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hates music RAW novel - Chapter 61
060화
[…이렇게 자랑스럽게 한국인 최초로 그래미 어워드 제네럴 필드에 이정현 씨가 노미네이트되었습니다.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여러 아티스트들이 그래미 어워드의 문을 두드렸지만, 수상에 그친 것은 장르 필드라고 불리는 하위 카테고리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이정현 씨가 제네럴 필드, 그러니까 그래미 어워드의 본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 제네럴 필드에서 수상한다면 정말 역사에 남을 만한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이정현 씨가 후보에 오른 올해의 앨범상이 당대 최고의 아티스트들에게만 주어지는 상이거든요? 한 시대를 말 그대로 지배한 사람들에게만 주어졌다는 말입니다.
아! 말씀드리는 순간 이정현 씨의 자랑스러운 모습이 보입니다.]
“아니, 이거 중계방송이야 뭐야. 그냥 보여 주기만 하든가 자막만 띄우든가 하지, 저 설명하는 사람 너무 시끄러운 거 아냐? 집중 안 되게. 그리고 제네럴이 뭐냐 제네럴이. 제너럴이지.”
“그냥 인터넷 중계로 보면 되잖아. 그러면 저 중계하는 사람 목소리도 안 듣고 좋겠네.”
“언니, 무선 인터넷 공유기 망가져서 큰 TV 화면에 우리 정현 님이 이렇게 나오는 걸 볼 수가 없잖아. 이 오빠는 왜 이렇게 안 와. 이제 저 중계하는 사람 목소리 좀 그만 들었으면 좋겠는데, 집중이 안 돼.”
“야, 지금 아침 9시야. 이제 가게 열었겠다. 그리고 지현이 너 지금 완전 성격 바뀐 거 알아? 평소에는 그냥 나긋나긋하고 웃기만 하던 애가, 현이 이야기만 들었다 하면 완전 전투태세야.”
“언니, 원래 팬심이라는 건 전투적인 거야.”
“그래, 어련하시겠어.”
그래미 시상식이 진행되는 것은 한국 시각으로 오전 9시. 이정화는 유지현의 집에서 그래미 어워드의 시상식을 보고 있었다.
정화는 원래 가족들과 함께 어머니가 사는 양재동 집에서 볼 생각이었으나, 유지현이 함께 볼 사람이 없다고 말하는 바람에 한자리에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곳에 오기로 한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고 있었다.
화면에 정현이 등장할 때면 옆에 있는 유지현이 중계하는 사람보다 더 시끄러웠던 탓이다.
“아…. 만약에 정현 님이 콩쿠르 도장 격파하러 다니던 때에 갈라쇼 실황 앨범을 안 냈으면, 저기 올해의 신인상까지 네 개 동시에 딸 수 있지 않았을까? 지금 제너럴 필드 네 개 중에 세 개에 후보로 올라 있는 거잖아.”
“후보가 될 수는 있는 거고? 애초에 남은 한 부문은 가수 신인상이잖아. 이번에 앨범 낸 거는 프로듀서로 참여한 거라고 하던데 어떻게 후보에 오르겠어.”
“아, 그러면 혹시 정현 님이 노래 부르시면 그걸로 신인상에 올라갈 수 있을까?”
정화는 어이가 없었다. 다시는 노래를 부르지 않을 거라고 말하던 동생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걔가 지금 작곡하는 것도 감사해야 돼. 너 현이가 얼마나 힘들어했었는지 알면서 그런 말을 하니? 그리고 현이가 신인은 아니지. 성악가로 데뷔 열네 살에 했잖아. 실황 앨범도 열몇 개를 냈으니 신인에는 못 들어가지.”
“…아니, 나는 정현 님 지금까지 내놓은 앨범들도 좋지만…. 그래도 조금 더 듣고 싶은 게 속마음인데 어쩌겠어. 원하는 건 원하는 거고 현실은 현실인 거지. 아, 몰라! 정현 님이 노래 불러 줬으면 좋겠다고! 앨범 발매하고 싶지 않으시면 내 귀에만 대고라도 불러 줬으면 좋겠어!”
