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hates music RAW novel - Chapter 190
189화
그래.
아서가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 이 집에서 달콤한 것과 짭짤한 것을 찾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일탈을 꿈꾸고 있던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입을 열 수가 없었다. 방금 메건을 빼고 나 혼자 도넛을 먹고 들어왔다는 것에 살짝 죄책감을 느꼈던 것이다.
어떻게 사과를 해야 하나 생각하며 당황해있던 그때, 메건의 작고 예쁜 입술이 열리며 말을 시작했다.
“···왜 직접 녹음을 하셨으면서 저에게 말을 안 해 주셨느냐구요.”
“응? 녹음? 도넛이 아니라?”
“음원 이야기하는데, 갑자기 도넛은 무슨 말이에요? 아무튼 내가 들었던 그 배우들의 목소리가 아니었다구요.”
“아···.”
몰래 도넛을 먹다가 들킨 것보다 더 큰 일이 벌어졌다.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거지···?
녹음된 배우들 목소리의 완성도가 너무 떨어져 부족한 부분들을 채우겠다고 직접 했던 게 잘못이었을까.
최대한 비슷한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을 했는데, 어떻게 알아챈 거지···?
이게 드러나면 계약 사항에 차질이 생긴다. OST 음원 판매 수익은 대부분 나에게 오지만, 녹음에 참여한 배우들에게도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나만 입을 닫고 있으면 끝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극장에서 들었던 것보다 훨씬 좋아요!”
“아니 뭐, 라이브보다는 당연히 녹음 버전이 좋을 수밖에 없죠···. 실수를 하더라도 한 번에 가는 것과 여러 번에 걸쳐서 한 부분을 녹음하는 건 엄연히 차이가 나니까.”
물론 나는 그냥 한 시간 반 동안 노래가 나오는 부분만 녹음한 것뿐이었지만, 다른 배우들의 일반 대사와 맞물리는 부분들을 편집하는 데 조금 신경을 써야 했다.
다행히 뮤지컬이라는 것이 대사와 노래 파트가 바로 이어지는 곳이 드물었기에,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그렇게 두 시간 남아 있던 녹음실의 사용 시간을 알뜰하게 사용했다고 좋아했었는데 이렇게 걸려 버릴 줄이야···.
“나는 자기가 다시는 노래를 안 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다시 듣게 되어서 너무 행복해요!”
“이건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아 줄래요? 이게 음원 판매 수익 분배에 관련된 거라···.”
배우들이 가수들과 같은 비율의 돈을 받기로 되어 있는데, 자신들의 목소리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들의 정산 비율을 낮추거나 없앨 생각이 전혀 없지만, 나라면 내가 한 게 없는데 돈을 받는다면 좀 기분이 안 좋을 것 같거든.
몇 시간 동안 녹음실에서 목이 쉬어라 불렀는데, 그 노력들이 사라진 게 되니까.
“···지금 농담하시는 거죠?”
“농담 아닌데, 진담인데···?”
메건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무언가를 입력하더니 나에게 보여 주었다.
“이미 소문 날 대로 다 났는데, 저만 입을 닫으라는 건가요?”
“···뭐?! 소문? 벌써 소문이 났다구요? 오늘 발매했는데 어떻게 벌써?!”
나는 메건이 내민 휴대폰을 두 손으로 잡아 자세하게 읽어 보았다.
– 뭐야 이거 누구 목소리야?
– 극장에서 보고 온 사람입니다. 극장에서 보는 것보다 음원으로 듣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얼마나 더 좋으냐고 물어보지는 마세요. 비교가 안 되니까.
ㄴ 현장감은 극장이 더 좋지 않을까? 나 방금 음원 들어 보고, 티켓 예약했는데···.
ㄴ 현장감도 음원이 훨씬 좋음. 환불 ㄱㄱ. 티켓 살 돈으로 안락의자 하나 사서 들을 때 그거 써라. 극락행 쌉가능.
ㄴ 목소리가 배우들하고 좀 다른 것 같던데···. 더 울린다고 해야 하나. 음원으로 들으면 심장이 찌릿찌릿한데 극장에서 보면 그런 거 안 느껴짐.
