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hates music RAW novel - Chapter 53
052화
“갑자기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는 계속 회사에 있었습니다만?”
조엘의 심장이 두근대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알 수는 없지만 사장의 말에서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너 때문에 오전에만 주가 10%가 떨어졌어! 자그마치 320억 달러가 증발했단 말이야!]“네?! 회사 주가가 내려간 게 왜 저 때문입니까?”
조엘은 주가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었다.
스톡옵션을 가진 것도 아니었고, 회사 운영에 관련된 권한 자체가 거의 없는 음악 프로듀서였으니까.
간간이 이번 일처럼 급박하게 차트를 올려야 할 때, ‘특별 마케팅 비용’을 가져다 썼을 뿐이었다.
모기업의 주가가 내려간 것이 조엘 자신의 탓이라 말하는 대표 이사.
다즈니 뮤직 그룹도 자회사를 여러 개 가진 그룹이지만, 결국 다즈니에 소속된 자회사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결국, 대표 이사라 하더라도 고용되어 회사를 운영을 하고 있는 처지. 일반적인 회사원과 다를 바가 없었다.
모기업인 다즈니에게 지시를 받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그 모기업의 주가가 자신으로 인해 10%가 떨어졌다.
꿀꺽.
조엘은 자신도 모르게 궁지에 몰리는 느낌이 들어 목으로 넘어가는 침을 삼켰다.
하지만 회사는 자신이 한 일을 모를 것이다. 몰라야 한다. 마케팅 비용으로 1백만 달러를 받아 50만 달러를 드자에게 주고, 나머지 50만 달러를 자신이 챙긴 것도 모를 것이다.
“대체 뭣 때문에 그러시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열심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고요! 주가가 떨어진 게 왜 제 잘못이라는 겁니까?”
[너 이 자식, 무릎을 꿇고 빌어도 속이 시원치 않을 판에 시치미를 떼? 너 때문에 320억 달러가 증발했다고, 이 새끼야! 뉴스를 봐! 뉴스를 보라고!]대표 이사가 전화를 끊었다. 조엘의 가슴에 불안한 마음이 스쳐 지나갔다.
“뉴스!”
회의실로 달려갔다. 이 넓은 사무실에서 뉴스를 볼 수 있는 곳은 그곳뿐이니까.
회의실에 도착해서 그 안에 설치된 커다란 TV를 틀어 뉴스 채널을 찾았다.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채널이 비슷한 내용을 말하고 있었으니까.
[다즈니의 관계자 아무개 씨가 힙합계의 대부를 돈으로 협박했다는 글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다즈니 뮤직 그룹에서 음악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는 아무개 씨가 힙합계의 대부 ‘드자’를 협박하여, 현재 빌보드 Hot 100 차트 1위에 랭크된 를 부른 제이드를 공개 석상에서 비난하도록 지시했다는 내용을 담은 이 글로 인해서 다즈니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오전에만 10% 이상의 주가가 폭락하여….]
뉴스는 CBA에서 송출되었던 드자의 무대 난입 영상을 반복해서 보여주며, 같은 내용을 반복하고 있었다.
조엘은 숨이 가쁘게 회의실을 뛰쳐나가 컴퓨터로 해당 게시물을 찾아보았다. 검색 엔진은 내용을 모든 입력하지 않고 다즈니만 치더라도 해당하는 게시물을 찾아 보여 주었다.
그 게시물에는 이번 무대 난입 사건 외에도 지금까지 자신이 벌여 왔던 많은 일이 올라와 있었고, 뉴스에서는 말하지 않았던 조엘의 이름까지 게시물에 쓰여 있었다.
“아…. 안 돼!”
그가 여태까지 온 힘을 다해 지키려 하던 견고한 성에 금이 가서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게 느껴졌다.
지금까지 이런 일을 수십 번도 넘게 해왔지만, 단 한 번도 걸린 적이 없었다. 달랐던 것은 한 가지. 상대가 이정현이었다는 것뿐이었다.
자신의 자리에 붙어 있는 명패를 바라보았다.
‘치프 프로듀서 조엘 뮬러’.
치프 프로듀서라는 이 자리까지 올라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적을 쓰러뜨려 왔던가.
