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hates music RAW novel - Chapter 19
018화
일반적으로 법원에 고소장을 접수하고 소송을 시작하게 되면 첫 번째 공판일까지 대략 2~3개월이 걸리는데, 이는 사건의 경중이 아닌 접수 순서대로 처리하는 법원의 방침 때문이다.
소송하고 기존 증거를 제출하고, 자신이 보게 될 손해를 증명하는 등의 새로운 증거를 수집해 법원에 제출하면, 공판일까지의 2~3개월 동안 사건을 담당하는 판사의 재량으로 재판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증거의 수집은 양은 많았지만, 굉장히 쉬웠다.
포털 사이트에 접속만 해도 정현에 관련된 기사가 반이 넘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사회면을 넘어 여러 다른 섹션에도 진출해 있었다. 정치인들까지 이에 한발 걸치려는 듯, 힘이 없고 가난한 예술인들을 돕자는 취지의 법안까지 만들겠다는 기사가 나온 정치면까지도.
물론 증거를 수집하는 것은 장재열 변호사였다. 혼자서 증거 수집을 하기에는 양이 너무 많아서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면서까지 악의적인 허위 기사들과 악플들을 수집했다.
하지만 한 가지 어려운 점이 있었는데, 정현이 작곡하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것이냐는 점이었다. 이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법원에서 정현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 가능성이 있었다.
남이 만든 것을 가져왔다는 것도 증거가 없다 하더라도 말하기 쉬운 부분이다.
실제로 정현은 작곡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 자체가 없으니까. 그러니 자신이 직접 만드는 것을 증명하라 한다면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공연이 끝나고 한 달이 지난 9월 15일 수요일 오후. 평소와 똑같이 학교에 나가 책상에 엎드린 정현은, 이런 생각들을 하며 우울해하고 있었다.
“쟤들은 질리지도 않나 봐.”
정현의 앞자리에 찾아와 앉은 수원이, 창밖 교문 앞에 수십 명의 기자들이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그렇겠지. 저 짓거리 하고 돈 버는 건데. 아마 사람들이 클릭도 하지 않을 정도로 우려먹어야 기자들이 안 올 거야.”
“넌 아무렇지도 않냐?”
수원의 말은 정현을 발끈하게 만들었다.
“너라면 괜찮겠냐? 증명을 못 하잖아. 쟤들이 하는 말에도 증거가 없고, 내가 하는 말에도 증거가 없다잖아!”
“그냥 만드는 모습을 보여 주면 안 돼? 보여 주면 되는 거잖아.”
수원은 흥분한 정현을 보며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대답했다.
“만드는 모습을 어떻게 보여 줘? 사람들을 집으로 불러서, 내가 작업하는 거 다 지켜보고 있으라 그럴까?”
“그러면 되겠네.”
“미친놈. 헛소리하지 말고, 가라 좀….”
이때까지만 해도 정현은 수원이 헛소리를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헛소리라니, 인터넷 방송 같은 거로 보여 주면 되잖아. 굳이 사람들을 네 방에 불러들일 이유가 없지. 인터넷 방송으로 다 보여 주면 되는데, 어떻게 만드는지. 지금은 유투브하고 음악 협회들이 계약해서 방송하면서 만든 것들도 저작물로 인정을 해 준단 말이야.”
확실히 김수원은 간헐적 천재였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천재적인 발상을 한단 말이지.
“야! 너!”
정현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수원은 깜짝 놀랐다.
“뭐! 왜!”
“김수원 너! 천재잖아?!”
정현은 최고의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지만 한 번 더 생각해 보니 아직 문제는 남아 있었다.
“아니 근데, 생각을 해 봐. 내가 만드는 걸 보여 줬다고 치자.”
“응, 응. 보여 줬다고 치고?”
“그걸 본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알려 주었다거나 해서 내가 외운 상태로 만든다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
그게 관건이었다. 언론에서 정현에게 씌운 프레임은 심증뿐이지만 증명하기가 모호한 면이 있었다.
언론이 주장하는 것은 정현이 ‘누군가의 저작물을 가로챘다’라는 거다.
