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hates music RAW novel - Chapter 155
154화
음악계 최대의 축제라고 말하는 코첼라 밸리 뮤직 앤 아츠 페스티벌의 핵심 홍보 요소는 보통 헤드라이너라고 말한다.
가장 이름값이 높은 아티스트를 대표로 세우는 것을 헤드라이너라고 부르는데, 그해에 가장 인기 많은 사람이나 그룹이 차지하는 일이 많다.
이미 홍보용 포스터가 나온 상황. 포스터를 바꾸는 일은 있을 수가 없다. 물론 돈을 들인다면야 바꿀 수 있겠지만, 기존에 얼굴이 나와 있던 아티스트들의 자존심이 상할지도 모르기 때문.
뭐, 우리 회사 소속인 유지현이나 샤미라야 말만 하면 이해해 줄 테지만, 다른 회사 소속인 스노우데이의 경우에는 실례가 될 수 있겠지.
그렇기에 숨겨진 아티스트를 뽑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
괜히 이런 일을 떠올리게 만든 수원이의 전화가 떠올라 짜증이 났지만 이미 늦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음식들에 도무지 손이 가질 않았다. 애초에 계획을 잘 세워 둘걸 하는 생각도 들었다.
3일 차의 두 시간을 채워 줄 아티스트.
기대감이 너무 많이 올라간 상태였기 때문에 어중간한 사람을 부르게 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겠지.
“오늘따라 맛이 없나 봐요? 너무 천천히 드시는데….”
“아? 아니에요. 생각할 게 있어서.”
이런, 먹을 것을 앞에 두고 실례를 저질렀다. 바다를 바라보며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메건을 위해, 멀리 있는 식당까지 나왔는데 말이지.
그제서야 나는 손에 식기구를 손에 쥐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쉽게 쉽게 생각해요.”
“미안해요. 괜히 신경 쓰이게 만들었네.”
“신경 쓰는 건 상관없는데, 요즘에 조금 힘들어 보여서요.”
메건의 말에 내가 그렇게 힘들어했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축제라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려 한 것은 아니었다.
누가 등장한다 안 한다는 것보다 그저 쉬고 노는 느낌이랄까.
그런 생각을 안 하려고 제주도까지 내려왔는데, 한 통의 전화가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네.
이게 다 김수원 때문이다.
그놈의 전화 때문에 눈앞에 있는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알 수 없었다.
밥을 먹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마루에 누워 내가 부를 수 있을 만한 사람이 누가 있을지 생각해 봤다.
그나마 가장 최근에 함께 작업했던 런던 필하모닉이나 다음 신곡 작업을 함께하기로 한 빈 필하모닉?
축제의 마지막 일정을 클래식으로 마무리를 짓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긴 하지만, 사람들이 실망하는 모습을 봐야 할지도….
나는 음악은 모두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과 맞지 않는 음악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것 같았으니까 말이지.
민감한 취향 차이를 극복하면서까지 음악을 듣는 일은 거의 없으니까.
난 그런 고민에 빠져 누구에게 연락을 해야 할지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전화번호가 있는 사람이 많지도 않았지만, 평소 남들에게 자주 연락을 하는 편이 아니기도 했고.
어차피 누구에게 전화를 걸지 결정되어 있는 건가.
손에 쥐여진 휴대폰 위에 띄워진 이름을 바라보았다. 역시 급한 순간에 믿을 만한 건 이 사람밖에 없구나.
손가락으로 버튼을 누르자 휴대폰 너머로 신호가 가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꽤 오랜만에 전화를 거는 느낌이 들었다.
딸깍-
[Hello.]“재지, 나예요. 정현.”
[오! 브라더. 너무 오랜만에 목소리를 들어 보는 것 같군!]오랜만에 전화를 걸었다. 영국 왕립 음악원에서는 재지에게 전화를 걸 일이 없었으니까.
“미안해요. 왕립 음악원을 그만두고 지금은 한국에 와 있어요.”
“우리 서로 돌아가는 걸 좋아하지 않으니 본론부터 말할게요. 도움이 필요해요.”
[도움? 천하의 이정현이 나에게 도움이라….]재지는 특유의 유머 감각을 섞어가며 대답했다. 원래라면 이런 농담은 적당히 잘 받아 주었겠지만, 지금은 그걸 받아 줄 여유가 없었다.
“공연 두 시간을 해 줄 아티스트가 필요해요. 혹시 9월에 시간 있어요? 음반 소식은 전혀 들려 오질 않던데.”