조엘은 손을 뻗어 명패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X발….”
이번에 빼돌린 돈으로 새 차를 사려고 가져온 카탈로그가 보였다. 그 뒤로 보이는 복도에 회사의 경비원들이 들이닥치는 것 역시.
***
일을 가장 쉽게 마무리 짓는 것은 공식적으로 드자를 제이드와 함께 피해자로 만드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대중이 날리는 비난의 화살은 다즈니로 쏠리게 될 테니까.
음악을 만들면서 느꼈다. 디스전을 시작하고 내가 거기에서 이긴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거라는 걸.
어차피 디스곡을 만들어도 문제의 중심에 서 있는 범인은, 아무 피해도 보지 않은 채 뒤에서 웃고 있을 테니까.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게 먼저였다. 어차피 디스전에서 이긴다고 하더라도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지만.
에릭과 제이드도 이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긴다고 하더라도 본전. 져도 크게 바뀌는 것이 있을 리가 없다. 나는 힙합 아티스트가 아니니까.
좌파 우파 나뉘어서 싸우는 정치인도 아니고 굳이 맞붙어 줄 이유가 없지.
그래서 알버트가 조사한 그 조엘이라는 인간의 행적을 받아서 적당히 인터넷 커뮤니티 몇 곳에 뿌렸다.
“아주 활활 불타오르는구먼.”
다즈니라는 장작을 집어넣자, 인터넷 커뮤니티는 내가 손을 대지 않더라도 석유 시추선의 불꽃처럼 타올랐다.
그 불꽃은 이미 주식 시장도 태웠고, 음반 차트까지 집어삼키고 있었다.
내가 음악을 만들면서 드자를 직접적으로 비난하기보다는 돈을 준 사람이 나쁘다는 뉘앙스를 풍기려 했고, 음악의 곳곳에 다즈니의 시그널을 변형한 소리를 넣어놓았다.
표절과 소송에도 걸릴 수 없도록 교묘하게 음을 변조해서.
게시물이 폭발하며 Hot 100 차트 상위권에 있던 음악 30개가량이 모두 차트 밖으로 밀려났다. 물론 그 30곡을 부른 가수들에게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니다.
죄가 있는 것은 돈으로 차트를 뒤집으려 했던 그 인간이겠지만, 그걸 내가 걱정해 줄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음악들에 다즈니라는 태그가 붙어 있었던 것, 그게 잘못이었다.
어차피 그들 역시 그 인간이 벌인 일로 잘 먹고 잘산 것은 마찬가지니까.
“그나저나 차트가 전쟁터네.”
상위 30개의 곡이 사라진 차트는 1위 아래로 거의 모든 곡의 순위가 계속 변하고 있었다.
[우리는 전쟁을 시작하자고, 브로.]드자. 동부 힙합의 거인이 말했다.
공격하는 제이드와 에릭의 곡 가사가 생각보다 더 공격적이었기 때문이었는지, 드자는 화가 나서 바로 반격하려 했었다.
내가 앨버트에게 자료를 받고 그걸 이용해 가장 먼저 한 일이 바로 드자를 설득하는 일이었다.
어차피 제이드를 디스한 것은 드자의 뜻이라기보다 그 조엘이라는 다즈니의 프로듀서.
나의 목적은 딱 한 가지. 모든 것이 그 프로듀서의 잘못이었던 것을 밝히는 것뿐이었으니까.
뭐, 그렇게 몰아갔다기보다는 사실이 그러했다.
이로 인해 거대 미디어의 몰락을 사람들에게 실시간으로 보여 줄 수 있었고, 나는 아니, 나와 드자는 미디어 전쟁에서 둘 다 승리자가 될 수 있었다.
폭락한 주식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었지만 내가 투자한 돈은 아니니까.
“우리들의 진짜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죠.”
드자와 친구가 된 것은 아니었다. 나는 이 환갑이 넘은 노인과 힙합 전쟁을 하기로 한 적.
이미 그 의미를 잃어버린 디스 송이나 무대 난입이 전쟁을 할 이유가 될 수는 없었지만, 당겨진 디스라는 총의 주인이 누구냐는 상관없었다.
