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hates music RAW novel - Chapter 143
142화
한 달 뒤로 다가온 계약 만료.
사실 한국 전체의 음악 서비스를 생각하면 이렇게까지 크게 긴장을 하지 않아도 상관은 없다.
하지만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아티스트 한 명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기보다,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지금 당장 LJH로 사람을 보내서 재계약을 끌어내!”
“받아 줄까요…?”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도 문다고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누가 고양이인지 쥐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자신들이 물렸다는 것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걸 말이라고 하고 앉았어? 어떻게든 받아내게 해야 할 것 아냐!”
지금까지 아르테미스가 LJH 측을 견제하기 위해 해 왔던 것들을 이미 LJH도 알고 있는 것이 당연했기에, 그들의 제안을 받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누가 보아도 분명했다.
하지만 이렇게 화가 나 있는 대표 앞에서 안 될 것 같다고 말을 한다고 하더라도, 돌아올 말들은 당연히 그 안 되는 것을 자신의 능력 부족이라고 매도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비서.
“직원을 보내 보도록 하겠습니다….”
“꼭 재계약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해!”
“…….”
사장실을 나온 비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당연히 안 될 것을 아는데 지시를 어길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비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놓는 사장 조어진의 말을 계약을 담당하는 직원에게 전달해야 했다.
“…김 비서님 이건 말도 안 되지 않습니까! LJH에서 가져간 계약권을 우리가 따낼 수나 있겠어요? 우리 쪽이나 그쪽도 모두 독점 공급을 하겠다고 선언한 마당에.”
“…나도 알지. 당연히 받아 줄 리가 없다는 걸. 그런데 어떻게 하겠나. 사장님이 무조건 가져오라고 하시는데. 나도 안 된다는 걸 잘 알아. 하지만 어쩔 수가 없네.”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시를 내렸다는 것을 깨달은 직원. 마지막으로 만약 계약을 따내지 못한다면, 자신에게 불이익이 오는 것은 아닌지 확인을 해야 했다.
“제가 성공하지 못한다고 해서 저를 자르거나 하지는 않으시겠죠…?”
“그건 장담할 수 없네. 에휴…. 지난번 유지현 계약 건에 들어갔던 자네 팀장도 이미 잘리지 않았나. 미안하네….”
결국 완곡하게 회사를 그만두라고 말을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무리한 요구. 그런 요구를 하는 비서의 입장도 요구를 들어주어야 하는 직원의 입장에서도 사직 선고를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사장의 말을 전달하는 비서도 그 지시를 듣고 실행에 옮겨야 하는 직원도 서로 한숨을 내쉬었다.
***
“매출을 생각하시면 저희 쪽과 계약을 끊으셔서는 안 되죠.”
“저희 회사의 정책입니다. 무브먼트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유지현의 신곡과 기존의 곡들을 지속해서 수박 플레이어에서 제공할 수 있도록, LJH 빌딩으로 약속도 없이 찾아와 협상을 하려 했다.
정현 측에서 전면에 내세운 것은 유니버설 측에서 넘어온 직원.
사장이 아니라 직원이 찾아온 것도 있었지만, 직접 협상에 나서는 것은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국 음악 시장 점유율을 반 이상을 갖고 있는 수박 플레이어입니다. 지금 저희 측과 계약을 종료하신다면 매출이 엄청나게 줄어들 겁니다.”
“괜찮습니다. 유니버설 글로벌 서비스에서 그 이상을 충당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이미 모든 것을 결정 내린 상태로 협상 자리에 들어온 직원은 아르테미스 측의 모든 제안을 거부했다.
“무브먼트 쪽만 생각하시다가는 아무런 수익도 얻지 못하실 겁니다….”
“저희 쪽 해외 아티스트 두 팀의 수익이 아르테미스 전체의 수익보다 높다는 걸 모르십니까? 저희는 자신이 있습니다.”
어차피 무조건 거절을 하라고 지시를 내려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어떤 제안을 주었다 하더라도 거절을 했겠지만 아르테미스 측의 직원 입장에서는 간절했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LJH의 강점은 북미와 유럽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좁은 한국 시장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난다는 것.
