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hates music RAW novel - Chapter 180
179화
“앨범 발매는 물론 공연 실황 판매도 하지 않고 무대 공연만 하는 겁니다.”
이게 무슨 개떡 같은 소리인가. 작곡가가 앨범 판매를 하지 않으면 수익은 어떻게 내라는 말이야.
공연을 해서 돈을 벌어들이는 것은 작곡가가 아닌 아티스트 수익이다. 애초에 라이브 공연에서 저작권료를 받아 낼 방법이 없다.
솔직히 말을 해서 다른 때보다 오히려 더 많은 신경을 쓴 곡이었다.
다른 곡들은 모두 머릿속에서 들려 주는 소리들을 받아 적듯이 만든 곡이었기 때문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다면, 이 곡은 내가 실낱같은 멜로디를 기반으로 바닥부터 만든 첫 곡이니까.
이런 곡을 그냥 거저 넘겨 달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져 눈살이 나도 모르게 찌푸려졌다. 그리고 이 곡을 악용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었다.
내가 어이가 없어서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있자, 페터는 말을 이었다.
“아예 발매하지 않으시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이런 명곡을 묵혀 두시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 생각합니다.”
“…….”
“콘서트홀을 방문하는 많은 불면증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공연에서만 들려 주는 곡으로 지정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솔직히 말을 해서 현시대에 공연에서만 들려 주고 싶다 하더라도, 그 악보가 흘러나가지 않을 가능성은 없다.
나는 관계자가 악보를 외부로 유출할 가능성도 생각해 봐야 했다.
“이 곡을 레퍼토리에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계약의 세부 사항을 조율해야겠습니다.”
“당연하죠. 특수한 상황이 된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해서 나와 빈 필하모닉의 계약은 조금 변경되었다.
기존에 초연과 실황 스트리밍 수익만을 분배하는 것에서, 곡이 사용된 모든 공연의 수익을 분배하고 악보를 외부에 유출하게 되면 관계자를 형사 고발하겠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이 곡이 유출되어 일어나는 범죄가 있다면 그 책임 소재가 빈 필하모닉에 있다는 것 역시도.
“굳이 형사 고발에 대한 내용을 추가하셔야겠습니까…?”
“제가 말씀드렸듯이 위험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을 아무도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책임 소재는 정해 둬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일단 곡의 공개를 반대하는 입장이고 원하는 것은 빈 필하모닉이니까요.”
“…….”
“공연을 하고 싶으시다면 넘겨드리겠습니다. 제게 책임이 없다는 것만 확실히 해 주신다면 말이죠.”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공연을 하게 되어 대중에게 공개를 한다면 무슨 일이 생길지 아무도 알 수가 없잖아. 만약에 누가 녹음기라도 들고 들어온다면 그걸 어떻게 잡아낼 수 있겠어.
나는 도저히 이 곡을 그냥 넘겨줄 수가 없었다. 아무리 계약을 빠르게 마무리 짓고 싶다고 하더라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꿀꺽-
누군가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조용한 사무실 안에 울려 퍼졌다.
듣기만 하면 잠이 드는 음악. 이런 음악을 누가 탐내지 않을 수 있을까. 만들었던 나조차도 전혀 알지 못했던 효과인데.
그저 잠들기만 하는 거라면 괜찮지만, 나는 누군가가 이 곡을 악용해 범죄라도 저지르는 일이 생길까 두려웠다.
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그런 일이 생기지 않을 거라는 보장을 할 수는 없었다.
최고의 지휘자로 알려진 뢰베 역시도 이렇게 말할 정도였다.
“…탐이 나지 않을 수가 없는 곡입니다만, 이번에는 포기하는 게 옳을 것 같군요. 말씀하신 대로 나쁜 곳에 쓰이게 된다면 너무 위험한 곡입니다.”
콘서트마스터의 경우에는 계약사항에 형사 고발이 들어감과 동시에 이미 눈살이 찌푸려져 있었고, 아직까지 이 자리에서 이 곡을 원하는 사람은 사무총장인 페터 단 한 사람.
