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hates music RAW novel - Chapter 152
151화
[으흠~]작은 허밍 소리가 홀 안에 울려 퍼진다.
객석에 가득 찬 사람들은 그 작은 소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숨죽이고, 허밍 소리 뒤를 이어 공연장을 가득 메운 베이스 소리.
두둥~ 둥~
낮은 가드레일 아래로 사람들은 손을 들어 무대 위에 서 있는 샤미라의 멤버들을 향해 뻗었다.
타다 탕 쿵~
리드미컬한 드럼 소리와 함께 시작된 연주.
손가락에 쥔 피크로 현을 가볍게 내리그으며 연주를 시작하는 오재혁. 연주를 시작한 그를 향해 스포트라이트가 비췄다.
““와아아아아!””
얼마 전 음악 방송에서 1위를 차지했던 바로 그 곡 의 도입부.
앨범 버전과 다른 편곡으로 어레인지되어 사람들이 시작부터 알기는 어려웠지만, 드럼 소리와 함께 시작된 기타 소리는 바로 이 곡의 시그니처였다.
[아무렇지도 않았었지, 네가 떠나가던 날~]꿈속에서 듣는 것 같은 목소리가 떠다니는 듯한 반주의 위에 올라선다.
울렁이는 감정을 억지로 참는 듯한 반주를 듣는 사람들의 귓가에 속삭이는 민주영의 목소리가 흘러 들어간다.
가사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계속해서 말을 하고 있지만, 반주는 반대로 가슴에 맺힌 슬픔을 참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와…. 진짜 대박이다. 이 곡을 홍대 입구에서 들을 수 있게 될 줄이야.”
“들으면 들을수록 내 이야기 같아….”
관객들은 쉴 새 없이 슬픔을 부정하는 민주영의 목소리에 공감하고, 가슴속으로 슬픔을 참아내는 반주에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돌 판이 되어 버린 가요계에 다시는 등장하지 않을 것 같던 밴드 그룹.
인디씬에서도 밑바닥을 전전하던 샤미라가 메이저급 그룹이 되어 홍대 입구로 돌아오는 순간이었다.
가요계가 아이돌 판이 된 뒤로 사라져 버린 음악 잡지들을 대신해 연예면에 올라온 기사들.
그 기사들은 모두 한결같이 90년대 이후로 대세가 되었던 아이돌 음악이 아닌, 사회 현상처럼 되어 버린 밴드 음악을 주목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LJH 뮤직 컴퍼니가 있었다.
인디씬의 성지였던 홍대 입구에 새롭게 생겨난, 무대가 4개나 있는 LJH 공개홀.
오픈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평일에는 계약되지 않은 아마추어 밴드들도 예약하여 사용할 수 있었기에, 예약을 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게다가 주말에는 LJH 뮤직 컴퍼니 소속의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올랐기에, 주말에 몰려드는 관객의 수는 상상을 초월했다.
하나의 홀에 100명가량의 인원이 들어갈 수 있어 다른 공연 클럽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주말 공연 티켓은 매진의 연속.
쾌적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이었기에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만족도는 점점 높아졌고, 덩달아 이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무브먼트는 입소문을 타고 점유율을 조용히 높여 나아갔다.
“큰일 났습니다. 무브먼트가 점유율 3부 능선을 넘었습니다!”
“애초에 이정현에게 그 계약을 제안한 게 누구였지? 김 사장이었나?”
“…내가 이럴 줄 알고 그런 제안을 하자고 했겠어? 당연히 그 상황에서는 이정현이고 나발이고 무조건 받아들일 거라 생각했지!”
아르테미스를 제외한 나머지 중견 연예 기획사들은 벼랑 끝에 몰렸다. 자신들이 음원을 제공하지 않으면 알아서 몰락할 것이라 생각했던 무브먼트의 점유율이 오히려 10% 선에서 30%대로 올라갔기 때문이었다.
현재 한국을 휩쓸고 있는 밴드 그룹 열풍. 업계 3위 수준에서 머물고 있던 무브먼트가 업계 1위로 도약하며 만들어진 사회적 현상이었다.
“…길게 가진 않을 겁니다. 우리끼리 싸워서는 안 되죠. 요즘 10대들이 밴드 음악을 오랫동안 듣기나 하겠습니까?”
