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hates music RAW novel - Chapter 149
148화
“다시! 자꾸 오버 드라이브 이펙터 쓰듯이 끝 음을 길게 끌고 가지 마세요. 와우를 조금 더 주셔서 소리가 울리게 해 주시고.”
[죄송합니다….]오늘은 샤미라의 곡을 실제 악기로 덧입히는 날. 오랫동안 버릇이 들어 버린 연주 기법을 통째로 바꾸지는 않았지만 사소한 것들을 조금은 들어내야 했다.
가장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 것은 기타.
팀의 리더인 기타리스트 오재혁이 끌고 나가던 샤미라는 인디 씬에서도 그렇게 인기가 많은 편은 아니었는데, 내 생각에는 그 이유가 곡의 방향과 어울리지 않는 기타 주법에 있다고 생각했다.
누가 봐도 오재혁의 연주 스타일은 하드락 계열이었으니까. 어쩌면 샤미라 멤버들에게는 그렇게 다른 밴드와 차별점을 두는 연주 방법이 차별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모던락에서 하드락의 연주 스타일을 쓰는 밴드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니, 하나의 매력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겠지.
그런데 그것을 장점으로 살리지 못했다면 굳이 고집해야 할 이유는 없잖아.
한 방에 갈기는 하드락 계열의 음악이 시원시원한 고음과 어울리게 된다면 시너지가 나올 테지만, 보컬인 민주영의 목소리는 샤우팅을 하며 질러 대는 스타일의 목소리가 절대로 아니었다.
오히려 조곤조곤하게 속삭이는 듯한 창법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보컬을 데려다 놓고 곡에 맞춰 샤우팅을 쓰라고 했기 때문에, 이들의 음악은 크게 인기를 끌기 어려웠던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원하지 않으면 억지로 바꿀 필요는 없어요.”
[그 곡을 들은 다음에 바꾸지 않겠다고 말을 하는 건 미치지 않고서야 불가능해요! 부탁드립니다. 할 수 있어요!]토크백 마이크의 버튼을 눌러 바꾸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말을 했지만, 오히려 의욕이 가득 찬 것은 내가 아닌 오재혁.
“다시! 힘을 조금 빼고 연주해 봐요. 아직도 스트로크가 메탈음악을 듣는 것 같아요.”
[네!]나는 오히려 조금 빠르게 끝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기타 말고도 베이스와 드럼 그리고 보컬까지 뒤를 이어 녹음해야 했으니까.
물론 당연히 하루 만에 녹음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열정으로 가득 찬 오재혁을 교정하는 데 3일이라는 엄청난 시간이 들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번 주 내에 샤미라를 시작으로 수많은 인디 밴드들의 신곡 발매를 하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이렇게 내가 일일이 작업을 한다면 몇 개월이 걸릴지도 모를 정도로 많은 양.
제대로 된 사운드 엔지니어를 구할 수 없어서, 레코드 엔지니어만 데려다 놓고 녹음을 하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내가 할 일이 너무 많다.
에릭의 곡을 녹음할 때는 전자 악기만 사용해서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는 않았었는데, 오히려 지금은 라이브 음원을 사용했기에 신경 써야 하는 부분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으니까.
어렵사리 오재혁이 연주하는 기타 녹음을 마치고 나서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 채로 사무실로 돌아왔다.
내가 사무실에 들어오는 길에 따라서 들어온 총괄 매니저 실장. 자리에 앉자마자 물어보지도 않은 것을 혼자서 말하기 시작했다.
“고생하셨습니다. 녹음만 마친다면 말씀하셨던 일정에 얼추 맞을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을 해서 이렇게 사소한 것에 내가 하는 일이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해야 했다. 아무리 그래도 사장인데 말이야.
아티스트 레슨에 일정 체크, 게다가 사운드 엔지니어링까지 해야 하다니. 매니저보다도 하는 일이 많다.
“그래서 제대로 된 사운드 엔지니어는 언제 구해지는 건데요.”
