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hates music RAW novel - Chapter 160
159화
“케이블은?”
“오케이!”
관객이 들어차기도 전에 무대를 준비하느라 분주한 네 명. 이들은 최근에 인기를 얻기 시작한 인디 밴드 샤미라.
최근에 음악 방송에도 출연하고 예능 방송에도 출연하는 등 인디 밴드라는 수식어와는 어울리지 않는 행보를 보였지만, 자신들의 집은 무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었다.
“주영이 너는 일단 마이크 사운드 체크해 봐. 나는 톤메이킹 좀 할 테니까.”
“알았어. 아, 아.”
마이크에 대고 이런저런 것들을 하던 민주영은 얼마 지나지 않아 콘솔을 향해 말했다.
[마이크 피치 두 단계만 낮춰 주세요. 고음 파트에서 찢어질 것 같아요.]무대 아래에 있는 콘솔을 만지는 사운드 엔지니어의 손이 바빠지고, 테스트를 위해 연주하는 악기들의 소리가 앰프에서 뿜어져 나온다.
과거와는 다르게 무대를 준비하는 솜씨도 수준급. 이제는 매니저가 붙어 있는 입장이었기에, 무대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어 한참 시간이 걸리던 톤메이킹도 금세 할 수 있게 되었다.
“오른쪽 앰프 하울링 나니까, 마이크 방향 한 번만 만져 주세요.”
아직 공연이 시작한 것도 아니지만, 정신없이 돌아가는 무대. 공연을 시작하고 나면 손을 댈 수가 없기에 더더욱 사전 준비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했다.
콘솔을 잡고 있는 사운드 엔지니어 역시 외부의 인물이 아니었기에, 서로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무대가 달라지면 세팅도 달라지게 마련.
그저 무대 위에 있던 장비들을 사용하기만 하던 인디 밴드 샤미라는 예전보다 조금은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 주었다.
“리허설 들어갈게요!”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다 싶을 무렵 오재혁은 무대를 둘러싼 사람이 모두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큰 목소리를 내었다.
본 무대로 들어가기 전에 전체적인 사운드 체크를 위해 진행하는 리허설.
춤을 추는 동선을 체크하는 아이돌 무대와는 달리 사운드 체크만을 위해 진행하는 것이 대부분이기에, 움직이지 않고 소리만을 들어 보는 것이 전부.
한참 동안 체크하던 멤버들.
그러던 와중에 재혁이 다른 멤버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자, 다른 멤버들 역시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사운드 오케이!”
그렇게 기다리던 오케이 사인을 내리고 무대에서 내려가는 네 명.
지금까지 만나 왔던 수백 명이 아닌 수만 명의 앞에서 자신들의 무대를 보여 준다는 사실에 긴장이 아닌 희열에 빠졌다.
“예전에 네가 말했던 것들 그대로네?”
“아니야.”
“아니야? 앨범 한 번만 냈으면 소원이 없겠다며.”
“오빠는 은퇴해야지 그 말대로면. 자기 이름 박힌 앨범 한 번만 내면 그만둘 거라며.”
무대에서 내려와 대기실을 향하며, 서로 과거에 했던 말을 꺼내는 주영과 재혁.
완전 180도 바뀌어 버린 과거의 자신들의 모습이 마치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느껴졌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용하던 대기실도 지금은 멤버 네 명만이 사용하는 단독 대기실이었기에, 감회가 새로웠다.
“이정현 사장님께 진짜 감사해야 해….”
“다음 달에 우리 CD 앨범 나온다고 하시던데…. 나는 벌써부터 가슴이 떨려.”
고마운 마음에 정현이 없는 자리에서도 함부로 이름만을 부르지 않는 샤미라의 멤버들이었다.
그리고 공연장의 입구는 분주해졌다. 입장을 하는 시간이 가까워졌기 때문이었다.
입구 앞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안내 방송이 나오자마자, 점심시간부터 입장이 가능한 슈퍼 페스티벌의 입구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서기 시작했다.
“오늘은 밴드데이인가? 라인업이 전부 밴드인데?”
“첫날은 팝. 둘째 날은 아이돌이었으니까 밴드 위주로 진행할 때도 됐지.”
