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hates music RAW novel - Chapter 72
071화
음악을 하는 것들은 한결같이 관심에 굶주려 있다. 노래를 부르건 악기를 다루건 다른 이들이 바라보는 무대 위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하게 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 주길 바라게 되는 거다.
유명한 배우나 가수 중에서도 있지 않던가. 악동이라든지 사고뭉치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대표적인 사람이 몇 명 떠오르는데 그중에도 다즈니 출신이 있네.
여기에 그런 관심 종자가 찾아왔다.
작년 여름까지만 하더라도 북미를 모두 불태울 만큼 강력한 인기를 자랑하던 전 다즈니 키즈, 안젤리나 던슨.
이 사람이 이력서를 넣었다. 그것도 A & R 팀에 말이지.
물론 회사에 들어오고 싶었던 거라면 어쩔 수가 없었을 거로 생각한다. 나는 오디션을 볼 생각도 없고, 아티스트를 늘릴 마음도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이름을 보자마자 미간이 찌푸려졌다. 안젤리나 던슨은 다즈니에서 쫓겨난 뒤 나에게 음악을 가르쳐 달라며 찾아온 적이 있었으니까.
오전의 일과가 면접만으로 짜여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벌써 머리가 아파져서 이마를 짚을 수밖에 없었다. 이 관심 종자를 어떻게 해야 하지.
사장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회의실에 들어가서 둘의 이력서를 내밀며 말했다. 오늘 회의실에서 진행될 면접에 참석하는 사람은 나와 크리스 그리고 에릭의 전담 매니저인 마리.
내가 마크에게 요청해서 유니버설 UK에서 보내준 마리는 법적인 부분들을 잘 알고 있는 엘리트 사원이니까.
마리는 유니버설이라는 대기업 공채 출신으로 회사의 규모를 키우는 데에 엄청난 조언을 해 주었기에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 아마 마리가 경영하면 잘하지 않을까 싶지만, 본인이 거절했으니 별수 없지.
“머리 아프다. 얘 그냥 면접 안 보면 안 돼?”
“그 사람이 다른 직원들 평가가 가장 높던데?”
높을 수밖에 없지. 썩어도 준치라고 빌보드 1위까지 했던 경험이 있는데.
그래도 한때는 다즈니의 프린세스로 불리던 사람이다. 그만큼 투자를 많이 했을 테니 능력은 괜찮을 수밖에 없겠지.
“난 일단, 얘는 불합격이다. 그래도 면접 볼 거면 보라고 하고 아니면 오지 말라고 전달해.”
“이정현 경,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면접 일자 통보하고 오지 말라고 하면 손해 배상 청구당할 수도 있어요. 그냥 면접은 보는 것이 좋습니다. 불합격 통보를 하더라도 면접이 끝난 후에 하는 것이 나아요.”
마리가 현실적인 대답을 했다. 크리스와 둘만 있는 곳에서는 나올 수 없는 답변.
그런데 그건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역시 소송의 나라인가?
지난번에 뉴스에서 햄버거 내용물을 하나 안 넣었다고 소송했다는 이야기는 본 적이 있었는데, 이런 것도 소송을 할 수 있는 이유가 되나 하는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면접 시간.
“조언 고마워요, 마리.”
“내 말은 들은 척도 안 하더니, 마리가 하는 말은 바로 반응하네? 이건 좀 억울한데?”
“난 음악적인 이야기는 강하지만, 법적인 이야기에는 약하거든.”
크리스의 불평을 웃어넘기면서 마리의 설명을 들었다.
그녀의 말로는 미국에서는 뜨거운 커피를 쏟아 화상을 입은 사람이 커피잔에 ‘뜨거우니 주의’라는 말이 쓰여 있지 않아서 소송을 걸었고, 그 소송에서 커피를 엎은 사람이 이겨 50만 달러를 받았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그 이후로 모든 커피잔에는 ‘뜨거우니 주의’라는 말이 붙었다고…. 커피가 뜨거운 게 당연하니 쏟으면 화상을 입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한국인의 상식과는 정말 거리가 먼 이야기이다.
“여기도 참 살기 힘든 나라네.”
“이정현 경이 어린 시절을 한국에서 보냈기 때문에 이쪽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할 뿐, 이쪽에서는 당연한 일입니다.”
소송이 당연한 일이라는 무시무시한 마리의 경고를 뒤로하고 면접이 시작되었다.
열 명을 뽑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한 면접이었지만, 이력서에 사진이 없어서 면접 후에 이력서를 정리하는 시간이 더 걸렸다.
‘외모나 인종으로 선입견을 주어 면접 인원을 평가했다고 소송당할 수 있기 때문에 사진을 붙이질 않는다’는 이야기를 마리에게 듣고 그제야 수긍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진짜 이상한 나라다. 이런 서류 처리 안 하던 목수 시절에는 전혀 느껴 보질 못했는데, 회사를 키우려고 마음을 먹은 뒤에 알게 되었다. 얘네는 왜 이리 소송 거는 걸 좋아하는 거야.
그렇게 수십 명의 면접이 지나가고, 안젤리나의 면접이 시작되었다.
“미스 던슨, 저희 LJH 뮤직 컴퍼니에 지원한 이유를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저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에 대한 교육만을 받으며 자라왔습니다. 그래서 음악에서는 좋고 안 좋음을 쉽게 판단할 수 있었고, LJH 뮤직 컴퍼니의 음악은 다른 음악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앞에 계시는 이정현 경에게 배운다면 제 능력을 더욱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지원했습니다.”
사무적으로 면접의 시작을 알리는 마리의 목소리에 안젤리나가 대답했다.
