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hates music RAW novel - Chapter 162
161화
샤미라가 달궈 놓은 슈퍼 페스티벌의 현장.
그 열기는 쉽게 식지 않았다. 기존 이미지는 비교적 잔잔한 음악을 추구하는 샤미라였지만, 무대 아래 관객들의 분위기에 취해 활활 불타오르게 만들었던 탓이었다.
“오늘 샤미라 뭔가 죽이지 않았냐? 홍대 라이브 홀에서 하는 거랑은 좀 다른 것 같던데.”
“그래? 나는 잘 모르겠던데. 사람들이 많아서 다르게 느껴졌던 것 아닐까?”
점심시간인 12시, 샤미라의 무대로 시작된 마지막 날의 공연. 헤드라이너의 역할은 분위기를 띄우는 것. 관객들의 반응만 보자면, 이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100% 완수하고 내려갔다고 볼 수 있었다.
오프닝 무대부터 불타오르는 슈퍼 페스티벌.
이어지는 인디 밴드들의 향연. 주 무대는 정해진 공연이 없었지만 운영진 쪽에서는 무언가를 준비하느라 분주했고, 나머지 세 개의 작은 무대에서 이어지는 공연에 사람들은 자신들이 보고 싶어 하는 공연장을 향해 뿔뿔이 흩어졌다.
줄기차게 밴드만 등장하는 3일 차였지만, 모든 밴드의 주 장르가 달랐기에 사람들은 각 무대마다 색다른 분위기를 느끼며 축제를 즐겼다.
샤미라의 공연 이후 여섯 시간 동안 이어져 시간은 어느덧 일곱 시에 가까워진 시간.
한창 무르익은 분위기가 마무리 시간에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은 메인 스테이지의 피날레 무대를 고대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무대도 밴드 아닐까?”
“그럴 가능성이 높지. 오늘은 밴드만 나왔으니까.”
“그러면 넬라가 나오려나?”
“넬라 무대를 마지막으로 세우기에는 분위기가 너무 우울하지 않을까?”
관객들은 온갖 추리들을 끼우며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할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하며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기 바빴다.
한때 아이돌 판이 되어 버리며 밴드 음악의 침체기가 길어졌기에,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밴드는 여전히 오래된 밴드들 뿐이었다.
이들이 주로 이야기를 나누는 곳은 입구 근처의 음식 가판대.
자연스럽게 이들의 질문은 음식 가판대를 지키는 상인들로 향했다.
“아저씨, 오늘 누구 오는지 들으신 것 없어요? 혹시 넬라 아니에요?”
“우리야 장사만 하지 공연에 대해서 아는 게 있겠어요?”
“에이, 그래도 관계자잖아요. 넬라 맞죠?”
“어휴, 정말 몰라요. 우리는 김포시에서 음식 장사하는 사람들이라니까.”
상인들은 손사래를 치며 사람들의 질문을 회피하기 바빴다. 행사에 대해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인들이 관객들에게 시달릴 정도로 관객들의 궁금함이 더해졌다.
이들은 차라리 자신들이 알았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렇다면 질문하는 관객들의 말에 답을 해 주며 이 질문 지옥에서 빠져나갈 수 있었을 테니까.
그렇지만 정말 아는 것이 없었기에, 관계자라 당연히 알 것이라 생각하며 질문하는 관객들의 말이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잠시 후 저녁 7시부터 메인 스테이지에서 슈퍼 페스티벌의 마지막 무대가 진행될 예정이오니, 입장하신 관객 여러분께서는 모두 무대 앞으로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축제 현장의 내부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스피커에서 나오는 안내 방송. 그 방송을 들은 관객들은 앞다투어 메인 무대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머지 세 개의 무대에서 펼쳐질 다른 공연은 더 이상 없다. 남은 것은 축제의 마지막 공연이 될 두 시간의 주인공들이 올라올 일만 남아 있었다.
마지막 공연에 대한 호기심으로 축제의 현장 곳곳에서 메인 스테이지로 몰려드는 수만 명의 사람들. 공연을 관람한 지 일곱 시간 가까이 지났지만, 사람들의 기대감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공연에 만족감이 컸기에 사람들은 더욱더 큰 기대감을 가슴에 품고 발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방송이 들린 지 몇 분 지나지도 않았지만, 사람들은 무대 앞에 자리를 잡느라 분주했다. 정해진 좌석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 무대가 시작한다고 알려진 7시까지 몇 분 남지 않은 시간. 이미 주 무대 앞은 인파로 가득 찼다.
