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hates music RAW novel - Chapter 161
160화
[아무렇지도 않았지~ 네가 떠나가던 날~]주영은 스탠드에 끼워진 마이크를 홀더에서 꺼낸 뒤, 왼손으로 잡아 입가에 갖다 대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목소리에 스미듯 들어간 떨림은 바이브레이션이 되어 마이크로 들어가 스피커를 거쳐 관객들의 귀로 들어간다.
무덤덤하게 읊조리는 목소리가 귓가에 다가와 스친다. 감정이 전혀 실려 있지 않은 것만 같은 느낌. 그런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더욱 애틋함을 느끼게 하는 아이러니함.
가벼운 허밍 소리가 섞인 민주영의 목소리가 무대에 울려 퍼지자, 조금 전까지 열광적인 함성을 보내던 관객들이 그녀의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네가 떠나가던 날~””
아무도 자신들의 곡을 알지 못해 따라 부르는 사람이 전혀 없었던 클럽공연의 관객은 많아 봐야 100명 안팎.
지금 자신들의 앞에 있는 관객은 적게 잡아도 2만 명은 될 것이다.
그런데 이 많은 사람들이 민주영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들려 오기도 전부터 따라 부르는 떼창을 시작했다.
무대에 올라오기 전까지 온몸의 떨림을 느꼈던 민주영과 샤미라 멤버들은 이런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특히 수개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생활비도 되지 않는 밴드였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 했던 상황과 지금은 말 그대로 천지 차이.
관객들이 불러 주는 노래에 마음이 울컥하자 순간 주영의 목이 막혀 버렸다.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서 마이크를 내려 가슴 언저리에 놓았는데, 그때 객석에서 들려 오는 사람들의 떼창이 더욱 커지는 것이 느껴졌다.
““별것 아닌 일이라고 여겼었지 네가 떠나가던 날~””
수만 명의 목소리가 겹쳐 스피커에서 나오는 반주의 위를 뒤덮는다.
멤버들은 당황했지만 내색할 수는 없었다. 자신들은 이미 담배 연기가 자욱한 클럽에서 공연을 하는 아마추어 인디 밴드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드러머인 송병찬이 당황을 해서 박자가 조금 어긋났었지만, 이내 원상태로 돌아올 수 있었다.
박자가 원래대로 돌아오자 기타리스트인 오재혁과 베이시스트 송병찬도 안정을 되찾았다.
당황했던 마음이 다시 차분하게 될 때까지 영원처럼 길게 느껴졌던 몇 초.
멤버들이 안정감을 찾는 것을 느낀 민주영의 마음도 금세 다시 원상태로 돌아올 수 있었다.
[햇살이 이렇게 따듯한데 빗속을 걷는 느낌이야~]슬픈 가사를 속삭이는 보컬과 밝은 느낌의 연주는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무대 위에서 최고의 시너지로 뿜어졌다.
***
“응? 오늘 좀 이상하네.”
“뭐가요?”
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무대 가까이로는 갈 수가 없었기에, 메건과 함께 콘솔이 있는 무대의 반대편 끝에 서 있었다.
그런데 평소에 연습을 할 때 들어 보았던 민주영의 목소리와는 확실하게 다른 목소리. 귓가에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지금은 미묘하게 다른 느낌이 되어있다.
“평소보다 노래를 더 잘하는 것 같아서요.”
“축제라서 그런 것 아닐까요? 축제라는 말은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잖아요.”
그런 건가? 축제라서 조금 분위기가 업 된 걸까?
이렇게 부를 수 있었다면 애초에 앨범 버전도 이렇게 불러 줄 것이지….
마음이 조금 심란했다. 지금의 버전과 녹음이 되어 있는 것과 차이가 꽤 심하게 났기 때문이었다.
처음에 불렀던 한 곡만이 아니었다. 아예 모든 곡이 기존에 녹음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완성도가 올라가 있었다.
지금까지 내 귓가에 들렸었던 음악에 대한 판단이 틀렸던 적은 없었지만, 어쩌면 나도 분위기에 취했는지도 모른다.
원래의 곡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축제의 분위기에 휩쓸려 더 좋은 음악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일지도.
민주영의 목소리가 아닌 관객들의 목소리로 들려 오는 멜로디.