인구 5천만의 한국과 수십억의 세계 시장은 비교 자체가 되질 않았기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 큰 수익을 얻지 못하더라도 큰 영향이 없다는 인식이 있었다.
물론 한국 내에서 나오는 수익이 2개월이 넘어가는 시점에, 여전히 적자라는 것에 합작 회사의 설립을 제안한 유니버설의 사장인 마커스 스미스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는 없었다.
“더 이상 하실 말씀이 없으시다면 이만 돌아가 주시죠.”
“…정말 이러실 겁니까? 이정현 사장님과 만날 수 있게 해 주세요.”
“사장님이 약속도 없이 찾아와서 만날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사장에게 무리한 지시를 받아 갑작스럽게 LJH 빌딩까지 찾아왔지만, 그 어떤 이야기도 전달할 수 없었다. 한 달 뒤로 다가온 유지현 음악의 계약 종료.
그 몰려오는 재앙을 막을 수가 없었다. 조어진은 자신이 다른 연예 기획사들에게서 끌어냈던 독점의 여파가 이렇게 돌아올 것이라고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비장한 마음을 품고 LJH를 찾아왔던 직원은, 그렇게 자신의 목이 걸린 사장의 지시에 실패를 하고 회사로 돌아가야 했다.
조어진은 이정현의 새로운 사업이 적자에 허덕이다 결국에는 접을 것이라 기대했었지만, 사업을 접기는커녕 성장 전망이 자신의 생각보다 더 컸다.
물론 단 한 명의 아티스트로 시장을 장악하는 일은 있을 수가 없다. 게다가 한국 내에 있는 상위권 연예 기획사들의 독점 계약을 모두 이끌어 냈기에, 수박 플레이어의 시장 점유율에 큰 변동은 없을 것이었다.
“그래 성공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
“죄송합니다.”
애초에 성공할 가능성이 보이질 않는 지시사항이었지만, 그래도 사과를 해야 했다. 자신은 조어진을 보필해야 하는 비서였기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지. 기존 업체들이나 단단히 단속해 두라고. 어차피 독점 계약서를 쓴 상황이라 위약금을 물면 되는 일이지만, 우리 측과의 계약을 무시하는 일이 없도록 말이야.”
“알겠습니다….”
분명 상대방 측에는 유리한 조건이 하나도 없었지만, 조어진의 가슴속에는 불안감이 고개를 들었다.
***
“자 여기 보시고, 룩앳 미 룩앳 미! 오케이 하이 큐!”
와, 영어로 할 거면 영어로 하고 한국어로 할 거면 한국어로 하지. 왜 두 개를 섞어 써서 0개 국어를 만들어 버리는 거야.
마커스가 나와 함께 현장을 지켜보고 있어서인지 사진 작가는 이상한 콩글리시를 쓰고 있었다.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지 그저 허허 하고 웃으며 현장을 지켜보는 마커스와 카메라 앞에서 능숙하게 포즈를 잡는 유지현.
계약서를 들이밀었을 때는 미쳐 날뛰는 것 같았는데, 이렇게 현장에서 보니 또 다른 느낌을 준다.
내 회사에 유지현이 들어오면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브먼트 측의 광고 촬영을 독점으로 할 수 있다는 것.
기존에 소주 광고부터 시작해서 온갖 광고를 다 해 왔던 유지현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수박 플레이어의 광고 모델을 한 적은 없었기에 계약 위반 사항도 없었다.
쿵쾅쿵쾅!
현장의 분위기를 달구기 위해 음악을 틀어놓고 촬영을 진행하는 것에는 도무지 적응이 되질 않았다.
다른 것보다 우퍼의 세팅이 도저히 들어 줄 만한 세팅이 아니었고, 스피커의 품질이 낮아서인지 떨림이 너무 커서 잡음처럼 들려왔다.
“촬영 현장에는 꽤나 많이 나와 봤었다고 생각하지만, 예상보다 한국의 현장은 더 즐거운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저는 현장 경험은 별로 없어요. 대부분 라이브 현장 촬영이었거든요.”
“오, 저도 봤습니다. 제가 또 경매장에서 이정현 경의 앨범도 구매한 사람 아니겠습니까. 하하핫.”
