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hates music RAW novel - Chapter 52
051화
분명 이건 CBA와도 관계가 있다. 수십 명이 둘러싸고 무대를 호위하는 공중파 공개 방송의 보안 요원이, 이렇게 쉽게 뚫릴 수 있다고는 상상하기 어려우니까.
커피를 마셔도 깨지 않던 술이 한순간에 깼다.
내가 여태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앞으로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건가?
이렇게 호구가 될 수는 없다.
미국은 전국구 공중파 방송국만 여섯 개가 있는 나라다. 케이블 방송사도 수백 개. 빌보드 1위에게 엿을 먹인다? 이러면 안 나가면 그만이지. 올라갈 무대는 널렸으니까.
빌보드 1위를 찾는 수요는 많다. 가장 인기가 많은 곡인데 수요가 없을 수가 없지. 공급자인 우리가 갑이다, 이 말이야.
“크리스, 애들 일정 끝나는 대로 이 집으로 오라고 하고, 앞으로 CBA 출연 요청은 모두 거절해. 이건 방송국 단계에서 우리에게 작정하고 엿을 먹인 거야.”
“알았어!”
그렇지만 드자는 어떻게 된 거지? 방송국에서 사주를 받고 움직인 거냐, 아니면 자체적으로 움직인 거냐.
이게 참 어렵다. 나 혼자서는 알아낼 수가 없으니까.
이미 래퍼로는 은퇴를 한 사람이다.
지금은 프로듀서로도 그리 인기가 많지는 않지만, 그 영향력은 확실하지. 뉴욕 슬럼가 출신의 정통 동부 래퍼로 한 시대를 호령했었으니.
한참 동안 고민을 하다, 알버트에게 전화를 걸었다.
“알버트 경. 밤늦게 미안하지만, 부탁드릴 것이 있는데 가능할까요?”
알버트에게 지금 내가 처한 사정을 설명하고 드자의 관계자를 알아내 달라고 부탁했다.
알버트는 마음만 먹으면 군대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니까.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최대한 빨리 알아보겠습니다.]“감사합니다. 부탁드릴게요.”
그것을 알아보는 일이 알버트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는지, 한 시간도 채 되질 않아 답변의 전화가 걸려왔다.
[다즈니 뮤직 그룹입니다.]“그러면 지금 애들에게 벌어진 일이 다즈니 때문이라는 건가요?”
[다즈니 관계자와 금전 거래가 있었던 정황을 파악했습니다. 규모는 50만 달러입니다.]“어려운 부탁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큰 힘이 되었어요.”
방송국 수준에서 엿을 먹인 거라는 내 예상이 맞았다.
하지만 이런 일로 내가 써먹을 수 있는 카드를 모두 써야 한다는 것이 조금 아쉽다.
지금은 나한테 빚이 있으니 내 부탁을 들어주겠지만, 앞으로는 부탁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니까.
CBA의 모회사인 다즈니.
미디어 업계의 최강자. 3대 퍼블리셔라며 음악계에서 어깨에 힘 좀 주고 다니는 퍼블리셔들도, 다즈니에 앞에서는 그냥 중소기업일 뿐.
게다가 싸움닭으로 소문난 회사이기도 하다. 자신들의 저작권과 관련된 것이 있다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문을 닫게 만들 정도니까.
이런 거인을 상대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떻게 복수를 하지?
“엿을 받았으면, 더 큰 엿으로 돌려줘야지.”
어릴 때부터 다즈니의 애니메이션을 참 좋아했었지만, 먼저 건드렸는데 참고 넘어가는 성인군자는 아니니까.
회사가 크건 작건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소송의 나라인 미국을 홈그라운드로 쓰고 있는 회사라서, 소송을 걸면 질 수도 있을 테니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엿을 먹여야겠다. 소송 없이.
늦은 오후 에릭과 제이드가 돌아왔다.
“일단 받은 건 돌려줘야겠지, 제이드?”
