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hates music RAW novel - Chapter 156
155화
무브먼트 슈퍼 페스티벌의 개막.
3일간 예정되어 있는 행사였기에 티켓의 종류도 두 가지였다.
하루짜리 티켓인 원데이, 3일짜리 티켓인 올데이.
보통 공연에서 좌석의 등급으로 나누는 A나 R 같은 말은 전혀 쓰여 있질 않았다. 애초에 좌석이 없이 스탠딩으로만 구성이 되어 있는 공연이었고, 무대 네 개의 위치가 모두 떨어져 있다.
소리의 중첩을 막기 위해 무대가 향하는 방향들도 모두 제각각.
입구에서 나눠 주는 팸플릿을 손에 들고 사람들은 안전 바리케이드로 만들어진 길을 따라 공연장을 향했다.
그 입구에 들어서며 음식 가판대들이 늘어서 있었고, 무대는 음식 가판대를 지나 조금 들어가야 볼 수 있었다.
아직 공연 시작까지는 대략 한 시간 정도가 남아 있었지만, 사람들은 이미 입장해 있는 상태.
그렇게 공연 전에 입장한 사람들은 모두 음식 가판대 앞에서 떡볶이나 닭꼬치 따위를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유지현이 오프닝 세리머니라며? 나는 마지막 날 공연에 나올 줄 알았는데 진짜 의외다.”
“마지막 날 피날레는 누가 나올지 나와 있지도 않던데? 이러면 사람들이 가서 보기나 할까? 누가 올지도 모르는데 말이지.”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숨겨진 아티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수많은 추측들이 난무하는 현장.
“…혹시 마지막 무대에 오르는 거 이정현 아냐?”
“…너 미친 것 아니냐? 이정현이 마지막으로 노래를 불렀던 게 우리 초등학생 때야. 그때 이후로 노래 자체를 안 했는데 목소리가 멀쩡하겠냐?”
“아무리 그래도 신이 내린 목소리라는 별명이 있는데, 관리를 안 했어도 괜찮겠지.”
“게다가 원래 성악을 하던 사람인데, 가요나 락같은 노래를 부를 수나 있겠냐고. 헛소리 그만하고 손에 쥔 닭꼬치나 먹어. 소스 떨어진다.”
이들의 추측 중에 반은 맞았고 반은 틀렸다.
맞은 것은 무대에 오를 사람은 정현이 아니라는 것이었고, 틀린 것은 정현이 작곡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만든 노래는 모두 불러 보았다는 것이었다.
물론 다른 아티스트들이 부른 곡들만 들어 보았던 이들은 그 사실을 알 수 없었지만, 의외로 그것을 가장 처음부터 알고 있던 사람이 무대를 준비 중이었다.
“지현 씨, 30분 뒤 시작이에요. 스탠바이.”
“네, 고마워요!”
지현은 정현이 만든 행사의 첫 무대에 자신이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 꿈만 같았다.
간이 천막으로 만들어 놓은 대기실에 앉아 무대가 시작되는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체리 엔터테인먼트 시절에는 언제 공연 설비 일체를 모두 외주로 처리했었기에, 겪어 보질 못했던 공연 설비팀조차도 모두 같은 회사 소속이었기에 상대적으로 편할 수밖에 없었다.
지현은 의자에 앉아 등을 등받이에 최대한 밀착시킨 뒤에 눈을 감았다. 무대에 올라가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한 시간 동안 앉아 있을 수가 없다는 것.
항상 무대에 올라가기 전 지현이 갖는 루틴은 몸의 긴장을 푸는 일.
긴장을 하고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상태로 무대에 올라가면, 단 한 곡을 부르더라도 쉽게 지칠 수밖에 없다.
마이크를 가져다 놓고 통기타를 친다면 앉아 있을 수 있겠지만, 지현은 싱어송라이터라고는 하더라도 가벼운 댄스를 곁들인 일렉 트로니카 계열의 음악을 하는 입장.
그런 유지현에게 한 시간이라는 무대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한 곡당 3~4분 동안 노래를 부르지만, 무대용 반주곡은 중간중간 쉴 수 있는 시간을 넣기 위해 연주 파트를 약간 늘릴 수밖에 없다.
