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hates music RAW novel - Chapter 3
3화음이라고 말한다.
피아노나 키보드로 기준 화음을 치고, 그 화음의 저음부터 시작해서 고음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는 것을 반복한다.
음을 조금씩 올리면서 스케일을 하면 목도 풀리고 발성도 좋아지니까, 성악, 락, 발라드 장르 불문 모든 보컬에 있어서 아주 아주 중요한 연습 되시겠다. 물론 스케일을 통해 음역을 확인할 수도 있으니까 일석이조.
멍하니 반복되는 스케일을 듣고 있자니 잠이 오기 시작한다. 아, 점심시간 곧 끝나는데 큰일이네.
“저음은 뭐 적당하고, 고음은 2옥 파네…. 음….”
2옥타브 파. 락 밴드 보컬에서는 낮은 편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연습을 시켜서 음역대를 끌어올려야 할까 아니면 이런 저음역대에서 가능한 노래만 시켜야 할까.
“진혁아.”
“네, 형.”
“너 긴장 많이 했니? 2옥 파면 음역대가 굉장히 낮은 거야. 아, 아닌가. 일반인 수준인가. 일반인의 기준을 모르겠네. 수원이 너 보컬 스케일해 본 적 있냐?”
나는 긴장해서 얼어붙은 진혁이를 뒤로한 채 수원이에게 고개를 돌려 물었다. 내 안에서 수원이 정도면 일반인의 상징이니까.
물론 밴드 멤버라면 드럼을 제외하고 대부분 코러스나 서브 보컬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기본 트레이닝은 한다. 잘은 모르겠지만 일반인들보다는 조금 나은 수준이 아닐까?
“엉. 나랑 비슷한 것 같은데.”
적어도 흉성-진성 2옥타브 라까지는 올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샤우팅이건 두성이건 발성법을 사용해서 음역대를 억지로 반 옥타브 끌어올린다고 쳤을 때, 커버할 수 있는 곡이 늘어난다.
대부분의 고음 락발라드 음악들이 3옥타브 초반대의 음악들이니까 그 정도면 괜찮겠지.
파에서 2음만 올리면 된다고 쉽게 보기가 어려운 게 발성 및 호흡법을 완벽하게 숙지하지 않으면 스케일에서는 올라가지 않는다. 스케일은 정직하니까. 딱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만 보인다. 사기를 칠 수도 없고 억지를 부릴 수도 없다.
“음…. 진혁이 너 목표가 뭐냐? 프로야? 아니면 취미야?”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프로 보컬을 목표로 하는 놈은 거의 없다. 있으면 미친놈이거나 정신병자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숱하게 널린 게 미친놈이다. 내 옆에서 계속 틀리면서 크로매틱 스케일하고 있는 유자를 보라. 얘가 1년 뒤에 있을 대입에서 실용음악과 지망할 놈이니까.
운지법부터 제대로 익혀라, 속주 먼저 하려고 하지 말고 미친놈아. 이놈은 걷기도 전에 뛰고 싶어 하는 정신병자다.
“아, 아직 잘 모르겠어요….”
프로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면 단숨에 음역대를 끌어올릴 딱 한 가지 방법이 있다. 담배를 피우게 해서 성대에 상처(염증)를 만들고(만들어짐과 동시에 가래가 나오기 시작하니까 알기 쉽다.) 복싱에서 하는 복근 운동을 하는 거지.
누워 있을 때 호흡을 내뿜으며 무거운 공으로 배를 후드려 치는 거다. 가장 쉽게 배에 힘주어서 발성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는 방법이다.
이 방법으로 익혀진 발성법을 반복해서 사용해 노래를 부르면 한 달 안에 허스키한 목소리가 곁들여진 샤우팅 창법으로 반 옥타브를 올릴 수 있다.
2옥타브 파니까 호흡이랑 발성 조금 해서 2음만 더 올리면 샤우팅을 사용해서 대충 락커의 기본 소양이라고 말하는 3옥타브 초반까지는 올릴 수 있을 거라는 거지, 이론상.
하지만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는 거.
실제로는 3옥타브 넘어가는 보컬들이 거의 없다. 기본 소양이라고 말하는 것들은 그냥 부심 부리는 거지 뭐.
그 유명한 드림씨어터의 보컬 제임스 라브리에도 3옥타브 레였나 미였나 그랬으니까.
어쨌거나, 담배 창법에는 굉장히 큰 장점과 단점이 있다.
