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hates music RAW novel - Chapter 144
143화
다른 회사의 모델로 등장할 수 없는 유지현이 등장한다는 것만 생각한다면 광고 시안은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15초 안에 최대한 많은 것들을 보여 줘야 하는 TV 광고지만, 유지현을 강조하는 것 외에는 이렇다 할 특징이 없다고 해야 할까.
주인공이 스포츠웨어를 입고 러닝 코스를 따라 달리며 이어폰으로 들려 오는 음악을 듣는다. 집으로 들어와 이어폰을 벗자 집 안에 구비된 오디오로 음악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여주인공이 웃으며 페이드 아웃되고, ‘소중한 당신의 시간, 언제나 당신과 함께 움직이는 무브먼트’라는 카피라이트가 나오며 종료.
무난하다. 그래 여기까지는 뭐 나쁘지 않다 이거야.
그런데 우리가 독점으로 제공하는 아티스트들이 강조되지 않은 것은 조금 아쉽다. 경쟁사보다 나은 것은 독점작들 하나뿐인데 그런 것들을 강조하지 않았다.
그런 것들이 하나도 강조가 되질 않으니 스트리밍 플랫폼이 아니라 휴대폰을 판매하거나 스포츠웨어를 판매하는 업체처럼 느껴질 정도.
보통 게임기를 만들 때만 하더라도, 퍼스트파티나 세컨드 파티에서 나온 독점작들을 더 강조하지 않던가.
시안에 보이는 것으로 알 수 있는 화면의 구성은 무브먼트가 음악 스트리밍 업체라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다른 스트리밍업체와의 차별점이 보이지 않았다.
그건 어쩔 수 없나. 우리 회사 사람도 아닌데 자세한 사항을 알 수는 없을 테니까.
“시안에 우리가 독점 제공하는 음원에 대한 이야기가 없네요. 독점작들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 주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아…. 전달받은 내용에는 그런 사항이 나와 있질 않아서.”
아직 LJH 뮤직 컴퍼니가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질 않아서 내부 직원들이 많이 부족하기는 하다.
그렇지만 무브먼트의 경우에는 유니버설의 직원들이 들어와서 관리를 하고 있는데, 관련 자료들을 제공하는 것이 늦었다는 이야기일까?
아무래도 무브먼트 쪽의 직원들이 LJH와 직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확정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들에 대한 것은 알기가 어려울지도 모른다.
좀 더 자세한 사유를 듣고 싶었지만, 지금 그런 사유를 듣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
“저희 쪽에서 독점 제공하는 아티스트들과 음원들을 정리해 드릴 거예요. 그걸 이용해서 시안을 수정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그 자료는 언제쯤 받아 볼 수 있을까요?”
“최대한 빨리 준비해 달라고 할게요.”
바로 옆에 있는 마커스가 한국어를 알아들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광고대행사의 직원이 물러가고 나서 통역을 해 주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참에 통역을 해 주는 사람도 고용을 해야 할까.
“저희가 맺은 독점에 대한 것이 추가되어 TV에 노출이 된다면, 지금 우리가 예상하던 것보다 최소한 몇 달은 빠르게 매출이 늘어날 겁니다.”
“다른 기획사 측에서는 여전히 음원 제공 계약을 안 해 주고 있어요. 그래도 괜찮을까요. 유지현 한 명만으로 사용자를 유지하기는 좀 어려워 보이는데.”
이 이야기는 사실 LJH와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라 무브먼트와 관련된 이야기라 다른 곳에서는 할 수가 없다.
사실상 작곡과 아티스트 케어를 중점으로 하는 기획사의 성질을 갖고 있는 LJH에서는 신경 쓸 일이 전혀 아닌 것이다.
“그게…. 아무래도 수박 플레이어의 모회사인 아르테미스 측에서 여전히 독점 계약을 해지해 주지 않고 있습니다.”
“자기네들도 독점 계약을 유지하고 있으면서, 저희에게 유지현의 음원 독점 계약을 해지해 달라 말했던 건 어이가 없네요.”
“뭐, 자신의 입장과 남의 입장은 다른 법이니까요.”
같은 음원들을 제공하면서 서비스로 승부하는 정당한 경쟁이 될 수가 없었다.
지금 무브먼트는 그저 도전자의 입장. 이 싸움은 도무지 금세 끝날 것 같지가 않았다.
일단 다음 주에 광고 촬영을 하고 나서 TV에 제공할 때까지 시간이 조금 필요하려나.
