 긴장감으로 가득 찼던 사무실의 분위기가 조금 누그러졌다.
“만약에 계약을 하시게 되면 제 회사의 첫 번째 한국인 아티스트가 되실 거예요.”
“계약서는 어디 있나요?”
“아무리 급하다고 하더라도 계약 내용은 확인해 보셔야….”
“제 꿈이었다고요! 정현 님하고 같이 일하는 것!”
“아, 그러셨구나….”
그렇게 나는 예전과 성격이 많이 달라진 것처럼 느껴지는 유지현과의 계약을 마칠 수 있었다. 세부 계약 조건들의 조율은 내가 아니라 마커스 측에서 제안한 최상위 계약들로 채웠다.
오히려 돈 한 푼 안 받아도 상관없다고 말을 하는 유지현을 설득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들어갔다.
그렇게 나는 대한민국 최고의 디바를 잡을 수 있었다.
***
유지현이 정현의 회사로 갔다는 소식이 업계에 퍼져나갔다.
단 한 명의 아티스트가 가지는 힘이 엄청난 파급력을 가지는 연예계에서 탐을 내지 않은 회사가 없었지만, 아르테미스의 제안을 거절했다는 것이 알려지며 다들 눈치를 보던 중에 이정현과 계약을 했던 것이었다.
물론 이 소식은 아르테미스 측에도 알려졌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개 같은 소리야!”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장님.”
“지난번 우리가 제안한 조건이 부족했나?”
“그럴 리가요. 업계 최고를 넘어선 제안이었는데요.”
여러 번에 걸쳐 계약을 시도했던 조어진에게, 이번 유지현의 계약 소식은 미치고 팔짝 뛸 정도의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지난번 관계자는 분명 유지현이 다른 업체와도 계약을 하지 않고 바로 은퇴를 할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이것 봐, 김 비서. 자네는 유지현이 은퇴를 할 거라고 하더니, 갑자기 마음을 바꿔서 LJH로 붙은 이유가 무어라 생각하나?”
“글쎄요…. 저는 잘….”
애초에 지현이 정현의 팬이었다는 사실을 이들이 알 수는 없었다. 공개적으로 팬을 선언한 적이 없을뿐더러 팬심에 빠져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주변 사람 외에는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은퇴를 선언한 것도 그 팬심에서 비롯된 것이었지만, 조어진이 그 이유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잠시 정적에 휩싸인 사무실.
그리고 그 정적을 깬 것은 비서의 전화벨 소리였다.
Rrrrr-
“자네는 사장실에 들어오면서 전화를 진동으로 안 바꾸는 건가?”
“죄, 죄송합니다. 급하게 부르셔서 고칠 시간이 없었습니다.”
“얼른 받아 봐.”
조어진은 전화를 받는 비서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네, 비서실장 김…. 뭐라고?!”
한참 동안이나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던 김 비서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조어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사, 사장님….”
“왜! 빨리 말해 무슨 일이야!”
꿀꺽.
자신의 말에 이어질 조어진의 호통이 들려 오는 것 같아 비서는 침을 삼키곤 말을 이었다.
“유지현이 자신의 신곡들을 모두 무브먼트에서 독점 공개하겠다고 인터뷰를 했답니다. 기존의 곡들도 계약이 끝나면 모두 독점으로 전환하겠다고….”
“뭐야? 지금 계약 얼마나 남았지?”
“체리 엔터테인먼트가 부도 처리되면서 기존 계약들을 갱신하지 못했기에, 이번 달이 마지막입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유지현은 은퇴를 할 것이라 생각했고, 그렇기 때문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어진이 아침에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확인했던 무브먼트의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1% 미만.
하지만 곧 그 숫자가 변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방법을 찾아!”
자신의 제국이라고만 생각했던 음반 시장의 점유율이 벌써부터 내려가는 소리가 들려 오는 듯했다.
음악이 싫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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