“맞습니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것이 이 바닥 법칙 아니겠습니까. 이번에는 그저 밴드 음악의 유행이 우연하게 온 것뿐일 겁니다! 다시 아이돌 판이 옵니다.”
현실을 바라보지 못하며 자신들에게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는 중대형 연예 기획사의 사장들을 바라보며, 지금까지 업계 2위로 아르테미스에 밀려 있던 ‘몬스터’의 사장 권용희.
그는 아웅다웅하며 자신들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만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염증을 느꼈다.
결국 권용희는 참지 못하고 주변에서 서로 자기주장만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우리 인정할 건 인정합시다. 솔직히 유행이 돌고 도는 건 맞지만, 이번 유행을 만든 건 이정현이요. 솔직히 이 자리에서 누가 인디 밴드가 돈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까?”
열몇 개의 대표가 모여 있던 그룹에서 이제는 고작 대여섯 개 업체의 대표만 남아 버린 중견 기획사 모임.
처음에는 아르테미스를 견제하겠다는 생각으로 자신이 주도하여 만든 모임이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인지 권용희의 마음속에는 후회만이 가득했다.
자리에 모여 있는 다른 사람들은 권용희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자신들의 욕심이 이 사태를 불러왔고 그 때문에 수익이 반 토막 이하로 떨어졌기 때문. 게다가 이제 길거리에서 들려 오는 음악 역시 아이돌 음악이 아닌 밴드 음악이었기 때문이었다.
앞으로도 지금과 비슷한 상태로 유지된다면, 그들의 주된 수입원이었던 아이돌 그룹과 신규 그룹을 만들기 위해 연습생들에게 투자했던 돈들은 허공으로 날아가게 된다.
수익원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하나의 그룹을 키워내는 데에 들어가는 돈은 수억 원에, 최소 수년이 걸리는 어마어마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그렇게 음반을 발매한다고 해서 그 앨범을 만드는 데에 투자한 돈과 시간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내가 대표로 이정현과 협상을 해 볼 테니 여러분은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결과만 받아들이세요. 아셨죠?”
지금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도무지 보이지 않았던 권용희.
그는 가슴속에 품어 놓았던 하얀 깃발을 만지작거리며, 어떻게 이 상황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지 고민을 시작했다.
***
[점유율 1위!! 역시 대단하십니다, 이정현 경!]“이게 혼자 한 일인가요. 거기 분위기는 어때요, 마크?”
[최고죠! 몇 번이나 실패했었던 시장이었기에, 자리만 잡아도 만족했을 텐데 1위를 차지해서 이사진들도 아주 만족하고 있습니다!]큰 소리로 이야기하는 일이 없던 마커스까지도 신나서 소리를 지를 정도의 큰일. 그것은 바로 무브먼트가 한국 스트리밍 플랫폼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일이었다.
한국은 수많은 창들이 겨누어 공격을 했었지만, 토종 플랫폼을 제외하고는 모두 나가떨어졌던 미스테리한 시장.
“무브먼트는 이제 궤도에 올랐으니, 저는 운영에서 손을 뗄게요. 전문 운영인을 보내 주세요.”
[알겠습니다.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애초에 내가 투자를 했다고는 하지만 엄연히 유니버설과 공동 출자회사. 직접적인 관여를 하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투자를 5:5의 비율로 했기 때문에 어느 쪽의 자회사냐를 따져서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라, 이들은 자신의 의견이 아니라 회사의 소유주로 여기는 나의 의견을 거스를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기 때문.
다행스럽게도 이번에 인디 밴드의 음악을 채우자는 생각이 맞아 떨어지며 운 좋게도 좋은 성적을 거두었지만, 다음에도 이럴 것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내가 경영에 대한 자질이 좋은 것도 아니고 이제는 전문 경영인을 세워 안정적인 운영을 시작해야지.
마커스에게 걸려 온 전화를 끊고 창가에 다가가 창밖으로 볼 수 있는 서울의 풍경을 내려다보는 느낌이 꽤나 만족스러웠다.
지이이이잉-
인터폰이 울리는 소리에 몸을 돌려 책상으로 다가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
[사장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몬스터 엔터테인먼트의 권용희 사장님이시라는데요.]“오늘 약속이 되어 있었나요?”
