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hates music RAW novel - Chapter 200
199화
[내 마음이 우우라고, 나의 영혼이 마니 지쳐 있을 때-]깊이는 얕지만 아이라고 볼 수 없는 아름다운 목소리.
‘목소리가 유전이 되는 것이었나…?’
정현의 목소리를 듣고 감탄했던 마커스는 그의 목소리보다는 조금 못하지만, 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너무나도 훌륭한 목소리에 감탄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콘솔을 잡고 있던 이언은 그 목소리에 콘솔에 얹고 있던 손을 내려놓았다.
“엔지니어가 손을 놓으면 어쩌자는 건가, 이언!”
“마커스 씨. 저런 완벽한 목소리에 손을 대는 건 죄악이라구요. 저는 못 해요.”
애비로드 스튜디오 안에서 수도 없이 많은 아티스트들의 목소리와 악기 연주를 받아 내었던 이언이 믹싱을 포기해 버린 것이다.
겨우 한 소절을 불렀을 뿐이었지만, 그만큼 두 부녀의 목소리는 독보적이었다.
마커스와 이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부녀의 목소리를 듣기만 했다.
그것만으로도 피로에 찌들었던 몸이 풀어지는 것이 느껴질 정도.
반주도 없이 목소리만으로 가득 찬 트랙들이 컴퓨터 모니터에 조금씩 새겨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소파에 몸을 기댔다.
달칵-
그때 스튜디오의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고 안에 고개를 넣어 쳐다보는 남자. 에릭이었다.
“마커스 씨, 여기 사부님이 와 있다면서요?”
“쉿!”
속삭이듯 말을 하는 에릭의 목소리였지만, 마커스는 그것조차 방해된다는 듯 자신의 입술 위에 손가락을 올리며 말을 하지 못하게 막았다.
그 모습에 에릭이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오자 뒤따라 들어오는 네 명의 여성 그룹 시에스타.
평소 같으면 자신의 아픈 손가락인 시에스타에게 아련한 눈빛을 보냈을 마커스였지만, 지금 그의 눈에 이들 네 명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섯 명은 발걸음 소리도 내지 않으며 소파에 앉으며 마커스 옆에 몸을 기댔다.
[잘했어, 겨울아. 그러면 이다음은 겨울이가 부르고 싶은 대로 한번 해 볼까?] [우웅…. 잘 모르게써요.]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음악을 목소리로 내뱉어 봐. 그러면 되는 거야.]녹음실 안에서 들려 오는 부녀의 목소리.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가 아니라 평상시에 대화하는 목소리 톤으로 바뀌어 있었지만, 마커스의 가슴은 기대감으로 부풀어 올랐다.
‘지금까지 이정현 경의 목소리를 따라 하기만 했는데, 하고 싶은 대로 하면 어떻게 되려나…?’
눈이 따끔거렸다. 하지만 깜박일 수는 없었다.
음악을 눈으로 듣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역사적인 장소에 있는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단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이정현과 만나고 수년간 교류를 이어 온 것이 지금 이 한순간을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꿀꺽-
기대감에 타들어 가는 목이 침을 삼켜 넘긴다. 넥타이를 손가락으로 지그시 당겨 조이지 않도록 만들었다.
이 자리에 음료수를 가져오지 않은 것이 후회되었다. 침 한 번 삼킨 것만으로는 갈증이 해소가 되질 않았으니까.
한참 동안 아빠를 바라보고 있던 겨울이의 얼굴이 마이크를 향했다.
얼마나 집중을 했는지 제 얼굴보다 더 큰 마이크를 향해 입을 여는 그 모습이 마커스에게는 슬로 모션처럼 느껴졌다.
[아아아아~]작은 몸에서 뿜어져 나온 목소리가 모니터 스피커를 통해 방 안에 퍼져 나간다.
아무런 가사도 없이 멜로디만 내뱉었음에도, 그 멜로디가 완전한 곡이라는 것에 조금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오…. 지저스….”
이런 영광스러운 순간을 바라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마커스는 감격스러웠다.