– 배우들 목소리하고 차이가 심한데, 혹시 이정현이 직접 부른 건가···?
ㄴ 에이 설마. 음악만 만드느라 뒤에 빠져 있던 게 몇 년인데?
ㄴ 맞아 가수들도 연습 한두 달 안 하면 목소리 맛 가는 거 모름?
ㄴ 몇 번 들어 봤는데 이정현이 부른 거 맞는 듯. 목소리가 달라.
수많은 댓글에 배우들 목소리와 다르다며, 내가 부른 게 아니냐고 의심하는 댓글들이 종종 보였다.
망했네. 나름 열심히 배우들 성대모사까지 해 가면서 만든 건데···.
***
일주일이 더 지났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다시는 노래를 부르지 않을 것이라고 수도 없이 말했는데, 어쩌면 내가 큰 실수를 했는지도 모른다.
Rrrrr-
거실에 둔 전화기가 끊임없이 울렸기 때문이었다.
“죄송합니다만, 이정현 경께서는 현재 댁에 계시지 않습니다. 용건을 남겨 주신다면 전해 드리겠습니다.”
아서, 나이스.
전화를 받고 싶어 하지 않는 나의 분위기를 읽었는지, 아서는 전화를 바꿔 주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집에 전화가 오는 일이 드물었었는데, 이번에는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오네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귀찮으시다면 집 전화를 해지하거나 플러그를 뽑아 두는 것도 방법일 것 같습니다만···.”
“일단 플러그만 뽑아 두죠.”
“분부하신 대로···.”
대체 어떻게 집 전화번호를 알아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전화벨이 끊임없이 울렸다.
영국은 휴대전화를 개통하는 것에 돈만 내면 주민 번호 같은 것이 필요하지 않았기에 주인을 알 수 없었지만, 집 전화는 인증이 필요했으니까 그걸 사용해서 알아내는 건가.
그나저나 끊임없이 걸려오는 전화가 너무 스트레스였다.
어쩌면 큰 문제가 될지도 모르겠다. 계약을 무시하고 내가 마음대로 녹음을 했으니 말이다.
‘지금이라도 배우들이 녹음한 버전으로 되돌려야 하나’ 하는 고민이 엄청나게 들었다.
그런데 배우들의 목소리로는 내가 생각했던 곡과 차이가 있단 말이지.
자기만족이냐 아니면 계약 이행이냐의 사이에서 고민에 빠져 버렸다.
“큰일이야 있겠습니까.”
“네?”
“큰일이었다면 사모님이 이정현 경을 내버려 두고 아무렇지도 않게 출근을 하셨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아···. 그렇긴 하죠.”
메건은 내가 힘들어할 때 항상 내 곁에 있어 주었으니까. 평소처럼 출근을 했다는 것은 별일이 아니라는 신호인지도 모른다.
나는 다시 소파 위에 드러누우며 최대한 평소처럼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 내가 고민을 하더라도 달라질 것은 없으니까.
Brrrr-
계속 집 전화만 걸려왔었는데, 오랜만에 휴대폰이 울리는 것 같다.
“여보세요?”
[아, 안녕하십니까 이정현 경! 저 토마스입니다. 토마스 베이커.]“안녕하세요 베이커 씨. 오늘은 무슨 일로 전화를 주셨나요?”
[다름이 아니라 다른 극단들에서 극본의 판매를 문의하는 전화들이 걸려와서 전화 드렸습니다.]극본? 판매? 그건 또 무슨 말이야. 극본도 돈을 받고 팔 수가 있는 거였나? 한번 사면 끝인 줄 알았는데···.
이해가 되질 않아서 한참 동안 생각하고 있었는데, 예전에 뮤지컬 의 극본을 한국에서 구매를 하네 마네 했던 기사를 봤던 것이 떠올랐다.
그거랑 비슷한 건가···?
“네, 그래서요? 그게 저와 무슨 상관인가요?”