[물론이지. 누가 이기나 해 보자고! 내가 힙합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아마추어에게 제대로 된 힙합을 들려 주지.]드자의 호탕한 웃음과 함께 통화가 끝났고 본격적인 전쟁을 준비해야 했다.
디스는 디스고 다즈니는 다즈니니까.
본격적인 차트 위의 전쟁이 시작됐다.
***
[Yo, Yo.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확실하게 말할게. 리와 나, 우리는 더 좋은 음악을 만들 거야. 그 음악으로 서로를 평가하기로 했어. 전쟁의 심판은 너희들, 판결은 차트 랭크. 기간은 10월의 마지막 날까지. 내가 약속하지.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겠다고.]8월의 세 번째 주, 드자는 인터넷 방송으로 한 달 반 동안의 차트 전쟁을 선언했다.
전쟁을 벌이는 주체는 나와 드자 둘뿐이었지만, 사람들은 축제가 시작된 기분이었다.
동과 서가 하나가 된 힙합계는 서로를 디스하기보다는 더 좋은 음악을 만들어서 차트에 올리려고 했기 때문이다.
물론 디스는 힙합 안에 있는 문화이기 때문에 아예 없을 수는 없었지만, 승자의 조건이 상대를 더 세게 때려눕히는 게 아니라 차트의 랭크였으니까.
“아니, 이거 나한테 너무 불리한 거 아냐? 저쪽은 동부 쪽 힙합 판에서 신이나 마찬가지인데. 난 힙합 쪽은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잖아.”
난 인맥이 좁았다. 물론 힙합뿐만이 아니라 음악계 전체에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따로 섭외할 아는 래퍼가 없는 것은 당연했지만, 승부를 받아들이고 나니 불공평해 보였다.
찌이이잉-
집의 차임벨이 울렸다. 내가 산타모니카에 산다는 것이 알려지고 나서 찾아오는 사람이 워낙 많았다.
솔직히 경비를 세워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있었다. 누군가가 총 들고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간혹 들었으니까.
“누구야?”
대문에 나갔다 오는 크리스에게 물었다.
“저기, 리를 만나고 싶다는데?”
“그러니까 누구냐고.”
“와썹, 브로.”
갑자기 들려온 귀에 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크리스의 옆에 힙합의 전설이 서 있었다.
“재지(Jazzy)! 당신이 어떻게 여길.”
“나도 그 재미있어 보이는 전쟁에 참전하고 싶어서 급하게 내 비행기를 타고 왔지. 설마 내게 저 문으로 다시 나가라는 소리를 하지는 않겠지?”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그를 맞았다. 웃음이 나왔다.
힙합의 전설을 상대해야 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힙합에 염증을 느껴 스포츠 매니지먼트만 하고 있다고 알려진 재지가 나를 찾아올 줄이야.
재지는 뉴욕 브루클린에서 대마초를 팔면서 생계를 유지하다 래퍼가 되면서, 래퍼가 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성공의 끝에 닿은 남자였다.
처음 자신의 차 트렁크에 CD를 넣고 다니며 팔았던 돈으로 힙합 기획사를 차리고, 그다음에는 승승장구만 한 동부 힙합계의 또 다른 전설.
그가 활동한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업을 제외한 음반 판매만으로 벌어들인 돈만 수조 원이 넘는다지.
“반가워요! 잘 왔어요! 안 그래도 내가 아는 사람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 중이었거든요!”
“하하! 나는 나보고 당장 이 집에서 나가라고 할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이군.”
“당신이 여기에 와 주다니 난 벌써 이긴 것 같은데요.”
“재미없는 세상에서 재밌는 일을 벌인다고 하는데 당연히 나도 같이해야지.”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이 전쟁에서 제이드 하나만 데리고 이길 수는 없었으니까.
나는 마음이 급해져서 재지에게 말했다.
“미안한데, 지금 당장 작업을 시작해도 될까요?”
“내 생각보다 성격이 급하군, 리. 그런 말은 적어도 음료수 한 잔 정도는 주면서 이야기해야 하는 거 아니야?”
재지는 낄낄대며 웃곤 나를 바라보았다.
그 웃음만 보고만 있어도 이 전쟁, 자신이 없었다.
질 자신이.
음악이 싫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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