[9월…. 9월이라. 지금 축구 리그와 NBA가 스토브 리그라는 것은 알고 있나? 한창 바쁠 때라 내가 돌아다닐 수 있을 만한 여유가 없거든. 지금 음악 작업을 하기에는 내가 너무 바빠.]“아….”
그제서야 나는 재지가 스포츠 매니지 사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큰 여유는 없지만 다른 사람을 소개시켜 줄 수는 있겠지. 정확하게 무슨 일인데?]“한국에서 축제를 열 생각이에요. 그 축제의 피날레를 장식해 줄 아티스트를 찾고 있어요.”
[축제라…. 너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군. 파티도 싫어하는 네가 축제를 연다는 건 도무지 상상이 되질 않아.]몇 달 동안 붙어 있었기 때문인지 나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있는 재지는 오히려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한국은 여러 장르가 연합된 콘서트 같은 것이 없거든요. 야외에서 열리는 것은 대부분 락에 관련된 것들뿐이고….”
[내가 가 줄 수는 없겠지만, 걱정하지는 마. 내가 그 시간을 채워 줄 수 있는 사람을 수배해 줄 테니.]“누구인지 말해 줄 수 있어요?”
[미리 알면 재미없잖아? 서두르지 마. 시간을 비워 두고 기대하고 있으라고.]진지할 때와는 다르게 생각보다 장난기가 많은 재지는 중간중간 이렇게 장난을 치곤 했었는데, 그 장난의 대상이 내가 될 줄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
재지는 웃음소리를 곁들인 답변으로 전화를 끊기 전 오묘한 말을 했다.
젠장. 이제는 정말로 나조차도 알지 못하는 서프라이즈 아티스트가 오게 생겼잖아.
***
애초에 서울에서 행사를 열 수는 없었다. 한 번에 서너 개의 무대를 운영할 만한 시설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포스터에 적혀 있던 장소는 김포.
자신의 지역에서 유치를 원하는 지역 자치 단체와 협의를 하는 단계에서 반발 없이 넘어갔었다. 애초에 김포 공항을 제외한 특수 시설 자체가 없었기에 행사에 목말라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포는 서울에서도 가까웠고, 야외 공연을 위한 넓은 부지를 찾기도 좋았다. 문제가 되는 것은 단 한 가지 공항의 소음뿐.
비교적 공항에서 멀리 떨어진 한적한 곳으로 공연 장소를 잡으며, 비행기의 이착륙에서 들려 올 소음 문제도 잘 넘길 수 있었다.
LJH 뮤직 컴퍼니 측은 김포 역시 지하철도 잘 깔려 있었기에,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에도 큰 불편함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들의 예상대로 서울이 아닌 경기도권에서 치러지는 행사에 티켓 판매가 시작되기도 전에, 벌써부터 티켓을 구하려는 움직임이 심상치 않을 정도.
의외로 반발이 생긴 것은 축제를 위해 입구 근처에 음식 포장마차를 선별하는 과정이었다.
그 누구도 입구 근처에 늘어설 음식과 음료수 판매점을 프랜차이즈가 아닌 지역 업체들로 선정한 것에, 말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못했다.
“대체 우리가 빠진 이유가 뭐요!”
“이번 행사에서는 지역 상생을 위해서 지역 업체만 선별하기로 했습니다.”
“대한민국 요식업체 반 이상이 프랜차이즈인데 지역 업체만 선별한다고?”
“네, 대표님 지시입니다.”
이번 축제를 매출보다는 홍보 효과를 바라며 참가하려 했던 업체들은 당연히 반발할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한참 동안 항의하는 업체들에 시달려야 했다.
그럼에도 정현은 프랜차이즈 업체의 참여를 허가하지 않았다. 대형 프랜차이즈와 손을 잡으면 더욱 쉽게 행사를 치를 수 있음에도, 음식점들의 입점 선정에서 처음부터 제외하는 강수를 두었다.
연예 기획사 측에서도 가판대의 한자리를 요구하는 업체가 적지 않았지만, 정현은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애초에 계약 조항에 들어 있는 행사였기에 참가했지만, 음악 기획사들이 가판대를 원하는 것 자체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실장님 기획사들이 가판대 자리를 요구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입점 업체 선정이 끝나서 빈자리가 없는데…. 진짜 사장님은 이런 행사를 왜 하자고 하셔서….”
“자리가 없다고 이야기할까요?”
