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hates music RAW novel - Chapter 62
061화
[올해의 앨범 발표에는 이례적으로 그래미 어워드의 CEO 하비 메이슨 주니어 씨가 해 주시겠습니다.]응? 그래미에 CEO가 있다고?
그냥 상만 주는 단체인 거로 생각했는데 CEO가 있는 걸 보면 회사였던 모양이다.
[안녕하세요. 13년째 그래미의 CEO를 맡고 있는 하비 메이슨입니다. 경영자인 제가 이곳에 올라온 것을 이상하다고 생각하실 분도 계실 겁니다.올해의 앨범을 수상한 앨범들 중에 몇 번인가 논란의 여지를 주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CEO가 나서서 해명을 했었죠. 이번에도 논란이 있을 거라 예상해서, 제가 미리 그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 나왔을 거로 생각하는 분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올해의 앨범은 그 어떤 논란의 여지도 남길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짧지 않은 그래미 어워드의 역사에서 만장일치로 올해의 앨범이 정해진 것은 몇 번 있습니다만, 올해가 그 몇 번 되지 않는 만장일치로 올해의 앨범이 결정된 해이기 때문입니다.]
처음 보는 대머리 아저씨의 말에 관중석에 앉은 사람들이 갑자기 조용해진다.
여태까지 나와서 발표자들이 했던 종류의 농담이 아니라, 과거에 몇 번이나 있었던 그래미의 논란들에 대해서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가장 명예로워야 하는 올해의 앨범상에서 논란이 일어난다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니까.
가장 많았었던 일은 인종 차별. 화이트 워싱을 했던 영화들 만큼이나 논란을 일으키며 인종 차별 논란을 일으키며 상을 주는 일이 있었다.
그때마다 항상 이들이 했던 말은, 대중적인 인기보다, 곡이나 앨범의 전체적인 완성도 등을 고려했다는 말이었다. 물론 그런 말들로 논란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고작해야 발매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앨범이 후보 명단에 있는 것에 대해 누군가는 의심하는 말을 할 수도 있습니다.‘최고가 될 자격을 갖기에는 두 달이라는 시간은 모자란 것이 아닌가.’라면서요.
그 시간 대신 심사위원에게 다른 무언가를 준 것은 아니냐고 의심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원한다면 모든 정보를 모두 보여 드릴 수도 있습니다. 누가 후보를 선정했고 누가 뽑았는지를 모두 말이죠.]
CEO는 거기까지 말을 하고 청중들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런 것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지금 이 방송을 보는 여러분들이 길거리로 나가 잠깐이라도 주위를 둘러보신다면, 우리가 선정한 이유를 딱히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테니까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이 많은 앨범에 상을 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앨범과 음악을 올해의 앨범으로 선정해야 하는 걸까요. 오히려 그것이 더 논란의 여지를 남길 것입니다.]
발표자라고 나왔던 다른 사람들보다 말이 많았다. 아무래도 할 말이 많았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면 발표하겠습니다,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앨범은….]뭔가 본 발표는 순식간에 끝날 것 같은 느낌인데, 발표 전에 했던 말들이 더 길었던 것 같은 느낌을 나만 느끼는 건 아니겠지.
쓸데없이 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는 그저 빨리 끝나고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정장도 불편하고 구두도 불편했다.
그나마 괜찮은 것은 옆자리에 앉은 엘리.
생긴 건 무뚝뚝하게 생겨서 은근히 많이 챙겨 주고 있었다. 음료수도 주고 과자도 주고. 맨 앞자리라 먹는 것이 자주 카메라에 잡히고 있다는 점만 빼면 괜찮다 생각했다.
[천상의 목소리 이정현 씨가 프로듀서로 상업 시장에 데뷔한 첫 앨범이죠. 축하드립니다.]아씨…. 꼭 먹고 있을 때 카메라로 잡더라.
옆에 앉은 재지는 스크린에 보이는 내 얼굴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해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있다.
다행인 점은 사방에서 들리는 박수 소리 때문에 그의 웃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는 점.
이번에는 앉아 있는 그의 손목을 잡고 일으켜 세워 같이 나가려 했지만, 그는 움직이질 않았다.