솔로 가수였기에 아이돌 그룹처럼 단독으로 부르며, 다른 멤버들을 쉴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파트가 있을 수가 없기 때문에 체력에 더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몸에 가해지는 부담이 더해질 수밖에 없었기에, 20대 후반 체력의 문제가 생겨날 수밖에 없던 시기부터 해 왔던 일이었다.
한참 동안이나 눈을 감고 명상을 하던 유지현이 눈을 뜨고 옆에 앉아 있는 매니저를 향해 말했다.
“언니, 나도 이제 나이 들었나 봐. 아무리 쉬어도 몸이 찌뿌둥해.”
“…너 어디 가서 그런 말 하지 마라. 아직 삼십대 초반이잖아.”
“요즘 스노우데이 봐 봐. 제일 어린애가 10대 후반이라고. 삼십대랑은 완전 차이 나잖아?”
“그래도 네가 오프닝 세리머니야. 스노우데이가 아니라.”
요즘 한창 인기 많은 스노우데이.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아이돌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그룹이었기에 유지현이 아이돌을 경계하나 보다 싶어 할 만한 대화.
그렇지만 한 천막 안에 들어와 있는 매니저나 코디는 그런 지현의 말에는 전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이들 모두 지현이 LJH 와 계약을 하며 체리 엔터테인먼트에서 데려온 이들이었기에, 지현의 생각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 편 좀 들어주면 안 되냐. 우리 같이한 게 몇 년인데.”
“안 돼. 어차피 너 걔네 신경 안 쓰잖아. 신경 쓰는 건 다른 사람이겠지. 유지현 씨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마시고 말 그만 하세요. 목 관리하셔야죠.”
토라진 것처럼 말을 하는 지현을 향해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는 매니저. 아무래도 오랜 시간 동안 함께해 왔기에, 지현의 마음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것보다 지현 언니. 마지막 날은 누가 오는지 혹시 아세요…?”
“응? 나는 스노우데이 말고 다른 사람 누가 오는지 하나도 모르는데?”
“아…. 언니도 모르시는구나.”
“왜? 마지막 날, 뭐가 있어?”
애초에 지현은 사람들에게 크게 관심을 안 갖는 타입이었기에, 포스터에 나와 있는 숨겨진 아티스트라는 말 자체를 신경 쓰질 않았다.
“숨겨진 아티스트요. 마케팅팀이고 어디고 회사에서 아무도 모른다고만 해서 혹시 언니는 알고 있나 했죠.”
“얘, 지현이가 언제 남들한테 관심 갖디? 물어볼 사람한테 물어봐야지.”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혹시나 아실 줄 알았죠…. 저희랑은 달리 사장님하고도 친분이 있고….”
당연히 알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매니저와는 달리 일말의 희망을 갖고 있던 코디.
회사 내에서 알고 있을 사람은 다 알고 있지만, 그저 외부의 사람들에게 알려 주지 않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정말로 아는 사람이 없었다.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한 지현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지만, 기대했던 대답은 돌아오질 않았다.
“지현 씨, 준비하세요!”
“네에! 언니 갔다 올게.”
하나도 궁금하지 않다는 듯한 기색으로 자연스럽게 무대를 향하는 지현에게, 매니저와 코디는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
“미안해요. 도쿄 투어 끝나고 바로 오려고 했는데, 시행사에서 저도 모르게 팬 미팅을 잡아 버리는 바람에…. 게다가 재지가 절대로 알려 주지 말라고 했거든요….”
“그래도 미리 전화라도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미국의 스포츠 매니지먼트 사업에서 가장 바쁜 시기인 NBA와 NHL의 스토브 리그 기간이었기에, 재지는 직접 와 줄 수가 없었다.
그랬기에 약속했던 대로 다른 아티스트를 섭외해 나와 연결해 주었는데, 그것은 바로 엘리 베일리스.
입국을 했다는 기사를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재지가 어떻게 해서든 보내 주겠다는 그 아티스트가 엘리라는 것을.
한국 내 어디에도 공연 일정을 잡고 들어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당연하다는 듯 입국 기사가 속보로 인터넷에 올라오자마자 나에게 전화가 왔다.
