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hates music RAW novel - Chapter 147
146화
신촌 부근의 라이브 클럽에서 활동하는 인디 밴드 ‘샤미라’.
샤미라의 멤버는 보컬인 민주영을 제외하면 모두 남자로 인디 밴드에서는 보기 드물지 않은 혼성 그룹이다. 한국에 존재하는 여타 밴드들이 그렇듯 다른 유명 밴드의 곡을 커버해서 사람들을 모으고, 자신들의 오리지널 곡을 한두 곡씩 섞어서 공연하고 있었다.
내일은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라이브 클럽 정기 공연날.
한참 동안 홍대에 있는 합주실에 모여 서로의 합을 맞춰 보던 중에 민주영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지난번에 우리 앨범 내주겠다던 곳은 어떻게 됐어?”
“어, 어?”
밴드 리더이자 기타를 맡고 있는 오재혁은 민주영의 말에 대답을 얼버무렸다.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민주영이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이 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몇 시간 동안 합주를 지속했기에 온몸에서 땀을 흘리고 있던 재혁. 주영의 눈에는 재혁이 흘리는 식은땀이 보일 리가 없었다.
“…또 엎어졌어?”
“그렇게 됐네…. 미안하다.”
“아니야, 네가 미안할 게 뭐가 있어. 이 빌어먹을 인디 바닥에서 여성 보컬을 쓰게 하는 내가 미안하지.”
“주영아…! 그런 거 아니야. 그냥 거기는 우리 곡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런 거지….”
최근의 트렌드를 따지자면 혼성 그룹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남자나 여자 한쪽의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한가지 성으로 통일이 되어야 하는 것이 일반적.
혼성 그룹이 되면 팬덤의 성격이 모호해져 사람들의 호응을 얻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도 몇 번이나 들어왔다.
팔릴 리가 없는 인디 밴드의 앨범을 내주겠다는 음반 회사의 제안은 고마웠지만, 몇 년 동안이나 함께해온 멤버를 바꾸라는 조건은 너무 가혹했다.
그렇기에 오재혁은 곡 핑계를 댈 수밖에 없었다.
“그냥 우리도 개인적으로 디지털 싱글로 내면 안 돼? 그건 회사 없어도 된다고 하던데…?”
“어디에서 듣고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그걸 생각해 보지 않은 건 아니야 주영아. 우리 돈 들여서 낼 수는 있어. 그런데 마스터링이랑 편곡같은 건 어떻게 할 건데?”
“그것도 레코딩 스튜디오에 해달라고 부탁하면….”
“그래 돈이 얼마가 들어가건 할 수는 있지 그런데 팔릴까? 우리 돈 수백 수천만을 들여서 스트리밍 플랫폼에 올릴 수는 있는데, 우리 알바비 전부 모아도 부족해….”
“…….”
밴드 음악을 너무 좋아했기에, 아르테미스의 아이돌 연습생이 되라는 캐스팅 제안도 거절했었다. 그리고 조금만 기다리면 자신의 목소리가 입혀진 곡이 발매가 될 것이라는 작은 희망 하나만 품고 살아가고 있었다.
아이돌들은 그렇게 밥 먹듯 쉽게 발매하는 싱글 앨범. 그런데 그 한 곡을 발매하는 것마저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오재혁은 민주영에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위탁 판매 비용과 수수료를 제하면 곡당 기대되는 수익 자체가 없었다.
아는 사람만 들어 주는 인디 밴드의 곡을 아이돌들의 곡과 비교하는 것이 우습지만, 스트리밍 업체는 아이돌의 곡과 비교해 수익성 자체가 없다고 그마저도 받아 주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오재혁은 민주영을 향해 이렇게 말해야 했다.
“우리 그냥 공연으로만 만족하면 안 될까…?”
“오빠.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우리 이름 박힌 앨범 하나만 내 보자고 이렇게 달려온 거잖아….”
“그래 나도 그게 꿈이야. 기타를 손에 쥐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것 하나만 바라보고 달려온 거고. 슈퍼스타? 그런 건 꿈도 꿔 본 적 없었어. 그런데 현실이 이렇잖아.”
민주영은 항상 같은 꿈을 꾸고 있던 동료의 입에서 흘러나온 현실이 너무 실망스러웠다. 어쩌면 자신이 너무 꿈속에서만 살아 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 현실. 지랄같네. 엄마가 실용 음악과 간다는 거 말릴 때 그냥 엄마 말 들을걸….”