[아뇨. 그렇지는 않습니다.]워낙에 일정 자체를 잡질 않아서 나도 당연히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했다.
급한 일이 모두 끝난 시점에 이제 와서 나를 찾아올 이유는 뭘까. 살짝 궁금한데?
“들여보내세요.”
[네.]오랜만에 찾아오는 손님. 최근에는 사장실이 아니라 작업실에 있는 경우가 많았기에, 누군가가 찾아왔다는 연락을 받은 일이 거의 없었다.
작업 중에 연락 오는 게 너무 싫어서 전화기를 모두 치워 버렸으니까.
그나저나 몬스터 엔터테인먼트는 뭐 하는 회사지?
손님이 오기 전에 궁금해진 마음에 잠시 컴퓨터로 검색을 해 보았다.
검색으로 알 수 있던 것은 업계 2위의 남자 아이돌 중심의 회사라는 것. 시장의 중심을 밴드 음악으로 돌려놓은 내가 미워서 찾아온 걸까.
방 가운데에 있는 소파에 앉아 몬스터 엔터테인먼트의 사장이 들어오는 것을 기다렸다.
똑똑-
“네.”
내 대답이 끝나자 바로 열리는 문. 그 문의 손잡이를 끝까지 열어 들어온 비서실장은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곤 입을 열었다.
“사장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네, 들여보내 주시고 차 한 잔 부탁드려요. 나는 진한 커피로.”
비서가 고개를 숙이고 나가자 얼마 지나지 않아 들어오는 남자.
머리에 포마드를 바른 것인지 반듯하게 넘겨 올린 머리에 전통적인 쓰리피스 정장. 꽤나 매력적인 미중년이었다.
기획사의 사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연예인을 하더라도 괜찮을 것 같은데?
“처음 뵙겠습니다. 권용희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정현입니다. 이쪽으로 앉으시죠.”
소파의 건너편에 앉아있는 권용희 사장과 나.
서로를 마주 보고 있지만 그와 나의 사이에는 조금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그의 얼굴에는 초조함이 엿보였다.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무브먼트와 음원 계약을 해 달라는 것이겠지. 해 주는 것은 문제가 없다. 어차피 계약을 해 주었을 때 나나 다른 업체들 역시 똑같이 이득을 볼 것은 분명했으니까.
얼마 전까지는 계약을 해 주지 않기로 했었지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나는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비서가 차를 들여오기 전까지 우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말을 할 필요도 없지. 서로 원하는 것을 알고 있으니.
아마 저 사람도 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지 않을까.
조금 뒤에 비서가 소파의 사이에 놓인 테이블에 차를 두고 나간 뒤에야 우리는 대화를 시작했다.
“지난번의 무례를 잊고 무브먼트와 계약을 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이 사장님.”
“저는 무브먼트의 경영에서 손을 뗐습니다. 곧 전문 경영인 체제로 들어갈 겁니다. 이제는 단순한 투자자죠.”
나는 한 발 빼며 뒤로 물러났다. 얼마 전까지 고압적인 자세로 나왔던 쪽의 인물이었기에, 호의적으로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애초에 무슨 생각을 갖고 이 자리에 온 것인지 알고 싶은 마음이 앞섰으니까.
“단순한 투자자라고 하더라도 무브먼트를 만드신 분 아닙니까. 제발 부탁드립니다.”
“흠….”
‘제발 부탁드립니다.’라니.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자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음원 공급 계약을 해 줄 수 없다’고 했던 사람이 하는 말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좋습니다. 계약하죠.”
“정말이십니까?”
“수수료 비율도 다른 업체와 똑같이 계약하는 조건으로 하죠. 그러면 서로 만족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 감사합니다!”
조금 전까지 우울함이 가득했던 표정이 순식간에 화색이 돌며 바뀌어 버린 얼굴.
기뻐하기는 아직 이른 것 아닌가?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 봐야 하는 것 아니겠어?
“단, 조건이 있습니다.”
꿀꺽
권용희가 나를 바라보며 침을 삼키는 소리가 사무실에 울려퍼지는 듯 했다.
음악이 싫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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