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hates music RAW novel - Chapter 34
033화
“맨체스터 최고의 음악 방송 프레드릭 스펠만의 뮤직 스테이션에서 보내드리는 최고의 저녁, 최고의 인기를 가진 노래. 에릭 퍼트니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열어 보죠.”
에릭의 목소리로 가득 찬 음악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온다. 지역 방송국의 차트를 휩쓸고 있는 에릭의 노래를 소개해 주는 인기 라디오 진행자 프레드릭 스펠만.
그는 에릭의 음악을 자신의 방송에서 내보낼 때마다 가슴 한쪽이 뿌듯함으로 가득 차올랐다. 바로 그가 에릭의 목소리를 세상에 가장 먼저 알린 사람이기 때문이다.
에릭의 노래는 지금 영국 전역의 음악을 모두 집계해서 순위를 매기는 오피셜 차트의 인기곡 1위에 올라가 있었다. 단 한 번의 공중파 방송도 없이.
처음 에릭을 방송에 출연시키려 했을 때 반대했던, 보는 눈이 없는 이 라디오의 PD인 애런 때문에 짜증이 났었다. 뜨고 나면 부르고 싶어도 부를 수 없는 것이 이 바닥이니까.
그런데 그는 알려진 것이 없다며 에릭의 라디오 출연을 반대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이 밀어붙인 끝에 오늘 에릭의 출연을 결정지었다. 그 에릭이 지금 부스 안으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음악이 끝나고 오늘 계획되었던 에릭의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오늘의 초대 손님은 조금 전 들으셨던 노래의 주인공인 에릭 퍼트니입니다. 어서 와요. 에릭!”
“안녕하세요. 프레드릭.”
“요즘 어때요, 첫 싱글에 이어 두 번째 곡까지 UK 차트 1위를 달리고 있는데, 자신의 인기를 실감하시나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제 사부님은 아직 멀었다고 하시면서 연습만 시키시거든요. 사부님하고 비교하면 그 말이 사실이기도 하고요. 둘이서 연습하면 자신감이 없어져요. 그래서 무대에 올라가거나 연습하거나예요. 어디 놀러 갈 시간이 없어요. 하하.”
사부에 대한 이야기만 시작하면 말이 많아지는 에릭이였다.
***
라디오에서 최근에 가장 관심 있게 듣고 있던 신인 가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소리 좀 키워 봐.”
“예.”
소리가 커지고 둘의 대화가 조금 더 또렷하게 들리기 시작한다.
프레드릭이 말을 한다.
[그 사부님이라는 분이 대단한 분인가 보네요.] [저에게 노래를 가르쳐 주신 분이에요. 음악도 만들어 주셨죠. 저는 작곡에 대한 것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지만, 같이 놀자고 하시면서 새로운 곡들을 만들어 내는데 그게 또 엄청나다는 건 느낄 수 있거든요!]드디어 알고 싶어 하던, 노래를 만들어 준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게다가 저 정도의 가수를 가르쳤다. 사부라니, 얼마나 대단하길래 선생도 아니라 사부라고 칭할 수 있단 말인가!
저 에릭이라는 가수의 강점은 목소리도 있지만, 그 목소리와 완벽하게 하나가 되었다 느껴지는 음악이 더 대단하다 생각했었다.
“대단하잖아! 이것 좀 들어 봐, 에디! 같이 놀면서 이 정도의 음악들을 만들어 낸다고 하잖아!”
“그렇네요, 굉장하군요. 마크. 물론 방송이니까 과장이 좀 섞였을 가능성도 생각하셔야겠죠?”
비서인 에디는 코웃음을 치며, 방송에서의 과장을 생각해 보라고 충고한다.
완벽하게 가수에게 맞춰진 곡. 아직 두 곡밖에 발표하지 않아서, 장르나 취향은 모르겠지만 R & B에 한정하더라도 최고의 곡이라고 생각했다. 설령 잠깐 노는 도중에 만든 것이 과장이고, 수년에 걸려 만들었다 하더라도 이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EMI를 흡수하며 북미와 유럽 최고의 음악 퍼블리싱 회사가 된 유니버설 뮤직 그룹의 영국 지사장인 마커스 스미스. 그는 에릭이 아니라 에릭에게 노래를 가르쳤다는 사람을 욕심내고 있었다.
굉장한 음악을 만든 것은 별개로 가수를 키워내는 능력이 굉장하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사부’라는 사람을 영입하게 된다면 새로 키우려는 아이돌의 능력은 물론, 앞으로 유니버설 뮤직 영국 지부의 영향력이 전 세계적으로 더 커질 거라는 판단이 들었다.
“지금 당장 크리스틴 뮤직으로 가야겠어, 에디.”