이름을 부르자 제이드가 나를 바라보며 침을 꼴깍하고 삼켰다.
“가사 좀 세게 써 봐요. 아, 그리고 드자가 50만 달러 받았다고 하니까 그 이야기도 넣어서. 폭로부터 하고 시작하자고.”
“네, 넵.”
“최대한 공격적으로. 가사에서 밀리면 안 되니까.”
먼저 제이드의 가사에 맞춰서 음악을 만들어 보자. 힙합의 디스는 이렇게 하는 것 아니겠어?
물론 20세기 래퍼들은 디스를 총으로 돌려주기도 했다지만, 나는 그래도 문명인이라고 생각하니까.
“에릭, 너는 후렴구랑 코러스 파트에 들어갈 가사를 생각해 봐. 난 힙합 좀 들어 봐야겠다.”
나는 에릭과 제이드에게 작업할 것을 알려 준 뒤, 자리에서 일어나 마당의 선베드에 가서 누웠다.
전성기에는 위대한 래퍼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았던 그가, 어쩌다 이렇게 몰락한 걸까.
아니, 그가 몰락한 것이 아니라 다즈니와의 이해관계 때문에 이렇게 된 걸까?
만약 내가 힙합곡으로 디스전에 들어갈 곡을 만든다면 어쩌면, 90년대에 총격전까지 오갔었던 힙합 전쟁이 다시 일어날지도 모른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일이다. 서부와 동부의 거물 래퍼 각각 한 명씩 총격에 사망하는 큰 사건이었기에, 자세하게는 몰라도 대충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힙합 아티스트가 아닌 내가 만든 곡을 디스로 받아들여 줄까? 메이저 퍼블리셔의 돈으로 데뷔한 래퍼가 하는 랩인 것도 문제.
“아~ 이런저런 것들 다 계산하려니, 머리 아프네.”
복잡해지는 생각들을 뒤로한 채 나는 드자의 음악 스타일인 이스트 코스트 스타일의 오래된 명곡들을 틀었다.
이스트 코스트라고 부르는 뉴욕을 중심으로 하는 동부 힙합.
가사나 멜로디에 여유가 있는 웨스트 사이드 힙합과는 다르게, 더 공격적이고 진중하며 사회 비판적인 가사 스타일이 특징.
그래서 동부 출신 래퍼들은 서부 출신의 래퍼들이 가짜라고 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진짜 힙합은 투쟁하는 전사가 되어야지 풍요로운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드자는 그 부분을 건드렸다.
자신들이 항상 말하던 서부 힙합은 가짜라는 자신들의 주장도 관철할 수 있게 되는 거니까.
휴대폰에서는 오래된 명곡들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나는 점점 복잡한 생각에 파묻히고 있었다.
“내 알바냐.”
여기에서 등을 돌리면 겁쟁이라는 말을 들을 거다. 그게 래퍼들의 세계니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들어오는 공격에는 카운터 펀치를 날리자.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피에는 피. 그리고 디스에는 디스로.
“어떻게든 되겠지!”
그때 기타 연습을 하러 매일 찾아오던 리카르도가 들어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이야, 너 진짜 성실하네! 매일 오는구나. 밥은?”
“먹었어요.”
거짓말일 것이다. 오늘도 아이스크림 가게 옆에서 열심히 버스킹을 하고, 끝나자마자 달려 왔을 테니까.
“거실에 가면 애들이 있을 거야. 거기 가서 가사 만드는 것 도와줄래?”
“가사요? 그런 걸 만들어 본 적이 없는데 괜찮을까요?”
“나도 기타 쳐 봤던 적이 없는데, 너를 가르치잖아.”
“아···.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빈민가에서 살아온 리카르도가 도와주면 조금 더 풍성한 가사를 쓸 수 있겠지.
아무래도 우리 애들은 좀 유약한 이미지가 있으니까.
“리! 저녁 먹어.”