“지원하는 사람은 꽤 많은데, 다들 실력이 영 별로인 것 같아서요. 죄송합니다. 번거롭게 해 드렸네요….”
그냥 녹음만 하게 되면 소리의 크기가 균일하지 않게 나오게 된다.
음악은 당연하게도 볼륨을 조절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그 일을 하는 전문가가 있다. 그 전문가를 사운드 엔지니어라고 부르고 일반적으로 믹싱을 맡는다.
앨범을 발매하기 전 최종적으로 체크하게 되는 마스터링 엔지니어는 산타모니카에 있는 스티브에게 부탁을 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믹싱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엔지니어들은 이미 대부분 다른 회사에 소속된 상태.
당연하게도 내가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사운드 엔지니어까지 하기에는 너무 힘이 들었다. 안 그래도 편곡자도 못 구해서 혼자서 전부 작업을 했는데, 사운드 엔지니어까지 안 구해지네.
모집공고를 낸 지가 한참 지났는데, 지원자의 실력은 형편없었다는 말을 했고 나는 체력 저하. 총체적 난국이다.
“이러다가 사람 구하기 전에 내가 먼저 죽겠어요.”
“그렇다고 수준 미달인 사람을 뽑기에는 사장님의 명성에 누가 될까 싶어서….”
이상한 쪽으로 지극정성이다. 오히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나보다 더 극성인 것 같은 느낌.
명성이고 나발이고 간에 얼른 편해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는데, 알아주는 사람은 없다.
“그냥 적당한 수준의 사운드 엔지니어가 없다는 거예요?”
“적당한 수준의 사람은 널렸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최고의 엔지니어를 뽑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최소한 아르테미스와는 같은 수준으로….”
“…그냥 적당한 수준으로 뽑으세요. 괜찮아요. 제가 결과물 확인하고 괜찮다 싶은 것들만 넘기면 되니까.”
모든 곡을 일일이 확인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부족할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반복 훈련을 하다 보면 괜찮은 수준으로 올라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랄까.
그걸 기대하기에는 내가 너무 욕심이 많은 걸지도 모르지만. 사운드 엔지니어는 전문 교육을 받지만, 좀 더 높은 수준을 위해서는 교육만으로는 안 되고 타고난 귀가 민감해야 한다.
악기 소리가 섞여서 들려 오는 혼잡함 속에서 소리를 하나하나 구분해서 밸런스를 잡아 주는 일.
요즘이야 DAW에서 트랙별로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콘솔을 조작해서 마무리하던 예전과는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쉬운 작업은 아니다.
“그러면 면접 일정을 잡아 보겠습니다.”
“실습 면접으로 보죠. 제가 예제곡을 준비할 테니 작업실에서 면접을 진행해 주시고, 저는 면접장에는 안 나갈 테니까 결과물만 저에게 보내주세요. 제가 소리만 들어 보고 채용 여부를 판단할게요.”
“알겠습니다.”
이곳에는 A & R 팀이 아직 제대로 꾸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 또한 꾸려야 했기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왜 이렇게 바쁜 거야. 여기 삼성동 건물이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좋은데, 안쪽에 들어와 있는 것들은 왜 이렇게 부실한지. 손이 안 가는 곳이 하나도 없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 한숨이 나왔다.
***
정현의 회사에서 인디 그룹들을 스카우트했다는 소식은 미디어를 통해 모두에게 전해졌다.
이 소식을 듣고 민감하게 반응한 곳은 인디 밴드들의 팬들뿐만이 아니라, 정현에게 자신들의 의견을 받아 주지 않으면 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뻗대던 중소 기획사도 있었다.
“이정현이 우리 의견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인디판 애들을 쓸어 갔다고?”
“아, 그렇다니까! 속고만 살았나?”
“흠…. 뭐 별일 있겠나. 결국 음원 장사를 하려고 자잘한 음원들을 모으는 것이겠지. 아이돌이 아니라 인디판 음악 갖고 얼마나 팔 수 있겠어!”