그런데 정현이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보고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미리 기억하거나 배워 놓았다가, 만드는 척 프로그램에 붙여넣기 하는 것처럼 여길 수도 있는 거니까.
“그게 뭐가 문제야?”
하지만 수원은 정현의 말에 대수롭지 않게 대꾸하곤 말을 이었다.
“방송하면 사람들이 들어와서 말을 할 거야. 그럼 피드백을 보고 반응하면서 만들면 되는 거잖아.”
“좋아! 일단 해 보자!”
지난 한 달 동안 기자들과 사람들에게 시달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정현은 해 본 적이 없는 인터넷 방송이라는 것에 도전하기로 했다.
하지만 인터넷 방송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단시간에 배우기가 어려웠다. 결국 혼자 힘으로 인터넷 방송을 하려던 생각을 접고 김수원의 손을 빌려 시작해야 했다.
방송을 시작하기 위해 현재 사용하는 랩톱의 화면을 송출해야 하기에, 방송 송출용 랩톱 한대와 기존 랩톱의 화면을 가져올 외장형 캡처 보드를 구매하고 세팅을 시작했다.
“와…. 겨우 이 정도로 인터넷에서 방송을 할 수 있단 말이야? 세상 많이 좋아졌네.”
정현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하며 겨우 컴퓨터 두 대와 캡처 보드 하나만으로 구성된 단출한 방송 세팅을 보며 말했다.
“이 정도로는 안 돼. 네가 마우스로 클릭하는 것도 잡아야 해서 웹캠이나 카메라 같은 거 두 대는 더 설치해야 해. 그게 안 보이면 사람들은 네가 마우스 클릭하는 것도 다른 사람이 대신해 주는 걸 네가 클릭하는 척만 하는 거라고 할걸?”
수원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아무래도 상식이 부족한 정현보다 잡다한 일반 상식을 많이 알고 있었으니까.
해 본 적도 없는 인터넷 방송을 준비하며 자괴감에 빠진 정현이 자신도 모르게 한숨과 함께 혼잣말을 토해냈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대체. 내가 한 걸 했다고 말을 해도 믿어 주질 않으니….”
“너 이 형님에게 감사해라. 인터넷 방송을 하면서 사 놓았던 장비들이 좀 있거든? 게임 방송이면 장비가 더 좋아야 할 테지만, 게임 방송이 아니라 그냥 DAW만 찍을 거잖아. 이 정도면 될 거야.”
“너 인터넷 방송은 언제 했던 거야?”
수원은 우물쭈물하다가 말을 돌린다. 정현에게까지 말을 하지 않았을 정도면 정말 아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텐데.
“내, 내가 방송을 한 게 문제야? 그건 상관없잖아.”
수원이 가져온 웹캠과 손을 촬영하기 위한 미러리스 카메라, 둥글둥글하게 생긴 블루예티 마이크로 인터넷 방송의 장비 세팅은 쉽게 끝낼 수 있었다.
“이제 하면 되는 거야?”
정현은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수원에게 물었다.
“채널 이름은 정했어?”
이들이 이날 가장 오래 걸린 일은 채널의 이름을 정하는 것이었다.
둘은 오랫동안 머리를 맞대고 몇 시간 동안 채널 이름을 고민했지만 결국에는 그냥 ‘이정현 TV’ 말고는 다른 이름을 생각해 낼 수 없었다.
“…너 네이밍 센스 진짜 최악이다….”
정현은 수원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세팅을 완료한 뒤 방송 연습이랍시고 카메라 앞에서 이것저것 하기 시작한 지 한 시간. 정현과 수원은 쉬는 시간을 갖기로 하고 짜장면을 시켰다.
음식들이 도착하고 나서 세팅을 한 뒤 한 젓가락을 하고 있던 그때, 문득 궁금해진 정현이 수원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까, 너 인터넷 방송하려고 했다며. 채널 이름이 뭐야?”
“풋!”
“에이 C, 더럽게….”
짜장면을 먹다가 깜짝 놀란 수원의 입에서 면이 정현에게 튀었다.
“…미, 미안.”
“채널 이름 말해 주기가 그렇게 겁나?”
“무, 무슨 소리야. 내가 겁이 왜 나.”
