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hates music RAW novel - Chapter 153
152화
“조건…?”
“미국 최대의 음악 이벤트 코첼라 아시죠?”
“음악계에서 코첼라를 모를 수가 없죠.”
코첼라 밸리 뮤직 앤 아츠 페스티벌. 1999년부터 시작한 음악계를 대표하는 미국 최대 규모의 음악 이벤트.
4월 두 번의 주말 동안 엄청난 수의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올라 공연을 펼친다.
물론 한국에도 비슷한 이벤트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대부분 락 공연 위주의 진행이 되었기에 아이돌 위주의 시장이 되어 버린 가요계의 호응이 너무 약해 사라지고 말았다.
“저는 한국의 모든 기획사가 연합한 슈퍼 콘서트를 만들어 코첼라처럼 규모를 키우고 싶어요. 락 페스티벌이라고 열리는 행사들처럼 락으로 한정 짓지 않고 말이죠.”
“음…? 아…! 응원합니다. 잘되었으면 좋겠네요.”
“그 콘서트에 각 기획사에 소속된 아티스트들을 보내 주셨으면 좋겠어요.”
“네…?! 그걸 계약서에서 보장해 달라는 말씀이신가요?”
인디 밴드만으로도 물론 공연은 할 수 있다. 어려운 일은 아니지 당연히 열악한 환경에서도 쭉 공연해 왔던, 공연 쪽의 스페셜리스트라고도 할 수 있으니까.
야외 공연의 변수는 날씨지만 춤을 추지 않기 때문에 밴드들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지. 비라도 오면 춤을 추다가 다칠 수도 있으니까.
내가 누군가를 다치게 할 마음은 없지만 말이야.
코첼라도 초창기에는 락 공연 위주로 진행이 되었지만, 나중에는 팝이나 힙합 쪽도 가리지 않고 초청을 하며 엄청나게 큰 행사가 되었던 걸로 안다.
기왕 할 거면 그런 큰 행사로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겠어?
“꼭 보장할 필요는 없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무브먼트 측뿐만이 아니라 여러분들의 회사에 소속된 아티스트들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신인들이 나서기에도 좋고.”
“물론 당연히 신인들은 무대에 오르는 경험이 필요하니까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다들 연말에는 일정이 잡혀 있을 텐데, 일방적으로 일정을 잡겠다고 말씀하시는 건….”
“저는 연말이라고 말한 적이 없는데요.”
“아…. 아니었습니까? 저는 연합 콘서트들이 대부분 연말에 몰려 있어서 연말이라고 하시는 줄로만 알았는데 말이죠.”
가요계도 한 철 장사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9월부터 1월 사이에 일이 가장 많이 몰리는 편이다.
가장 흔한 학교 축제 게스트부터 시작해서 조금 특이하게는 회사의 종무식과 시무식까지. 그렇기에 그 시기의 가요계는 정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정도.
그런 시기에 콘서트를 잡자고 말을 하는 건 나도 그리 땡기는 일은 아닐 수밖에.
다른 일정을 포기하고 콘서트를 잡는다고 하는 것은 다른 수익을 포기하겠다고 말하는 것과 같으니까.
“날짜는 차차 정해지면 이야기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그런 조건이 있더라도 계약을 하시겠습니까?”
“흐음…. 알겠습니다. 저희도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니까요. 다른 기획사에도 전달해 놓겠습니다.”
“저도 실무진들에게 전달해 놓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나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고개를 숙이고는 돌아가 버린 권용희가 앉아 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워낙 급하게 왔다가 돌아가는 바람에 비서가 가져온 차의 온기가 다 식지도 않은 상태.
나는 잠시 동안 소파에 앉아있다 책상으로 돌아가 인터폰의 버튼을 눌렀다.
[네, 사장님.]“매니저 실장님하고 마케팅 실장님 좀 불러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인터폰에서 울리는 목소리가 사라진다.
똑똑-
얼마 지나지 않아 들려 오는 노크 소리.
“네,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고 내가 비서에게 불러 달라고 말했던 매니저 실장과 마케팅실장이 들어온다. 표정은 그리 썩 좋지 못하다.
갑자기 불렀기 때문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것이 아닌가 걱정하는 듯한 눈치.