평소에 운동이라도 해 두는 건데 라고 후회하며, 혼자서 무대를 향한 계단에 오르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오늘의 세 번째 수상 소감을 하게 되었다.
***
“언니, 나왔다. 나왔어!”
“어휴…. 나도 눈 있어 이것아.”
커다란 TV에 정현의 얼굴이 나오고 있었다. 정화에게는 진한 회색 정장에 검은색 나비넥타이를 매고 있는 모습이, 어릴 때 보았었던 모습처럼 느껴져 자신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어…. 사실 오늘 수상 소감을 말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이 자리에 오지는 않았습니다.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여기에서 10분 거리에 살고 있거든요. 그래서 동네에 놀러 간다는 마음으로 나왔습니다.]
“정현 님이 LA에 살고 있었어? 영국이라며.”
“모르지 나야. 나한테 말하고 어디 가는 애가 아닌데.”
정화는 자신의 입으로 정현이 자신에게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는다고 했지만, 조금은 서운한 마음에 볼에 바람이 들어갔다.
엄마인 김지숙에게는 최소한 한 달에 한 번씩은 전화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까 수상을 발표해 주신 CEO님이 말씀해 주셨듯이, 상업 앨범을 발표한 것이 올해가 처음이었습니다.물론 이번 앨범이 프로듀서로서 첫 앨범이라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제가 만든 곡을 다른 가수가 발매한 앨범이 있으니, 작곡가로는 두 번째 앨범이 되겠네요.]
“……. 어…. 으….”
“숨 쉬어! 지현아, 숨을 쉬라고!”
정화는 지현의 등을 두드리며 숨을 쉬라고 말을 해 주고 있었다.
지현은 자신의 앨범을 정현이 수상 소감으로 말하는 것을 보고 감격에 차올랐다.
물론 작년 초봄에 발매했던 자신의 앨범은 활동이 종료되어, 이미 휴식기를 갖는 중이었지만 그래도 기억해주고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숨을 쉬지 못할 정도였는지는 지현 본인도 알지 못했지만.
***
[제가 참여한 앨범이 상을 탈 수 있게 되어서 기쁩니다.주위에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곡을 주지 않고 제가 직접 불렀다면, 조금 더 많은 상을 탈 수 있었을 거라 말을 합니다.]
재지가 나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왜 다시 노래를 부르지 않느냐고. 나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아마도 다시는 안 하겠다고 직접 말한 적이 있었기에, 그것을 지키려는 작은 고집일 수도 있다.
아니면 어렸을 때가 생각나서 부르고 싶지 않은 걸 수도 있고. 정확한 이유는 나 자신도 알지 못했다.
프레스턴의 펍에서는 그렇게 쉽게 노래를 부를 수 있었는데, 지금은 부르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으니까.
[언젠가, 제가 다시 노래를 부르게 되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이번에는 그게 아니었을 뿐이겠죠.
저뿐만이 아니라 각 분야의 뛰어난 많은 사람이 참여한 앨범입니다.
재지와 드자. 에릭과 제이드. 이들 외에도 참여해 준 모두와 이 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다른 이들과 상을 나누고 싶었다는 말로 내 마음을 덮었다. 어차피 이 상은 참여한 사람들 모두에게 주어지는 상이지만.
[오늘은 행복한 저녁이 될 것 같습니다.집으로 돌아가 냉장고에서 혼자 맥주 한 캔을 꺼내 마시며 즐거워할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저녁에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했던 수상 소감 중에는 이례적으로 긴 소감이었다.
어쩌면 노래를 불러서 탔던 상이 아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성악을 하던 시기에는 콩쿠르에 나온 다른 그 누구도, 나보다 잘한다는 생각을 들게 했던 사람이 없으니까.
어쩌면 음악을 만드는 것도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내가 음악을 만들지 않아도 괜찮다. 당장 집세를 내지 못해 집에서 쫓겨날 일도, 학비를 걱정할 일도 이제는 없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무대에서 내려오며 손에 쥐어진 금색 축음기를 닮은 트로피를 바라보았다. 생긴 것은 조금 전에 받았던 다른 두 개의 트로피와 똑같이 생겼지만, 아래에 쓰여 있는 글자만 다른 트로피.