가장 권한이 큰 실무자라고 볼 수 있는 콘서트마스터가 거부하는 상황이라 어차피 계약이 완료될 수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그래도 확인은 해야겠지.
“악보를 가져가시겠습니까?”
나를 제외한 세 명의 눈이 테이블에 놓여 있는 악보를 향했다.
너무나도 강력할 수밖에 없는 유혹일 것이다.
그렇지만 순작용보다 부작용이 더 크다는 것을 부인할 수가 없는 곡.
사무실 안은 아무런 대화도 없이 한참 동안 침음성만 흘렀다.
이윽고 사인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사무총장 페터의 입이 열렸다.
“…이번은 포기하겠습니다. 이정현 씨의 말대로 범죄에 사용될 소지가 너무 크군요.”
“저도 마음이 아픕니다. 열심히 만들었는데 사람을 재울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요.”
사실이다. 예전처럼 쉽게 만들 수 있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노력을 해야 했으니 말이다.
아무래도 음악이 들리지 않게 되었을 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았지만, 아직은 알 수 없는 일이니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40년이 넘게 지휘를 해 왔지만, 이런 곡은 처음 들어 보았습니다.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제 입장에서는 이런 곡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결단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존경스럽군요.”
뢰베와 콘서트마스터 역시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다.
이로써 마음 편하게 봉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음 곡은 이런 부작용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열심히 만들었는데 이런 일이 또 생긴다면 기운이 빠질 것 같으니 말이죠.”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완성했다는 생각에 단숨에 빈까지 날아왔던 나였지만, 이번에는 아무런 성과도 없이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
빈에서 런던으로 돌아온 지 2주라는 시간이 흘렀다.
나는 빈에서 음악을 들었던 모든 사람이 잠들었다는 이야기를 차마 메건에게 할 수 없었다. 솔직히 그렇잖아. 사람을 재우는 곡이라는 게 있을 수가 있나.
그런 게 있다면 세상에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게다가 로직을 실행시키고 몇 번이나 반복해서 들어 보았지만, 나는 전혀 졸리거나 하지 않았다.
“이상하네. 나는 멀쩡한 것 같은데….”
음악이 끝나서 다시 한번 확인하기 위해 음악을 재생시켰던 그때.
쿠웅-
커다란 소리가 뒤에서 들려 와 돌아보자, 그곳에는 푹신한 카펫 바닥에 쓰러져 있는 아서가 있었다.
나이도 드신 분이 또 나를 놀라게 하려고 온 건가.
어찌 되었건 걱정이 되는 마음에 나는 아서에게 달려갔다.
“크어어어어- 드르렁.”
조금이라도 바꾸면 혹시 발매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들어 보면서 수정하려 했는데 봉인해야겠다.
응, 그게 맞는 것 같아.
찰싹, 찰싹-
“아서! 정신 차려요!”
나는 아서의 뺨을 때려 가며 깨우려 애썼다. 혹시라도 머리를 크게 부딪쳤으면 그것도 위험하겠지만, 이렇게 푹신한 카펫 위니까 큰 문제가 없지 않을까.
“…으으. 대체 무슨 일이…?”
“정신이 좀 들어요? 갑자기 쓰러져서 놀랐잖아요.”
“이정현 경…?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내가 만든 음악을 듣고 잠들었다. 믿어 주기나 할까?
자초지종을 설명해야 하나 하는 고민이 들었다.
내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데,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더더욱 알 수가 없지.
“저보고 몸 관리하라는 말 마시고, 이제는 본인 몸 관리부터 하셔야겠어요.”
“흡….”
아서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애초에 메건이 음악을 들어 보고 싶다고 했을 때, 여러 번 테스트를 했어야 하는데….
어쩌다가 이런 애물단지 같은 음악을 만들게 된 거지…?
아니 애초에 애초에 음악이 사람을 재울 수 있다는 것부터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장가라는 게 있긴 하지만 그걸 듣는다고 모든 사람이 잠드는 것은 아닌데, 이 곡은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을 재운다.