그렇게 연락이 되어 지금 엘리를 마주하고 있는 곳은 그녀가 머물고 있는 호텔의 로비. 워낙에 지켜보는 눈이 많았기에 방으로 찾아갈 수는 없었고, 조심스럽게 호텔 로비의 카페에서 만날 수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할 수 없는 얼굴이었던 엘리의 얼굴이 미소로 물들어간다. 살짝 처져 있는 눈꼬리가 올라가는 웃음이 그녀의 안에 있는 장난기를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결국 끼리끼리 논다고 하더니, 장난기가 넘치는 재지가 장난기가 넘치는 엘리를 보내 준 것.
래퍼들과 친분이 깊었던 재지였기에 당연히 래퍼를 보내 줄 것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전혀 의외의 인물을 보내 주었다.
이게 얼마 만에 마주하는 걸까.
내가 기억나는 그녀의 모습은 그래미 시상식의 옆자리에서 보여 주던 옆모습뿐.
그렇기에 정면으로 보는 것은 조금 생소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엘리가 올 거라는 생각을 전혀 할 수가 없어서 인스트러멘털(Instrumental 목소리만 제거한 상태의 완전한 음원인 경우를 말한다. 흔히 MR이라고 부르는 Music Recorded는 한국의 업계에서만 사용하고 외국에서는 쓰이지 않는다.)을 준비할 수가 없었는데…. 괜찮을까요?”
“그건 상관없어요. 도쿄 공연에서 사용한 음원이 있으니까.”
하긴 단독 콘서트에서 쓰이는 음원은 기본 두세 시간에 앙코르곡까지 들어가니까, 충분하고도 남겠지.
“그리고 다음부터는 미리 말 좀 해 주세요. 나는 아무도 안 오는 줄 알고 내가 무대에 올라갈 생각까지 했으니까 말이죠.”
“…차라리 관객으로 올 걸 그랬나 봐요. 그게 더 재밌었을 것 같은데.”
“제발 살려 주세요. 저 노래 안 부른 지 10년이 넘어가는 사람이에요.”
“하핫. 걱정하지 마세요. 무대에는 제가 올라갈 테니까.”
장난기가 가득한 얼굴로 웃음이 만개한 얼굴을 보이는 엘리.
우울한 음악에 어울리는 몽환적인 목소리와 무표정한 얼굴이 트레이드 마크인 엘리의 안에, 이렇게 많은 장난기가 숨어 있는 줄 미처 알지 못했다.
그렇게 친하게 지냈던 것도 아니었으니까.
“공연 시간은 두 시간이에요. 개런티는 얼마나 생각하시나요? 아직 돈이나 다른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되어 있질 않아서, 들어가서 계약서부터 만들어야 하거든요.”
“이번 공연을 하면 곡을 만들어 주신다고 재지가 말하지 않았으면 오지 않았을 거예요. 저는 그 약속만 지켜 주신다면 공연 비용은 상관없어요.”
잠깐, 곡이라니? 나는 그런 약속한 적 없는데?
아오. 재지 이 인간이 내가 만든 곡을 담보로 엘리를 포섭한 거였나?
그런데 잠깐, 엘리는 싱어송라이터잖아. 자신의 곡은 대부분 본인이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직접 만든 곡으로 그래미의 올해의 앨범상까지 탄 사람.
그런 사람이 내 곡을 탐내서 여기에 참여했다고?
“엘리는 자신이 부를 곡을 직접 만드는 편 아니었나요?”
“대부분이죠. 언론에서 싱어송라이터라는 프레임을 씌우면서 내가 부를 곡을 전부 직접 만든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은 오빠가 만든 것도 있고 외부에서 받은 곡도 있어요.”
“의외네요. 작곡천재라고 알려져 있는 이미지가 있어서, 저는 당연히 그런 조건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얼마나 경쟁이 치열했는데요. 정현의 곡을 받고 싶어서 사람들이 줄을 섰었다고요.”
미국과 한국의 거리가 너무 멀기도 하고 기사화되질 않아서, 그런 일이 있었는지 내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만약 미국 음악 업계의 거인인 재지가 비밀로 해 달라고 말을 하며 사람들을 모았다면, 그 사람들이 재지의 말을 지키지 않을 리가 없었으니까.
그나저나, 내가 만든 곡 하나로 수십억은 줘야 할 엘리의 공연 비용이 처리될 수 있다니. 이거 남는 장사… 겠지…?
음악이 싫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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