“자리가 없다고 하고 다음에 열게 될 때는 최우선으로 자리를 확보해 주겠다고 해!”
아직 행사까지 2개월이 넘게 남은 6월임에도, 마케팅팀의 직원들은 행사의 성공 여부를 떠나 과부하로 갈려 나가기 직전.
“우리 인원 충당 안 해 주시겠죠…?”
“조금만 참으면 된다. 연간 일정표에 슈퍼 페스티벌 이후로 잡혀 있는 일정 하나도 없으니까, 10월만 되더라도 괜찮아질 거야.”
마케팅 실장이 빨갛게 충혈이 된 눈으로 바라보는 부하 직원을 향해 해 줄 수 있는 말은 그것뿐이었다.
애초에 마케팅팀의 연간 일정표에 나와 있는 일정은 9월에 있을 슈퍼 페스티벌까지. 원래라면 더 바빠야 하는 10월부터의 일정이 나와 있질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10월부터의 일정은 거의 모두 아티스트의 외부 스케줄이었기에, 내부에서 홍보를 담당하는 마케팅팀이 할 일이 없었던 것이었다.
그런 믿음으로 급격히 힘들어진 회사 생활을 버텨야 했다. 게다가 자신들보다 더 힘들다고 생각하는 존재가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았다.
“조금만 더 힘내자. 공연부 애들은 우리보다 더 힘들 거야. 조명이고 장비고 모두 신품이라 적응하는 시간도 필요할 거고.”
“다행이네요, 우리보다 힘든 사람이 있다니….”
조금 삐뚤어진 마음으로 타인의 고통이 자신의 고통을 상쇄시키며, 마케팅팀은 굴러가고 있었다.
한편 급하게 인원을 편성한 공연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들 역시 빨갛게 변해 버린 눈으로 타 부서가 자신들보다 힘들 거라는 믿음 하나만으로 버텨나가고 있었다.
“마케팅팀 애들은 집에도 못 가고 있다더라….”
“다행이네요…. 저 숙직실에서 삼십 분만 자고 올게요.”
“그래, 거기 자고 있는 애들 깨워서 보내주고.”
하나의 무대만을 설치해야 했다면 석 달이라는 시간은 꽤 편한 시간이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이번 페스티벌에서 쓰이는 무대는 총 네 개.
가장 큰 메인 스테이지 하나와 서브 스테이지 세 개로 구성된 구성이었기에, 들어가는 장비들의 숫자가 어마어마하게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장비의 구매는 돈만 갖고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장비를 운용하는 일은 사람의 손으로 해야 했기에 이들은 반복적인 연습을 위해 쉴 틈도 없었다.
그렇게 슈퍼 페스티벌의 날이 다가왔다.
***
나는 지금 몹시 초조하다.
당장 내일 슈퍼 페스티벌이 시작하는 날이 다가왔음에도, 재지에게 연락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누가 오는지를 알아야 공연비를 책정하고 음향 효과를 세팅할 수가 있었는데, 일단 누구인지도 알 수 없었다. 애초에 비밀로 하겠다는 걸 말해 달라고 하는 건데, 실수를 한 걸까.
김포의 현장에 나와 공연 설비들이 설치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도 누가 오는가에 대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현장의 세팅을 해 나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던 나에게 다가온 수원이 말을 걸었다.
“대표님, 회계팀에서 숨겨진 아티스트에게 얼마를 줘야 하느냐고 연락 왔는데?”
“…나도 정말 모른다니까, 수원아.”
사상 초유의 사태. 일반적으로 공연 일주일 전에는 와서 시설 점검하고 목 상태 체크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진짜 모르는구나…. 혹시 출연료 이야기를 하면 누군지 대답해 줄 줄 알았는데.”
“…애초에 전화로만 이야기한 상황이라, 나도 누가 온다고 말을 해 줄 수가 없어. 그나저나 뻥이였냐?”
“뻥은 아니야. 진짜 전화가 걸려 왔었거든.”
서프라이즈를 기대하라고 말을 한 재지만 믿고 있었는데 어떻게 하지?
“만약에 아무도 안 오면 어떻게 되는 건데?”
“어떻게 되긴…. 나라도 무대에 올라가야지….”
“오! 십몇 년 만에 정현이 무대를 볼 수 있는 건가? 그러면 오히려 안 오는 게 나을지도….”
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 수원아. 나 목 관리 하나도 안 되어 있는 상태거든?
내가 어떻게 무대를 망칠지 보고 싶다는 거냐?
음악이 싫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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