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hates music RAW novel - Chapter 31
030화
“응, 나다.”
[뭐야, 왜 이리 늦게 받아. 끊을 뻔했잖아.]정현은 투덜댔다.
“회의 중이었어. 무슨 일이야?”
[아, 그래? 그럼 끊을까?]“아니야, 말해. 지금 회의실 밖으로 나왔어.”
[오늘, 회사 만들었어.]“아, 그래? 마음 정한 거야? 잘 생각했다, 인마!”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윤 교수님한테도.]“에휴…. 왜 네가 정체를 숨기고 싶어하는지는 아는데… 됐다. 그래, 너 편해질 때까지는 내가 입 닫고 살게! 고맙다.”
친구들 사이에서 고맙다는 말은, 낯뜨거워서 하기가 어려운 말이다. 그래서 오히려 비꼬거나 놀릴 때 쓰는 일이 많았지만, 수원은 진심으로 정현이 조금이나마 회복한 것에 감사했다.
[고맙긴. 나 돈 벌게 해 주겠다는데, 내가 고맙지.]“그래, 다음에 또 통화하고, 내가 갈게. 계약서 들고.”
[나 사장 아니야. 안 와도 돼. 사장 보낼게.]전화를 끊고 나서 수원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지만, 그 누구에게도 이유를 말해 줄 수는 없었다.
회의실 문을 열고 수원은 혁진의 귀에만 들리게 이야기했다.
“됐어요!”
“돼? 뭐가?”
혁진이 물었다.
“계약해 준대요!”
“누구길래 그러는 거야? 회사 소속 아닌 작곡가 중에 그렇게 괜찮은 사람이 있어? 차라리 스카우트하는 건 어때?”
수원은 그런 혁진의 말에 헛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말할 수는 없었다. 정현이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슴 속이 답답해지며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치고 싶었지만 꾹 억눌렀다.
“세계 최고의 작곡가라고요! 한국이 아니라!”
흥분해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져 있었기 때문인지, 체리 엔터 사장 박재경과 유지현이 그 말을 듣고 물었다.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 그러는 거예요, 김 팀장님?”
“이번에도 별로면 나 그냥 좀 더 쉴래요, 사장님. 며칠 동안 수백 곡을 들었어. 이제 더 들으면 귀에서 피 날 것 같다고요.”
수원은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피식 웃어 버렸다. 이 사람들의 얼굴이 바뀌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지금 그냥 돌아가시면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하실 겁니다.”
한국에 돌아오고 난 뒤 며칠 동안 정현이 넘겨준 것들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던 수원이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모르고 있던 정현에 대한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 보여 주었던 것은 그의 재능이 피어나기 전의 꽃봉오리였다는 것을. 대한민국의 톱 작곡가인 정혁진의 밑에서 배우며 작곡에 눈을 뜬 지금, 정현의 곡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아직 정현과 계약을 하기 전이었기에, 음악을 들려 주는 것이 조심스러웠지만, 자신이 들었던 그 음악들로 구성한다면 유지현의 이번 앨범은 전설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일단 한번 들어 보시죠. 그러면 뺄 것을 찾느라 오히려 더 힘드실 거예요.”
유지현과 박재경은 물론 정혁진마저 긴가민가했다.
사무실에서 노트북을 들고 온 수원이 스피커와 연결하고 첫 번째 음원을 트는 순간 회의실에 있던 모두는 느낄 수 있었다.
한가로운 음악이었다. 비트가 빠르지도 않았고, 강렬한 연주도 아니었다.
그런데 퍼커션의 느낌이 보통 드럼과는 달랐다. 베이스는 이토록 웅장할 수 있나 싶으면서도 다른 악기들을 방해하지 않았다.
멜로디가 심장을 내질렀다. 아무런 가사도 없지만 마치 여행을 떠나고 있는 기분처럼 들뜨게 했다.
체리 엔터테인먼트 사장인 박재경은 넋이 나갔고, 놀란 유지현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건 무조건이야!’
정혁진은 이 곡들로 앨범을 만들면 무조건 대박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 만나기로 했어?”
급한 마음에 장소부터 물었다.
“그쪽에서 여기로 온대요.”
혁진은 초조했다. 자신들이 이 작곡가를 놓친다면 전 세계 시장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님, 조금 더 들어 보시죠. 이거 아직 첫 곡이거든요.”
“아….”
정혁진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
삥-
[본 항공기는 곧 대한민국의 인천 국제 공항에 도착합니다….]태어나서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 보았다. 이륙하는 순간에는 가슴이 울렁거려 자신도 모르게 ‘헉’하는 소리를 냈는데, 옆에 있던 사람들이 놀라서 쳐다보는 그때가 너무 창피했다.
