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hates music RAW novel - Chapter 146
145화
“지금 여기에 앉아 계시는 여러분들은 앞으로 인디, 언더그라운드 공연들을 다니시게 될 겁니다. 여러 공연들을 다니면서 괜찮다 싶은 아티스트가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제보를 해 주세요.”
남들도 다 하는 길거리 캐스팅. 길에서 괜찮아 보이는 사람에게 명함을 주며 우리 회사에 오라고 말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키우는 데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데, 언제 그렇게 키우고 앉았어.
언더그라운드, 인디 밴드들이 활동하는 곳에는 버스킹을 하는 많은 새싹들도 있으니, 나는 차라리 알아서 잘 자란 아티스트들을 데려오는 것이 훨씬 나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공연을 보러 다니면서 티켓 값은 모두 회사로 청구하세요. 업무 비용으로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우와아!””
“단! 메이저 가수들의 공연을 보러 다니시는 것에는 지원해 드리지 않을 겁니다.”
이미 남들의 어항에 담겨 있는 물고기를 보러 가는 것에 돈을 쓰는 건 돈 아까운 일이니까. 아, 물론 아쿠아리움에 가는 것은 나도 좋아하지만 그건 일이라고 볼 수 없잖아?
“질문이나 의견이 있으신 분들은 말씀해 주세요.”
질문을 해 달라고 말을 하자마자, 회의실을 가득 메운 웅성대던 소리가 갑자기 사라졌다. 마치 누군가가 말을 하면 안 된다고 말이라도 한 것처럼.
항상 자기들의 주장을 말하던 시끄러운 LA와는 정반대의 분위기.
“그냥 영입을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데려오는 것까지 해야 하나요?”
“데려오는 것은 여러분이 아닌 캐스팅 매니저가 하실 겁니다.”
첫 질문의 물꼬를 튼 직원은 무슨 일을 하길래 데려오는 것을 겁내는 걸까. 조금 궁금하기는 했지만,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억지로 시킬 생각은 없다.
게다가 신입들이 캐스팅에 투입되는 것은 조금 무리수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나는 내일 아침 신문에 사건 사고로 1면에 우리 회사 직원들이 나오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신입들의 눈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직접 캐스팅을 하는 것은 무리. 게다가 그렇게 직접 캐스팅을 하려다가 혹시나 문제라도 생기면 곤란하니까 이런 것은 캐스팅 매니저가 직접 해야 한다.
한 여직원은 조심스럽게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왜, 저희 신입들만 부르신 건가요?”
“경력직으로 들어오신 분들이 아니라 여러분들을 이 자리에 모은 이유를 알려 드릴게요.”
그래 이렇게 궁금해하기를 원했다. 경력직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머리가 너무 굳어 있어서 질문을 하기 전에 시킨 일부터 하려 하는 것이 문제.
그래서 나에게 이렇게 질문도 하고 자신의 의견도 넣을 줄 아는 사람이 필요했다.
“이 바닥에서 경력을 갖고 계신 분들은 분명 성공할 만한 사람을 볼 줄 압니다. 그건 제가 장담할 수 있죠. 하지만 그분들은 모험을 하려 하지 않아요. 모험을 하는 것은 신입으로 들어오신 여러분들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사실 음악 산업은 도박이다. 보장된 수입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성공할지 못 할지 알 수도 없는 것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야 하니까.
그 엄청난 투자금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보장은 전혀 없다. 사실 돈을 원한다면 은행에 넣어두고 이자를 받는 것이 가장 확실하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겠지.
경력이 있는 사람들은 안정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사람들을 뽑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 외모가 중시되는 바닥이니만큼, 외모가 뛰어난 사람을 뽑아서 보컬 트레이닝을 시키겠다는 생각이 많을 수밖에.
당연히 외모를 바꾸는 것보다 보컬 트레이닝을 시키는 것이 쉽다고 생각하니까. 성형으로 예뻐지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들은 단지 음악만 좋다는 이유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성공을 하고 싶지, 모험을 즐기려 하지 않는다. 다른 말로 이야기하자면 패기가 없다고 해야 할까.
