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hates music RAW novel - Chapter 73
072화
나는 지금 몹시 귀찮고 짜증이 나 있다. 내 옆에 붙어 다니는 시어머니가 혹을 데려왔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그 혹은 인사를 하며 나의 주의를 끌려 한다. 파란 눈을 반짝이며 내가 자신의 인사에 반응하기를 기다린다. 자신의 몸 앞에 두 손을 모은 반듯한 자세로.
“아, 네. 헉, 헉. 안녕하세요.”
“알고 계시겠지만, 이쪽은 이번에 채용된 안젤리나 던슨 씨예요. 앞으로 대표님의 옆에서 보좌해 드릴 겁니다.”
옆에 다른 사람이 있다고 격식을 차린 말투를 사용하는 크리스를 보며 이질감이 느껴졌지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내가 지금 스핀 바이크를 타는 중이었다는 점이다. 땀에 전 셔츠를 입고 열심히 자전거의 페달을 밟고 있었다.
숨을 헐떡이며 자전거에서 내려와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말했다.
“내가 작업하거나 일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면, 하고 싶은 걸 하셔도 됩니다. 그때는 제 옆에 붙어 있을 필요는 없어요.”
“네, 알겠습니다.”
내가 그렇게 말해도 이 신입 사원은 책상 앞에 서서 움직이질 않았다. 크리스는 이미 방에서 나가 버렸고 나는 어색한 분위기에 안젤리나와 단둘이 방에 남아 버렸다.
조금 뻘쭘한 분위기에 땀을 닦으며 옷을 갈아입으려고 하는데 아직 남아 있는 시선이 느껴졌다.
“저기, 미안한데.”
“네?”
“3층에 내려가 있을래요? 옷 갈아입고 갈 테니.”
“아, 네!”
얼굴이 빨개져서 방을 빠져나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조금은 걱정이 앞섰다.
쟤 생각 외로 분위기 파악 엄청나게 못 하는 것 같은데….
옷을 갈아입고 구석에 놓인 작은 음료수 냉장고에서 이온 음료를 꺼내 마시며 3층으로 내려갔다.
작업실 안에 들어가질 못하고 앞에서 쪼그려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안 생겼는데, 은근 소심하기까지 하구나.
“3번 방에 들어가요.”
내 목소리를 듣고 그제야 정신을 차린 안젤리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3번 방의 문을 열었다.
3번 방의 주인은 리카르도. 사실 방마다 주인을 정해 놓은 것은 아니지만, 이 방에 오는 사람은 리카르도밖에 없다.
회사 안에 아티스트는 에릭과 아직 이름이 정해지지 않은 4인조 걸 그룹뿐인데, 신곡이 나오질 않아서 연습실에 나올 일이 없으니까.
연습실의 문을 열자마자 들려 오는 기타 소리.
“어, 왔냐?”
“오셨어요?”
유자와 리카르도가 사이좋게 기타를 치고 있다가 나를 맞이했다.
“어, 아침 일찍부터 연습하네? 아직 열 시도 안 됐는데.”
“말도 마. 졸려 죽겠다. 그런데 얘가 새벽같이 나온단 말이야.”
고개를 숙인 채 빨개진 얼굴을 감추려는 리카르도가 보였다.
“이쪽은 A & R 팀에 새로 들어온 신입 사원. 안젤리나 던슨.”
“처음 뵙겠습니다. 안젤리나 던슨입니다. 안지라고 불러 주세요.”
“유재욱입니다. 유라고 불러 주세요.”
“리, 리카르도 페레즈입니다!”
“소개는 된 것 같고, 슬슬 연습의 결과를 들어 봐야겠지? 어때, 잘 배우고 있어?”
“내가 뭐 가르칠 게 있나. 테크닉은 이미 거의 완성이 되어 있는 상태였으니까, 톤 메이킹만 조금?”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산업에서 가장 큰 소비 시장은 중국. 두 번째가 스페인어권 국가. 그리고 세 번째가 영어권. 그 이유는 사용하는 인구 때문이다.
소비 시장이 크다는 소리는 벌어들일 수 있는 폭도 그만큼 크다는 소리.
인도는 인구가 중국과 비슷하지만, 공식적으로 자신들의 언어를 지정하지 않아서 통계에서 빠졌다. 그렇지만 인도는 힌디 문화가 존재하는데 외부에서 파고드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으니 제외.
어쨌거나 음악도 산업이라서 이 통계를 따라가는데, 리카르도는 영어권 국가가 아닌 스페인어권 국가를 노리기 위한 비장의 무기라고 할 수 있다. 기타의 기본 베이스라고 할 수 있는 리듬감이 라틴 음악에서 느낄 수 있는 리듬감이니까.
