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hates music RAW novel - Chapter 150
149화
아직 무브먼트의 스트리밍 플랫폼 순위는 아르테미스에 이어 2위였지만, 공중파 음악 프로그램 순위의 상단에 위치한 LJH 소속의 아티스트들의 약진이 대단했다.
그 뒤를 이어 플랫폼 점유율이 올라갈 것이 당연시될 정도.
이대로 사람들이 플랫폼을 갈아타 업계 1위가 된다면, 자신들의 주요 수입원인 음원 수익이 반 토막 이하가 될 것이 확실했다.
그나마 다른 음원들과 비슷한 장르였기에, 자동으로 생성되는 플레이 리스트에 끼워 팔려 얻을 수 있던 수익조차 사라지게 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무브먼트와의 계약이 절실했다.
그렇지만 아무리 만나 달라고 요청을 하더라도 LJH는 받아 주지 않았다.
다급해진 사장단은 연락을 받지 않는 LJH 뮤직 컴퍼니를 직접 찾아와, 로비에 자리를 잡고 직원에게 애원을 했다.
“그러지 말고 한 번만 위로 연락을 해 주쇼….”
“그러게 해 준다고 할 때 하지 그러셨어요.”
건물의 로비를 지키는 직원은 단호했다.
“담당자를 불러 달라니까요!”
“아니 글쎄, 저희는 계약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지난번에 이상한 제안을 하고 가신 뒤에 사장님이 화가 많이 나셨어요.”
기존의 제안을 철회하고 일반적인 음원 공급 계약을 제시하는 기획사들.
급한 마음에 LJH까지 찾아와 담당자를 찾아보았지만, 로비에 있는 직원에 의해 건물 안에 들어가는 것조차 거부되었다.
“우리한테 이래도 돼?! 얼마 전까지 계약해 달라고 한 건 그쪽 아니요?!”
“그때랑 사정이 달라지지 않았습니까. 생각을 해 보세요. 본인들이 제시했던 것들이 부당하다는 생각은 안 해 보셨어요?”
“그건 그거고 지금은 또 다르지!”
“그쪽 생각만 하지 마시고, 계약을 하고 싶으셨다면 저희 쪽 생각을 하셨어야죠.”
겨우 한 달이 조금 넘었을 뿐인데, 자신들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 많이 달라졌다고 느끼는 기획사의 사장들.
수박 플레이어를 무너뜨리고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시킨 계약을 성사시켰기에, 조금만 기다리면 당연히 무브먼트 쪽에서도 굽힐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정현은 자신들의 생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발상을 전환해 버렸다.
연예 기획사들의 손이 뻗치지 않는 곳에 숨어 있던 인디 밴드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던 것.
코웃음을 쳤다. 기껏해야 50명 규모 공연장을 전전하던 인디 밴드들이 얼마나 힘을 쓰겠냐는 생각이었다.
거기까지는 괜찮아 보였다.
공중파 음악 방송의 차트 1위를 하기 전까지는 자신들의 생각이 맞다고 여겼다.
아무리 케이블이나 종편의 시청률이 높다 하더라도, 여전히 공중파 미디어의 힘은 대단했다. 그 영향력은 절대 무시할 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1위를 차지한 곡을 듣기 위해 검색을 시작할 것이고, 그들의 음원을 독점 공급하고 있는 무브먼트의 점유율이 1위로 올라갈 것이 확실했으니까.
무브먼트에 자신들의 음원을 등록하지 않은 기획사 사장들의 속은 타들어 갔다.
“아, 한 번이면 된다고 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잘못했다고!”
“지금 나가지 않으시면 바로 경찰 부르겠습니다.”
이들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로비에 울려 퍼졌지만 직원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
“어때요? 여기 괜찮아요?”
“정말 오랜만에 이런 곳에 나와 본 것 같아요.”
애초에 데이트를 하러 나온 것은 아니었지만 너무 기뻐하는 모습에 조금 가슴이 짠해졌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일까.
어학원과 집에만 붙어 있던 메건을 데려 나온 곳은 홍대 입구.
“앞으로 자주 나와요. 이렇게 나오니까 좋네.”
“영국에서는 그래도 꽤 돌아다닐 만했었는데…. 역시 한국에 오니까 다르네요. 어머니와 동네 마트에 갔는데, 저까지 알아보는 것 같았어요.”