[네?! 뮤지컬의 음원을 만드셨으니 극본과 함께 팔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습니까? 극본만 팔 수는 없으니까요.]“아···. 이제 이해가 되네요. 제가 그쪽은 전혀 몰라서요.”
[하하하. 어휴, 이렇게 딱 맞는 음악을 만드셔 놓고 모르는 척하시기는요. 유머 감각이 굉장하십니다. 아무튼 다름이 아니라 가격을 어떻게 받아야 하나 싶어서 말이죠. 아무래도 극본을 팔면 음원 사용료도 한 번에 받게 되니까요.]“알아서 해 주세요. 비싸면 좋죠. 팔려고 만든 건데.”
[알겠습니다. 제가 비싸게 한번 팔아 보겠습니다!]베이커의 목소리에서 심상치 않은 비장함이 느껴졌다. 비싸게 팔라고 해서 시세에 맞지 않는 가격에 팔면 안 팔릴 텐데 말이지···.
더이상 걱정하고 싶지 않다. 그거 하나 만들었다고 요즘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으니 말이야.
나는 소파 위에 놓인 쿠션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내 알 바냐.
***
정현은 워낙 길었기에 크게 흥행을 하더라도 노래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었지만, 판매고가 심상치 않았다.
일반적인 음악이 아닌 OST.
게다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블록버스터나 애니메이션의 OST가 아닌, 런던의 자그마한 극장에서 상연한 뮤지컬의 OST가 음원 시장을 강타하는 전대미문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덕분에 극단의 단장인 토마스 베이커는 웃음꽃이 만발했다.
“극본을 구매하고 싶으시다구요? 하하하. 가능하죠.”
음원이 인기를 끌며 극본을 구매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줄을 섰기 때문이었다. 물론 극에 사용되는 음원을 만들어 준 사람은 정현이었기에 수익을 나눠야 했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너무나도 큰 수익이었다.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 극본을 사 오거나 직접 쓰기도 하던 토마스였지만, 애초에 자신들의 극을 외부에 판매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 정도로 흥행한 것이 처음이었으니 말이다.
모든 것을 거부한 정현과 달리, 끝도 없이 걸려오는 전화에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하하하. 일단 런던에 오셔서 이야기하시죠. 제가 시드니까지 찾아가기에는 지금 공연이 너무 바빠서. 예, 예. 그러면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어휴, 바빠 보이네?”
“말도 마세요. 문의가 워낙 많이 와서, 직원을 고용하든지 해야겠어요. 전화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한다니까요.”
극장주의 말에 푸념하듯 내뱉으면서도 표정은 한결같이 밝았다.
입장료만 벌어들이며 하루살이처럼 살아가던 것과는 다르게 극본을 팔아 부가 수익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며, 조금은 전보다 여유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아직 자신의 주머니에 들어온 돈은 없지만, 계약들이 체결되면 그 즉시 풍족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그렇게 고생만 하다가 잘되는 걸 보니 나도 기쁘구만.”
“고맙습니다. 하하하.”
“그래 잘되었으니, 이제 사용료도 올려야겠지?”
“네에···?”
공연판에서 극장 사용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히 크다. 지금까지 하루살이처럼 살아왔던 이유는 아무리 공연이 흥행하더라도, 극장의 비싼 사용료를 극단이 부담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어디까지나 극단은 극장을 임대해서 사용하는 입장이었으니까.
그런데 사전에 이미 계약된 사용료가 있는데, 흥행했다는 이유로 갑자기 사용료를 올리겠다고 말을 하는 극장주의 말에 토마스는 어이가 없었다.
“지난번에 계약서를 쓰지 않았습니까? 계약은 올해 말까지 아닙니까?”
“그래, 그렇지. 그런데 사람들이 몰려도 너무 몰린단 말이야. 시설을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사용료도 늘어야 하는 것이 맞지 않겠나?”
관람객이 적을 때는 줄여 준 적이 없었으면서 많아지니까 사용료를 올리라고 말하는 극장주.
그의 얼굴에서 탐욕이 묻어나왔다.
음악이 싫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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