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hates music RAW novel - Chapter 145
144화
[제가 거길 왜 갑니까. 계약 해지했으니 이제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데.]“사장님 저, 조어진입니다. 저에게 이러셔도 되는 겁니까?”
[조 사장님 다른 이야기 없으면 끊겠습니다.]비서를 시켜 전화를 걸려고 했던 조어진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직접 수화기를 잡아들어야 했다.
평소 같으면 자신이 아닌 비서의 전화에도 깍듯하게 받았을 사람들이 전화를 피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조어진의 부름에 순순히 오겠다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빌어먹을, 내가 어쩌다 이렇게….”
처참할 정도로 나락까지 떨어져 버린 위상. 독점 계약을 해지한 다른 회사들은 즉각적인 곡 삭제를 요구하며, 수박 플레이어에 대한 보이콧을 시작했다.
그들이 모두 재계약을 해 주지 않은 것은 당연했다.
모두 지금까지 당해 왔던 수모를 갚아 주겠다는 마음으로 대하고 있었다.
조어진이 기대했던 독점 방지 협약은 오히려 다른 곳에서 시작될 조짐이 보였다. 아르테미스를 제외한 나머지 회사들이 힘을 모으기 시작했던 것이다.
기업들이 모두 수박 플레이어의 독점 계약 해지를 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 업계 1위인 아르테미스와 수박 플레이어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연예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의 연합이 시작되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독점은 있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진작에 서류상으로 독점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그것들을 어기신 분들이 이 자리에 있는 것은 불편하군요.”
영세한 규모였기에 독점 계약 제안조차 듣지 못했던 기업들은 아르테미스와 독점 계약을 맺었던 곳을 비난하고 나섰다.
업계 1위의 공룡이 쓰러졌으니 2위 기업인 ‘렉시’의 힘이 강해질 것이라고 생각했었지만, 렉시의 사장은 그 어떤 주장도 하지 않은 채 잠자코 사람들의 말을 듣기만 했다.
“애초에 불문율 아니었습니까. 시장의 독점이 어떤 일을 불러오는지 다들 알면서 어떻게 그런 계약을 할 수가 있었는지 저는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그때는 그 길이 유일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도 그랬고요.”
독점 계약으로 인해 피해를 본 곳은 영세한 연예 기획사들뿐만이 아니라, 낮은 점유율이었지만 음악 스트리밍을 하던 회사들 역시 마찬가지.
그들이 날린 화살에서 벗어날 수 있는 회사들은 모두 소규모였고,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회사들은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이런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독점 방지를 문서화해야 합니다!”
“크흠…. 당연히 특정 플랫폼 최초 공개 따위도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겠지요?”
“상생을 위해서 있어서는 안 되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무브먼트에서 벌이는 유지현 앨범 최초 공개 따위도 있어서는 안 됩니다.”
공산주의를 이야기하는 철학자들처럼 상생을 주장하기 시작한 회사들 역시, 이번 일에서 그 죄가 가볍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호랑이 없는 곳에서 여우가 왕이라고 주장을 하듯 자신들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지난번의 독점사태에서 발생한 손실이 어마어마했기 때문.
한편으로는 아르테미스를 향해 손실 보전을 요구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런 요구를 들어줄 리가 없었기에, 이 자리에서만큼은 자신들이 손해 보지 않는 거래를 하고 싶었다.
그렇게 다들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해 입을 여는 자리에 이번 사태가 벌어지게 만들었다고 여겨지는 이정현은 보이질 않았다.
“오늘 이정현 사장이 오긴 오는 거요?”
“무브먼트 측에서는 참석을 하지 않을 것이라 했습니다.”
“…아니 그러면 우리끼리 모여서 이렇게 수다나 떨자고 했다는 말이요?”
“우리 회의에서 나온 결과들을 따라 달라고 해야지요. 제까짓 게 아무리 해외에서 아무리 잘나간다고 하더라도, 안 따르고 배기겠습니까? 이곳에 모인 사람들이 대한민국 연예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말입니다.”
확정되지도 않은 일이었지만 당연히 정현이 자신들의 의견을 따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사장단. 그들에게 불안감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었다.
