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hates music RAW novel - Chapter 63
062화
[런던에 한 번 오시는 게 어떻겠습니까?]“돌아가기는 해야죠, 그 집에 관한 이야기를 해야 하니까요.”
[돌아오시는 날짜를 말씀해 주시면 일정을 잡아 보겠습니다.]알버트는 여전히 예의와 기품이 가득한 말투였다. 참 한결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몇 달간 영국을 떠나 미국으로 오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음식. 미국의 음식은 기름지지만 맛있었다.
게다가 산타모니카에서 한인 타운이 가깝다는 것도 이곳이 마음에 드는 이유 중에 하나.
고민할 것도 없었다. 우중충한 런던과 화창한 LA 중에 살고 싶은 곳을 고르라면 당연히 LA지. 물론 런던은 런던만의 감성이 있어서 무조건 넘어오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고민할 것 없이 두 곳에 다 자리를 만들어 놓으면 되니까.
“일단 최대한 빠르게 일정을 잡아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그리고 해결해야 할 문제는 런던의 저택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산타모니카 해변과 LA 사이에 있는 5층짜리 건물을 샀다. 더 높은 건물이 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5층짜리도 이곳에서는 높은 건물이었다.
가격은 예상했던 것보다 비싸지 않았다. 11월에 발매했던 앨범의 정산금이 들어와서 이제 지갑이 배가 부르다 못해 터져나갈 지경이었으니까. 미국의 건물값이 영국에 비해 싼 것도 있고.
“여기에서 시작하는 거야.”
“시작?”
“지금까지는 회사라고 할 만한 건물이 없었잖아. 이제 진짜 회사인 거지.”
지금까지는 가내 수공업과 다를 바가 없었으니까.
“지금 사는 집은? 팔 거야?”
“아니. 그걸 왜 팔아. 거기에서는 계속 내가 살 거야.”
나도 이제 건물주라는 생각에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서 감회가 새로웠다. 거대한 건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곳에서는 비교적 넓은 5층 건물.
입지가 그렇게 좋지 않아서인지 건물이 비어 있었다. 덕분에 계약과 인수는 빠르게 진행되어 점심도 먹기 전에 끝낼 수 있었다.
오히려 입지가 좋지 않아서 사람들이 많이 오가지 않는 편이 더 좋다. 계산하지 않은 잡음 같은 것이 들어갈 걱정을 덜 수 있으니까.
1층이 통유리로 내부가 보이는 상가로 되어 있어서 내가 쓸 수가 없고, 사용할 수 있는 2층부터 5층까지 어떻게 꾸밀지를 생각해 보았다.
녹음실이 두 개 정도는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인원이 많지 않아서 사용하는 시간이 적겠지만, 그래도 하나를 사용하고 있을 때 다른 곳을 수배하는 것보다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더 있는 편이 나으니까.
사용하지 않으면 정말 쓸모없는 공간일 뿐일 테지만, 그래도 조금은 욕심을 부려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녹음실만큼이나 중요한 연습실. 개인 연습실 두 개와 합주를 할 수 있는 합주실이 하나. 그렇게 총 세 개가 있었으면 했다.
점심을 먹으러 가기 전에 구상이 떠올라서 마크에게 전화했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스튜디오 셋업을 가장 잘 알 만한 사람은 재지와 마크.
그중에서 마크에게 연락하기로 한 것은, 상업 스튜디오를 수십 개 가진 유니버설 UK의 CEO니까 재지보다 조금 더 잘 알 거라는 판단이었다.
“마크, 부탁이 있어요. 혹시 아는 사람 중에 레코딩 스튜디오 셋업을 잘하는 분이 있나요?”
[지금 말씀하신 부분에서는 몇 명 떠오릅니다만, 이제 저희 스튜디오를 이용하지 않으시고 직접 운영하실 생각입니까?]“회사로 쓸 건물을 샀어요. 녹음실을 꾸려서 직접 쓰려고요. 계속 마크에게 부탁하는 것도 미안하고 해서.”
언제까지 유니버설의 스튜디오를 빌려 쓸 수는 없다.
마크는 전혀 미안할 것이 아니라고 하며 계속 자신들의 스튜디오를 사용해도 된다고 했지만, 생각보다 스튜디오 유지 비용은 비싸다.
관리를 조금만 잘못해도 소리가 바뀌는 곳이 녹음실이니까.
