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hates music RAW novel - Chapter 56
055화
[어제 소미에 최종적으로 매각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다즈니의 음악 분야 자회사 다즈니 뮤직 그룹.매각의 가장 큰 원인이 된 전 프로듀서 조엘 뮬러에게 청구된 손해 배상액이, 다즈니 뮤직 그룹의 실 매각액보다 높게 책정된 것이 알려지며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일로 인해 발생한 다즈니의 손해액이 최소 수백억 달러에 이른다고 말하며, 개인에게 청구된 역대 최고 손해 배상액이 갱신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조엘 뮬러는 마케팅 비용으로 책정된 수백만 달러를 빼돌린 배임 및 횡령 혐의로 지난 8월 기소되어 현재 캘리포니아 주립 교도소에 수감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TV에서는 이제는 사라진 다즈니 뮤직 그룹에 대한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12월. 다즈니는 8월과 비교해 30퍼센트나 떨어지게 된 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 회사 실적 저하의 원흉이 된 자회사 다즈니 뮤직 그룹을 팔아 버렸다.
구매자는 세계 3대 뮤직 퍼블리셔 중 하나인 소미 뮤직.
소미 뮤직은 북미의 자랑에서 북미의 수치가 되어 버린 다즈니 뮤직 그룹을 인수하며, 계약되어 있던 아티스트들의 계약을 모두 해지해 버렸다.
그들이 필요했던 것은 다즈니 뮤직 그룹이 갖고 있던 수많은 스튜디오들과 주요 도시에 위치한 건물, 그리고 판매 루트뿐이었으니까.
공식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아티스트들의 계약을 해지한 이유가, 다즈니의 낙인이 찍혔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들려 왔다.
그렇게 계약이 해지된 많은 아티스트들은 모두 다른 회사와 계약을 맺으며 여기저기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흩어지게 된 사람들 가운데 아무도 데려가려 하지 않은 단 한 명의 가수가 있었는데, 이번 일이 벌어지게 된 간접적인 원인으로 알려진 안젤리나 던슨이었다.
다즈니에서 노골적으로 차기 미디어 퀸의 자리에 밀어주던 안젤리나 던슨은, 하루아침에 슈퍼스타에서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래도 잘 먹고 잘살겠지. 얼굴 한 번도 못 봤지만 연예인 걱정은 하는 게 아니라고 하니까.
그 과정에서 내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하면, 그냥 집에서 편지 한 장을 받았을 뿐이다.
그래미 어워드 초대장이라고 쓰여 있는 편지.
11월에 발매했던 앨범 . 나는 그 앨범이 올해의 앨범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는 말이 쓰여 있는 초대장을 받게 되었다.
“가서 상 못 받으면 부끄러워서 뛰쳐나오는 것 아냐?”
“이렇게 편지로 초대장을 보냈는데 설마 안 주겠어?”
크리스의 문제는 항상 너무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그냥 초대장만 날렸을 수도 있지. 빈자리를 채우려고.
“모르지, 나야. 받아 본 적이 있어야 알지. 그리고 후보들 모두에게 초대장을 보낼 텐데, 그 사람들에게 전부 상을 줄 수는 없는 거잖아.”
“생각해 보니까 그렇네. 후보들한테 전부 보냈을 테니까.”
콩쿠르에서 상은 많이 받아 보았지만, 만약에 이번에 상을 받는다면 상업 음악으로 받아 보는 첫 번째 상이 된다.
“그런데 상금은 얼마지?”
거실에 있는 소파 위에 누워 초대장을 읽고 있는 도중에 궁금해진 것은, 그래미의 상금이었다.
정산금으로 통장의 잔고가 터지도록 부풀어가고 있는 시점에도 그게 궁금했다. 나에게 상이라는 것이 갖는 이미지는 트로피보다 상금이었으니까.
받아 봐야 얼마를 주는지 알 수 있겠지만, 경험상 대부분의 상금은 규모에 비례하지 않았다. 오히려 크면 클수록 작았던 것 같다.
잠깐 생각해 보니 음악뿐만이 아니라 예술 분야에 있는 대부분의 상은 상금이 낮은, 그저 명예에 가까운 상이 많은 것 같았다.
차이코프스키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도, 세계 3대 콩쿠르라는 수식어와는 어울리지 않는 상금이었으니까.
세계에서 가장 권위적인 문학상 중에 하나라고 하는 공쿠르상의 상금은 10유로. 수상 장소는 레스토랑이라고 알고 있었다.