나와 메건 둘 다 한 손에 아이스크림콘을 들고 맛있다는 듯이 먹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만, 아쉬움이 가득했다.
어머니가 집에서 일을 하시기에 항상 세 명이었던 한국 생활에서 단둘이 어디 나와 본 것은 처음이었다. 내가 어디를 가더라도 사람들이 몰려들어 불편했기 때문이었는데, 나 역시도 회사나 집이 아닌 다른 곳에 나와야 했기에 함께 나올 수 있었다.
바로 홍대 부근에 공연 전용 시설을 만들기 위한 것.
회사가 위치한 삼성동은 회사들이 밀집한 지역이라 공연장을 만들었을 때, 소음으로 인한 주변 회사들의 항의도 고려해야 했고 여러 가지 복잡한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기존에 공연장이 많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에 공연장을 만들어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인디 아티스트들을 위한 공연장을 만들기로 한 것이었다.
이 아이디어는 영국에서 실행했던 소극장 아이디어와 비슷하게 공연장 수익을 유지하는 것에만 사용하고, 돈을 벌겠다는 마음으로 운영을 하지 않으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서 떠올렸다.
“어, 저기 오네. 진혁아 여기다.”
한국에 도착해서 인디 공연장을 돌아본 적이 없었기에, 안내해 줄 가이드로 진혁을 불렀다.
“거의 한 달 만이네요. 조금 일찍 전화 주실 줄 알았는데.”
“말도 마. 사운드 엔지니어는 안 구해지지, 샤미라부터 시작해서 인디 밴드 곡들 전부 편곡하고 녹음하느라 진짜 죽다 살아났다. 여기는 네 형수님.”
“앗, 한국어로 인사를 해도 되나…. 영어를 못 해서….”
서울에서는 많이 볼 수 있었지만, 그래도 아직 대화를 나누는 일은 드문 외국인. 그런 메건의 외모를 마주한 진혁의 얼굴은 당황으로 물들었다.
나는 그런 진혁의 모습을 보고 웃음을 참으며 대답했다.
“큭.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해.”
“처, 처음 뵙겠습니다. 이진혁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안령하세요. 메건임미다.”
어학원을 몇 개월 동안이나 다니며, 한국어를 쓰려는 노력을 열심히 했던 메건. 아직은 어눌하지만 그래도 나를 위해 노력해 주는 모습이 예뻐 보였다.
“오! 한국어를 할 줄 아시네요.”
“초큼이요. 아직 배우고 이씀미다.”
한참 동안이나 한국어를 하는 메건의 모습을 보며 감탄하는 진혁. 집에서 매일 마주하는 나도 신기한데, 다른 사람이 보면 오죽할까.
하지만 오늘 너를 부른 것은 메건을 소개시켜 주려고 하는 게 아니란다.
“이 동네도 진짜 많이 바뀌었네. 버스킹하는 포인트는 그대로지?”
“형은 여전하시네요. 본론부터 이야기하시는 거.”
“뭐 사람이 변해 봐야 얼마나 변하겠어. 다 거기서 거기지.”
내가 예전에도 이랬던가?
나는 잠깐 예전의 내 모습을 떠올리려 해 보았지만, 너무 오래된 것인지 아니면 특별한 일이 없었기 때문인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이쪽으로 가요. 홍대 입구역 부근은 건물 임대료가 많이 비싸져서 요즘에는 합정역 쪽에 많아요.”
“예전하고 진짜 많이 달라졌나 보네.”
밖을 돌아다닐 때 걸어서 이동하는 것도 참 오랜만인 것 같았다.
가볍게 메건의 손을 잡고 뒤에서 따라오는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홍대의 길을 걸어가는 것은 조금 기분이 이상했다.
머릿속으로는 고등학생 시절 동아리 아이들의 공연장을 잡으러 다녔던 기억이 떠올랐는데, 현실에서는 이미 결혼까지 해 버린 가장이 되어 버렸으니까.
길거리에는 여전히 앰프 하나만 들고나와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고,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모습.
“보스.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경호원이 뒤에서 다가와 말을 하기 전까지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모였다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앞만 보며 걸어갔으니까.
그 말에 뒤를 돌아보자 어마어마한 인파가 따라오는 것이 보였다. 내가 무슨 피리 부는 사나이도 아니고….
“그냥 차를 타고 올 걸 그랬나 보네요….”