“미안하다…. 곡이 조금만 더 좋았더라도 이러지는 않았을 거야.”
혼성 그룹이고 나발이고 결국에는 음악 말고는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것이 가장 컸는데, 그 곡마저 대중을 사로잡을 만한 매력이 크지 않았다.
민주영과 오재혁의 대화에서 묻어나온 현실이 나머지 멤버 둘의 마음마저 처지게 만들었던 그때.
똑똑똑-
합주실을 사용하기로 한 시간은 한참 남아 있었기에 들릴 리가 없는 노크 소리가 들려 왔다.
방음 처리되어 있는 문에 조그맣게 나 있는 작은 창. 그 창만으로는 누가 노크를 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안에서 들어오라고 아무리 말을 하더라도 외부에 들릴 일도 없었고.
오재혁은 속으로 조금은 다행이라고 여겼다. 분위기가 한참 동안이나 얼어붙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곧장 문으로 다가가 손잡이를 잡고 돌렸다.
“사장님 저희 아직 시간 남았는데… 요?”
문 앞에 있는 것은 항상 보아오던 합주실의 사장님이 아닌 정장을 입은 남자와 여자. 남자는 40대로 보였고 여자는 20대로 보여서 누가 보아도 부부나 커플로 생각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연습하시는데 실례합니다. 여기 계신 분들이 밴드 샤미라의 멤버 맞으시죠?”
“네…. 맞는데, 누구…세요?”
재혁은 인디 바닥에서 10년을 넘게 버텨온 지금까지, 숱하게 널려있는 사기꾼들을 마주했다. 자신들만 믿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말과 건네받은 명함들만 모아도 과장을 조금 보태서 한 트럭은 될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이 입은 정장을 보고 조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이 바닥에서 정장은 비난의 대상이자 사기꾼들의 유니폼. 자신들의 적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저희는 LJH 뮤직 컴퍼니에서 나온 캐스팅 매니저입니다. 여기 명함.”
재혁의 눈에 남자가 지갑에서 꺼내 건네준 작은 명함에는 분명 LJH 뮤직 컴퍼니라는 글자가 보였다.
인디보다도 더 인구가 적다고 알려진 클래식부터, 메이저 중의 메이저인 아이돌 음악까지 모든 분야에서 성공한 이정현이 만든 회사.
“LJH에서 저희를 왜…?”
“저희 사장님께서 캐스팅해 오라고 하셔서 말이죠. 혹시 계약된 회사가 없다면 저희와 함께하는 것은 어떠십니까?”
“사기 치지 마세요…. LJH에서 저희를 데려갈 이유가 없잖아요…. 어디에서 오신 건지는 모르겠는데 저희 이런 어수룩한 사기에 넘어갈 사람들 아니에요.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돌아가요.”
너무 말도 안 된다는 생각에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던 사기 치지 말라는 말까지 입 밖으로 나와 버렸다.
“이 바닥에 얼마나 사기꾼이 많은지 다들 믿지 못하시더군요. 그러면 믿으실 수 있게 계약은 삼성동에 있는 LJH 빌딩에서 하시죠.”
남자가 작게 웃으며 말할 때, 재혁의 등 뒤로 주영이 다가와서 물었다.
“재혁 오빠. 누군데?”
“이거 꿈이네. 꿈이야. 평소의 주영이가 보여서 꿈이 아닌 줄 알았잖아. 이런 게 자각몽인가…. 다행이네, 지금이라도 꿈인 걸 알아서 더 지났으면 깨어났을 때 허무해서 울 뻔했잖아….”
“뭔 소리야? 정신 차려! 갑자기 꿈이라니!”
재혁은 자신에게 찾아온 행운에 이 모든 것이 꿈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주영은 꿈이라는 말만 반복하는 재혁의 몸을 붙잡고 정신을 차리라며 흔들었다.
“꿈 아냐? LJH에서 우리를 데려가겠다고 하는데! 이게 꿈이 아니냐고!”
“L…JH? 이정현?!”
재혁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인디 전문 레이블에서도 혼성 그룹은 최근 트렌드에 맞지 않다는 말과 함께 거절당했었는데 LJH 라니.
