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hates music RAW novel - Chapter 20
019화
보통 유튜버들의 수익은 구독자에 비례한다고 한다.
그 수익에 대한 통계는 구독자 천 명으로 시작해서 만 명, 10만 명으로 단숨에 늘어가는데 100만 명이 넘어가면, 거의 하나의 영상을 업로드할 때마다 100만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통계가 있다.
영상을 하루에 하나씩 올리게 된다면 협찬 광고나 기타 부가 수익 없이도, 한 달 동안 3천만 원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일반 직장인들의 평균 연봉이 3,700만 원이라고 한다. 월평균으로 보자면 310만 원 정도.
여기에서 ‘평균’이라는 글자가 가진 함정인 고소득-임원급 연봉을 제거하면, ‘일반’적으로 모든 직장인의 반 정도가 2,800만 원 수준의 연봉을 받으며 일한다.
즉, 100만 유튜버는 일반적인 직장인의 연봉보다 많은 돈을 월급으로 받을 수 있다.
10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는 영상 하나에 대략 10만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하루에 하나의 영상을 업로드한다고 생각하면, 직장인의 ‘평균’ 연봉인 300만 원을 가져갈 수 있을 거라 기대할 수 있다.
전 세계에 6천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한국의 여자 아이돌 그룹이 한 달 동안 유튜브를 통해 19억의 수익을 올렸다는 뉴스 기사를 보았다.
이들이 한 달 동안 올린 영상은 총 6개. 단 6개의 영상으로 30일 동안 19억을 벌어들인 것이다.
이런 정보들은 감춰져 있지 않아서 그냥 찾으려고 하면 어디에서든 찾을 수 있었다. 굳이 검색 포털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뉴스 기사로 올라오기도 했다.
“와…. 엄청나구먼…. 나도 쓸데없는 콩쿠르 나가지 말고 유튜버나 할걸….”
정현은 시청자였다. 물론 이런 아이돌 그룹의 영상에는 전혀 관심이 없이 개그 프로그램 같은 것만 찾아보는 아재 감성의 시청자였지만 말이다.
단 한 번도 자신이 유튜브라는 공간에 영상을 제작해서 올리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성악가가 무대에 올라서 관객들과 대화를 하는 일은 없다.
주로 연주자의 대표인 지휘자나 콘서트마스터와 인사를 나누는 것이 전부다.
인터넷 방송을 시작한다는 것은 다른 의미로 정현을 긴장하게 했다.
이렇게 정현의 방송은 사전 예고나 홍보도 없이 시작했다.
애초에 아무런 시청자를 빠르게 늘리고 싶어 하는 일반적인 유튜버들과는 달랐다. 시청자들을 늘리기 위한 콘텐츠가 아닌 증명의 장으로 이용하려고 시작했기 때문이다.
재미있고 흥미로운 콘텐츠들을 만들어서 사람들을 끌어들이려는 사람들로 넘치는 유튜브에서는 이질적인 채널이 되었다.
어차피 장기적으로 끌어갈 생각도 없고 단발적으로 끝날 것으로 생각했지만.
“안녕하십니까. 이정현입니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정현과 그의 뒤로 보이는 방 안 모습. 무대에 오를 때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메이크업 없는 얼굴에 교복도 벗지 않은 그의 모습은 그저 다른 고등학생들과 다르지 않았다.
이렇게 어눌하고 딱딱한 인사로 방송의 문을 열었다.
방송의 제목은 ‘이정현 진실을 말한다’. 단순하게 지었다. 제목을 짓는 감각은 이 방에 있는 누구에게도 주어지지 않은 재능이니까.
인사를 하고 나서 긴장이 조금 풀리자 정현은 기왕 인터넷 방송을 하기로 한 거,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하겠다 마음먹었다.
“얼마 전에 언론에서 제가 만든 음악들이 다른 사람에게서 ‘훔쳐 온’ 것이라는 기사들을 보았습니다.
뭐 딱히 훔쳐 왔다고는 하지 않았지만, 기사에서 말하는 투가 딱 그렇더라고요.”
[야, 대본 없다고 막 나가지 마!]스케치북에 쓰인 수원의 글이 정현에게 살짝 브레이크를 걸어 주었다. 수원은 속으로 사전에 짧게라도 대본을 만들었어야 했다고 후회를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흠흠. 아무튼 그런 거짓 기사들을 만들어 낸 언론과 저를 비방하는 악플러들, 저를 무능력자라 말하는 모든 이들에게 제가 어떻게 음악을 만드는지 보여 드리려고 인터넷 방송이라는 걸 하게 되었습니다.”
방송은 부드럽지 않았다. 전투적이었다. 시작하고 나서 대략 15분 동안 자신을 공격한 언론사와 악플러들에게 민사와 형사 소송을 걸었으며, 그 어떤 합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증거가 없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그들은 제가 능력이 없어야 돈을 버니까요. 하지만 증거는 있습니다.”
이 말을 마치고 송출 컴퓨터를 조작하고 있는 수원에 의해 화면이 컴퓨터 화면으로 전환되었다.