정현이 한국에 갈 때는 최대한 능력 있는 ‘작곡가’의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며, 정장과 굽이 높은 신발을 선물해 주었다.
하지만 항상 대형 마트에서 파는 편한 옷들만 입어 보다가, 이런 뻣뻣한 옷을 입으니 더 긴장되는 느낌이었다.
‘후아….’
키긱, 칙 드르르르르.
비행기가 활주로에 내리는 소리가 나며 기체가 한 번 크게 요동친다.
‘휴우…. 도착했구나….’
크리스틴 로저스의 첫 해외 방문은 한국이었다. 계약서만 작성하고 돌아오면 된다고 했기에, 길게 머무를 생각은 없었다. 빨리 돌아가고 싶었다.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었다.
한국어를 몰라서 걱정했지만, 다행히 공항의 출입국 게이트에는 친절하게도 영어도 쓰여 있었다.
정현이 가르쳐 준 전화번호에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크리스! 히어! 히어!”
정현의 친구 킴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크리스는 살짝 긴장이 풀려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어서 오세요! 여기는 통역해 주실 분이에요. 아시다시피 내가 영어가 서툴러서. 잘 지냈나요? 팔은 어쩌다….”
통역을 해 주는 사람을 끼운 채 이야기해 보는 것은 정현의 누나가 왔을 때 한번 경험했었다.
“괜찮아요. 지난번에도 통역이 있었잖아요. 저는 뭐 항상 똑같죠. 넘어졌어요. 하하.”
공항 앞에 기다란 리무진이 기다리고 있었다. 깜짝 놀라서 입을 벌린 채 바라보고 있었는데 수원이 말을 걸었다.
“리무진을 꼭 불러 달라고 하더라고요.”
열 명도 넘게 탈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다란 리무진에는 킴과 통역까지 세 명이 전부였다.
자잘한 이야기들을 했지만 킴은 계약에 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정현에 대한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다. 정현은 자신에게도 꼭 존재를 숨겨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창밖에 높다란 건물들이 보인다. 높은 건물을 볼 일이 많이 없었기에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풍경이지만 얼른 계약을 마치고 돌아가고 싶었다.
정현이 잘했다고 칭찬하며 웃어 주는 얼굴이 아른거렸다.
차가 멈추고 누군가가 문을 열어 주었다.
“Welcome to Korea!”
손을 내밀어 악수하며 미소를 비춘다.
‘전문성, 전문성. 나는 작곡가다. 작곡가다.’
정현을 위해 연기를 해야 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크리스틴 뮤직의 크리스틴 로저스예요.”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계약은 금방 이루어졌다. 킴이 준비를 잘해 두어 영어 번역본도 꽤 제대로 만들어져 있었다. 사인하고 웃으며 계약서를 서로 교환했다. JHJ 측에서는 서류를 가져갈 가죽 서류 케이스까지 준비해 주었다.
“계약한 기념으로 사진 한 장 찍을 수 있을까요?”
자리에 있던 네 명이 모여서 기념사진을 찍고, 차와 비스킷을 즐겼다.
“영국은 홍차를 드신다고 해서 준비해 봤습니다. 얼그레이입니다.”
홍차에 우유를 타서 마시지만, 우유가 없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고마워요.”
크리스가 싱긋 웃었다. 지금은 전문가를 연기해야 하니까.
“앞으로는 이메일로 계약서를 교환하였으면 하는데 괜찮을까요? 비행시간만 14시간이라 부담이 되어서요.”
“저희가 그쪽으로 방문을 해도 괜찮은데….”
그건 절대 안 된다. 정현이 무슨 일이 있더라도 프레스턴으로 오는 건 막아야 한다고 했다.
“아, 제가 사무실에 없는 경우가 많아서요.”
“아, 당연히 이렇게 능력이 있으신 분이니까 바쁘실 만하겠죠. 이해합니다. 이메일로 하시죠.”
JHJ의 보스라는 남자는 사람 좋은 웃음을 날리며 연신 이해한다는 말을 했다.
적당히 차를 마셨을 때쯤, 남자가 말했다.
“녹음 구경하실래요? 오늘 저녁에 녹음이 잡혀 있는데.”
그냥 사인만 하고 돌아오면 된다고 했는데… 큰일 났다.
‘어떻게 해야 하지, 도와줘, 리….’
등에 살짝 식은땀이 흘렀다.
왼팔의 깁스 안쪽이 간지러운 느낌이었다.