***
누군가는 신이 주신 가장 위대한 악기가 목소리라고 했었지. 그렇다면 굳이 컴퓨터가 아닌 목소리로 내뱉을 수 있다면, 겨울이의 머릿속에서 흐르는 음악도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어렸을 때는 노래를 부르는 걸로 머릿속의 음악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나는 아버지를 보며 악기를 하지 않겠다고 결심을 했었고, 그 결심을 잘 지켜나갔다.
하지만 겨울이는 모르지. 지금은 모든 시도를 해 보아야 하는 때다. 이대로 내버려 두면 겨울이의 손가락에 반창고가 떨어질 날이 없을 테니 말이다.
“아아아아~”
아직 한참 어설프다. 그렇지만 겨울이의 목소리에 섞인 멜로디가 녹음이 되어 기록이 되고 있으니 배출을 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어딘가에 기록이 되어 다른 이에게 전달할 수 있는 상태가 되지 않는다면, 머릿속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멈추지 않았다. 아마 겨울이도 마찬가지겠지.
다만 조금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만약에 아니라면 다시 악기를 만지고 싶어 할 테니 말이다.
한참 동안 쏟아 낸 겨울이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나를 바라보았다.
“헤에-”
최근에 보여 준 적이 없는 환한 미소를 보여 주었기에, 나는 모든 것이 내 예상대로 된 것을 알 수 있었다.
“나갈까?”
“네!”
녹음실의 무거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전혀 예상도 하지 못했던 에릭과 시에스타가 눈에 들어왔다.
“너희들 여기에서 뭐 하냐.”
“사, 사부…. 벌써부터 조기 교육에 들어간 거예요?”
“조기 교육은 무슨 그냥 놀러 온 건데. 여기에서 뭐 하냐니까?”
“저도 가르쳐 주세요!”
가르쳐 줄 수가 없는 것을 가르쳐 달라고 말을 하면 어떻게 하자는 건지.
나는 에릭의 쓸데없는 말을 무시하고 주머니에서 USB 드라이브를 꺼내 이언에게 건네주었다.
“녹음된 파일은 여기에 담아 주세요.”
“헙! 발매를 하지 않으실 생각이십니까? 리메이크 판권까지 구매했는데….”
“겨울이가 부른 부분만 잘라서 발매하려구요. 그리고 그 노래 다음에 이어진 부분은 음악을 만들어야 해서.”
“안 됩니다!”
소파에 앉아 있던 마커스가 펄쩍 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항상 천천히 움직이던 이 노인네가 이렇게 체력이 좋을 줄은….
티테이블 뒤에서 나에게 날아오듯 다가온 마커스는 평소에는 본 적이 없는 강경한 태도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정현 경의 파트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마음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인류의 큰 손실이 될 겁니다!”
“뭘 거창하게 인류씩이나…. 그냥 내 목소리 들어간 걸 내놓은 지가 십수 년이 지났는데 발매하는 게 꺼려져서 그런 거예요.”
“로미오와 줄리엣…!”
“…….”
“비록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흉내 내셔서 제대로 된 목소리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만, 그래도 그 음원에 있는 목소리 역시 이정현 경의 목소리였지 않습니까. 겨우 5년 전에 발매된 곡입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나를 향해 무한한 신뢰를 주었던 마커스의 얼굴에 주름이 늘어난 것이 느껴졌다. 에릭의 앨범을 내겠다고 계약을 했을 때도 업계 최고 대우를 넘어선 계약을 해 주었던 사람.
솔직히 말해서 마커스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계약을 했다고 하더라도, 내가 만든 음악은 잘 팔렸을 것이고 에릭은 꽤 괜찮은 수준의 가수가 되었을 거다.
그렇지만 내가 단기간에 그렇게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던 것에 마커스가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내가 부탁하는 것은 온갖 편의도 봐주었고, 단 한 번도 거절한 적이 없는 사람이 이야기를 하는 것에는 조금 흔들릴 수밖에.
“이언, 일단 음원은 넣어주세요. 제가 편집해서 보내 줄 테니까 그걸로 발매하기로 하죠.”
“이정현 경!”
“알았어요. 일단 내가 편집한 걸 보내 주면 듣고 이야기해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던 마커스의 얼굴이 그제서야 밝아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뭐, 이런 걸로 은혜를 갚는다 치자고.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이런 것뿐이니까.