화면은 오른쪽 아래에 작은 화면으로 정현의 얼굴을 비추고, 왼쪽 아래에 정현의 가슴부터 손까지 광각 카메라로 잡아 주었다.
정현이 클릭을 함과 동시에 열린 폴더는 클릭을 한 번 할 때마다 위치를 바꾸며 마지막으로 정현이 작곡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낸 수많은 곡이 담긴 폴더에 도달했다.
“여기에.”
딸깍.
“제가 만든 곡들이 있습니다.”
딸깍.
잠시 후 컴퓨터 화면은 폴더 전체의 정보를 수집하여 보여 주었다.
“150곡 정도 되네요. 지난번에 발매한 실황 앨범의 3곡과 피아노 독주곡 6곡은 뺐습니다.”
파일들의 정보를 보여 주는 화면이 보이다가 정현이 말을 이었다.
“앞으로 그 어떤 곡도 공개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것들도 누구한테 주려고 만들거나 한 것이 아니라 그냥 만든 거거든요.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만들었던 거죠.”
수원과 사전에 이야기하지 않은 말이었다. 수원은 이 일이 잘 해결되면 정현이 음악계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일을 도왔던 것인데, 어떤 곡도 공개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당황했다.
“만화가는 그림을 그립니다. 소설가는 글을 쓰죠. 그러면 가수는 노래만 부릅니까? 아니죠. 만화가가 광고에 들어가는 일러스트를 그리기도 하고, 소설가가 드라마 각본도 씁니다. 자신이 부르려고 하는 노래를 만드는 가수들도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우리는 싱어송라이터라고 부릅니다.”
정현은 인터넷 기사에서 자신을 저격하던 글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성악가는 자신이 부를 노래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법이 있습니까? 그 싱어송라이터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전부 화성학이나 대위법을 배워가면서 곡을 쓴 겁니까?
5살짜리 꼬마들도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들을 만들어 부릅니다. 유치원에서 배우지 않았는데도 만들어 부릅니다.”
심장이 쿵쾅쿵쾅 달음박질치는 것이 느껴졌다. 아드레날린. 엔도르핀. 흥분 상태로 들어가며 정현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의심이 된다. 걱정된다. 라는 말들로 다른 사람이 한 것을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의 것을 훔쳤다며 의심하는 것은 정상인 겁니까?”
방송은 처음 의도와 완벽하게 다른 방향으로 가기 시작했다.
“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저를 공격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음악가가 되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으며 살고 있었는데, 그들은 마치 제가 음악가로서 명성을 쌓으려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정현은 감정에 휩쓸려 잠깐 침묵했다.
“제가 만든 모든 음악은 이것을 마지막으로 한국 땅에서 공개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딸깍.
이와 동시에 정현은 가요 프로그램을 보게 된 뒤에 만든 음악 하나를 클릭해서 열었다.
4분가량의 짧은 음악 파일. 그 안에는 수십 개의 트랙이 쌓여 있었고 촘촘히 쌓인 트랙들 뒤를 따라 길게 늘어선 연주 파트가 보였다.
“이 음악을 공개하는 건, ‘성악가’인 이정현이 만들 수 없을 거라 여겨지는 음악이기 때문입니다. 또, 클래식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대중음악과의 연결 고리가 없다면, 작곡가에게 사 올 수도 없는 곡이기 때문이기도 하죠. 공개되지 않은 150곡들은 이 음악보다 못한 것이 없을 겁니다.”
딸깍.
정현이 재생 버튼을 누르자 음악이 재생되며 세로로 길게 보이던 줄이 달려가기 시작한다.
“언론사 그리고 악플러. 법정에서 봅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합의는 없습니다.”
둥둥! 쿵쿵!
디지털 가상 악기로 만든 음악이 흘러나왔다.
이 노래를 채운 멜로디는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대중음악보다도 아름다웠으며 힘이 있었다.
가사가 없이 정현의 목소리로 나오는 허밍으로만 채웠음에도 호소력이 느껴졌다.
정현이 마이크를 끄고 자리에서 벗어나자 수원은 참았던 말들을 쏘아붙였다.
“야! 방송 시청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 보면서 반응하기로 했잖아! 왜 네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끝내는 건데! 그리고 만드는 거 보여 주려고 방송한 건데 왜 안 만들어?”
“미친, 화난 상태에서 만들면 화나는 음악만 나온다고! 그런 걸 어떻게 사람들이 보는데 만들어!”
“아….”
수원은 자신이 놓친 부분이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
정현이 말을 마치고 난 뒤 4분. 그 4분 동안 흘러나온 음악은 세상을 강타했다.
실시간 방송으로 진행되었던 영상은 그대로 이정현 TV에 올라가 있었다.
채널 아트도 없고, 얼굴 사진도 새로 찍은 것이 아닌 공연 때 촬영되었던 실황 사진을 사용했다.
이 사진은 어떤 언론사에도 보도된 적이 없는 사진이었기에, 정현 본인을 증명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수원이 영상에 붙인 태그들로 영상의 시청자들은 점점 늘어나며 인기 급상승 동영상 섹션에서, 축구 국가 대표팀의 한일전 영상보다 높은 순위에 올렸다.