***
“한 번만 더 불러 볼게요. 한 번만 더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녹음실에 들어간 유지현은 독종이 되었다.
지난번 앨범을 만들 때만 하더라도 열서너 번의 테이크로 빠르게 녹음을 끝냈지만, 이번에 녹음하는 곡들은 자신이 부르던 대로 노래를 부르면 음악에 먹혀 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후우…. 후우….’
눈을 감은 뒤 심호흡을 크게 두 번 하고 다시 한번 불렀다. 배에 힘을 주고 노래를 불렀다.
“…….”
녹음실 안에 있어서 소리가 들리지는 않았지만, 녹음할 파트를 부르고 눈을 떴을 때는 창밖의 엔지니어 룸이 어수선했다.
“뭐야, 무슨 일이야?”
지현은 마이크에 대고 말을 했다.
[아, 작곡가님이 오셔서 이야기 중이었어. 조금 전 꺼 괜찮은 것 같은데 어때? 한번 들려 줄까?]“응, 한번 들어 볼게요.”
자신이 부를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목소리였다고 생각했다.
아마 이 멋진 음악을 만들었다고 하는 작곡가도, 계속 지현이 자신의 곡을 불러 주기를 원할 정도일 거라는 확신을 했다.
이번에 앨범에 녹음하는 곡들은 정말 대단했다. 아니, 대단하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였다. 간간이 보통 음악들보다 길고 오묘한 곡들이 있었지만, 그런 곡들도 최고의 곡이라 생각했다.
“…….”
창밖이 또 어수선하다.
JHJ의 김수원 팀장이 토크 백 마이크를 이용해 말을 했다.
[저기, 조금 힘을 빼고 불러 볼래요? 나른한 느낌으로? 지금 힘이 너무 들어간 것 같다고 하시는데?]작곡가의 말에 지현은 살짝 자존심이 상했다.
마치 자신보다 이 노래를 잘 부를 수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는 확신을 하는 듯한 말이었다.
[그리고 음악을 거스르지 말고 물이 흐르듯이 타고 가라는데? 그런 느낌 알아요?]“일단 해 볼게요….”
유지현은 몸에 힘을 뺐다.
조금 전에 불렀을 때와는 다르게 배에 힘을 주거나 하지는 않았다.
시작부터 조곤조곤, 하이라이트에서도 힘을 주지 않고 속삭이듯이. 물 흘러가듯이 음악을 타고 흘러갔다.
“이번에는 어땠어요?”
[한번 같이 들어 보고 판단하죠.]‘무슨 프로듀서라는 사람이 줏대가 없어. 작곡가가 와도 프로듀싱이랑은 하는 일이 엄연히 다른 건데.’
속으로 구시렁대며 헤드폰을 벗어 놓고 녹음실 밖으로 나가 엔지니어 룸에 들어갔다.
“왔어요.”
갈색 단발머리의 외국 사람이 있었다.
‘너무 어려 보이는데….’
“Glad to meet you. I’m Christine Rogers.”
환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기에 지현도 얼떨결에 손을 내밀어 악수했다.
“하, 하이, 아이 엠 유지현. 나이스 투 밋츄.”
콘서트장이나 외국에 나가서는 그래도 영어 잘했는데, 왜 이렇게 긴장을 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미소 짓는 얼굴에서 엄청난 압박감이 느껴졌다.
“지현 씨 한번 들어보자, 엔지니어님 부탁드려요.”
레코딩 엔지니어가 음악을 재생시키자 모니터링 스피커로 음악이 흘러나온다.
꿈속을 거니는 듯한 몽환적인 느낌.
한 걸음씩 앞으로 나설 때마다 발걸음이 가볍다.
몽환적인 음악의 인트로 부분에서 지현의 목소리가 등장한다.
‘어? 뭐지?’
유지현은 이 곡의 전주 부분을 듣자마자 반해 버렸기에, 이 노래를 꼭 이번 앨범의 타이틀로 삼을 것으로 생각했다.
자신이 반한 음악을 누구보다 잘 부르고 싶었다.
그 마음으로 십수 번의 테이크를 거쳐 녹음하고 있었는데, 몸에 힘을 빼라는 조언에 완벽하게 내려놓고 불러 보았다.
그런데 여태까지와 느낌이 달랐다.
소리를 쥐어짜 내었던 것보다는 확실히 가벼웠지만, 훨씬 듣기 좋은 음악이 되었다.
자신이 목소리를 작게 내면 너무나 대단해 보였던 음악에 먹힐 것으로 생각했는데, 목소리와 음악이 너무나 잘 어울렸다.