애비로드 스튜디오를 나오며 겨울이에게 물었다. 혹시라도 이렇게 녹음까지 했는데, 계속 들려 오면 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니 말이다.
“겨울아 어때? 아직도 들려?”
“웅, 아니요. 겨울이 이제 안 들려요.”
다행히 겨울이의 음악은 목소리로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내가 들을 수 있었던 그 다양한 악기들을 표현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내가 겨울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런데….
“너희들은 어디 가냐?”
“사부 가는 데 제자가 따라가야죠.”
““저희는 겨울이랑 놀고 싶어요!””
“콘서트씩이나 다니는 애들이 매니저도 없이 돌아다니는 꼴 하고는….”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구요! 애비로드 스튜디오는 안에 들어오는 사람들 엄청 제한하니까.”
내가 무슨 피리 부는 사나이가 된 것도 아닌데, 뒤에서 졸졸 따라오는 에릭과 시에스타.
겨울이가 낯가림이 심하지 않아서 이 아이들을 보고도 울거나 하지 않는 것이 다행이었다.
“어디 안 가고 바로 집으로 갈 거야. 겨울이 밥 먹을 시간 되어서 이제 들어가야 돼.”
“그럼 저도 집으로 가죠.”
“그래 잘 생각했다.”
주차장에 세워 두었던 차에 들어가 집으로 가자고 말하려던 때였다.
“집에 간다며?”
“네. 사부님 집에 같이 간다구요.”
너무 자연스럽게 따라 들어와서 눈치채지 못했었는데, 옆자리에 에릭이 앉아 있었다.
“…….”
“……?”
“어휴. 네 마음대로 해라. 차에 자리가 없으니, 저 여자애들한테는 알아서 오라고 하고.”
“네!”
조용히 녹음만 하고 돌아오려던 나의 계획이 무너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겨울이를 괴롭게 만들던 음악을 배출할 수 있다는 성과를 냈으니 오늘은 느긋하게 쉬어 볼까.
***
NEW 1. You raise me up – Lord Lee Jung-Hyun and Winter
정현이 유니버설 뮤직에 보낸 음원은 아무런 홍보가 없었음에도 순식간에 UK 차트에 진입했다.
그것도 하위권부터 치고 올라온 것이 아닌 발매하자마자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어린아이가 발매했던 앨범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겨울의 음원은 조르디의 4년 6개월보다 4개월이 빨랐다.
처음에는 조르디처럼 아이의 목소리로 옹알이처럼 읊어 대는 노래를 기대했던 사람들이었지만, 음원을 들어본 뒤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나를 응원해 주는 것 같아….”
“세상이 나를 필요로 하고 있는 것 같다구!”
“어떻게 이게 네 살짜리 어린아이의 목소리라고 생각할 수 있겠어.”
“맙소사…. 이정현 경이 음반을 발매하지 않는 건, 더 이상 노래를 부를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이전에 내놓았던 실황 앨범들과는 다른 스튜디오 버전 음원. 게다가 가곡이나 성악곡을 내놓았던 것이 무려 19년 전이었다.
그렇지만 그의 목소리는 천상의 목소리라는 그 별칭이 여전히 찰떡처럼 어울렸고, 사람들은 열광했다.
단 한 번도 정현의 목소리를 들어 본 적 없었던 사람들은 왜 이제서야 목소리를 들려 주냐며 더 많은 음원을 요구했지만, 그들의 말은 정현의 귀에 들어갈 수 없었다.
한 번의 음원을 내고 나서 바로 다시 전처럼 잠적했기 때문이었다.
정현의 목소리를 듣게 된 사람들은 그의 예전 곡들을 찾아 듣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로미오와 줄리엣의 음원 역시 정현이 녹음했다는 걸 사람들이 알게 되고 말았다.
아는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정현이 그 사실을 LJH 뮤직 컴퍼니 측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그때부터 차트의 상위권에 발매한 지 5년이 지난 로미오와 줄리엣의 뮤지컬 음원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첫 음원을 발매하고 나서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세상을 흔들어 놓을 소식이 발표되었다.
음악이 싫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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