본인이 교정하려고 엄청난 노력을 해서 지금은 라틴 음악 말고 다른 음악들도 곧잘 치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장 잘 치는 것은 라틴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영어로 라틴 음악을 부르면 영어권과 스페인어권의 지지를 받아 비교적 쉽게 상위에 랭크 될 수 있다는 거다.
예를 들면 과거에 차트 상위권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던 마카레나. 영어도 아니고 스페인어로 불린 노래가 무려 14주나 차트 1위에 머무르며 전 세계를 라틴 음악 열풍에 몰아넣었다.
그리고 영어와 스페인어의 환상적인 콜라보레이션이라고 불렸던 Livin’ la Vida Loca도 있다. 이 곡도 합산 14주 차트 1위 곡.
나는 걸 그룹의 첫 싱글을 라틴 댄스곡으로 갈 생각이었다.
블루스를 베이스로 한 음악의 유행은 이미 한참 전에 지나갔지만, 라틴 음악은 여러 가지 이유로 언제나 전성기일 수밖에 없으니까.
“이번에 만들 앨범의 중심은 리카르도가 될 거예요. 제2 기타는 유자가 맡아 주고. 안젤리나는 나를 보조해서 어떻게 작업이 이루어지나 봐주었으면 해요.”
“네! 열심히 배울게요!”
유자와 리카르도에게는 이미 말해 놓은 상태라 굳이 대답하지는 않았다.
“일단 오늘 오후에 있을 A & R 팀 회의에서 걸 그룹의 컨셉을 정하고 음악 구상에 들어갑시다.”
““네.””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아직은 그리 익숙하지가 않아서 일이 빠르게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회사라는 것으로 기능하려면 필요한 일이다.
개인이 아니라 회사로서 하는 첫 번째 프로젝트는 걸 그룹 프로젝트가 될 거다.
비록 그룹명은 아직도 정하지 못했지만.
***
아이들이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것은 8월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미국으로 넘어오면 한동안 다시 돌아갈 수가 없을 거로 생각했는지, 걸 그룹 아이들은 영국의 가족들과 보내고 왔다고 이야기했다.
“일단 너희들은 싱글로 데뷔하게 될 거야. 메인 프로듀서는 내가 맡게 될 거고 진행 상황에 따라 여기에 있는 안젤리나가 나를 도와서 너희를 이끌어갈 거다.”
“잘 부탁드립니다. 안젤리나 던슨입니다.”
“제이드예요.”, “케이트입니다.”, “루이스예요.”, “헤나라고 해요.”
서로 인사를 마친 여자아이들은 처음 만난 사람들답지 않게 너무나 친근하게 일상적인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너무 친해 보이는 게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나중에 녹음실에서 말을 안 듣게 되면 힘들어진다고.
“첫 곡의 컨셉은 정해졌어. 물론 너희가 반대한다면 바꿀 가능성도 있지만 나는 이 컨셉을 밀고 나가는 것이 옳다고 봐. 컨셉은 정열적인 라틴 댄스야.”
““좋아요!””
싫어할 리가 없다. 소화를 잘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별개의 문제고, 라틴은 무조건 이쪽에서 먹히는 컨셉이니까.
“그리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너희들의 그룹명이야. 몇 번이나 회의를 했지만, 확 와닿는 이름이 나오질 않아서 아직 결정하질 못했어.”
“이름 같은 건 쉽지 않아요? 우리 예명 정할 때도 고민하지 않고 정했는데?”
“너네는 본명에서 미들 네임을 쓰거나 퍼스트 네임을 쓰거나 했으니까 당연히 고민을 하지 않았겠지. 팀명을 정하는 건 은근히 어렵다니까.”
그나저나 여자아이들 사이에 있으려니 기운을 빨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말이 너무 많아. 항상 말을 걸지 않으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던 크리스와 너무 차이가 나잖아.
“너희 다섯 명이 이름을 정해서 A & R 팀에 알려 주도록 해. 그 이름으로 홍보를 시작할 테니.”
““네~””
후후. 이름을 짓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니까 이건 저 애들에게 맡겨 놓기로 하고, 나는 빠져 있기로 했다.
회의실의 문을 열고 나와 3층의 리카르도에게 향했다. 이제는 곡을 만들어야 하니까.
벌컥-
어차피 노크하더라도 연습실 안에서는 들을 수 없으니 그냥 열었다. 이중으로 방음이 되어 있기 때문에 내부의 소리가 밖에 들리지 않고 외부의 소리가 안에 들리지 않거든.
지잉~ 징징~
열린 문틈으로 기타 음이 들려 온다.
“연습은 잘하고 있었어?”
“오셨어요?”