조금 고치면 재활용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계속 들어 보고 있지만, 그러기 위해 손이 가는 게 너무 많을 것 같은데….
나는 메건이 퇴근해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지금 내가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가 메건뿐이니까.
저녁이 되어 회사에서 퇴근해 돌아온 메건에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확인을 할 수가 없어서 말을 하지는 않았는데, 내가 만든 음악이 사람을 잠들게 만드는 것 같아요. 지난번에 메건이 들어 보다가 잠들었던 이유도 같은 것 같구요.”
“…지난번에 제가 들었던 그 곡 말씀하시는 건가요?”
“맞아요.”
메건은 한참 동안 뜸을 들이다 말을 이었다.
“제가 한 번만 더 들어 볼 수 있을까요…?”
그렇지. 만든 나 자신도 믿어지지 않는데 그 말을 믿을 수 있을 리가 없지.
메건과 나는 작업실로 향했다. 애초에 가장 처음 이 곡을 들어 보았던 것이 메건이니, 잠든다는 것을 알고 들어도 똑같은 효과가 나타날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나는 잔뜩 긴장한 메건을 의자에 앉히며 음악을 재생했다.
모니터의 프로그래스 바가 트랙을 훑고 지나가며, 바이올린으로 시작되는 밝은 선율이 들려 오기 시작할 때 나는 고개를 메건에게 돌렸다.
아직까지 잠든 것 같은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피아노와 함께 진행되는 주 선율이 흘러나오자 메건의 고개는 힘없이 늘어졌다.
이거 뭐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하는 매드 사이언티스트도 아니고, 기분이 영 찝찝하네….
“메건, 메건!”
나는 음악을 멈춘 뒤 메건의 어깨를 잡고 흔들어 깨웠다.
“…으응? 제, 제가 또 잠들었나요?”
“제가 말했잖아요. 그날 메건이 음악을 듣다 잠들었던 이유가 이 곡 때문인 것 같다고.”
“으, 음악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그게 문제예요. 이런 부작용 때문에 빈 필하모닉하고 계약도 아직 진행 중이에요.”
가장 속이 상한 건 바로 나다. 계약이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으니까.
파기하고 싶어도 이제는 그러기가 쉽지 않다. 이미 빈에 다녀오며 기다리고 있겠다는 말까지 들었으니 말이다.
“메건이 다시 잠드는 걸 보니 확실해졌네요. 이 곡이 문제였어요.”
“…혹시 이 곡을 만들 때 어떤 마음으로 만드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메건은 이상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어떤 마음이라니, 내가 음악을 만드는데 별다른 생각을 하면서 만들었었나?
“그냥 아이들에게 잠자리에서 읽어 주는 동화책을 생각하며 만들었는데요?”
“바로 그거예요!”
유레카를 외치던 아르키메데스가 이러했을까. 메건은 앉아 있던 자리에서 용수철처럼 튕겨 나오듯 일어서며 소리쳤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해 주세요.”
“음악이 이미지를 반영한 거라구요. 잠자리에서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는 이유가 뭔가요?”
“그야, 재우기 위해서….”
“맞아요. 아이들이 편안하게 잠들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역할인 거죠. 이 곡도 마찬가지예요. 그게 잠들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거라구요.”
어처구니가 없다. 나는 그냥 제랄딘의 동화 같은 성공 이야기를 들으며 떠올렸던 걸 만들었는데, 그 곡이 이런 효과를 갖고 있을 줄이야.
그렇지만 메건의 말을 들어보면 또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떠올렸던 이미지가 딱 그대로였으니 말이다.
아이들을 재우기 위해 만든 곡이 어른들까지 잠들게 만드는 것은 좀 아이러니하기는 했지만.
“뭐, 메건의 말대로라면 아깝지만 이 곡을 재활용하는 건 포기해야겠네요.”
“생각을 조금 바꿔 보시면 어때요?”
“생각을 바꿔요? 어떻게요?”
메건은 마치 석탄을 캐다 금광을 발견한 광부처럼 기뻐하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음악이 싫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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