[올해의 신인상은….]***
[에릭 퍼트니! 축하드립니다! 에릭 퍼트니 씨는 올해 봄에 첫 데뷔곡을 발표하면서 가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는데요, 첫해에 신인상 수상자로 주목받는 대형 신인입니다.]“예쓰! 내가 이럴 줄 알았지! 클럽에서 처음 봤을 때부터 심상치 않은 목소리라고 했잖아! 이제는 나를 그래미 어워드 신인상 수상자를 발굴한 DJ라고 불러 달라고!”
맨체스터 라디오 방송국의 프레드릭은 자신의 꿈이었던 그래미의 올해의 앨범상은 아니더라도 올해의 신인상을 받은 가수를 발굴한 DJ가 되었다는 것에 감격했다.
“그런데 프레드.”
“왜?”
감격해서 TV를 끌어안을 것만 같은 프레드릭을 보며 PD인 앨런이 말을 꺼냈다.
“지금 앨범이 올해의 앨범 노미네이트된 거 아냐? 앨범 관련자는 전원 수상이니까 그 앨범이 상을 타면 에릭도 받는 거 아닌가?”
“어? 그러네. 아직 올해의 앨범이 남아 있었어.”
신인상 수상자를 발굴한 사람에서, 올해의 앨범 수상자를 발굴했다는 명예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아있었다.
***
“신부님! 에릭 형이 상 탔대요!”
“오,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당신의 어린 양이 세상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며 나아 갈 수 있게 해 주시는 당신의 인자하심에….”
“신부님 잠깐만요. 기도는 조금 있다가 하고! 수상 소감 말하잖아요!”
서류상 에릭의 주거지로 지정된 프레스턴 보육원의 모든 아이와 직원들이 에릭이 하는 수상 소감을 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우며 TV로 다가갔다.
그, 그리고. 사부님…. 아무런 꿈도 희망도 없던 제게 꿈을 꿀 수 있게 해 주시고 이룰 수 있게 해주셨죠. 언제나 감사한 마음으로 사부님을 생각합니다.
음악을 놀이라고 생각하며 즐기면서 하라는 말씀 항상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감사하다는 말로는 부족하겠지만 감사합니다. 이 영광을 제 사부 이정현 님에게 바칩니다!]
“흑….”
아주 잠깐 들려왔던 에릭의 수상 소감에 보육원의 아이들은 이를 악물고 울지 않으려 애를 썼지만, 모두의 어깨는 떨리고 있었다.
“얘들아, 울지 말고 에릭이 돌아오면 축하한다는 말을 전해야 하지 않을까? 다 같이 축하하는 편지를 쓰도록 하자.”
“…네…. 으흑….”
“얘들아 그 전에 감사 기도부터 하자. 자, 옆에 있는 사람의 손을 잡고….”
***
[네, 에릭 씨의 감동적인 수상소감 잘 들었습니다. 분명 시상식을 시작할 때 그 강렬한 퍼포먼스도 제 눈에는 아직 보이는 것 같은데, 수상 소감을 말할 때는 수줍은 소년의 얼굴로 보이네요.]어후, 에릭의 수상 소감이 나의 얼굴을 너무 달아오르게 했다. 쟤는 왜 자꾸 쓸데없는 이야기를 공개된 자리에서 하는 건지 모르겠다. 언제나 부끄러움은 내 몫이구먼.
“리, 제자를 너무 잘 둔 것 같아? 저렇게 수상 소감의 반 이상이나 차지할 정도면 말이지.”
재지는 옆에서 달아오른 내 얼굴을 보며 놀려 대고 있었다.
“내가 쟤한테 가르친 건 음악이 아니라, 나무 다루는 법이에요. 잊었어요? 나는 목수이기도 하다고요.”