“이걸로 가죠. 너무 좋은데?”
항상 수십 수백 번의 테이크를 거쳐 녹음하던, 유지현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을 수 없었다.
단 한 번의 시도에 나온 최고의 노래였다.
“나, 이거 다음에 이 감정 다시 담기가 어려울 것 같아. 이걸로 해요.”
만족스러웠다. 마냥 어려 보이기만 하던 작곡가가 만나기 전보다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대단한 음악을 만들었는데 보컬 원 포인트 레슨까지 해 줄 수 있다니!
만족스러움의 미소가 자신도 모르게 지어져 김수원에게 물어보았다.
“작곡가님이 앨범 녹음 전체에 참여하시나요?”
***
녹음이 끝나고 크리스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리가 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던 게 다행이야….’
가사는 달랐지만 멜로디를 기억했다. 펍에서 피아노를 치며 얕게 읊조리던 정현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크리스는 정현이 부르던 모습 그대로를 말해 주었던 것이다. 자신이 느꼈던 정현이 불렀었던 노래와 다른 부분들을 짚어 주었더니 훨씬 좋아졌다. 뿌듯했다.
그가 자신에게 부탁했던 굉장한 작곡가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낸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저, 작곡가님이 남아서 녹음을 도와주실 수 없나요, 오늘처럼?”
수원이 물었다. 수원은 정현과의 관계를 알고 있기에 조금은 조심스러운 느낌이었다.
“아, 미안해요. 저는 내일 바로 돌아가야 해요. 해야 할 일이 많거든요.”
크리스는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노래를 불렀던 유지현이 크리스를 향해 물었다.
“사진 한 장 같이 찍을 수 있을까요? SNS에 올리고 싶은데….”
“그럼요. 같이 찍어요. 우리.”
찰칵!
“녹음도 끝났겠다, 맥주 한잔 마시러 가요!”
유지현이 기분 좋게 외치자, 녹음실에 있던 사람들은 다들 뒤풀이를 하기로 했다. 녹음에 깐깐하기로 소문난 지현답지 않은 말이었다.
JHJ 토탈 뮤직 부근에 있는 호프집에 자리를 잡고 맥주를 시켰다. 안주는 프라이드 치킨과 양념치킨.
“작곡가님은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아, 크리스라고 불러 주세요. 나이는 스물넷이에요.”
이름과 나이를 말해 주었다. 한국 사람들은 나이 물어보는 걸 좋아한다고 들었다.
“한국 나이로 스물여섯이에요. 훨씬 어려 보이시죠?”
수원은 통역사를 통해 한국 나이와 영국 나이의 차이점을 알려 주었다. 나이가 어려 보이는지 많아 보이는지는 인종의 차이 때문에 알기 어려웠지만, 숫자로 들으니 감이 왔다.
“와…. 스물여섯이면 나보다 세 살이나 어린데, 어떻게 이런 감성이 있을 수가 있죠? 저는 유지현이에요.”
유지현은 감탄하며 말을 이어갔다.
“이런 노래는 우리 정현 님 이후로 처음 들어 봤어요! 세상이 역시 넓긴 넓다니까! 정현 님처럼 완벽한 노래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없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 또 있고.”
유지현이 흥분했는지 평소에는 꺼내지도 않던 정현의 이야기를 했다. 수원은 깜짝 놀랐다. 평소에 정현에 대한 것을 물어보면 쉬쉬하며 피했기 때문이다.
“칭찬 고마워요.”
크리스는 고맙다고 말하며 배시시 웃었다. 얼굴이 빨개져 가볍게 대응하는 크리스의 모습을 보면서 김수원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왁자지껄한 호프집 안에서 즐거운 대화가 오가며 녹음의 첫날 일정이 저물고 있었다.
***
“그럼 가 볼게요.”
크리스는 공항에 도착해서 출국 게이트에 섰다. 택시를 타고 혼자 가겠다고 했지만, 혁진은 절대 그럴 수 없다며 첫날처럼 리무진을 불러 크리스를 부담스럽게 하였다.
“이거 가져가세요. 아마 좋아할 거예요.”
수원이 건네준 종이 가방에는 라면과 여러 가지 한국 과자들이 있었다. 누가 좋아할 것인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크리스와 수원 둘 다 알 수 있었기에 마주 보며 미소 지었다.
“고마워요, 나중에 다시 만나요.”
크리스는 수원을 향해 손을 흔들며 게이트를 넘었다.
빨리 돌아가서 그에게 자신이 이곳에서 겪었던 일을 말해 주고 싶었다.
정현이 너무 보고 싶었다.
음악이 싫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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