“지금요? 새 아이돌 그룹 멤버를 뽑는 회의에 가시던 중 아니셨습니까?”
“바로 그걸 위해서야! 그저 그런 아이돌이 아니라 내 생각대로만 된다면! 어찌 되었든 크리스틴 뮤직과 약속을 잡으라고! 최대한 빨리!”
마크는 비서 에디에게 제 생각을 강력하게 어필하며, 크리스틴 뮤직과 약속을 잡으라고 명령했다.
“에릭도 그 사부라는 사람도 모두 우리가 품으면 되는 것 아니겠어?”
자신이 만들어 낸 가수가 그래미의 앨범상을 수상하는 상상을 하며 마크가 환하게 웃었다.
***
같은 시간, 정현 역시 마당에 만들어 둔 작업실에서 이 방송을 듣고 있었다.
“내가 왜 크리스틴을 내세워서 회사를 만들었는지 저언혀 이해를 못 하고 있잖아, 이 바보 자식이!”
정현은 짜증이 잔뜩 나 있었다. 다시는 사람들에게 시달리고 싶지 않은 마음에, 크리스를 앞세워 생활하려던 그의 계획이 엉망진창이 되어가고 있었다.
따르르릉, 따르르릉-
사무실에 놓은 전화기가 울렸다. 최근에 에릭의 스케줄을 물어보는 전화가 끊임없이 걸려왔기에, 이 전화를 받는 것도 이제는 어색하지 않다.
“네, 크리스틴 뮤직입니다.”
[안녕하세요, 유니버설 뮤직 UK의 CEO 마크 스미스 씨의 비서인 에디라고 합니다. 크리스틴 로저스 씨 부탁드립니다.]크리스는 에릭의 스케줄에 따라갔다. 둘은 스케줄이 많다면서 같이 나가서, 요즘에는 거의 정현 혼자서 작업실을 지키고 있었다.
“지금 자리에 안 계시는데요, 유니버설 뮤직이라고 전해 드리면 될까요?”
[아, 네. 저희가 만나 뵙고 싶다고 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원하시는 시간이 있으시다면 저희 쪽에 알려 주세요. 저희가 그쪽에 맞춰 드릴 수 있습니다. 전화번호는….]그 유니버설 뮤직이다. 전 세계를 삼등분하는 음악 퍼블리셔가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 그 3대 퍼블리셔에서 가장 덩치가 큰 곳이다.
물론 영국 지부의 CEO는 전체를 총괄하지는 않지만, 유럽 쪽을 담당하는 곳이니까 본사보다는 규모가 작을 것이다.
한국도 그 영향력 아래에 있는 나라라고 볼 수 있었다. 해외에 나가려면 3대 퍼블리셔 가운데 어디라도 관계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지.
“이거 뭐야, 그 유니버설이… 약속 시각을 맞춰 주겠다고? 세 명밖에 없는 작은 회사랑?”
전화를 끊고 정현은 한참이나 멍하니 생각했다.
그 들과 뭔가 깊은 관계가 되면 비틀즈가 녹음을 했다고 하는 애비로드 스튜디오도 쓸 수 있을 거다. 그 스튜디오도 유니버설 거니까.
“미쳤네. 에릭이 그 정도로 대단했다고? 그냥 보통이잖아. 그 정도는….”
그나저나 전화가 너무 많이 온다. 전화 받느라 다른 것을 할 시간이 없다.
“그러니까, 개점 휴업 상태라니까. 망치를 언제 잡았는지 기억도 나질 않아.”
평소처럼 하소연하지만, 로스는 시큰둥하다. 어차피 다시 공사 현장의 일을 얻는 것은 포기했다. 너무 바쁘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어딜 가더라도 전부 에릭 목소리만 들린다고. 돈 많이 벌었겠는데? 얼마나 들어왔어?”
“그게 문제가 아니라고, 로스. 사람이 필요해. 지금처럼 우리 세 명으로 끌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니까? 크리스가 에릭을 데리고 나가면, 나는 전화 받느라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크리스는 내 매니저인데 얼굴을 언제 봤는지 기억도 안 나고….”
“하루하루 갈수록 점점 하소연이 길어져. 리, 그럴 거면 사람을 좀 고용하라니까? 몇 번이나 말했잖아. 겨우 세 명이 회사를 꾸려나갈 수 있다고 고집부리지 말라고.”
정현의 하소연이 길어질수록 로스의 잔소리도 길어진다. 이제 결심해야 하는 때가 온 것 같기도 하다.
“아무래도 규모를 키워야겠어. 이번에 들어온 돈도 좀 있으니까, 이걸로 제대로 된 사무실도 차리고. 좋은 차도 좀 사고.”
“잘 생각했어. 진즉 그랬어야지. 이 세상은 즐겁게 살기만으로도 부족한 곳이라고.”