엔지니어를 고용하는 것도 마찬가지고 장비들의 지속적인 유지 관리에도 돈이 들어간다.
악기의 소리나 가수의 목소리를 녹음하는 음악 산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건 건축적인 부분이라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지금까지는 중요한 녹음이 아니면 집에 간이 녹음 시설을 만들어 두고 사용해 왔지만, 회사를 제대로 한번 해 보려는데 간이 녹음실로 음악을 만드는 것도 말이 안 되니까.
사실 집에서 대충 나무판으로 막아, 차음이 제대로 되지 않는 환경에서 만든 음악을 발매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에릭의 초기 싱글 두 개를 그렇게 해서 만들었었지. 그런 음악이 팔린 게 신기한 일이다.
[알겠습니다. 한데 저도 부탁을 한 가지 드려도 되겠습니까?]“말씀하세요. 항상 저를 도와주셨으니 저도 힘닿는 데까지는 도와드릴게요.”
[알겠습니다. 일단 녹음실을 만들어 줄 사람부터 수소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부탁은 얼굴을 뵙고 하도록 하겠습니다.]“감사합니다. 부탁드려요.”
마크가 알아봐 준 사람은 LA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사는 레코딩 스튜디오 전문 건축업자였다.
그 사람에게 4층에 두 개의 녹음실과 3층에 세 개의 연습실을 세팅할 수 있도록 해달라 부탁하고, 변호사 사무실로 가서 회사의 주소를 새로 산 건물로 변경했다.
녹음실 공사가 완료되기까지 대략 두 달. 이제 미뤄왔던 것들을 처리할 때가 되었다.
일을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몇 가지 있었으니까.
“크리스, 비행기 좀 알아봐 줘.”
“어디 갈 건데?”
“한국. 가능한 한 빨리. 같이 갈래?”
어차피 크리스는 내가 없다면 여기에 남아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은행 일 같은 것은 랩톱을 들고 세계 어디에서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내가 가도 되는 거야?”
“가도 되니까 물어본 것 아니겠어?”
다시 돌아가야 했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랜만에 한국에 들어갈 생각을 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게 기쁜 건지 아닌지 잘 모르겠네.
***
그래미의 힘, 그 효과는 굉장했다. 상금을 주지 않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요인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유지현의 곡은 역주행 하루 만에 한국의 차트 1위를 기록하고, 시상식 뒤 일주일 동안 빌보드 차트의 20위권까지 들어갔다.
한국어로 부른 노래가 말이다.
내가 정말 아무런 생각도 없이 시상식에서 한 말이 이렇게 돌아오게 될 줄이야.
“말 한마디에 이렇게까지 차트 역주행을 한다고?”
“사람들이 리의 노래가 엄청 궁금했었나 봐. 한국어는 알아듣지도 못할 텐데 이렇게 들었던 걸 보면.”
“너도 모르면서 들으면서 듣고 있잖아.”
크리스는 에릭의 노래들만 들어 오다가, 최근 들어 유지현의 노래를 듣고 있었다.
“지금 듣는 노래의 가사는 몰라도, 이 노래를 만들 때의 리는 기억나거든.”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분위기가 너무 다르지 않냐?”
목소리도 다르고 편곡된 느낌도 너무 다른 것 같은데, 어디에 그런 요소가 보이는 거지?
“비슷한데? 목소리만 좀 다르고.”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들리는 모양이다.
적당히 크리스에게 맞장구를 쳐 주고 있을 때, 내가 산타모니카 상가에서 데려온 기타 세션 후보생 리카르도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저…. 그 연습하라고 하셨던 곡 이제 괜찮게 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 녀석은 지난 7개월 동안 정말 미친 듯이 연습만 하더니, 이제는 적당히 사람 구실은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처음에 어떤 곡을 연습해야 할지 알려달라고 물어봐서 대답해 주었더니, 숙제 검사처럼 연습한 것을 들어 주는 것이 어느새 일과처럼 되어있었다.
“그래? 한번 들어 보자.”
거실에 크리스를 남겨두고 리카르도를 따라 작업실로 올라갔다.
이번에 내가 연습을 하라고 했던 곡은 Ozzy Osbourne의 첫 번째 기타리스트였던 랜디 로즈가 연주했던 버전의 Mr. Crowley. 명곡이라는 소리를 듣는 50년 전의 곡이었다.