아, 몇 장 발매를 안 했더니 경매까지 가 버렸나.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사재기를 해 놓을 걸 그랬네.
그랬으면 소소한 용돈 벌이 정도는 되었을 텐데 아쉽네….
“유지현을 전속 모델로 고용하면 손익 분기점을 벗어날 때까지 어느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나요?”
“모델을 바꾸고 독점 계약을 하더라도 드라마틱할 정도로 하루아침에 수익이 확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 사용자들은 듣고 싶은 음악을 찾아보다 결국 못 찾아서 넘어오는 경우가 많죠. 그걸 생각하면 지금부터 4개월 후에는 손익 분기점을 넘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장황한 설명이었다. 나는 그냥 기간을 듣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사람들이 어떻게 넘어오게 되는지 과정까지 말해 줄 것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게 기업가적인 마인드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나는 아직 기업가적인 마인드를 갖지 못한 것 같았다. 과정 같은 것보다는 결과만 알고 싶어 하니까.
“그러면 3개월. 그 기간 동안 유지현의 새 앨범을 만들어 보죠. 싱글이 되었건 뭐가 되었건 그 분위기는 띄워 줘야 하니까요.”
“탁월한 생각이십니다.”
“그런데 미국은 언제 돌아가세요?”
한국에서 합작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유니버설의 직원들이 들어와 여러 가지 작업들을 했지만, 그 사이에 유니버설을 총괄하는 CEO가 여전히 한국에 남아 있는 건 이상하잖아.
“요즘 세상에는 직접 얼굴을 보지 않아도 경영을 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게다가 지금 이사진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역시 한국의 무브먼트의 성공 여부거든요.”
“아, 그렇군요.”
계속해서 남아 있을 모양이었다. 내 입장에서는 얼른 좀 가 줬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었는데, 시도 때도 없이 사업에 대한 상의를 하려 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사업에 대해 크게 아는 게 없어서 대답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 좀 아쉬운 문제랄까.
“TV 광고와 유튜브 광고를 며칠 뒤부터 진행할 예정인데 시안을 한번 보시겠습니까?”
촬영 현장에 나와 있는 수많은 직원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피곤해 보이는 얼굴에, 커다란 검정 뿔테 안경을 쓰고 무거워 보이는 서류 뭉치를 들고 들어오는 광고 대행사의 직원.
“네, 주시죠. 마크. 이 서류가 이번 TV 광고에 쓰일 시안이라고 하네요.”
“계약을 며칠 전에 했는데 시안이 벌써 나왔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여기가 바로 빨리빨리의 나라 대한민국입니다. 다들 성격이 급하거든.
그렇지만 빠르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광고의 시안으로 잘빠졌느냐가 중요한 거지.
“일단 한번 살펴보고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으면 빠르게 피드백해 줘야 해요. 그러면 다음 주부터 촬영에 들어갈 거예요.”
“대단하네요. 광고 계약을 맺은 것이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수많은 스태프들이 촬영에 전념하고 있는 사진 촬영 현장 한쪽 구석에서, 나와 마크 그리고 대행사의 검정 뿔테 안경을 쓴 직원은 시안 검토를 하기 시작했다.
시안이라는 것은 음악으로 따지자면 악보 같은 것. 촬영의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 시간대별로 그림을 그려 표현해 둔 것들이었다.
대사들과 배경 같은 것들이 만화 같은 그림체로 그려져 있다.
위에서 아래로 그림들을 따라가다 보니 눈앞에 보이는 장면들. 영화처럼 한 장면 한 장면이 부드럽게 연결되어 그 안에서 연기를 하는 캐릭터들까지도 보이는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등장인물이 조금 부족한 것 같은데…. 뭐가 부족한 거지?
“어떻습니까? 저희 직원들이 모두 모여서 며칠 밤을 새다시피 해서 만든 시안입니다.”
“음…. 괜찮아요. 괜찮은데…. 조금 부족한 것 같은데….”
내 입에서 나온 말에 직원은 긴장을 하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시안인데, 광고주가 태클을 걸면 긴장을 할 수밖에 없겠지.
“이러면 어때요?”
나는 내 머릿속에서 나온 것들을 시안에 조금씩 덧붙이며 말했다.
음악이 싫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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