“부르셨습니까?”
“앉으세요. 나쁜 일로 부른 것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나는 이들을 들여보내며 함께 모습을 비춘 비서에게 음료를 달라고 말했다.
그리 길게 머무를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찾아왔으니 마실 것이라도 줘야겠지.
음료수가 들어올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리려고 했는데, 너무 심하게 긴장을 한 것 같아서 그 전에 말을 꺼내야 했다.
“공연을 위한 무대 연출 팀을 구성하고 싶어요.”
“외부에 의뢰를 하는 것이 아니고 자체적으로 구성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네. 공연 설비를 구매하고 무대 연출 전문가를 스카우트했으면 좋겠어요. 가능하다면 회사를 인수하는 것도 고려 중이에요.”
“알고 계시겠지만, 대부분 기획사에서 외부에 연출을 맡기는 것은 수익 문제입니다. 그런데 자체적으로 팀을 꾸리게 되면 적자 운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외부의 무대 연출 업체에 의뢰를 하는 것이 싸게 먹힌다. 더 전문적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자체적인 콘서트를 지속적으로 열어야 하는 입장이기에, 외부의 업체를 사용하는 것은 관리적인 측면에서 안 좋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획사에서 기획만 하고 연출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은 거의 돈 문제. 무대 연출을 위한 연출팀이 공연을 하지 않을 때에도 지속적으로 인건비가 발생할 수밖에 없으니까.
따라서 계산기를 두드렸을 때 자체적인 공연팀을 꾸려서는 수익을 볼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가끔씩 공연을 하게 되는 아티스트들을 보유한 기획사는 무대 연출팀을 자체적으로 구성하기보다 외부에 의뢰를 하는 일이 많아지는 거지.
연예 기획사의 사장들은 대부분 능구렁이들. 그들이 생각할 때 수익이 나지 않는 부분은 과감하게 자르고 들어가는 것이 당연할 수밖에.
“우리 회사 내부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외부 아티스트의 공연을 연출할 수 있도록 하면 수익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예요. 우리 공연도 적지 않은 수일 거고.”
“외부 아티스트들의 공연 연출까지 하게 될 거라는 말씀이시군요…. 음….”
자체적인 공연팀을 꾸렸을 경우에 내부 공연의 연출만을 담당하게 된다면, 적자를 피할 수가 없다. 당연하지 1년에 몇 번 하지도 않는 공연을 위해서 수십 명의 인원을 회사에 대기시켜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쉬는 날이 일하는 날보다 더 많아질 것이다. 그렇지만 월급은 또 월급대로 나가야 하니까 적자를 피할 수가 없는 구조.
내부 공연의 무대 연출뿐만이 아니라 외부의 의뢰도 맡게 된다면 그 문제는 해결이 된다. 대부분의 기획사에서 이것을 시도하지 않는 것은 자신들의 노하우를 외부와 공유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
그런데 음악인이 자신의 주 종목인 음악으로 승부를 안 하고 무대 연출로 승부를 하려 하면 안 되잖아. 무대 연출 노하우는 공유해도 괜찮다.
“다가오는 대학교 축제 시즌 전에 기획사들과 연합해서 슈퍼 콘서트를 열 생각이에요. 규모는 5만 명 규모로. 그때 바로 투입했으면 합니다.”
“축제 기간은 대부분 9, 10월인데 벌써 5월입니다. 이제 겨우 4개월 조금 넘게 남은 시점에 5만 명이라니 그게 가능할까요? 게다가 국내에는 5만 명이 들어갈 수 있는 공연 시설 자체가 없습니다.”
“나도 무리하게 진행해서 사고가 나는 것은 바라지 않으니까, 정 안되면 내년부터 해도 되니 공연 연출팀부터 수배해 주세요.”
비서가 차를 가지고 들어오기 전에 할 말이 끝나 버렸다.
의외로 매니저 실장과 이야기만 하면 되는 이야기였다고 생각하자, 아무 말 없이 잠자고 있는 마케팅 실장을 부른 것이 조금 미안해지던 순간 그가 말을 꺼냈다.
“홍보는 언제부터 하면 될까요?”
“홍보요?”