***
진흙탕 막장 싸움에서 승자가 된 기분은 썩 좋지만은 않았다.
어느덧 사업을 시작한 지 세 달이 지나 수박의 점유율이 30% 밑으로 떨어지고, 무브먼트의 점유율이 10%가 넘었다고 하더라도 큰 의미 있는 숫자라고 보기는 어려웠으니까.
마커스는 한국의 상황이 안정되었다고 판단했는지, 유니버설의 경영을 위해 영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나는 회사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고용해야 했다.
기존에 아르테미스와 독점 계약을 맺었던 회사들 역시 다른 스트리밍 플랫폼들과 계약을 맺은 것처럼, 무브먼트와도 맺어 줄 것이라 생각했지만 나의 생각은 전혀 들어맞질 않았다.
“그래서 여전히 다른 회사들은 계약을 해 주지 않는다고요?”
“네, 사장님. 완고합니다.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저희들에게 음원을 제공해 주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솔직히 요구를 들어줘도 상관은 없는데, 기분이 나쁘네요.”
기존에 아르테미스와 독점 계약을 맺어 주었던 회사들은 이상한 조건들을 내밀면서 우리와 계약을 맺어 주질 않았던 것.
나는 당연히 수박 플레이어의 진상질이 없어지면, 우리 아티스트의 곡들도 무브먼트에 독점으로 제공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하루나 이틀의 선독점 공개도 해서는 안 된다고 말을 하는 건 너무 하잖아.
같은 회사 안에 있는 계열사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마케팅적인 측면에서는 어디에서건 일어날 수 있는 이벤트다.
오히려 해외에서는 독점 플랫폼이 훨씬 많다. 왜냐, 돈이 되니까.
하지만 이들은 형평성의 문제라 이야기를 하며 자신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무브먼트와도 계약을 해 주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 이상한 조건들을 내걸었다.
그래, 해 줘도 된다. 음원을 공개해서 나오는 수익은 어차피 내 주머니에도 들어오게 되는 것이니까.
그래도 그걸 강제로 규정하는 건 좀 선을 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무시해요. 그런 조건들까지 수락하면서 굳이 계약할 필요는 없어요.”
마커스가 한국을 떠났기 때문에 지금 나는 무브먼트까지 관리해야 하는 상황. 당연히 많은 수의 음원을 얻는 것이 많은 수익을 얻는 일로 연결된다.
그렇지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조건들까지 받아들이며 억지로 계약을 얻어낼 필요는 없지.
싫으면 말라지 뭐. 이 좁은 한국 땅에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계약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른 직원들에게도 전달해 두겠습니다.”
확실히 한국의 회사원들은 다른 나라의 직원들에 비해 시키는 일을 잘했다. 딱딱한 말투와 윗사람의 말을 절대적으로 따라야 한다는 마인드를 가진 직원들.
나는 솔직히 불편하다. 그들의 의견을 듣고 싶었지만, 마치 자신의 의견 따위는 없다는 것처럼 아무런 말도 해 주질 않았다.
“이번에 경력직 말고 신입으로 들어온 사람 전부 점심시간에 29층에 있는 회의실로 와 달라고 해 주시겠어요?”
“네!”
“점심 같이 먹게 호텔 케터링 서비스에 연락해 주세요.”
점심시간에 모아 달라고 말을 하는데도, 밥을 먹고 모이는지 안 먹고 모이는지조차 물어보질 않는다.
미국이나 영국이었다면 상상도 하지 못할 일.
다른 의미로 대단하다.
어쨌거나 회사의 규모를 이 이상 키울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음원의 양을 늘리려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몇 시간 뒤에 회의실에 모여든 신입 사원들. 회사 내 대부분의 직원을 경력직으로 고용했기에 회의실에 모인 사람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대략 서른 명 정도일까.
그래도 나와 크리스 그리고 에릭 세 명으로 시작했던 프레스턴과 비교하면, 여전히 열 배는 많은 숫자지.
물론 나는 음악 산업에서 숫자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한두 명이 만들어서 크게 히트를 쳐 버리면 시장의 전반적인 파이를 가져가는 이상한 구조를 갖고 있는 곳이 바로 음반 시장이었으니까.