10유로로 할 수 있는 것은, 그 레스토랑에서 한 끼를 먹을 수 있을 뿐이다. 아니면 밖으로 나가서 햄버거 세트 두 개를 사 먹든가.
[브로, 그래미는 트로피 말고는 상금을 1달러도 주지 않아.]이 궁금증을 해결해 준 것은 재지였다. 내 주변에서 재지를 제외하면 그래미를 받아 봤던 사람이 있을 리가 없으니까.
“뭐요? 상금을 한 푼도 안 줘? 뭐 그런 데가 다 있어?”
[그래미에서 얻을 수 있는 건, 리스펙트지. 돈보다 더 값진 진짜 리스펙트.]재지는 이상한 소리를 하더니 전화를 끊었다. 21세기에 돈보다 더 값진 게 어딨어.
세상에. 10유로 준다던 상을 떠올리며 마음속으로 쌍욕을 날리고 있었는데, 거기보다 더한 곳이 있었잖아?
나는 이제 그곳에 갈지 말지 고민을 하게 되었다. 어차피 장소야 근처에 있는 스테이플스 센터. 이곳에서 그리 멀지는 않았기에 거리 때문에 고민하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꾸준히 들어오는 인터뷰 요청들도 전부 거절했던 것처럼, 나는 공식적으로는 그 어디에도 얼굴을 비추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무 데도 안 나가다가 이제 와서 상 때문에 갑자기 얼굴 비춘다고 하면 좀 이상하잖아. 그리고 나가서 못 받으면 그건 더 싫었다. 상을 받으려고 행사장 갔는데 상도 못 받고 오면 너무 창피할 것 같았다.
아, 그리고 돈을 안 준다고 하는 것도 고민하게 만드는 이유로 조금 전에 추가되었다.
그래미 어워드가 열리는 것은 1월 중순. 참석 여부를 알려야 하는 것은 크리스마스 연휴가 시작되기 전까지니까 아직 몇 주라는 시간이 남아 있었다.
“어떻게 한다. 이걸 가야 해, 말아야 해.”
“뭘 그렇게 고민해, 행사장이 여기에서 10분 거리인데. 그냥 마트 갔다 오듯 들렀다 오면 되지.”
“그럴까? 같이 가서 구경만 하고 올까?”
“나도 가야 하는 거야?!”
나 혼자 다녀오라고 할 때는 별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말했으면서, 같이 가자고 하니까 갑자기 태도가 변했다.
“뭐야? 내 매니저가 나를 혼자 행사장에 보내려고 했던 거야?”
“왜 그래? 집하고 마트 말고는 가는 데도 없잖아. 공식 행사로는 처음이니까 그렇지.”
그렇다. 만약에 참여하게 된다면 첫 공식 행사가 된다. 너무 맞는 말만 해서 차마 대답할 수가 없었다. 내가 어딜 가질 않아서 지금까지 일정 관리라고 볼 수 있는 일이 없었으니까.
에릭의 스케줄을 조절하는 것도 이제는 마크가 보내온 두 명의 매니저가 하고 있어서, 크리스는 내게 들어오는 요청을 거절하는 것 말고는 하는 일이 없었다.
“에릭도 초대장 받았을 텐데, 걔는 어떻게 할 건지 물어봐 줘.”
“에릭은 당연히 가지. 수상식 중간에 공연한다고 하던데.”
헐. 행사장 초대 가수였냐. 아무래도 에릭이랑 제이드는 수상이 유력한 모양이었다. 대부분 수상식에서 무대를 갖는 가수들은 수상 후보 중에서 한두 팀이 하는 것일 테니까.
사실 윌리엄 5세가 해외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다고 했던 8월쯤에 돌아가려 했었다. 런던의 저택 문제를 해결해야 했으니까.
뜬금없는 음모에 휘말리지만 않았다면 아마 프레스턴의 내 집에서 12월을 보내고 있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 조엘인지 뭔지가 떠올라서 짜증이 났다.
“뉴스나 좀 틀어 봐. 그 사건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좀 보자.”
그렇게 봄 같은 산타모니카의 날씨와 함께 12월의 첫째 주가 지나가고 있었다.