그러고 보니 광고 시안에 운동하는 장면이 있었지?
살짝 장난 좀 쳐 볼까?
***
각종 매체에서 무브먼트의 광고가 나오기 시작한 한 달 뒤.
황금시간대 공중파 3사와 각종 종편 채널에서는 무브먼트의 광고를 볼 수 있었다.
“와! 저 광고 유지현 완전 예쁘게 나오지 않냐?”
“너는 유지현이 보이냐? 나는 귀에서 저 광고 시작할 때 나오는 음악만 들려. 머릿속에서 계속 반복된다 큰일 났네.”
정현은 중독성이 있는 음악을 만들어 광고에 삽입했다.
국민 여동생인 유지현이 광고 모델로 나오는 것보다 그 음악의 영향력이 훨씬 컸다.
광고에 삽입된 곡이었지만, 15초의 짧은 버전이 아닌 4분대의 원곡을 인터넷상에서 무료로 풀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운동이라는 광고 컨셉에 맞추어 내놓은 곡이었기에 정확한 박자를 들려 주는 드럼 소리, 운동하는 움직임에 맞춰 들리는 중독성 있는 멜로디를 가진 곡.
광고의 효과는 마커스가 예상했던 대로 매출과 바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TV와 라디오를 제외하고 가장 먼저 음악이 흘러나온 곳은 수많은 피트니스 센터. 정현이 만든 음악은 ‘근손실 방지 음원’이라 불리며 운동하는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음악이 되어 있었다.
“와…. 벌써 5세트 다 끝냈어! 몇 세트는 더 할 수 있을 것 같아.”
“이야 3세트만 하면 안 되겠냐고 말하던 네가 그 정도라니. 근손실 방지 음악 효과가 역시 확실하구만.”
운동할 때 들으면 효과가 굉장히 뛰어난 데다가 무료.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지만, 전국의 피트니스 센터의 테마곡처럼 쓰이게 된 무브먼트의 광고 음악.
이렇게 피트니스 센터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곡이 전국을 뒤덮는 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광고에서 나온 음원이라는 것은 알지 못했지만, 멜로디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정도로 널리 퍼지는 데까지 고작 한 달.
그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자 스트리밍 사이트의 점유율에 변동이 생겨났다.
수박 플레이어가 1위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신규 업체인 무브먼트의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올라가기 시작한 것.
그리고 공지도 없이 삭제되어 더 이상 수박에서 유지현의 음악을 들을 수 없게 된 팬들은 왜 삭제가 된 것인지 항의하기 시작했다.
“고객님 그건 저희와 계약을 해 주지 않은 LJH 측 문제지 저희 측 문제가 아닙니다.”
[유지현 쪽에서 수박 플레이어와 계약을 해 주지 않는다고요?]“네. 고객님.”
아르테미스의 고객센터에서는 책임을 LJH와 무브먼트 쪽으로 진흙탕 싸움의 원인이 된 책임을 돌렸다.
***
“이제 슬슬 영국으로 돌아가셔도 되겠어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저도 이렇게 빠르게 점유율이 올라갈 줄은 몰랐습니다.”
아직 부족하다. 독점 계약이 되어있던 회사들의 계약이 여전히 풀리질 않았기에, 우리 쪽에서 제공하는 음악은 유지현과 에릭 그리고 시에스타뿐.
솔직히 말을 해서 나는 독점 계약으로 얘네들의 음악을 묶어 놓고 싶지 않았다. 다른 회사들과 계약을 해야 수익이 더 늘어날 테니까.
그런데 지난 한 달 동안 무브먼트의 점유율이 10%대에 가까워졌고, 수박 플레이어의 점유율이 45%까지 떨어졌음에도 독점 계약은 여전히 풀릴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그렇기에 나 역시 독점 계약을 풀 수가 없었다. 만약 풀게 된다면 아르테미스에게 끌려다닐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이야기를 마친 뒤에 방에서 마커스가 기분 좋게 나가고 혼자서 의자에 앉아 즐거운 생각에 빠져 있을 때,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노크 소리가 들려 왔다.
똑똑똑-
“네.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무브먼트 측 마케팅팀의 직원.
“사장님 큰일 났습니다. 아르테미스 쪽에서 고객들의 항의 책임을 저희 쪽으로 돌리는 바람에, 저희 쪽으로도 항의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응? 무슨 책임이요?”