태평한 소리를 하며 바의 뒤쪽 문을 통해 나가는 로스를 바라보며 정현은 맥주잔을 들이켰다.
딸랑딸랑-
가게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역시, 여기 계실 줄 알았어요. 사부님.”
에릭이었다.
“어, 에릭. 라디오에서 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다니는 거야?”
“저는 전부 사실만 말했다고요.”
에릭은 착한 아이다. 꾸며서 말하거나 거짓말도 잘하지 못하는 아이였다. 그랬기에 자신이 품고 살 거로 생각했었다.
사람들을 피해 숨어서 살려고 했던 자신을 드러낸 것이 에릭의 잘못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그는 그저 있는 사실만 말했을 뿐이니까.
“그래… 전부 사실이기는 하겠지만. 쇼라는 건 보여 주는 거야. 쇼에서는 때에 따라 거짓말도 할 줄 알아야 하는 거야.”
“네에, 사부님.”
“에릭 왔니? 주스 줄까? 커피?”
그때 자리를 비웠던 로스가 돌아왔다.
“좋은 저녁이에요, 로스. 주스로 주세요.”
“그래, 잠깐만 기다려.”
로스는 주스를 가지러 갔고 정현은 에릭이 돌아왔음에도 함께 들어오지 않은 크리스를 찾았다.
“크리스는 어디 갔어? 크리스틴 뮤직 전체 회의를 해야 하는데? 아주 중대한 사항이 있어.”
“사무실에서 작업할 게 있다고 하던데요? 아마 사부님 집에 갔을 거예요”
유니버설 뮤직이 찾아온다고 하는데 뒷마당 사무실을 보여 줄 수는 없었다. 뒷마당에 만들어 놓은 작은 곳이 아니라 제대로 된 사무실이 필요했다.
“일단 집으로 돌아가자. 에릭.”
정현은 맥주잔을 단숨에 비우며 말했다.
***
정현과 에릭이 집에 도착했을 때, 집 안의 불은 하나도 켜져 있지 않았다. 어디 다른 곳에 간 것일까 생각하는데 뒷마당과 연결된 문이 열리며 크리스가 들어왔다.
“에릭, 리! 왜 전화를 안 받아!”
크리스는 들어오자마자 소리를 내어 말했다.
“종일 사무실에 앉아서 전화에 시달렸어. 아까 홧김에 던진 것 같은데 어디 있는지 기억이 안 나.”
“제 전화기는 크리스가 갖고 있잖아요….”
정현은 전화기에 진절머리가 났고, 에릭은 라디오 부스에 들어가며 크리스에게 전화기를 넘겼었다.
전화기 이야기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한 정현은, 오늘 오후 자신이 생각하던 것을 크리스에게 이야기했다.
“그보다 크리스, 제대로 된 회사를 만들어야 할 것 같아.”
“우리가 통했나 봐. 내 생각도 그래. 지금 어디에서 전화가 왔는지 알아?”
“전화? 아직도 와?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전화하고 난리야.”
“시간은 중요하지 않아. 라이브 라운지에서 전화가 왔다고! 에릭이 출연할 수 있겠냐고 했어!”
크리스는 방방 뛰면서 이야기했다.
흔한 이름이다. 라이브 라운지, 라이브 클럽, 라이브 바는 비슷한 의미로 쓰이는 말이었다.
“어디 있는 가게인데? 맨체스터? 런던?”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라이브 클럽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고 BBC의 라이브 라운지를 말하는 거야!”
BBC 1 라이브 라운지.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BBC 라디오 1이라는 방송국에서 운영하는 라이브 공연 공중파 방송이다.
이곳에는 지금까지 당대 최고의 인기를 갖는 가수들만 출연해 왔었는데 그곳에 에릭이 초청되었다는 이야기였다.
노래 한두 곡이 잠깐 인기를 끈다고 해서 출연할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니었다. 최소 몇 년은 센세이션을 일으켜야 출연 요청을 하는 콧대 높은 곳.
출연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는 말을 하는 가수들도 있었다.
“뭔가 이상한데, 에릭은 거기에서 출연 요청을 하기엔 활동한 기간이 너무 짧아.”
인간 불신에 빠진 정현은 경계심이 생겼다. 고작 노래 두 곡 차트에 올려놓은 정도로 나갈 수 있는 정도의 급히 낮은 곳이 아니니까.
“그래? 조금 전에 캐스팅 감독이라는 사람한테 전화가 와서, 에릭과 상의해 보고 답변해 주겠다고 했는데.”
유니버설 뮤직에 BBC까지. 고작 세 명이 감당하기엔 규모가 너무 커져 버렸다.
음악이 싫은 음악천재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