자신이 데려온 아티스트가 데뷔를 하고 흥행을 하면, 그만큼 보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모험을 하는 것보다는 확실하게 흥행할 수 있는 사람들만 영입하려 하는 경향이 있다.
“저….”
“네, 말씀하세요.”
“공연을 여자친구와 함께 가도 되나요…?”
아, 그걸 생각 못 했네. 공연을 혼자 보러 가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 그나저나 이 질문을 하는 직원이 여자친구가 있단 말이야?
질문을 한 직원의 얼굴을 보고, 나는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최대한 표정 관리를 했다.
“한 명까지만 동반 허용입니다. 또 다른 질문이나 의견 있나요?”
“데려오는 것은 어떻게 하면 되나요? 저희는 명함도 아직 받질 못했는데….”
“휴대폰으로 영상을 찍어 여러분의 직속 상관에게 보내 주세요. 그러면 제가 그 영상을 보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사람을 캐스팅을 할 겁니다.
여러분은 공연을 잘 즐기시면서 휴대폰으로 영상을 남겨 여러분의 상관에게 보내시면 됩니다.”
질문의 문이 열리자 나머지 사람들은 그 문을 열고 모두 뛰쳐나오려는 듯이 달려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질문의 바닷속에서 헤엄을 치듯 답변을 해 주어야 했다.
초등학생들처럼 손을 들고 질문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질문자를 일어서라고 할 걸 그랬나 보다. 멀어서 얼굴이 잘 보이질 않았다.
이제 막 고등학생을 졸업한 것처럼 보이는 단발머리의 여직원이 손을 들었다.
“네. 거기 단발머리 하신 분.”
“그 아는 사람이 실용음악과를 다니고 있는데, 공연이 아니라 지인을 추천해도 되는 건가요?”
“영상으로 남길 수만 있다면 누구라도 상관없습니다. 단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는 것만으로 키울 아티스트를 찾는 것이 아니라 즉시 전력감으로 쓰일 만한 사람을 찾는 것이라는 걸 염두해 두세요.”
회의실 안의 웅성거림이 더 커진다. 어쩌면 이런 상황을 혼란스럽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내가 방금 뱉은 말 때문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추천할지도 모르지만, 영상을 보고 실력을 판별한 뒤에 계약을 할 것이기 때문에 상관은 없었다.
방을 가득 채운 서로의 옆에 앉은 사람과 의견들을 주고받는 소리들. 이런 말들을 나에게 해 주었으면 좋겠는데, 나에게 닿지 않게 자기들끼리만 이야기하는 게 조금 슬프네.
나랑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는데.
“의견이 있으시면 옆 사람이 아니라 저에게 이야기해 주세요.”
“저희는 다른 회사처럼 오디션을 보지는 않는 겁니까?”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 온다. 질문을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보지는 못했지만, 이 질문의 답은 정해져 있다. 굳이 오랫동안 고민할 필요도 없지.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지금 누군가를 키워내기 위해 새싹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이미 어느 정도 이상의 실력을 갖고 있는 사람을 찾는 겁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오디션을 열어 우리도 연습생을 찾아야겠죠.”
내가 적극적으로 일을 하지 않아서 우리 회사에는 아직 아티스트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사람이 세팀밖에 없다.
한국에는 많은 연습생들을 보유하고 키워내는 것을 목표로 삼은 회사들이 비교적 많지만, 키워내는 것에는 최소 1년에서 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지.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그런 시간이 없으니 오디션을 보는 건 사치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야 하는 입장이 되었으니까.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을 TV에서 방영하고 있지만, 이것들 역시 아마추어들 사이에서 실력이 좋은 사람들을 뽑기 위한 방송.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제까지 일반인이었던 사람들이 슈퍼스타의 자리로 올라가는 현장에 함께하기를 원한다.
그렇지만 오디션이 끝남과 동시에 싱글이 아닌 정규 앨범을 바로 발매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 싱글로 간을 보는 것은 가능성을 시험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오디션 종료 후에 바로 정규 앨범을 발매한 건 ‘악동들’ 정도일까. 음반 시장의 트렌드가 정규 앨범보다는 싱글을 위주로 돌아가고 있는 것도 하나의 이유일 수 있겠지.