그렇지만 그런 것은 아무렇지도 않다. 잔잔한 민주영의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를 관객들이 목청껏 소리 내어 부르는 것도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워낙 머릿속에 들려 왔던 음악들만으로도 벅차서, 애써 라이브 공연장을 찾아본 적은 없었던 지난날.
클래식의 신성을 가려낸다던 그 울프 TV의 프로그램은 연주만 했기에 관객들의 개입을 용납하지 않았으니, 라이브를 현장에서 음악을 들어 보는 것은 고등학교 때 이후 처음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게 라이브의 맛인가…?
생소했다. 고상하게 앉아서 관람하는 클래식과는 다른 맛이 느껴진다. 어쩌면 초등학교 때 학교 앞 문구점에서 파는 불량 식품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으흥~ 흥~”
옆에 있던 메건이 가사도 모르면서 콧노래로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이거 기분이 묘한데…?
***
열광적인 무대였다.
다른 말로는 표현할 수가 없었다.
샤미라의 음악은 분명 잔잔하고 담백해야 했지만, 축제라는 마성이 씌워진 이들의 무대를 바라본 사람들의 열기가 엄청났다.
언제나 정해진 하나 혹은 두 개의 곡만을 부르고 내려가던 10분짜리 무대와는 다르게, 한 시간이나 이어진 단독 공연.
중간중간 멤버들이 물을 마시며 쉴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해 이런저런 말들을 했지만, 자기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나질 않았다.
그래도 만족스럽다고 생각했다. 떼창이라는 것도 처음으로 경험할 수 있던 대규모 관객들이 바라보는 무대.
무대 위에서 정해진 마지막 곡까지 끝냈을 때는 벅차오르는 가슴을 진정시켜야 할 정도였다.
[지금까지 샤미라였습니다! 감사합니다!]땀으로 뒤범벅이 된 민주영의 밝은 목소리가 관객을 향한 커다란 스피커를 통해 들려 온다.
다른 때와 별로 다르지 않은 마무리 멘트. 언제나 무대를 내려가기 전에 입에 담았던 짧은 말이었다.
그렇지만 관객이 달랐다.
““앙코르! 앙코르!””
무대 위에서 인사를 하고 등을 돌려 내려가는 그 순간부터 울려 퍼지는 앙코르 사인.
시간표대로 무대에 올라가 공연을 해야 하는 연합 공연에서는 앙코르를 할 수가 없지만, 관객들의 함성 소리는 그런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울려 퍼졌다.
무대 뒤편에 연결된 출입구 계단으로 내려오는 샤미라 멤버 네 명의 귀에도 똑똑히 들렸다.
“어떻게 해…?”
“나도 몰라. 이런 적이 처음이잖아….”
처음 들어보는 앙코르 콜에 민주영은 당황해서 오재혁에게 물었지만, 그 역시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
이들이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어 답답할 뿐이었다.
객석에서 울려 퍼지는 앙코르 콜에 답을 해 줄 수가 없어 답답한 마음을 품은 채 대기실로 돌아와야 했다.
조금 전에 무대에서 내려왔지만, 마치 수십 년 전에 있었던 일이었던 신기루인 것만 같았다.
천막으로 만들어진 대기실 안에 놓인 소파에 네 명의 멤버가 모두 쓰러지듯 몸을 기대자, 민주영의 입이 열렸다.
“사장님이 콘솔 옆에 계시는 거 봤어?”
“봤지….”
“그 모습을 보니까, 마음이 착 가라앉더라….”
“나도 사장님 얼굴을 보니까. 손 떨림이 멈추더라고. 반대여야 하는 것 아니야?”
“푸흐….”
보통은 회사의 대표가 자리하면 긴장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겠지만, 대표라는 직책과는 다르게 악기 연주를 비롯해서 보컬 가이드까지 해주었던 정현.
샤미라의 멤버들은 정현과 함께했던 그 시간들을 떠올리며 오히려 안정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
멤버들 사이에 그런 공감대가 형성될 정도로 연습은 힘들었지만, 정현이 말해 준 것들을 모두 고치면 완벽한 연주가 될 것이라는 생각만으로 임했던 녹음과 연습 기간.
그 기간을 버티고 무대에 올라 모든 것을 다 쏟아냈다.
“굉장했지….”