3일짜리 티켓을 끊은 사람들은 서로 오늘 무대에 올라갈 아티스트들의 라인업에 대해 이야기했으며, 밴드 데이라는 것을 알고 티켓을 구매했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밴드가 올라오는 시간을 체크하기 바빴다.
“TB는 샤미라 다음 메인 스테이지인데? 뭐야, 아직도 숨겨진 손님은 공개 안 된 거야?”
“무대에 올라와야 알 수 있다며. 그래도 밴드들만 올라오는 날에 시간이 잡힌 걸 보면 밴드가 아닐까?”
“그런가? 밴드라…. 몰래 올 만한 밴드가 누가 있지? 오늘 라인업 없는 밴드.”
“메이저 밴드는 TB밖에 없지 않아? 대취타도 없고 리바이벌도 없잖아.”
입장 시간을 기다리며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은 숨겨진 손님에 대한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그들은 서로 자신들이 좋아하는 밴드가 올라올 것이라고 바랐지만, 아직 누가 오게 될지는 알 수 없었다.
서로 기대감을 부풀리며 입장을 하는 관객들.
좌석이 정해지지 않은 스탠딩 공연이었기에, 사람들은 각자가 좋아하는 밴드의 무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3일 동안 이어지는 축제의 마지막 날이었기에 무대의 가장 앞에서,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이었다.
[달리지 마세요. 넘어지면 다칠 수 있습니다.]그들을 제어하기 위해 운영팀은 진땀을 흘려야 했다.
***
“지난 몇 달간 고생 많으셨어요. 앞으로 몇 시간만 고생하시면 됩니다.”
“이제는 좀 살 것 같네요. 끝이 안 날 것 같았는데 이제서야 끝난다는 게 실감이 납니다.”
어제는 연습실 앞을 지키느라 나올 수 없었지만, 그래도 마지막 날인 오늘은 페스티벌의 현장에 나올 수 있었다.
마지막 날이었기에, 집과 어학원만 왕복하는 삶을 사는 메건도 함께 현장에 나와 있었다.
“이런 걸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가슴이 두근거려요!”
“영국이 이런 공연이 더 많지 않아요?”
“많죠. 그런데 가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거든요. 할아버님이 허락을 안 해 주셔서.”
“알버트 경이요? 의외네요.”
문화생활에 관심이 많은 알버트가 손녀인 메건이 공연장에 가는 것을 반대하다니 그건 의외네.
“영국의 공연에서는 마약을 파는 일이 많거든요. 그래서 그걸 막으려고 하신 거라고 생각해요.”
“아, 그렇죠. 거기는 공연장 안에서 마약을 파는 일이 흔하니까요….”
공연장에서 음악을 온몸으로 듣게 해 준다는 마약 MDMA. 일명 엑스터시 때문이었다.
마약을 하고 음악을 들어 본 적이 없어서인지 와닿지는 않았지만, 음악에 현장감이 더 느껴진다는 말은 들어 보았다.
공연을 관람하러 와서 이갈이를 방지하는 마우스피스나 아이들이 입에 물고 있는 공갈 젖꼭지를 물고 있다면 100% 마약쟁이.
그런 면에서 보면 한국이 참 괜찮은 나라네. 마약도 구하기 어렵고, 총도 구하기 어려우니까.
“무대 앞으로 나가 보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응? 무대 앞?”
“모니터로 보는 것도 좋지만 현장의 열기를 느껴보고 싶어요.”
“아…. 같이 가죠.”
목적지는 아직 사람들이 모두 들어차지 않은 메인 스테이지 앞.
두 명뿐인 경호원들만으로는 경호하기 조금 힘들어질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가 만든 페스티벌의 마지막 날이니까 직접 지켜봐야겠지.
***
정현이 운영팀의 천막에서 메건 그리고 경호원들과 함께 나와 메인 스테이지 앞으로 향하는 그때, 샤미라는 무대 위에 올라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샤미라 스탠바이! 5분 전!”
다른 때와 똑같은 말로 샤미라의 천막 안에 소리를 치고 가는 조연출. 그 말을 들은 멤버들은 가슴이 터질 것만 같은 긴장감이 들기 시작했다.
“우리…. 잘할 수 있을까?”
“무대에서 불태우고 죽자!”