“그 곡을 써 준 게 누구더라? 브로, 몇 번이나 말했지만 말이야. 내가 그런 재능이 있었다면 나는 사업을 하고 있지 않을 거라니까? 지금 이 시상식만 해도 R & B와 힙합의 모든 부문에 네가 만든 곡이 올라와 있다고. 그 정도면 그렇게 겸손해하지 않아도 돼.”
사람들이 무대 위에서 움직이질 못하는 에릭을 부축해 데려나가고, 다음 순서로 진행이 되었다.
[다음은 올해의 노래 순서입니다. 지난해 수상자이신 엘리 베일리스 씨가 나와서 발표해 주시겠습니다. 큰 박수로 맞아 주십시오!]호스트인 엘리야의 말에 따라 사람들이 손뼉을 치고 엘리 베일리스가 무대 위로 올라갔다. 형광색의 무늬가 들어간 옷을 입은 그녀는 시상식에 왔다기보다는 어디 화려한 파티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1년 전에는 수상자로 이 자리에 섰었는데, 감회가 새롭습니다. 사실 저도 제너럴 필드를 노리고 만들었던 곡이 있었는데, 그 곡이 그렇게 큰 점수를 받지는 못해서 이렇게 발표자로 나와 있습니다.]관객들이 작게 웃었다. 엘리는 개그에는 큰 소질이 없는 것 같았다. 좀 시니컬하게 말하는 톤이라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그럼 발표하겠습니다. 2033년 올해의 노래 수상 곡은!]엘리가 뜸을 들이며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Sunny Side 축하드립니다!]어? 뭐야? 내가 나가야 하는 건가?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귀에서는 윙윙대는 목소리와 커다란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에게 떠밀리듯 앞으로 나아가 무대 위로 올라섰다. 상을 발표한 엘리가 그 무뚝뚝한 얼굴로 나를 안아 주며 축하한다고 말했다.
내 손에는 주먹 두 개를 합친 것 같은 축음기 모양 트로피와 꽃다발이 들려 있었다.
[어…. 늦어서 죄송합니다. 저는 제가 상을 받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 해서….]정신을 차리고 단상 앞으로 나아가 마이크에 대고 소감을 말했다. 내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회장 전체에 퍼져나갔다.
[즐겁게 만든 음악이었습니다.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느꼈던 많은 부분을 곡에 담으려고 했고 그게 잘 담긴 것 같아서 마음에 들었습니다]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나는 솔직히 재지와 만들었던 곡이 수상할 거로 생각해서 수상 소감 같은 건 내가 말할 일이 없을 거로 생각했는데, 정말 의외로 에릭과 제이드가 함께했던 곡이 수상을 하게 되었다.
[가사를 써 준 에릭과 제이드 그리고 언제나 제 곁에서 저를 도와주는 매니저에게 이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관객석에서 밀려드는 박수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나는 무대에서 내려가는 계단을 앞에 두고도 조금도 실감이 나질 않았다.
“축하해. 이로써 나는 후보로 올라 있던 부문 중에 하나를 놓치게 되었는걸?”
“하하. 미안하네요.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곡이 받게 되어서.”
“내가 발표한 거니까 재지는 몰라도 나한테는 고마워해야 해요.”
나와 재지가 하는 대화에 왼쪽 자리에 앉아있던 엘리가 말을 끼어들었다.
“고마워요. 덕분에 정신이 하나도 없어졌어요.”
비꼬는 게 아니라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엄숙한 시상식의 분위기만 기억하던 내게 이렇게 시끄러운 시상식은 적응하기가 어려웠다.
가수들의 기념 공연들이 지나가고 이번에 시상하는 것은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레코드는 특이하게 음악을 만든 프로듀서와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상이다.
[올해의 레코드 발표는 테이 앨리슨 씨가 해 주시겠습니다. 큰 박수로 맞아 주십시오!]박수 소리가 행사장을 메우고 반짝이는 드레스를 입은 테이 앨리슨이 들어왔다.