캐터링 업체에서 가져온 음식을 접시에 옮겨 담기 위해 직원들의 뒤에 줄을 서자, 나를 이상한 눈초리로 보기 시작했다.
“…저, 사장님.”
“네?”
“먼저 담으시겠습니까?”
“담으세요. 저도 줄 서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 나는 이런 모습이 불편하다고.
어떻게 보면 줄을 서고 있다는 것은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한 것인데, 그걸 지킬 생각은 하지 않고 윗사람에게 먼저 하라고 말을 한다.
이게 한국식 마인드겠지.
하지만 내가 필요한 건 내 말을 무조건 따라줄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말해 줄 사람이다.
“다들 제 눈치 보지 마시고 드시고 싶은 것 마음껏 드세요. 오늘 점심은 제가 쏘는 거니까요.”
““감사합니다!“”
어후, 시끄러워.
건물 전체가 울리는 듯한 목소리가 귓가를 어지럽혔다.
그래도 메뉴가 꽤 괜찮네. 역시 호텔 케터링인가.
맛있게 먹고 너희들의 의견을 말해 봐라.
점심을 먹고 컵에 커피까지 담아 긴 탁자의 끝에 만들어진 내 자리에 앉았다.
누가 먹지 말라고 한 것도 아닌데 내가 눈치를 주는 것 같은 느낌이라, 오히려 내가 더 체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호텔 케터링의 밥은 맛있었지만, 커피는 아니었다. 꽤 씁쓸하기만 한 커피의 맛은 아서가 끓여 주는 밀크티가 그리워지게 만들 정도였으니까.
다들 식사를 끝냈다 싶었을 무렵 나는 자리에 꽂힌 마이크를 통해 말을 꺼냈다.
“다들 식사는 맛있게 하셨습니까?”
““네!“”
신입 사원이라는 호칭에 걸맞은 패기가 담긴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딱딱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기에 적당히 하고 넘어가 주었으면 좋겠는데….
지금까지 적당히 긴장을 풀 수 있을 만한 시간을 주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모자랐을 수도 있고, 아니면 사장과 한자리에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긴장했을 수도 있지.
내 예상과는 달리 분위기는 온화해지지 않았고, 이들은 훈련소에 갓 들어온 훈련병들보다 더 딱딱하게 굳은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다들 긴장하신 것 같으니까 빠르게 끝낼게요. 점심시간 동안 못 쉬시는 건, 이 시간이 끝나고 나서 30분 정도 휴식 시간을 갖는 걸로 대신하겠습니다.”
점심시간에 쉴 시간이 없다는 것은 힘든 일이지. 나도 밥 먹고 30분은 적당히 누워 있어 줘야 소화가 된단 말이야. 그러니 이들의 휴식 시간을 빼앗은 만큼 돌려주어야 했다.
어쩌면 내가 지금 괜한 짓을 하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중대형 연예 기획사의 음원들을 제공받을 수 없을 것 같아 보이는 이 시점에, 괜찮은 음원들을 찾아낼 수 있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어 보였다.
“회사에 들어오신 지 얼마 안 된 여러분들에게 꺼낼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현재 회사가 위기에 빠졌습니다. 아! LJH 뮤직 측이 아니라 무브먼트 쪽입니다.”
안 그래도 긴장하고 있던 직원들의 얼굴은 창백해져 갔다. 조금은 웅성대고 있던 사람들마저 다들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걱정하지 마라. 회사 어렵다고 고용한 지 한 달 만에 자르겠다는 건 아니니까.
이렇게 때 타지 않은 신입들을 향해 나는 소리쳤다.
“제가 아니라 바로 여러분들이 그 위기를 해결해 줄 열쇠가 될 겁니다!”
누군가는 내게 아는 것 하나 없는 신입 사원이 어떻게 회사의 위기를 헤쳐나갈 열쇠가 될 거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어볼지도 모른다.
글쎄, 나는 경력직이 아닌 신입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잔뜩 움츠러든 신입 사원들을 향해, 우리 회사의 어려움을 해결해 줄 방법을 말하기 시작했다.
음악이 싫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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