***
[이번에 이례적으로 이정현 씨가 그래미 참석 명단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식적인 대외 활동을 전혀 하고 있지 않은 분이라 명단이 잘못된 것이라는 소문이 있는데요. 혹시 에릭, 당신에게는 참석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나요?]며칠이 더 지난 어느 주말. 에릭이 토크쇼에 나가니까 꼭 보라고 해서 틀어 놓은 TV에서, 토크쇼 진행자인 토니 브라이언이 에릭에게 물었다.
[사부님이 그래미에 참석할지 하지 않을지, 저는 솔직히 잘 모르겠는데요. 행사장이 집에서 가까워서 갈 수도 있다는 식으로 말씀은 하셨는데 확실한 건 물어보질 못했어요. 요즘에 행사가 많아서 얼굴 볼 시간도 없었거든요.] [어떤 사람은 그가 대인 기피증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어요. 혹시 대인 기피증이 있는 것은 아니겠죠?]초대 손님인 에릭과 제이드에게 묻고 싶은 질문보다 나에게 묻고 싶은 것이 더 많은 것 같았다.
[글쎄요. 대인 기피증의 증상이 어떤 게 있죠? 만약에 일주일에 서너 번씩 햄버거집에 가서 햄버거를 먹으면서 농담을 하는 게 들어 있다면, 네. 맞아요. 사부님은 대인 기피증일 거예요.]토크쇼의 MC 브라이언은 패널에 붙여 놓은 파파라치 사진을 천천히 들어 보이며 진지하게 방청객을 향해 말했다.
카메라에 잡힌 내 모습은 반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마트에서 쇼핑 카트를 밀고 있었다. 옆에 있는 크리스는 모자이크가 되어있었다.
[대인 기피증 환자치고는 파파라치 사진에서 너무 자주 보이더군요. 증상이 아주 심각한가 봐요. 어떻게 생각해요, 제이드.] [제가 만났던 PD님은 정말 굉장한 사람이었어요. 음악을 들으면 뭐든 한순간에 전부 파악하고는….] [아뇨, 제가 말한 건 이정현 씨가 사람들을 만나는 걸 싫어하는 것처럼 보였느냐는 겁니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파티는 질색하세요. 그렇지만 사람들을 만나는 걸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 조금 귀찮아하시는 느낌은 있지만요.]다른 것보다 대화가 오가는 몇 분 동안 TV 화면의 반을 채운 내 사진이, 아주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손가락으로 TV 화면을 가리키며 옆에 앉은 크리스에게 말했다.
“아니, 잘 나온 사진도 많을 텐데 하필이면 왜 저런 사진이 나오는 거야? 길을 걷는 것도 아니고 카트에 먹을 것만 잔뜩 쌓여 있잖아. 반바지에 슬리퍼에. 그냥 마트 가는 걸 기자는 뭐 볼 게 있다고 사진을 찍어.”
“그러니까 저런 게 싫으면 직접 나가래도. 사람들이 엄청나게 궁금해하는데, 그걸 자기 혼자서만 모르고 있잖아.”
“사람들이 나한테 궁금해할 만한 게 뭐가 있겠어. 그냥 다 쇼야, 쇼. 오히려 내가 직접 나가는 것보다 지금 한창 인기 많은 에릭이 하는 게 더 낫지. 그나저나 크리스 너는 왜 모자이크가 되어 있는 거야. 옆에 같이 있는데.”
“저 사람들한테 나는 관계없는 사람이잖아. 연예인도 가수도 아니고 그냥 매니저일 뿐이니까.”
크리스는 감자 칩을 먹으며 대답했다. 아마 본인의 얼굴이 나왔으면 소리를 지르며 난리를 쳤겠지. 보통 마트 갈 때 꾸미고 가지는 않으니까.
TV 속에 보이는 브라이언은 에릭, 제이드와 이런저런 잡다한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에릭에게 향해 물었다.
그리고는 에릭에게 휴대폰을 건넸다.
[갑자기요? 대본에는 그런 말이 없던데요.] [대본으로 미리 보여 주면 고민할 시간을 주게 되니까, 갑자기 물어보는 거지요.]에릭은 잠시 고민하더니 휴대폰을 조작하기 시작한다.
드르르르르-
소파 앞 나무 탁자에 놓인 휴대폰이 진동했다.
“뭐야? 이거 생방송이었어? 진행하고 카메라가 자연스러워서 여태까지 녹화 방송인 줄 알고 있었는데.”
아이 씨. 전화를 걸어 달라고 한다고 진짜 걸면 어떻게 해.
뜬금없는 전화에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음악이 싫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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