정말 뜬금없네. 우리가 그 회사의 일에 책임질 일이 뭐가 있다는 거야.
“얼마 전에 음원 송출 계약이 끝난 유지현의 음악을 수박 플레이어에서 공지 없이 삭제했는데, 그 책임이 저희 쪽에 있다고 고객센터에서 답변을 했답니다.”
그게 왜 우리 책임이지? 자기네들이 다른 업체 독점 계약만 하지 않았더라도 우리 애들을 독점으로 묶을 생각을 하지 않았을 거다.
당연하게도 듣는 사람이 많을수록 수익이 더 많이 나올 테니까. 그러려면 여러 업체에 푸는 것이 더 이득이고.
“음…. 그 지난번 입수했던 다른 업체 독점 계약서 있죠? 그것 좀 가져다줄래요?”
“수박 플레이어의 독점 계약서 말씀이신가요?”
예전에 내가 참기만 했다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는지 머릿속에 떠오르자, 갑자기 확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책임 문제는 확실히 하지 않으면 나중에 뒷말 나와요. 계약서 가져다주시고 기자들 불러 주세요.”
감히 자기가 시작한 문제에 어디서 남 탓을 하고 있어.
***
각종 미디어는 정현이 기자 회견에 들고나온 아르테미스의 독점 계약서를 앞다투어 보도하기 시작했다.
공개된 내용은 대중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 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계약한 업체가 어디인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아르테미스 측에 음원을 독점 공급하겠다는 계약서였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스트리밍 플랫폼과 연예 기획사를 동시에 운영하는 아르테미스였다.
자체 플랫폼에서 독점적인 지위로 최초 공개를 할 수는 있다. 그것이 자체적인 플랫폼을 갖고 있는 업체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외부의 음원까지 독점 제공을 한다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아르테미스가 이 독점 문제를 주도적으로 일으켰다는 것이 알려지자, 수박 플레이어의 점유율은 수직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음원 독점 제공 계약을 맺었던 업체에서도 이탈이 발생했다.
계약할 때 계약금을 걸고 하는 계약이 아니었기에 위약금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거인인 조어진의 눈 밖에 난다는 것 정도일까.
지금까지는 그 조어진의 눈 밖에 나는 것이 무서워서 독점 계약을 해지하고 싶어도 해지하지 못하는 업체가 많았었다.
하지만 수박 플레이어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시선이 부정적으로 바뀐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자신들에게도 해를 끼칠까 싶은 마음에 발을 빼기 위해 아르테미스를 향했다.
“독점 계약 해지요?”
“네. 꼭 좀 부탁드립니다.”
“그러면 통상 계약으로 전환하시는 건가요?”
“그 문제는 다음에 계약할 때 협의 하도록 하죠.”
수박 플레이어의 통상 계약은 60% 수수료. 다른 업체들보다 10%를 더 내야 했기에, 당연히 독점계약 30%를 해지하고 통상 계약을 하려 하는 업체는 없었다.
그렇게 수박 플레이어에서 독점으로 제공되는 음원들의 숫자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사장님. 저희가 독점 계약했던 업체들이 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뭐야? 그런 걸 보고만 있었어? 안 돼! 절대로 안 돼!”
“수수료를 더 인하해 준다고 말을 해도 전혀 듣지를 않아서, 계약 해지를 거부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미 수박의 플랫폼 점유율은 40% 초반대. 얼마 지나지 않으면 30%대로 들어가게 될 거고, 그렇게 된다면 수수료를 높게 받았을 경우 아무도 계약하지 않게 된다.
지금까지 높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던 것은 50%가 넘는 점유율 덕분이었지만, 그런 것을 신경 쓸 사람이 전혀 없게 되는 것이다.
조어진은 이 진흙탕 싸움의 승자가 되고 싶었기에 책임을 모두 무브먼트 측으로 돌렸지만, 물속을 어지럽힌 미꾸라지라고 생각한 이정현이 아닌 자신의 목을 졸라 왔다.
“스트리밍 플랫폼 업체 측에 만나자고 해, 기자들도 부르고!”
“대체 어쩌시려고요…?”
“독점 방지 협약이라도 맺어야지!”
독점 방지는 업계에 흐르던 암묵적인 룰. 조어진은 자신이 그 규칙을 먼저 어겼다는 것을 잊은 채, 비서를 닦달해 업체 사람들을 불러모으려 했다.
음악이 싫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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