“꿈 아닙니다. 계약을 원하신다면 언제라도 LJH로 찾아오시면 됩니다. 아까 제가 드린 명함을 로비에서 보여 주시면, 제 사무실로 오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회사에서 뵙도록 하죠.”
캐스팅 매니저는 그 말을 끝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합주실에 남겨진 샤미라 멤버 넷.
정해진 시간이 끝날 때까지 합주실에서는 숨 쉬는 소리 외에 다른 소리가 들려 오지 않았다.
***
“생각보다 꽤 많네.”
새롭게 회사와 계약한 인디 밴드들이 가져온 수백 개의 곡들. 손을 조금만 대면 괜찮아질 것 같은 곡들이 너무 많았다.
고등학교 때 밴드 멤버들이 좋아하던 곡들이 떠올랐다. 물론 그 곡들은 전부 세계 유명 그룹들의 음악들이었지만, 그때 그 색깔들이 느껴졌다.
어쩌면 이런 것이 예전 추억에 빠지는 느낌인지도 모르겠다.
Rrrrrr-
아, 작업실에 전화기 놓자고 한 건 대체 누구냐. 흐름이 끊겨 버렸잖아. 곧 있으면 한 곡 끝낼 수 있었는데.
나는 꼭 이 전화기를 없애야겠다고 생각하며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네, 사장님. 사장님께서 꼭 계약하라고 말씀하셨던 샤미라 계약 성공했습니다. 지금 회사에 왔어요.]“아, 그래요? 잘됐네요. 수고하셨어요.”
[저 그런데….]얼른 말해! 나는 말을 흐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그런데요?”
[계약 조건에 사장님 사인을 해 주기로 했거든요. 그래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혹시 사인 네 장만 해 주실 수 있나요?]“하아…. 또요?”
[죄송합니다. 저희는 계약서에 아무 말도 해 놓지 않았는데, 꼭 받고 싶다고 해서….]“캐스팅 매니저실이죠? 지금 갈게요.”
[감사합니다, 사장님!]애초에 계약서에 써 있지도 않은데, 처음에 내 얼굴을 봐도 못 믿으며 LJH라는 증거를 보이라고 해서 사인을 해 준 것이 잘못이었나.
이후로는 내 이름이 박혀 있는 건물을 보면 믿을 테니, 못 믿으면 회사로 부르라고 했다.
대체 누가 소문을 낸 건지는 모르겠지만, 계약을 하는 인디 밴드 쪽에서는 우리 회사와 계약을 하는 증거로 내 사인을 받는 것이 표준 계약처럼 되어 버렸네.
샤미라는 내가 생각할 때 인디 밴드들 가운데 가장 많은 가능성을 보이는 음악을 하고 있었기에, 꼭 계약해 오라고 말했던 밴드.
열악한 인디 밴드 판에서 가장 높은 티켓 파워를 가진 그룹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보컬과 음악의 색이 독특했다. 잘만 만져 준다면 성공할 만한 중독성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기에 귀찮더라도 나는 캐스팅 매니저실로 향했다.
뒷머리를 긁으며 문을 열고 캐스팅 매니저실을 열고 들어가자, 나를 잠깐 쳐다보곤 목인사를 한 뒤 다시 일을 하기 시작하는 사람들.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는 안절부절못하는 눈치였는데, 요즘에 자주 왔더니 이제는 그냥 다른 사람을 대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눈치.
나는 사람들에게 가볍게 답례를 하고 안쪽에 있는 작은 회의실로 향했다.
똑똑-
-들어오세요.
안에서 작게 들려 오는 목소리.
얼굴을 마주한 적 없이 영상으로만 보았기에 멤버들의 성격이나 여러 가지 것들을 알지는 못했다.
내가 아는 것은 인디씬에서 마주하기 어려운 여성 보컬 락 밴드라는 것 정도.
문을 열고 들어간 작은 방 안에 앉아 있는 일곱 명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캐스팅 매니저실장과 이번에 캐스팅을 맡은 직원 그리고 영상에서 보았던 샤미라의 멤버 네 명까지 여섯 명이어야 할 회의실.
그런데 그 안에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얼굴을 마주했다.
“형, 오랜만이에요.”
응? 네가 왜 여기에 있어?
너무도 반가운 얼굴이 이 자리에 있었다.
음악이 싫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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