“만약 이런 장소에 자주 오실 생각이시라면 인원을 조금 늘려야 할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
지금 항상 따라다니는 경호원은 두 명. 그 두 명만으로 따라오는 수백 명의 사람을 막기에는 역부족. 아니 그 10분의 1만 되더라도 막아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오늘만이에요. 공연장으로 쓸 만한 장소만 찾아내면 그 이후로는 이렇게 공개적으로 돌아다닐 일은 많이 없을 테니.”
“알겠습니다. 오늘은 일단 예비 인원들을 부르겠습니다.”
뒤에서 따라오는 사람들이 나에게 달려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경호원의 말투는 단호했다.
홍대 입구역에서 한참을 걸어 합정역까지 가는 길이 길게만 느껴졌다.
“저기예요. 요즘에 가장 잘나가는 클럽이.”
“그래? 한번 들어가 보자.”
잘나가는 곳을 인수할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가이드의 말을 들어야지. 잘나가는 곳은 비쌀 것 아냐.
건물 앞에 세워진 입간판에 오늘 공연을 하는 밴드의 목록이 쓰여 있다. 전형적인 공연 클럽의 모습.
“아직 공연 시작까지는 한참 남았는데 벌써 들어가 보시게요?”
“공연 보러 온 거 아니잖아. 공연장을 보러 온 거지. 시설 보려면 사람들이 안에 있을 때는 볼 수가 없잖아.”
“아, 그러네. 항상 공연만 보러 와서 그 생각을 못 하고 있었네요.”
“너 얼마 전에 봤을 때는 예전하고 다르게 어리바리 타는 모습이 없어졌다 생각했는데, 아직 남아 있었구나.”
아직 공연을 시작하지 않은 클럽의 입구까지 연결된 계단을 따라 내려가자 굳게 닫힌 문이 보였다.
가볍게 노크를 하고 안쪽에서 사람이 열어 주기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온 사람은 초췌해 보이는 인상의 아저씨.
“무슨 일이요. 아직 공연 시작하려면 한참 남았는데.”
“안녕하세요. 저는 이정현이라고 합니다.”
“이정…. 이정현?!”
뒷머리를 긁적이며 문을 열어 주었던 남자의 반쯤 감겨 있던 눈이 뜨였다.
클럽의 비좁은 입구에 서 있었던 나와 메건 그리고 진혁. 놀라서 문을 밀치듯 열어 버린 아저씨 덕분에 깜짝 놀라 뒷걸음질을 쳐 버렸다.
“아니! 이정현이 이런 데에 무슨 일로?”
“무슨 일이 있어서 온 건 아니고, 홍대 쪽 공연장을 돌아보고 있어요.”
속마음을 숨겨야 했다. 혹시라도 내가 공연장을 직접 차리기 위해 돌아다니는 것이라는 걸 들킨다면 가격을 올릴지도 모르니까. 아, 어차피 영업장을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건물 하나를 공연용으로 만들 거라 상관없으려나.
사내는 눈매는 변하지 않았지만 입가에는 미소를 띠며 나에게 말했다.
“TV에서만 뵙던 분을 이렇게 만나 뵙게 될 줄이야. 영광이네요.”
“아, 네. 감사합니다. 실례지만 안쪽을 잠깐 둘러볼 수 있을까요?”
열린 문을 통해 어두운 실내가 보였지만, 이렇게 보아서는 어떤 시설을 갖추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직 공연 시작 전인데, 시작하고 나서 오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아…. 사람이 너무 많은 곳은 경호가 불가능하다고 해서 말이죠.”
“무슨 일로 그러시는지…?”
“저희가 이번에 인디 밴드들을 영입했는데 공연장으로 쓸 곳을 찾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경계심이 풀렸는지 사내는 활짝 웃으며 누런 이를 보였다.
“저도 TV에서 소식 들었습니다. 그런 거였으면 진작 말을 하시지. 어서 들어오시죠!”
“실례하겠습니다.”
“내 정신 좀 봐, 손님 오셨는데 불을 다 끄고 있었네. 요즘에 전기세가 좀 비싸야 말이죠.”
사내는 불도 켜지지 않았던 어두운 실내의 조명을 켜며 너털웃음을 지었지만, 나는 조금 밝아진 클럽의 내부를 돌아보며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음악이 싫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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