“몇 분 남지도 않았는데, 진즉 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악기 조율할 시간도 있어야 하잖아. 리허설도 안 했는데.”
“그렇지. 무대 위에 있던 앰프들도 없어졌잖아. 다시 설치하는 데 시간도 걸릴 거 아냐. 일곱 시에 시작하는 거 맞아?”
각자 무대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들이 무대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리는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이번에 락 밴드들만 잔뜩 영입한 것만 봐도 이정현이 밴드 음악을 더 좋아한다는 걸 알 수 있어. 당연히 마지막도 밴드 음악으로 장식할 거라고.”
“그러니까 당연히 무대 세팅할 때 밴드용으로 해야지. 지금 저 비어 있는 무대를 봐. 지금 이 상태라면 메탈리카가 올라와도 세팅하는 시간이 한참 필요할걸.”
수만 명이 무대 앞에 몰려들었지만, 무대 위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몰려든 사람들은 시간이 다가와도 아무도 등장하지 않는 무대를 바라보며, 기대가 너무 컸었던 것 같다며 실망감이 들기 시작했다.
앰프를 가져다 놓고 톤 메이킹을 해야 하는 악기와 베이스, 그리고 각종 이펙터와 신시사이저 등 당연하게도 공연에 밴드를 세우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텅 빈 무대 위를 바라보던 관객은 실망감에 가득 차서 말했다.
“이러다가 아무도 안 나오는 것 아니야?”
“아무도 안 나오다가 지금까지 공연을 관람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축제는 끝났습니다! 라고 말하면 웃기겠다.”
그의 말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시간이 조금 지나자 마치 정말 아무 공연도 없이 축제가 끝이 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텅텅텅-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조금씩 그 기대감에 사람들이 모두 지쳐가던 때, 어두운 무대를 감싸고 있던 꺼져 있던 조명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지지, 징-]앰프에 플러그를 꽂는 듯한 소리의 뒤를 이어, 오래된 스피커에서나 나올 법한 노이즈가 섞인 드럼 소리가 최신형 스피커에서 흘러나온다.
아무도 나오질 않아 조금은 식어 버린 사람들은 소리가 들려 오는 곳이 어디인지 찾기 시작했다.
“뭐야 이거…? 환청인가? 나한테만 들리는 소리는 아니지?”
“아냐…. 나한테도 들려.”
멀리서 어렴풋하게 들려오는 것만 같은 작은 드럼 소리에 신경을 곤두세워야만 했다.
수만 명의 시선이 무대 위를 향했다.
들려 오는 드럼 소리의 박자에 맞춰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반복하는 조명들.
그제서야 사람들은 누군가가 무대에 나오려 한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 보았던 것 같은 베이스 소리가 드럼 위에 올려졌다.
둥두둥 두두두둥-
반복되는 베이스와 드럼 소리 그리고 흥얼거리는 듯한 콧소리가 더해지자, 사람들은 누구의 음악인지 알아채기 시작했다.
“어? 이거 엘리가 부른 배드 보이잖아.”
“엘리? 갑자기?”
스피커의 볼륨이 점점 커진다.
스피커는 전 세계에서 크게 히트를 하며, 거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노래 배드 보이의 단조로운 멜로디를 뿜어냈다.
수만에 이르는 관객들이 서로 발로 박자를 맞추었다.
모든 관객이 박자에 맞춰 발을 움직일 때쯤, 무대 뒤편의 조명이 환하게 밝아지며 한 명의 모습이 드러났다.
무대 위에 보이는 사람의 뒤편에서 조명이 쏘아졌기에 얼굴이 제대로 보이질 않았다. 검은색 실루엣이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White shirt now red, my bloody nose]대화하는 것처럼 낮게 깔리는 원곡과는 다른 목소리가 들려 온다.
조금은 톤이 높은 것 같은 소리. 카페나 어딘가에서 들어 왔던 그 목소리가 아니었기에, 사람들은 무대 뒤편의 모니터가 켜지기만을 기다리며 누구의 목소리인지 주변의 사람들에게 묻기 시작했다.
“누구야…?”
“엘리는 아닌 것 같은데…? 엘리 목소리는 조금 더 낮잖아.”
외국의 아티스트들이 내한 공연을 할 때 주로 들려 오는 떼창 대신, 관객들의 웅성대는 소리가 들려 왔다.
누구인지 사전에 공지가 되지 않았던 아티스트.
그 존재를 향한 호기심에 사람들이 눈을 크게 뜨고 무대 위의 실루엣을 쳐다보던 그때, 얼굴을 밝혀 주는 조명과 무대 뒤의 스크린이 동시에 켜졌다.