“사장님, 만약에요.”
“네, 만약에?”
검은색 뿔테 안경을 쓴 남자 직원이 손을 들고 질문을 시작했다. 꽤나 자유로운 회사 분위기와는 다르게 정장을 입고 있는 것을 보면, 회사원이라는 분위기를 내고 싶은 걸까 싶다.
“제가 캐스팅하려는 사람의 나이가 많더라도 상관이 없는 건가요?”
“나이가 적으면 대중에게 어필하기 쉽겠지만 많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회사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하지 않고 음원에 대한 계약만 하는 방법도 있으니까 너무 부담 갖지는 마세요.”
그 이후로는 질문할 사람이 없었는지 손을 드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아쉬운 건 제대로 된 의견을 내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
물론 물어볼 것들이 많은 것은 알겠는데, 이 한국 땅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말해 주기를 바라는 건 내 욕심일까.
“자, 그러면 자세한 내용은 제가 사내 메일로 보내드릴게요. 그 메일을 통해서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여러분의 많은 참여가 필요합니다.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불이익이 있지는 않을 테니까 편한 마음으로 참여해 주세요.”
나는 어릴 때 내가 나이를 먹으면 긴장하지 말라거나 편하게 마음먹으라는 소리를 안 하게 될 줄 알았는데, 그런 말을 하는 어른이 되어 버렸구나…. 씁쓸하네.
긴장하지 말라는 말이 그렇게 싫었었는데 말이지.
그렇게 씁쓸한 마음을 뒤로한 채 신입 사원들과의 점심시간은 끝이 났다.
그다음으로 할 일은 관리직을 모아서 보내지는 동영상을 검수하는 일을 설명하는 것.
이날 오후에 사장실로 모여든 각 파트별 부장들.
LJH 뮤직은 임원이 없는 구성이었고, 무브먼트는 50%만 내 회사.
그래서 무브먼트 쪽 사람들은 내가 말하는 것에 대한 의구심을 풀지 못했다.
보장된 성공이 아닌 큰 리스크를 지고 가겠다 하는 것으로 보였겠지.
“인지도가 전혀 없는 아티스트들의 음원을 계약해서 무브먼트에 올려놓는다고 해서 듣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당연히 듣는 사람이 없겠죠.”
“그렇다면 어째서….”
어째서 매출은 나오지 않고 용량만 차지할 음원들을 수집하느냐고 묻는 무브먼트 총괄부장.
엄청나게 많은 음원이 계약되어 있는 유니버설에서 넘어온 사람이기에, 이런 걱정은 해 본 적이 없을 거다.
음반 시장은 듣는 사람이 없으면 매출이 나오지 않는다. 아주 단순한 이야기.
그렇다면 아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 가수의 음원이 팔리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말장난 같겠지만 아는 사람이 많아지도록 만들면 되는 것. 다른 연예 기획사들이 방송국 사람들에게 하는 앨범 영업은 전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이다.
그러니까 일단 앨범을 만드는 게 가장 급한 일. 앨범을 만들어야 영업을 하건 뭘 하건 해서 인지도를 올릴 수 있을 테니까.
나는 얼굴에 물음표를 띄운 채 자신의 궁금증이 해소되기를 바라는 총괄부장을 향해 말했다.
“재능과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사람들을 찾아서 즉시 전력으로 쓰겠다는 거지, 그들의 음원을 고스란히 등록한다고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결국에는 아마추어 오디션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인디 씬에서 뛰는 사람들이 아마추어와 차별점을 갖는 것은 딱 한 가지. 바로 무대 매너.
이 무대 매너는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경험이 없는 아마추어를 바로 무대에 올리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나올 테니까.
“여러분들은 신입 사원들이 보내 준 영상을 보시고 팔릴 것 같은 보컬이나 연주 실력을 가진 사람을 찾으면 됩니다. 팔 수 있도록 다듬는 일은 제가 할 테니까요.”
난 하이리스크를 짊어지고 하이리턴을 먹을 거니까.
음악이 싫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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