정말 뜬금없는 소리. 계획이 확정된 것도 아니고 출연자를 정해 둔 것도 아닌데 홍보를 시작하다니.
하지만 그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공연이 홍보를 하기 시작하는 것은 최소한 두세 달 전이었으니까.
넉 달이 조금 넘게 남은 시점에 홍보를 시작해야 한다면 지금 당장 하더라도 늦었다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 2~3천 명 규모의 일반적인 콘서트도 아니고 수만 명이 몰려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슈퍼 콘서트라면 말이지.
“홍보는 무대 연출팀이 꾸려지면 그때 함께 일정을 잡으면서 이야기해 보죠.”
“알겠습니다.”
마케팅 실장은 의외로 자신에게 부담이 가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인지, 표정이 밝아졌다.
그런데 요즘 공개홀 쪽 매출이 꽤 높다고 하더니 마케팅 실장의 볼이 홀쭉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매니저 실장을 돌아보자 이쪽도 처음 보았을 때와 다르게 살이 빠져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두 분 다이어트라도 하세요?”
“네?”
“다이어트요?”
깜짝 놀라며 대답하는 둘. 이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처음 보았을 때와는 다르게 살이 너무 빠지신 것 같아서 말이죠. 저도 살을 좀 빼야 할 것 같은데….”
“살 더 빠지면 안 됩니다! 지금도 힘든데….”
“다이어트라뇨. 체력이 너무 떨어져서 살을 찌워야 하는 마당에 말도 안 됩니다. 너무 바빠서 빠진 겁니다.”
계약을 했던 인디 그룹이 수십 팀이지만, 그게 그 정도로 바쁠 일이었나.
게다가 지금 홍보팀이 중점으로 맡고 있는 것은 홍대 입구에 위치한 공개 홀뿐. 그리 바빠 보이지는 않는데 말이지.
무브먼트의 홍보도 함께하고 있었지만, 이쪽은 마크가 보내는 새로운 경영진이 도착하게 되면 없어질 업무가 될 거다.
어차피 별개의 회사니까.
살이 쏙 빠진 둘을 바라보며 보약이라도 해 주어야 하나 고민하던 그때, 비서가 차를 갖고 들어왔다.
“사장님께 커피를 하루 두 잔 이상 드리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시는 사모님의 연락이 있었습니다.”
“…메건에게 전화가 왔다고요?”
“집에서 잠을 통 못 주무신다고 커피를 줄여 달라고 하시더군요.”
“아니! 그건! 흠…. 알았어요.”
내가 좋아하는 블루 마운틴 원두를 사용한 커피가 들어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지만, 아까 전 권용희 사장이 왔을 때 이미 두 잔째였나 보다.
집안 문제를 회사까지 끌고 오면 안 되는데, 이제는 커피도 마음대로 마실 수가 없구나….
두 잔의 찻잔이 놓인 테이블. 내 앞으로는 탄산음료가 담긴 유리잔이 놓였다.
“이럴 때 보면 사장님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맞아요! 지난번에 수백 곡을 편곡하셨을 때만 하더라도 혹시 기계가 아닌가 싶었는데….”
“무슨 이상한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갑자기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두 사람. 얼굴을 마주할 일이 거의 없는 두 사람이었기에, 친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이럴 때 보면 또 죽이 잘 맞는단 말이지.
“A & R 팀 구성을 해야 한다고 말씀드리지 않는 게, 팀이 없더라도 사장님이 혼자서 다 그 일을 하시기 때문입니다.”
“맞아요. 아티스트 관리는 매니저가 하고 홍보는 마케팅팀이 한다고 쳐도, 방향을 정하는 건 A & R팀이 해야죠. 그런데 처음에는 회사에서 A & R 팀을 왜 안 꾸리시나 했거든요. 저도 사장님이 전부 혼자 하실 줄은 몰랐어요.”
흥이 나서 이야기하는 두 사람.
기획사의 핵심 요소 A & R.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 팀을 놓치고 있었을 줄이야.
어쩐지 회사에 뭔가가 부족하다 싶었는데 그게 빠져 있었구나.
“무브먼트 때문에 바빠서 까먹고 있었네. A & R….”
음악이 싫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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