‘Album of the Year’.
이게 뭐가 그렇게 대단한 의미가 있는 건지 나는 잘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이 시상식에 모인 스타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보내주는 박수 소리 만큼은 느낄 수 있었다. 그 박수 소리는 자리에 돌아오고 나서도 한참 동안 멈추지 않았다.
“오늘은 도망가면 안 돼. 애프터 파티에 얼굴은 비추고 돌아가야 해.”
“알았어요. 아, 집에 돌아갈 택시는 불러 주는 거죠?”
“아직도 집에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가야죠.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니까.”
크리스가 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함께 가자는 말을 거절하고 집에서 TV로 보고 있을 거라는 말을 했으니 돌아가서 같이 맥주라도 마셔야 한다.
“그 사람을 부르는 쪽이 빠를 것 같은데. 여기에서는 밤새도록 마실 것 같거든.”
재지는 어떻게 보면 사악하게 보일 수도 있는 웃음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 얼굴을 보면서 주머니에 있는 휴대전화를 들어 크리스에게 전화를 걸 수밖에 없었다.
“가자, 파티장으로.”
재촉하는 재지에게 붙잡혀 다른 홀에 마련된 파티장으로 이동해 자리를 잡고 술을 마셨다. 나는 상금을 주지 않으니 상금 대신 여기에서 술값을 대주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미친 듯이 마셨다.
“브로, 천천히 마셔. 밤은 길다고~!”
“하하. 내가 여기 있는 술 다 마셔버릴 거라고요! 더 가져오라고 해요, 더!”
“올해의 앨범상 받으신 거 축하드려요, 리! 언제 같이 음악 작업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저희 매니저랑 이야기해 볼게요. 꿀꺽.”
테이블을 지나가는 사람마다 축하의 말을 건넸다.
적당히 그 말들을 받아 주다 보니 테이블에 있던 샴페인도 다 마시고, 새로 가져오는 맥주들과 위스키도 마실 때쯤 크리스가 도착했다.
“왜 벌써 이렇게 취했어, 리. 정신 차려 봐.”
“크리스틴~! 왔어? 이것 봐. 내가 상을 받았어!”
“언제는 상 같은 거 필요 없으니 안 가고 싶다더니.”
“처음 뵈어요, 리.”
“안녕하쎄요!”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과 인사하며 즐겁게 술병을 비워냈다.
누군가가 등을 두드리는 것이 느껴진다.
“어우…. 머리 아파.”
침대에서 일어났을 때는 내 방이었다. 그리고 어제저녁 마신 술로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1층에 있는 거실로 힘겹게 내려가 커피 캡슐 하나를 꺼내어 잔에 추출하고 한 모금 마시며,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던 그때.
드르르르르-
거실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던 전화기의 진동 소리가 주방까지 들려와, 무거운 몸을 이끌고 가서 받았다.
“여보세요.”
[나 수원이다. 너 목소리가 왜 그래?]어릴 때부터 생각하는 거지만, 얘는 전화 거는 타이밍이 정말 안 좋은 것 같다. 가끔 보면 받고 싶지 않을 때 걸려오는 전화는 거의 수원의 전화였다.
“어제 시상식 끝나고 술 마셔서 그래. 왜. 무슨 일이야?”
[아,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대박이다. 대박!]“나 지금 힘들다. 본론만 이야기해.”
뱃멀미하는 것처럼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손에 들고 있는 잔에 담긴 커피는 마실 수가 없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네 노래 빌보드에 올랐어!]정신이 나간 놈인가보다. 빌보드 송 차트와 앨범 차트 1위 몇 달을 하고 그래미에서 상을 탄 게 어제인데, 그걸 이제야 알았다고?
“그래, 빌보드 올라서 어제 상도 타 왔다. 몇 개냐 다섯 개였나, 여섯 개였나.”
[아니, 그거 말고. 유지현이 부른 노래가 빌보드에 올라갔다고!]응? 신곡 냈나?
“그게 무슨 소리야. 신곡 녹음했어?”
[차트 역주행 중이야! 한국이랑 미국 둘 다!]음악이 싫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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