띠잉~ 디딩~
예열된 앰프로 이펙터 없는 클린 톤의 기타 소리가 흘러나온다. 리카르도의 연주는 정교한 계산된 연주라기보다는 느낌을 내는 것에 특화된 연주.
그건 리카르도가 누군가에게 기타를 배웠다기보다는 듣고 치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뭐, 그런 건 상관없다. 최고의 기타리스트 중의 한 명으로 꼽히는 카를로스 산타나도 누구에게 배운 적이 없다고 했으니까. 소문에 그는 악보조차도 볼 줄 모른다고 했다.
일종의 과제라고 할까. 내가 리카르도에게 명곡이라고 불리는 락이나 메탈 곡들을 연습하도록 했던 이유는, 그가 라틴곡에 너무 특화되어 있었다는 점 때문이었다.
최근에는 내가 이 방에 들어올 일이 없어서, 리카르도 혼자 방 안에서 연습만 했었다. 어떻게 보면 이 녀석의 방이 되었다고 말을 해도 맞는 말인 것처럼.
아직 열일곱 살밖에 되질 않았지만, 학교도 다니지 않았다. 하루의 대부분은 버스킹과 기타 연습으로 보낸다.
“너 다른 애들처럼 학교 가고 싶은 마음은 없어?”
“학교 가도 재밌는 건 없잖아요. 저는 기타만 있으면 돼요. 차라리 길거리에서 들리는 음악들을 듣고 있는 게 행복하거든요. 기타 연주를 하는 건 훨씬 더 행복하고요.”
학교에 한창 다닐 나이라 혹시나 하고 물어봤지만, 학교는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몇 번의 앨범 작업을 따라다니며 세션 기타리스트들에게 여러 가지 팁도 얻으며, 이제는 적당히 잘 치는 편. 엄청난 고수라고 할 수는 없지만 들어줄 만한 정도라고 생각했다.
연습하는 방은 2층의 작업실. 안에는 앰프와 랩톱, 그리고 게임 콘솔들이 있는 곳.
하지만 리카르도는 단 한 번도 게임 콘솔을 만진 적이 없다. 약간의 강박 관념이라고 해야 할까. 너무 기타만 치려고 하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
어릴 때 스포츠 선수들이 말하던 헝그리 정신 같은 게 있다면, 리카르도가 갖고 있지 않을까 싶다. 욕심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강렬하고, 욕망이라고 하기에는 소소한 그런 마음가짐.
앰프를 통해 솔로 파트가 흘러나온다. 랜디 로즈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비교적 리듬감이 좋은 그런 소리다.
“무난하네.”
“합격인가요?”
내가 시험을 본다고 생각했었나 보다. 나는 리카르도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길거리에서 스카우트한 거였는데.
“합격?”
“저도 이제 음악 작업할 때 같이 할 수 있는 건가요?”
사실 아직은 조금 이르다. 조금 더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었다. 리카르도는 에릭보다도 사회 경험이 적으니까.
그렇지만 에릭이 처음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했을 때보다는 조금 나은 수준인 것 같기도 하다. 보컬과는 다르게 악기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이제는 써먹을 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하니까.
“너는 이미 내 팀이야. 팀도 아닌 사람에게 기타랑 연습할 곳까지 마련해줄 필요는 없잖아.”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연습만 했는데요?”
“네가 내게 필요하지 않았다면 말이야, 나는 네게 기타를 주지 않았을 거야.”
기타의 가격으로만 보자면 ESP 슈퍼스트랫은 그렇게 비싼 브랜드는 아니다.
입문자용으로 쓰이는 것보다 조금 비싼 정도. 깁슨 같은 기타에 비해서는 오히려 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도 리카르도가 사기에는 비싼 기타다. 적어도 주머니에 있는 몇 푼 갖고는 살 수 없는 기타.
슈퍼스트랫의 특성상 락이나 메탈에 특화된 기타라고 볼 수 있다. 리카르도의 연주를 교정시키려고 샀지.
“주법은 어느 정도 된 것 같으니까, 이제는 사운드 톤 잡는 법을 배워 보자.”
처음에는 그냥 재밌어 보이는 아이를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제법 칠 수 있는 모습을 보니 이제는 써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의 규모를 키울 때가 된 것 같다.
음악이 싫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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