[저를 이렇게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수상자로 올라올 때는 박수보다 무대에 함께 올라오려던 분이 많았던 것 같은데, 발표자로 올라올 때가 더 많은 환영을 받는 것 같습니다. 저 아직 그날 일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스트.]관중석에서 커다란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녀가 말한 것은 음악계의 정말 큰 사건이었던, 이스트의 MTV 베스트 뮤직비디오 시상식 무대 난입 사건.
음악계의 관종 끝판왕이라고 불렀던 이스트가 꾸준하게 시도한 여러 번의 무대 난입 중에, 유일하게 성공했던 사건이었다.
이스트는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시켜서-술에 취해서 테이 앨리슨이 MTV VMA 상을 받는 곳에 올라가, 사람들을 향해 이 상은 테이가 아닌 지젤이 받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무려 2009년. 지금으로부터 24년 전, 내가 다섯 살이던 시절의 이야기. 그러고 보니 1월이네, 나 한 살 더 먹었잖아. 그 당시의 테이 앨리슨은 겨우 열여덟 살이었다.
[저는 올해의 레코드 상은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가수가 아닌 프로듀서와 엔지니어가 수상하는 상이기 때문입니다.축하드립니다. 제가 늘 받고 싶었던 상을 받게 되는 것이 참 부럽네요.]
차분한 테이 앨리슨의 발표에 따라 재지가 손뼉을 치며 일어났다. 그는 옆자리에 앉은 나의 손을 잡고 말했다.
“브로, 네가 또 나가야 해. 메인 프로듀서잖아? 이건 프로듀서에게 주는 상이라고.”
“저는 방금 다녀왔다고요. 이럴 거면 한 번에 주지.”
작게 툴툴거리자, 그는 무대까지 같이 올라가 주었다.
발표자인 테이 앨리슨과 가볍게 포옹하고 마이크가 있는 쪽의 단상을 향해 다가갔다.
[두 번 연속으로 제가 올라오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것도 서로 다른 싱글과 앨범으로 말이죠. 음…. 아까도 말했던 것 같은데 저는 제가 수상할 것이라는 생각을 못 했습니다.]내 목소리가 넓은 시상식장 전체를 울린다. 데자뷔인가 이거? 한번 느꼈었던 것 같은데.
[먼저, 이 앨범을 만들 수 있게 옆에서 도와준 재지. 잔소리가 좀 많기는 하지만, 거의 다 도움이 되는 잔소리라 싫지는 않았어요.]농담이 아닌 진심을 담아 한 말이었지만,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웃었다.
[그리고 이곳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드자. 공동 앨범을 만들자는 저의 미친 제안을 받아 줘서 고맙습니다.또한 세션과 엔지니어분들. 녹음 때마다 이런저런 까다로운 요구를 하며 귀찮게 했던 저를 잘 따라주어서 고맙습니다. 이 상은 그분들을 위한 상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수가 행사장을 메워가는 것을 느끼며, 나는 무대 위에서 재지와 서로 안았다. 이 상의 60퍼센트 이상의 지분은 재지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계단을 내려오는데 재지가 나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브로, 올해의 레코드는 레코딩이 가장 완벽했다고 생각하는 곡에 수여되는 상이야. 앨범에 주는 건 올해의 앨범상이지. 크크크크.”
오, 쉣. 앨범을 말하는 건 줄 알고 앨범 이야기를 꺼낸 건데….
“…난 괜찮아요. 그러다 숨넘어가겠어요, 재지.”
“끅끅끅끅.”
나보다 30살이나 더 많은 아저씨가 나의 어깨를 두드리며 웃음을 참고 있었다.
“앨범에 대해서 먼저 말하면, 앨범상을 받았을 때는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거야?”
겨우겨우 웃음을 견뎌낸 재지가 물어왔다.
“앨범상을 받으면 재지가 나가요….”
“오우~ 그건 안 되지. 모든 곡에 참여한 사람이 나가야지. 나는 한두 곡에만 참여했잖아.”
아직 타지도 않은 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그것도 수상 소감 때문에.
그리고 그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음악이 싫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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