“전에 오백 명이 모여 있던 방송국 공개홀에서도 엄청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는 진짜 최고였어….”
민주영과 오재혁은 불과 몇 분 전까지 자신들이 올랐던 무대를 회상하며 대화를 나누었다.
적으면 열몇 명, 많을 때는 백 명 정도가 모여드는 클럽 공연을 떠올리며 비교를 해 보아도 전혀 다른 느낌.
만족스러웠다. 무대 앞에 모여든 사람들의 함성을 들으며 희열이 느껴졌던 것은 눈앞에 열몇 명의 관객들을 두고 공연했던 첫 무대 이후 처음이었다.
방금 전 공연을 마치고 내려온 네 사람이었지만,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무대가 그리웠다.
“이런 공연 또 하고 싶다….”
“나도….”
“혹시 사장님한테 부탁하면 잡아 주려나…?”
“푸흐…. 우리 공연 잡으면 꼭 와달라는 말도 해 줘. 아무래도 사장님이 우리 부적 같으니까.”
넷은 무대 위에 올랐을 때 느껴진 흥분감이 가져다주던 마약과도 같은 자극이 사라지자, 온몸의 힘이 빠져나간 듯 늘어질 수밖에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천막 안은 잠이 들어 버린 샤미라 멤버의 코 고는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려 오지 않았다.
한편 샤미라가 무대에서 내려가고도 한참 동안이나 앙코르 콜을 열심히 외칠 정도로 심취해 있던 관객들은,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안내방송을 듣고 그제서야 멈추었다.
[정해진 일정 때문에 앙코르를 해 드리지 못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오프닝 공연만으로 달궈진 슈퍼 페스티벌의 현장 분위기. 관객들은 그 공연에 심취하여 콘서트 현장으로 착각해 앙코르 콜을 할 정도였다.
“아…. 콘서트 온 기분에 열심히 외쳤는데….”
“단독 무대는 언제 하는 거야?”
3일 차의 공연이 시작한 지 이제 겨우 한 시간이 지났을 뿐이었지만, 이미 달아오른 관객들은 자신들을 만족시킬 새로운 무대를 찾아 메인 스테이지 앞에서 이동하기 시작했다.
축제가 끝날 때까지 남은 7시간 동안 네 개의 무대에 올라갈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대기 중이었고, 이들의 가운데에는 엘리와 유지현도 있었다.
둘의 무대가 시작되기까지 남은 시간은 단 네 시간뿐이었지만, 둘은 여전히 연습을 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지~ 퍼포먼스를 할 때에는 이렇게 조금 더 과감하게 흔들어 주는 게 좋아. 적은 움직임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어!”
“헉헉. 엘리…. 알려 줘서 고마워요….”
무대에 올라가면 예상보다 더 큰 체력 소모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자신보다 급이 높은 엘리에게 먹히고 싶지 않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유지현은 자신을 불태우며 연습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마음을 엘리는 알지 못했고, 그저 자신과의 합동 무대를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싶은 마음에 연습을 한다고 여길 수밖에 없었다.
그런 둘을 바라보는 매니저와 코디들은 조마조마한 심정이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연습을 바라보다 코디가 매니저에게 다가가 조용히 물었다.
“저, 언니. 원래 지현 언니 공연 들어가기 전에 엄청 쉬지 않아요…?”
“맞아….”
“좀 걱정되네요. 오늘은 무리하는 게 눈에 보이는 것 같아서.”
“…저 모습을 보고 어떻게 말리겠어….”
평소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움직임을 극단적으로 줄이며 체력을 보존하려 했던 유지현이었지만, 오늘은 고작 몇 시간 뒤에 올라가서 보일 퍼포먼스를 위해 쉴 틈도 없이 연습 중.
평소와 다른 모습에 지현을 따라다니는 스태프들까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정현 님이 잡아 주신 콜라보야. 어떻게 해서든 내가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해!’
지현은 이런 생각을 하며 자기 자신에게 부담을 지우고 있었다.
정작 지현이 머릿속으로 떠올린 정현은 그런 생각은 전혀 하고 있지 않았지만, 그걸 지현이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저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지금까지 해 왔던 자신만의 루틴을 무너뜨리고, 무리를 하는 지현.
무대에 올라갈 시간이 조금씩 다가왔다.
음악이 싫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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