장점은 아름다운 복근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자신의 배에 숨겨진 초콜릿을 찾을 가능성이 약 1% 늘어난다. 긁지 않은 즉석 복권을 긁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거다.
단점은 노래를 오랜 시간 동안 부를 수가 없고 가래가 생긴다는 점이다. 대략 두세 곡을 부르면 그다음에는 목소리가 맛이 가 버린다는 점.
즉, 콘서트는 불가능한 반쪽짜리.
하지만 여러 명이 놀러 가서 혼자 한두 곡 부르고 헤어지는, 노래방 정복자가 되고 싶다면 좋은 방법이다.
세상의 어떤 보컬 트레이너도 이 방법을 추천하지는 않겠지만.
프로를 노린다면 담배를 피워서는 안 된다. 지루하고 재미없지만, 차근차근 호흡법과 발성법을 교정하면서 조금씩 늘려 가야 한다.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 찢어지는 목소리로 발성이 되기 때문에, 듣기 좋은 소리가 나올 수가 없다.
샤우팅은 기본적으로 ‘안전한 발성법’이라고 말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목에 굉장히 큰 무리를 주는 창법이라 롱런하기가 힘들다.
무리하게 끌어올려서 악을 쓰는 발성법이라 성대 결절도 쉽게 오고. 성대 결절이 몇 번 와야 튼튼한 성대가 된다고 했던 락커도 있지만 그건 뭐 미신 같은 거다.
고등학교 야구에서 투수하는 선수에게 ‘어깨를 많이 써야 튼튼해진다’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거지.
90년대에는 샤우팅 창법이 유행했으니까 락커라면 무조건 샤우팅이었겠지만, 21세기가 된 지금 프로가 되고 싶다면 두성을 익혀야 한다. 요건 호흡, 발성 연습이 필수지. 시간이 좀 걸린다. 재능이 없으면 반년 이상.
“내일까지 생각해서 와.”
“네, 형.”
“아, 너 기타는 칠 줄 아냐?”
“…아뇨.”
“대충 싼 거 기타 하나 사서 적당히 연습도 해. 요즘 보컬은 보컬만 해서는 안 돼. 21세기 밴드는 옛날처럼 보컬에 기타 둘, 베이스, 드럼, 키보드 요렇게 가지를 않아요. 요즘엔 보컬 & 기타, 리드 기타, 베이스, 드럼 4인조가 유행이니까, 세컨 정도는 할 수 있게 코드랑 스케일만 좀 해 놔.”
“넵….”
떨떠름하게 대답하는 진혁. 아마 내가 뭔가 하고 있는 걸 한 번도 못 봐서 그럴테지.
TV에서 몇 번 본 것 같은 이 인간은 성악하는 사람인데 왜 여기에서 맨날 빈둥대고 있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거다. 뉴스에 얼굴이 나갔었으니.
난 빈둥대는 게 포지션이야, 임마. 게다가 동아리에 뼈를 묻을지 말지 취미로 할지 프로로 나갈지도 결정되지 않았는데, 기타를 사라고 강권하니 고민 중일 거다.
“왜? 불만 있냐? 얼마 안 해. 중고 장터에서 10만 원이면 될 거야.”
“넵. 알겠습니다.”
… ….
무대 공연이 기본인 밴드에서 고등학교 밴드가 부르는 노래는 많아야 세 곡. 장비 세팅 시간 포함해서 대략 길어야 15분 정도.
고등학교 밴드가 콘서트를 열지는 않으니까. 단기적인 방법도 쉽게 먹힐 만큼 짧은 시간이라 취미로 한다면 담배 창법을 시킬 수도 있을 법한 일인데… 청소년 보호법이 있으니까 아직은 이른가?
어쨌거나 저쨌거나 메인 보컬의 음역대를 알아야 선곡을 하고, 그 선곡에 맞춰서 연습을 할 수 있으니 음역을 알아두는 것은 중요하다.
거기에 맞춰서 나갈 대회나 무대를 찾아야 하겠지. 연습이 너무 많이 필요하면 대회 같은 건 나갈 수도 없으니까.
버스킹도 해야 하고…. 하는 거 아무것도 없어 보여서 하기로 한 건데 부장이 은근히 할 일이 많구나….
딩 동 댕 동~
“얘들아, 나올 때 창문 꼭 잠가라. 지난번처럼 빗물로 물바다 만들지 말고. 진혁이 넌 교실 가면서 연간 계획표 선생님 갖다 드려라.”
“네, 형.”
점심시간이 끝나는 예비 종이 울린다. 교실로 돌아가야지.
음악이 싫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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