“그건 지난번에 우리 집에 찾아오셨을 때 이미 거절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리고 이 자리는 A & R 팀을 뽑는 면접장입니다. 아티스트 앤 레퍼토리. 아티스트를 지원하는 지원팀이에요. 아티스트를 뽑는 게 아니라.”
“…….”
내가 하는 말에 안젤리나는 대답하지 못했고, 나는 그 이후 아무런 질문도 할 수 없었다. 눈빛이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울먹이고 있었기 때문에.
“이력서와 함께 보내주신 음원이 꽤 수준이 높던데, 이건 직접 만드신 건가요?”
“네. 제가 만든 겁니다.”
“그런 음원이면 개인적으로 발매를 해도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굳이 우리 회사에 들어오시려는 이유가 있나요?”
“제 능력을 더 키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곳에 들어오게 된다면 제 능력을 더 키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리의 질문에 안젤리나는 다시 반짝이는 눈으로 대답했다.
그 후에도 여러 가지 질문을 했지만, 꽤 제대로 대답을 하며 면접을 마쳤다.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결과는 따로 통보해 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면접이 끝나서 안젤리나가 회의실에서 나간 뒤, 다음 사람이 들어오기 전에 마리의 입에서 나온 의외의 말에 나는 조금 당황했다.
“저는 지금까지 면접을 본 지원자 중에 가장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안젤리나가? 왜죠?”
“우리 회사가 아니 이정현 경이 그만큼 신뢰를 주고 있다는 거잖아요. 거대 기업에 버려진 사람이 손을 내밀 만큼.”
“음….”
“게다가 뒷공작을 하다가 안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은 다즈니의 잘못이지 미스 던슨의 잘못은 아니잖아요? 그녀는 그 사건의 피해자라고 생각합니다.”
일리가 있었다. 그녀를 흥행 카드로 써먹으려 했던 것은 다즈니 뮤직 그룹이었지, 안젤리나 던슨 본인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에 앞서 더 큰 문제가 있다.
“그건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내가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어요. 나도 누구에게 배운 적이 없거든. 저 사람이 말하는 건 착각이라는 거죠.”
“그건 알고 있어요. 그래도 에릭의 경우를 생각해 보세요. 그에게 재능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정현 경을 만나고 나서 재능이 꽃피웠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거예요.”
나는 고개를 돌려 크리스를 바라보며 물었다. 에릭을 데리고 일하기 전부터 나를 알았던 크리스라면 답을 알고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진짜야?”
“그게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에릭은 리와 함께 일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노래하지 않았어. 한 1년쯤 지난 후부터 노래를 했지.”
그걸 증명할 방법이 없잖아. 본인에게 물어봐야 하나?
“흠흠. 그래서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이정현 경의 행동이 주변의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던 거예요.”
“그건 알고 있어요.”
내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건, 지난번 그래미상의 이후에 보았던 길거리 래퍼들로 인해 나도 알고 있었다.
그때까지 조금은 쉽게 보고 있었던 음악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심스러워진 면도 없지 않아 있었으니까.
“중요한 건 안젤리나 던슨을 영입해서 스타 프로듀서로 키워낼 수 있다면, 이정현 경의 긍정적인 이미지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긍정적인 이미지요?”
“어떻게 보면 실패자잖아요. 자의건 타의건 실패자라는 태그가 붙은 사람인데, 그런 사람이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데에 도움을 준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을 테니까요.”
호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조금은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마리는 내가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방향에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중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사람에게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그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마약으로 찌들었던 삶을 살다가 슈퍼 히어로가 되었던 배우 아시죠?”
“아, 그 주인공?”
영화 의 주인공이 마약에 찌들어 살다가 그걸 이겨내고 배우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정말 유명한 이야기였다.
“맞아요. 그가 마약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 준 사람이 부인이에요. 그가 유명해지면서 부인도 함께 유명해졌죠. 저는 이걸 회사의 브랜드 마케팅으로 사용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미스 던슨의 실력이 좋기도 하니까요.”
“마케팅이라. 그러기 위해서 내가 남편이 되어야 한다든가 그런 건 아니겠죠?”
“이정현 경의 행동들을 보고 배울 수 있도록 옆에 두신다면 알아서 보고 배울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에릭의 경우처럼 말이죠.”
마리는 그렇게 말을 하며 옆에 있는 크리스를 힐끔 바라보았다. 크리스가 내 수행 비서 겸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조금 눈치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일단 조금 고민해 보죠. 아직 면접 볼 사람들도 많이 남았으니까요.”
다른 사람들의 면접까지 마무리되었다. 사람들이 들어와 면접장으로 바뀌었던 회의실을 정리하고 있을 때, 내가 정리한 합격자 명단을 크리스에게 넘겼다.
“이대로 채용하면 될 것 같아.”
“결정은 확실히 내린 거지?”
내가 준 명단을 보고 의아함을 느꼈는지, 회의실에서 나가려던 크리스가 나에게 돌아와서 물었다.
“명단 줬잖아. 그대로 채용하면 돼.”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거야. 이대로 결과 통보하면 바꿀 수가 없으니까.”
고민할 것도 없이 그냥 면접 점수가 높은 순서대로 하기로 했는데, 그 안에 안젤리나가 들어간 게 그렇게 의외였나?
“그 목록대로 그냥 채용하자. 문제가 생기면 그때 가서 대응해도 늦지 않을 테니까.”
또 다른 관심 종자인 안젤리나 던슨을 고용하기로 했다. 이번 면접의 합격자 리스트에 넣었으니 조만간 만나볼 수 있겠지.
재능이 엄청나다고 다즈니에서 띄워 주려고 했던 애니까 뭐라도 보여 주지 않을까?
음악이 싫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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