이들은 정현이 인디 그룹들을 스카우트했다는 소식에도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당연히 인디 음악들의 판매량은 가요판의 아이돌 음악의 판매량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났기 때문.
“곧 무너지겠군. 이정현 이름 값만으로 장사를 하기엔 이 바닥을 너무 만만하게 본 것 같구먼.”
이들은 정현이 흥행성은 전혀 생각지도 않은 채, 규모만을 늘리려고 인디 밴드들을 끌어모았다고 여겼다.
얼마 전 업계 1위인 아르테미스의 수박 플레이어를 무너뜨렸던 것처럼 무브먼트도 곧 있으면 자신들에게 무릎을 꿇으리라 기대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구인 사이트에 올라온 평범한 글.
그렇지만 올린 회사가 평범하지 않았다.
얼마 전에도 전 부문에 걸쳐 꽤 큰 규모의 공개 채용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사운드 엔지니어만을 올려놓은 것이 화제가 되었다.
한국 최고의 음대라고 여겨지는 한국대 음대의 강의실도 마찬가지였다.
스트리밍 플랫폼 무브먼트의 점유율은 아직 10%대였지만, 모회사인 LJH 뮤직 컴퍼니는 업계의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구인 광고가 떴다는 것을 휴대폰으로 확인한 학생들은 어떻게 하면 LJH에 들어갈 수 있을지 서로 간의 의견을 공유하는 중이었다.
“다른 부문은 하나도 안 구하네. 작곡가도 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나 LJH만 바라보고 얼마 전에 다른 회사 제안도 거절했는데.”
“작곡가는 처음부터 안 구했었어. 멍청아.”
“그러니까 처음에 안 구했으니까 이번에는 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이정현이 전부 작곡하는 것 아니냐? 그러니까 안 구했겠지.”
“소속된 가수들 노래를 모두 이정현이 작곡한다고?”
이들의 사소한 오해는 LJH 뮤직컴퍼니의 곡을 모두 이정현이 작곡한다는 프레임을 씌워 버렸다.
그런 프레임 때문에 취업을 한 회사원보다 프리랜서가 더 많은 음악계였지만, 상대적으로 충격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발매만 했다 하면 차트 올킬을 하는 이정현의 곡이었는데, 단숨에 인디 밴드들을 스카우트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정현의 노래를 불러 줄 사람을 찾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정현이 곡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인디 밴드들의 곡들을 편곡만 해 주는 것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이런 소식은 당연히 연예 기획사 측에도 전해졌다.
“내가 뭐랬나. 믹싱해 줄 사람도 없어서 이렇게 구하는 것 봐. 그 회사의 미래가 창창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었어 봐. 왜 못 구하겠나. 그런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아직도 못 구하지.”
“이 바닥에 흔해 빠진 것이 사운드 엔지니어인데, 그 많은 사람들이 아무도 지원을 안 했다고? 그게 말이 되나?”
“내 말이 그 말 아니겠나. 그 흔한 사운드 엔지니어를 못 구할 정도면 우리 생각보다 더 상황이 안 좋은 게야.”
“작곡가 하나 영입 못 했다고 하던데? 애초에 계약을 안 하기를 잘했네. 잘했어.”
이들은 업계의 거인이었던 아르테미스를 쓰러뜨렸다는 자만심에 취해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만이 옳다 믿었기에,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들려 온 소식에 더 큰 충격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디 밴드의 흥행.
아르테미스의 독점 논란 속에서 터져 나온 중소 기획사들의 불공정 계약을 거절했던 LJH 측이, 아이돌 판이었던 한국의 음악계를 밴드 음악으로 접수해 버린 것.
사운드 엔지니어를 구하지 못했다는 말에, 안심하고 있던 음악계의 기획사들. 그들의 발등에 불똥이 떨어졌다.
음악이 싫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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