수원은 누가 봐도 당황한 목소리로 당황하지 않은 척을 했다.
“그럼 말해 봐. 너 채널 어떻게 꾸며 놨는지 좀 보자. 그렇게 말하는 걸 보면 잘 꾸며 놓았겠지?”
김수원의 채널 이름은 수원 TV, 채널명만 보면 경기도 수원시를 홍보하는 것만 같았다. 구독자는 176명.
주 콘텐츠는 피아노와 프로툴스를 이용한 작곡 및 연주. 영상의 수는 수십 개가 업로드된 상황이었지만 구독자가 176명밖에 되질 않았다.
유튜브상의 작곡을 주 콘텐츠로 잡은 채널은 대부분 기성 작곡가나 가수가 많았고, 간혹 아이돌의 취미를 위한 채널에서 이루어지는 곳이 많았다.
그 외 대다수를 차지하는 음악 채널들은 유명한 곡을 커버해서 부르는 채널들이었다.
“나보고 네이밍 센스가 없다고 할 자격이 없다. 너는….”
열심히 정현의 네이밍 센스를 욕하던 수원은 할 말이 없었다. 수원은 얼굴과 귀가 새빨개진 채로 열변을 토했다.
“야! 나는! 수원시에서 채널 양도 문의도 왔다고!”
‘친구야…. 유튜브는 채널명 중복이 가능하다고. 채널 양도 문의를 할 리가 없어. 아까 내 채널 만들 때 검색해 봐서 알잖아….’
정현은 수원이 너무 열을 내며 변명을 하고 있어, 차마 그 말은 할 수가 없었다.
“구독자가 적다고 내가 뭐라 하겠냐. 그냥 내가 해 본 적이 없으니까 참고만 하려고 그랬지. 방송 같은 걸 해 본 적이 없으니까.”
“후우…. 일단 테스트 방송이나 좀 해 보자.”
학교가 끝나고 모여 있던 둘은 밤늦도록 테스트 방송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밤 10시가 지나고 수원이 집에 돌아가려 했을 무렵, 정현은 이 계획의 근본적인 문제를 깨달을 수 있었다.
“야, 근데 네가 몇 달 동안 방송을 해도 구독자가 176명인데, 내가 방송을 켠다고 몇 명이나 보겠느냐고?”
라이브 스트리밍, 인터넷 생방송은 시청자가 있어야 성립이 되는 거라는 근본적인 부분의 문제가 있는 한, 시청자 수를 늘리기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하게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이 떠오를 무렵 수원이 자신의 가방을 메며 퉁명스럽게 말을 했다.
“뭔 헛소리를 하고 있어, 넌.”
“헛소리?”
자신이 하는 심각한 고민을 헛소리로 치부하는 수원에게 발끈하며 말을 하는 정현. 수원은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증거가 필요하다며. 수익이 아니라. 그러면 인터넷 방송을 하고 네가 음악을 만드는 영상을 남겨 놓으면 그게 네가 만든 증거가 되는 거잖아. 그런데 거기에 시청자 수가 많건 적건 그런 건 상관없지.”
“헐….”
얘 뭐야, 명탐정 뭐시기 같은 만화 자주 봤나? 애가 갑자기 논리 정연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정현은 수원의 생각에 감탄하며 말문이 막혔다. 평소에도 수원이 자신보다 상식이 풍부하다는 생각은 자주 했지만, 수원의 발상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어차피 네가 만드는 거니까 다른 사람이 네가 올린 영상보다 먼저 음원으로 발표할 리도 없는 거고. 그렇게 생각하면 시간, 영상적으로 네가 만들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될 수 있는 거잖아.”
정현은 할 말을 잃었다.
“와…. 김수원이 나한테 도움이 될 때가 있구나….”
“암튼 난 간다. 내일 봐.”
고민이 해소된 것 같은 느낌에 기분 좋은 밤을 보내고 다음 날 학교가 끝난 뒤, 다시 정현의 방에 모인 수원과 정현.
다른 사람들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인터넷 방송이 아닌, 법적 증거를 남기기 위한 스트리밍을 시작했다.
음악이 싫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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