리카르도를 들여보내자마자 마당을 향해 크리스가 소리쳤다. 벌써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었나 보다. 오늘 하루는 진짜 다이나믹하게 흘러가는 것 같네.
“금방 갈게.”
***
일주일 뒤. 다즈니 뮤직 그룹.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조엘! 마케팅 비용 1백만 달러만 더 주면, 1위로 올라갈 수 있다고 하지 않았냔 말입니다!”
“문제가 될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최고의 결정을 하셨던 겁니다. 는 그저 여름 한정으로 반짝 인기를 끌고 사라질 곡이니까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금세 내려올 겁니다.”
부사장이자 안젤리나 던슨 프로젝트의 치프 디렉터인 스콧 던컨.
그는 10월까지 안젤리나 던슨이 1위를 지킬 수 있을 거라 장담하던, 프로듀서 조엘 뮬러에게 소리를 치고 있었다.
새롭게 발표한 안젤리나 던슨의 신곡이 1위는 올라가 보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다즈니 내에서 안젤리나 던슨을 차세대 디바로 굳히려던 계획 전부가 위태로워졌다.
그 한 곡이 문제가 아니라, 이후에 계획되었던 정규 앨범과 안젤리나가 더빙으로 참여한 애니메이션의 겨울 개봉까지.
음원 스트리밍 수익으로만 수억 달러가 예상되던 프로젝트의 첫 단추가 흔들리고 있었다.
그래서 마케팅 비용 1백만 달러로 1위를 탈환하기만 하면 수억 달러를 벌 수 있으니 싸게 먹히는 것으로 생각했다.
얼마 전 발매한 신곡이 5위로 주저앉아서, 다른 곳에 마케팅비를 쏟아붓는다 하더라도 1위로 올라가기는 어려워 보였으니까.
“여름 한정? 그 말 책임질 수 있습니까?”
“부사장님! 제가 언제 실망하게 해 드린 적이 있습니까? 아시지 않습니까. 저의 예측은 언제나 맞았다는 걸. 에릭의 지난번 곡은 20위권 밖에 머물렀었다고요.”
“다음에 발매할 안젤리나의 정규 앨범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개봉 때까지 1위를 지켜야 합니다. 당신 자리를 지키고 싶다면 말이죠.”
“물론이죠.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1위를 지키겠습니다!”
빌보드의 상단에 자리하던 수많은 힙합, 컨츄리, 팝 아티스트들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물리치며, 원할 때면 언제나 1위를 차지했던 조엘 뮬러.
항상 사람들의 박수를 받았던 그의 앞을 처음으로 가로막은 거대한 장애물.
조엘 뮬러의 마음속에 한 줄기 위기의식이 피어올랐다.
음악계의 슈퍼스타인 이정현을 직접 건드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를 대신해 가장 약해 보이는 신인 래퍼 제이드를 공격하기로 했다.
그래서 마케팅 비용으로 들어왔던 돈을, 힙합계의 유명 인사인 드자에게 브로커를 통해 전달했던 것이다. 아무도 모르게.
무대 난입해서 신입 래퍼에게 네거티브 이미지를 심기 위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의 인기가 너무 견고했다. 자신이 그런 큰일을 벌였는데도 1위에서 미동조차 하질 않았다. 지금까지 상대해 왔던 다른 곡들과는 달랐다.
조엘 뮬러가 사무실로 돌아와 자신의 자리로 향하던 그때였다.
“프로듀서님! 큰일 났습니다!”
자신의 스태프 중 한 명이 달려와 말했다.
“안젤리나의 곡이 10위권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부사장실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4위와 5위를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갑자기 왜?”
“그게···. 이 라는 곡을 한번 들어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스태프의 뒤를 따라갔다. 가슴 한편이 허전한 것이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재생하겠습니다.”
스태프의 말에 조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빠밤빰빠밤바바~
투웅, 치, 쿵, 투웅, 퉁, 쿵~
트럼펫과 드럼으로 시작하는 경쾌한 전주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이어진 제이드의 독백 역시 시작부터 경쾌한 느낌으로 내뱉고 있었다.