이 영상이 화제가 된 곳은 클래식계보다 대중음악계의 연예 기획사였다.
이후 수도 없이 많은 연예 기획사들의 *A & R 팀이 정현에게 이 음악을 받으려 문을 두드렸지만, 정현의 입장이 번복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대중음악계의 파급력에 소문은 소문을 타고 수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이정현의 작곡 능력이 천재적이며 그의 능력은 거짓이 아니라는 인식이 심어지게 되었다.
당연하게도 많은 커뮤니티에서는 이 영상을 언론의 허위 기사들을 성토하는 글에 담아냈다.
*Artists and Repertoire, 아티스트 앤 레퍼토리. 줄여서 A & R이라고 칭한다. 한국의 기획사에서는 주로 자신들의 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외부 작곡가들이 만든 음악을 수집, 계약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 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해외의 기획사 및 레코딩 회사에서는 이에 더해 기획, 프로듀싱, 제작 및 발굴, 홍보 등 음악계 전반에 걸친 폭넓은 업무를 담당한다. 수직적 구조를 갖는 한국 역시 해외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위의 업무를 총괄한다.
***
클래식 전문지 의 편집부.
“야! 원강현이! 너 이거 봤어? 이거 어쩔 거야?”
편집장이 원강현에게 고함을 치며 책임을 묻고 있었다. 이유는 얼마 전 유튜브에 이정현 본인이 올린 입장 표명 영상.
‘피아노도 다룰 줄 모르는 놈이 어떻게 음악을 만드는데?’
라고 코웃음을 치며 포털의 사회면까지 기사를 올릴 수 있게 만들어 주었던 편집장은, 모든 책임을 원강현에게 전가하며 등을 돌렸다.
“…….”
원강현은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너! 이정현한테 가서 무릎을 꿇더라도 합의 받아내. 아니면 이 영상에 나온 컴퓨터. 컴퓨터만이라도 부숴 버려. 증거를 없애버리란 말이야!”
편집장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할 정도로 상황은 다급했다.
언론은 대중을 움직이는 힘이 있는데, 지금 대중은 언론을 믿지 않고 있었다.
언론은 대중들에게 허위 기사를 만들어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이유는 딱 한 가지. 이정현이 유튜브에 올린 15분 남짓의 영상 하나 때문이었다.
“…반박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원강현은 벼랑 끝에 몰린 기분이었다.
어차피 이정현과의 소송에서 지게 되면 잡지사는 거액의 보상금을 물어야 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자신은 해고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소송의 결과가 승소로 끝난다고 하더라도.
그럴 바에는 자신의 입장은 사과하더라도 달라질 것이 없으니, 외줄 타기를 하더라도 끝까지 싸워 보아야 한다는 판단이 들었다.
“너 미쳤어? 사람들 눈이 다 그놈한테 가 있는데 반박 기사를 내? 네가 제정신이야?”
하지만 편집장은 이제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
“소송 금액이 100억이야, 100억! 너랑 나랑 전부 옷 벗어야 한다고! 퇴직금이고 재산이고 전부 내놓아도 그 돈 못 갚아. 그런데 반박?”
“그놈이 음악에 대해 알긴 뭘 알겠습니까! 그런 음악을 만들 수 있을 리가 없다고요. 남의 거예요! 밀어주기라고요!”
원강현은 현실을 부정하고 있었다.
***
측의 기대와는 반대로 자신들의 심증들보다 더 확실한 증거들이 법원에 제출되며 무게의 추는 이정현의 손을 들어주고 있었다.
음악을 만들 때 사용한 랩톱과 자신과 가족들, 그리고 윤 교수의 1년간의 은행 계좌 거래 명세가 담긴 증명서와 통장 사본을 증거로 제출했기 때문이다.
은행 계좌 거래 명세에는 타인에게 큰 금액을 송금한 기록이 전혀 없었다.
일정 규모 이상이 아니더라도 작곡된 곡에 대한 작곡비로 싸게는 100만 원 이상은 주었어야 할 텐데, 언론사에서 말한 대로 수백만 원 이상을 주었어야 계약 가능할 엄청난 곡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00만 원은커녕 10만 원을 송금한 것도 드물었다.
곡당 100만 원에 150곡이면 적게 잡아도 1억 5천만 원 이상은 거래된 흔적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이들의 거래 명세에서는 전혀 그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정현이 만든 음악들이 담긴 랩톱보다 은행 계좌 거래 명세가 더 큰 증거가 되었지만, 랩톱 역시 작은 증거는 아니었다.
만약 다른 사람이 음원을 만들고 그걸 이정현의 이름으로 발매하려 했다고 한다면, 누군가가 음원을 제공했어야 한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외부에서 음원을 다운로드받은 기록이 없었다. 이메일이나 웹 브라우저에서 모두.
랩톱을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다뤘다는 정황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 정현이 항상 가지고 다녔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현을 둘러싼 대필 논란은 끝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음악이 싫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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