“어? 유지현이다!”
가장 먼저 얼굴을 알아본 누군가의 목소리가 공연장에 울렸다.
평소처럼 소녀 같은 옷을 입은 것이 아닌 래퍼 같은 펑퍼짐한 옷에 모자까지 쓰고 있는 유지현의 모습.
자신의 곡이 아닌 엘리의 곡을 불러야 했기에, 그에 어울리는 차림을 한 그녀의 모습이 무대 뒤의 스크린에 비치고 있었다.
***
“생각보다 잘 어울리네.”
“그러게 말이야. 유지현이 저런 옷을 입을 줄은 꿈에도 몰랐네.”
메건과 행사장의 공연들을 보고 있던 중에 수원이가 마지막 공연을 보기 위해 찾아왔다.
“저것도 네가 입힌 거야?”
“그럴 리가. 내가 옷 같은 것에는 전혀 센스가 없다는 거 잘 알잖아.”
“하긴 턱시도만 입었던 네가 무대 의상 같은 걸 알 리가 없지.”
“너는 옷 잘 입는 줄 아냐?”
나도 잘 알고 있었기에 센스가 없다고 말했지만 다른 사람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오는 건 기분이 썩 좋지 않아서, 사소한 복수를 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수원이는 자그마한 반응조차 없었다.
메건은 반짝이는 무대를 향해 있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릴 줄을 몰랐고, 아웅다웅하는 수원이와 내게 단 한 번의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집중하고 있었다.
화려하게 빛나는 무대 위에 보이는 유지현의 흐느적거리는 모습이 어울리지가 않았기에 조금 웃음이 나올 뻔했다.
하지만 평소의 밝은 얼굴이 아닌 진지한 얼굴로 엘리의 노래를 부르는 그녀의 모습이었기에, 나오려던 웃음은 금세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콘솔박스 옆에 자리 잡은 나와 메건 그리고 수원에게까지 들려 오는 음악 소리. 조금은 웅웅대는 것만 같은 베이스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힌다.
처음에는 웅성이며 엘리의 노래를 부르는 유지현을 향해 의문을 품었던 관객들이었으나, 조금 지나자 어느새 무대를 향해 손을 뻗으며 열광적으로 호응하고 있었다.
[I’m the bad boy, duh~]배드 보이의 하이라이트 파트가 흘러나오며 지현은 모자를 집어던졌다.
모자의 챙에 가려져 자세히 보이지 않던 그녀의 눈가에 번져 있는 화장. 무대를 올라오기 위해 꾸몄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크게 번져 있는 모습.
하지만 평소의 그 단정한 모습과는 다르게 지금 부르고 있는 엘리의 음악에 정말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얼굴이 드러나는 그 순간 모든 반주가 멈추고 무대의 양쪽에서 분수 같은 불꽃이 터져 나왔다.
쿵쿵- 쿵쿵-
심장의 박동 소리를 따라 하는 것만 같은 드럼 소리. 내가 할 수 있는 음악과는 조금 다른 어레인지가 되어 버린 곡.
원곡의 느낌과는 많이 벗어나 있었지만, 이 분위기 자체가 엘리만의 곡이 아닌 유지현을 배려한 느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두워진 무대 위에 끊임없이 들려오는 드럼 소리.
잠시 동안 이어진 암전. 혹시 무대 사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길게 느껴진다.
퍼엉!
터져 나오는 불꽃과 함께 다시 밝아진 무대 위에 유지현이 있어야 하는 자리에 서 있는 엘리.
그 아래로 무슨 일이 벌어진지 알지 못하는 어리둥절한 관객들의 뒷모습이 보였다.
“어…? 어, 어…? 엘리다!”
“지, 진짜 엘리다!”
뒤늦게 알아채고 곳곳에서 소리를 질러 대는 관객들.
멈추었던 음악은 다시 시작되고, 그 음악에 맞춰 엘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I’m the bad boy I like it when you take control.]조금 전까지 노래를 불렀던 유지현의 목소리가 오버랩되며, 엘리의 목소리와 겹쳐지는 이상한 기분.
귓속을 파고드는 음악 소리와 그들의 목소리가 내 머릿속에서 섞여들어 가기 시작한다.
“야, 야! 너 왜 그래? 괜찮아?”
바로 옆에서 소리치는 수원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 온다. 어쩌면 무대 앞 스피커에서 터져 나오는 음악 소리에 내 귀가 조금 먹먹해진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내게 괜찮냐고 물어보는 거지…?
음악이 싫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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