[빌보드 1위 부러웠니.엄마한테 용돈 받아 썼지?
내게 시비 거는 멍청이들, 내가 누군지 몰라?
너희들의 몰락은 거기부터 시작.]
누구를 향해서 하는 말인지 조엘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거기에 용돈을 받아 썼다는 가사를 들었을 때, 그는 온몸에서 식은땀을 흘렸다.
‘내가 돈을 건넨 건 아무도 모를 텐데···.’
분명 조엘은 마케팅 비용 100만 달러를 자신의 계좌로 옮기고 이곳저곳을 돌리며 세탁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렇게 쉽게 알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조엘이 생각하기에 자신은 그렇게 어설프게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너도 이 바닥 규칙은 알잖아?M.I.C. 를 들어 내게 덤벼 봐.
돈 주는 엄마에게 물어봐.
내가 널 어떻게 해 줄까.
냄새나는 함정, 내 코가 썩어 가.]
누가 그런 것인지 확실히 알고 있다는 듯한 말투였다. 혹시라도 이 곡의 어느 부분에서 범인을 폭로할지 점점 숨통이 조여왔다.
[날 때리면, 큰돈 주니 좋아했니.한 건 하고 한 대 빨고,
엄청나게 기분 좋았겠지.
하늘을 날 것처럼 기뻤겠지.
네 날개 지금 내가 불태울게,
날아 봐. 지금 여기 떨어지게.
여기 와서 덤벼 봐 널 으깨 줄게.]
공격적인 말들을 섞은 랩 파트가 끝나며 보컬로 이어졌다.
[어설픈 수작 내게는 안 통해~ 집에 가서 엄마에게 안부 전해~]이어지는 보컬과 코러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자신에 대한 것은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으니까.
조엘이 작게 한숨을 내쉬던 그 순간, 귀에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후렴이 끝날 때 삽입된 다즈니의 시그널 음악. 원래의 시그널과 음은 달랐지만, 그 부분은 이 노래의 다른 어떤 것보다 귀를 파고들었다.
지금까지 어디의 누구라도, 미디어계의 공룡인 다즈니를 직접 공격할 배짱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자신이 누군가를 공격하더라도 반격을 당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자체를 해 본 적이 없었다.
처음 반격을 당한 조엘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뒷돈으로 순위를 끌어 올려왔었다는 것을 회사가 알아차린다면 자신은 끝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빨리! 저작권 불법 사용으로 이용 정지 걸어!”
“불법 사용이요?”
“끄, 끝날 때 다즈니 시그널 음악이 2초 정도 나오잖아!”
“알겠습니다! 그런데 2초 갖고 이용 정지가 될까요?”
“일단 걸라면 걸어!”
얼마 전 BBC의 라이브 라운지에서도 의도적으로 에릭을 견제하기 위해 안젤리나의 곁다리로 출연시키려 했었다.
그 일로 라이브 라운지의 프로듀서인 스티브가 전화하며 난리를 쳤었지만 무시하며 지나갔었다.
그렇게 1위에 올라 있는 시간을 굳힐 수 있었다.
프로듀서였던 스티브가 그 일로 해고되었다고 들었지만, 자신이 알바는 아니었다. 남의 일이니까. 그냥 이용할 수 있었던 누군가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사소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지금 이 곡은 세상에서 가장 견고하다고 생각하던 자신의 집 현관문을 한 방에 때려 부수고 있었다. 더는 이 집이 자신을 지켜 줄 것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부르르르르르.
숨이 가빠온다. 시야가 멀어지고 있었다. 사무실 안의 소리가 동굴 속에 들어온 것처럼 울리고 있었다.
걸려온 전화에 진동하는 휴대폰을 본능처럼 받았다.
“네, 조엘 뮬ㄹ···.”
[너, 이 새끼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전화를 건 것은 다즈니 뮤직 그룹의 대표 이사였다.
음악이 싫은 음악천재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