긴장해서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한 보컬 민주영과 그녀의 말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 기합을 넣는 오재혁. 이들의 인생에서 가장 큰 무대에 올라갈 때가 되었다.
멤버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천막의 입구를 향했다.
한걸음마다 무거워지는 것 같은 발걸음. 각자의 악기는 리허설을 하고 무대 위에 놓고 대기실로 돌아왔지만, 이상하게 몸이 무겁게 느껴졌다.
대기실에서 빠져나와 무대까지 향하는 짧은 길이 길게 느껴졌다. 이렇게 걸어가는 것이 영원할 것만 같은 느낌.
긴장감으로 속이 울렁거리고 헛구역질이 나올 것만 같았다.
“사장님이 무대를 즐기라고 하셨잖아. 너무 긴장하지 마, 주영아.”
“으, 응….”
재혁의 말에 간신히 정신을 차린 주영. 떨려오는 손으로 계단의 난간을 잡으며 무대로 향하는 계단에 발을 올렸다.
긴장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고, 갑자기 편안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도망칠 수는 없었다.
높지 않은 계단에 올라가는 길이 무섭게만 느껴진다.
눈앞에 있는 작은 문을 통과하면 관객들이 있을 무대 앞으로 나갈 수 있었다.
“하… 아….”
주영은 깊은숨을 내쉬었다.
다른 멤버들이 모두 자신의 뒤에서 따라오고 있었기에, 멈출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뒤를 돌아보았다.
드럼을 치는 병찬이와 베이시스트 민수의 얼굴도 긴장으로 일그러져있는 것이 보인다. 재혁 역시 말은 그렇게 했지만, 긴장하고 있는 표정이 역력했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지금까지는 멤버들 중에 자신만이 긴장했다 생각했다. 자신만 긴장한 것이 아니라는 것에 조금은 위안이 되어 외쳤다.
“가자! 죽더라도 무대에서 죽자고!”
““그래!””
밴드의 멤버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자신만이 해 줄 수 있는 말들을 해야 했다. 보컬인 주영 자신이 밴드의 얼굴이었기 때문이었다.
주영은 힘들게 손을 뻗어 어둡던 백스테이지에서 눈이 부시도록 밝은 무대로 연결된 문을 열었다.
눈을 가리는 밝은 빛에 살짝 찡그리며 무대 위로 올라가 각자의 자리에 위치할 무렵, 눈이 보이지 않게 만들었던 강렬한 빛에 익숙해지고 무대 앞에 모인 사람들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와아아아!””
한 몸이 된 것처럼 함성을 내지르는 관객들을 바라본 네 명의 멤버들은 모두 감격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자신들이 서 왔던 무대들 중에 가장 많은 사람이 보았던 무대는 방송국의 공개 방송.
많아야 300~400명가량이 들어찬 방송국의 공개 방송과, 지금 눈앞에 보이는 수만 명의 사람은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희열이 느껴졌다.
‘저 사람들이 모두 우리를 보러 왔단 말이지…?’
‘어떻게 해, 나 눈물 날 것 같아….’
멤버들은 서로 눈을 맞추며 입을 열지 못한 채 대화를 나누어야 했다. 수만 명의 함성소리가 이들의 말소리를 가릴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주영은 감격의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느낄 새도 없이 본능적으로, 무대 중앙의 스탠드에 끼워진 마이크로 다가가 외쳤다.
[여러분, 즐길 준비 됐어요?]““네에에에!””
[에이, 아직 안 된 것 같은데? 준비 됐어요?]““네에에에에!””
주영의 목소리에 화답하는 관객들의 목소리가 악기들의 소리를 듣기 위해, 귀에 걸쳐 놓은 모니터링 이어폰을 뚫고 들어온다.
힘겹게 무대를 올라오던 시간이 마치 꿈처럼 느껴지며, 마이크를 잡은 손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축제의 마지막 날 우리 함께 달려 보자고요!]““와아아아아!””
평상시의 공연에서는 느낄 수 없는 텐션. 주영은 관객들에게 취해갔다. 주영뿐만이 아니라 네 명의 멤버 모두 마찬가지.
슈퍼 페스티벌의 마지막 날. 첫 번째 공연은 이렇게 열광적인 함성과 함께 시작되었다.
음악이 싫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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