“어, 왔어?”
유자와 리카르도는 기타를 향하고 있던 고개를 들어 나를 보고는 스탠드에 기타를 세워 놓았다.
“내가 생각할 때 연습은 충분한 것 같아. 이제는 곡을 만들어 보자.”
“드디어 시작하는 건가요? 조금 긴장되네요….”
“그래, 네가 참여하는 첫 곡이 될 거야.”
지금 생각하고 있는 곡은 라틴곡과 스페인 전통 무용인 플라멩코를 혼합한 스타일. 난 이런 스타일의 음악이 리카르도의 장점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곡이 될 거로 생각한다.
그리고 이 곡은 내가 완성하지 않은 단계에서 다른 사람과 처음 협업하는 도전이다.
“지금부터 눈을 감고 떠올려 봐.”
나와 유자 그리고 리카르도까지, 연습실에 있는 세 명이 동시에 눈을 감는다. 눈을 감는 것은 이미지를 가장 쉽게 떠올릴 방법. 무언가를 바라보면 시선에 집중하는 것이 사람이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떠올리기가 어렵다.
나는 내가 하는 방식대로 이미지를 떠올리고 그것을 음악으로 만드는 방법을 리카르도에게 알려 주기로 했다.
“네가 가장 즐거웠을 때를 떠올려 봐. 그리고 그 즐거운 감정이 들려 주는 소리를 들어.”
내게 가장 즐거웠던 순간은 언제였지?
자신에게 질문을 반복하면서 깊이, 더 깊이 내려가면 어느 순간 소리를 들려 주는 곳이 나온다. 그것을 밖으로 꺼내놓으면 음악이 되는 것이다.
음악은 연금술이 아니라서 자신이 모르는 것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 대부분은 경험이나 상상에서 나오지. 상상보다는 경험이 구체적으로 만들기가 더 쉽기 때문에 경험이 많은 편이 유리하다.
잘하고 있나 하는 마음에 눈을 살짝 떠서 확인해 봤더니, 즐거웠던 때를 떠올리라고 말을 했더니 입꼬리까지 올리며 즐거워하고 있잖아.
“떠올렸으면 그 소리를 악보로 그리거나 악기로 표현하면 되는 거야.”
“악보 그리는 법은 몰라요….”
“나도 잘 몰라. 그냥 그런 사람이 있다는 거지.”
리카르도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유자가 끼어들었다.
“나는 아무것도 떠오르질 않네.”
“그래? 나는 내가 쓰는 방법밖에 몰라서.”
눈을 감았을 때 아무것도 떠오르질 않는다는 게 오히려 더 신기하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같을 수는 없겠지.
“저, 저는 기타 멜로디만 떠올랐어요….”
“오! 되는구나! 다행이네! 둘 다 안 된다고 했으면 내가 기초부터 만들어야 했을 테니까. 한번 쳐 봐.”
리카르도는 스탠드에 놓여 있던 ESP 기타를 손에 쥐고 이펙터와 앰프의 노브를 조절했다.
자식. 톤 메이킹 배운 지 두 달 정도밖에 안 되었는데도 은근히 능숙하잖아.
“시… 작할게요!”
리카르도의 손가락이 지판을 달리기 시작하며 앰프를 통해 기타 소리가 흘러나온다.
지징~ 지징징~
과도한 벤딩으로 비브라토를 만드는 그 손놀림이 어디에선가 본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들려 오는 기타 소리를 눈을 감고 받아들이자 멕시코의 거리가 나왔다.
응? 왜 멕시코지? 얘 산타모니카 토박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잠깐만 멈춰 봐. 이거 못 써, 표절이야.”
내 말과 동시에 멈추는 기타 연주.
네가 즐거울 때를 떠올리랬지 산타나가 즐거울 때를 떠올리라고 한 건 아니잖냐.
“연습이 좀 필요할 것 같네.”
“죄송합니다….”
“네가 죄송할 건 아니야. 나도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거든. 한 13년 정도 듣기만 하니까 이렇게 되더라. 일단 많이 들어 봐.”
풀이 죽은 리카르도를 달래주고 작곡은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저 안지예요. 이름 정했어요, 어디 계세요?]“아, 금방 갈게요. 작업실에서 뭣 좀 하느라.”
작업실을 나가면서 유자에게 부탁해서 리카르도가 너무 연습만 하지 않게 해 달라고 했다. 너무 인풋만 했더니 인풋을 고스란히 아웃풋으로 빼 버리는 것 같으니까.
드디어 우리 회사 2호 아티스트 이름이 정해지는 건가. 나는 서둘러 A & R 팀을 회의실로 호출하며 5층으로 향했다.
음악이 싫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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