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hates music RAW novel - Chapter 76
075화
화려한 조명이 쏘아지는 무대 위로 네 명의 시에스타 멤버들이 차례차례 올라온다.
평소와는 다르게 진한 화장을 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멤버들의 모습이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오오….”
기자들이 시에스타가 등장하는 모습을 카메라로 촬영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며, 관객석이 달아오르는 것을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었다.
네 명은 플라멩코를 출 때 입는 전통 드레스를 조금씩 커스터마이즈한 옷을 입고 각자의 포지션에 맞는 위치에서 동작을 멈춘 채 음악이 시작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디리링, 띠링, 딩딩디딩~
짝, 짝, 짝, 짝짝, 짝, 짝, 짝-
플라멩코 기타로 시작되는 도입부에 손뼉으로 리듬을 맞춘다. 손뼉에 따라 움직이는 치맛단에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눈은 마치 눈을 깜박이는 것을 잊은 듯했다.
촤아앙~
긴 치마를 흔들며 음악에 몸을 흔들던 그들이 동시에 서로의 긴 드레스를 당기자 안에 입고 있던 타이트한 의상이 드러났다.
하늘하늘한 긴 드레스 안에 숨겨져 있던 섹시한 의상이 보여 주는 그들의 몸매에 사람들이 내는 탄성이 들려 온다.
A & R 팀이 만든 비장의 한 수. 남자들이 무엇에 열광하는지 아주 그냥 제대로 보여 주었다.
타이트하고 섹시한 의상에 각자의 개성을 살려 주는 액세서리들이 모두 다르지만, 이들이 모여서 추는 춤이 하나의 팀이라는 걸 말해 주고 있었다.
[네가 내게서 원하는 게 뭔지 알아.하지만 그게 내가 원하는 건 아니지.
손댈 생각 하지 마. 그저 바라만 봐.]
“허억!”
무대 한가운데에서 웨이브 진 갈색 머리를 쓸어올리며, 도발적인 손동작으로 노래를 부르는 케이트의 모습을 바라보던 남자들의 숨이 멈추었다.
케이트가 빙글 돌며 뒤를 향해 걸어가고, 그녀가 있던 자리에 타이트한 핑크색 의상을 입고 핑크색 단발머리를 한 루이스가 등장한다.
[네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 예쁜 거.예쁜 여자들은 다들 알고 있을걸.
굳이 내게 말해 줄 필요 없어.]
섹시와 도발을 주제로 만든 이번 곡의 가사를 쓴 것은 내가 아니다. 무려 재지의 부인인 지젤에게 받아 온 가사를 이들이 부르고 있었다.
무대 아래에 모인 기자들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것도 잊은 채, 입을 벌리고 정신을 잃기 직전이었다.
“제가 말했었죠, 컨셉이 제대로 먹히고 있어요.”
“…제가 생각하던 것과는 다른 의미로 먹히고 있지만, 사장님의 안목이 탁월하다는 것은 알겠네요. 기자들의 반응만 봐도 이번 앨범의 흥행은 눈에 보이는 듯합니다.”
내 옆에서 무대를 바라보고 있는 마리에게 남자들의 판타지를 모두 말할 생각은 없지만, 남자들은 다가오지 말라고 말을 하면 더 끌리게 되는 법이다.
이건 어렸을 때, 엄마가 게임을 하지 말라고 말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것과 같지.
“아주 기본적인 욕구예요.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법이라는 것.”
“기억해 두겠습니다.”
마리는 다시 고개를 무대로 돌렸고, 이제는 노래의 하이라이트가 지나가고 클라이맥스를 향해 가고 있었다.
노래가 끝나고 객석을 향해 윙크와 키스를 날리는 네 명의 여자아이들을 바라보며 소리치는 사람은, 이제 기자와 일반인을 전혀 구분할 수 없었다.
““우와! 최고야!“”
“오늘부터 팬이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시에스타의 였습니다! 이제 이 자리로 모셔서 대화를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시에스타입니다!]사람들은 함성으로 인사에 화답했고, 성공적으로 쇼케이스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대대적으로 홍보를 했지만, 이곳 라스베이거스는 팬이 될 수 있을 일반인들보다는 기자들과 관광객이 모이는 곳.
사실 내수만 노린다면 LA나 뉴욕의 라이브 홀을 빌리는 것도 괜찮았겠지만, 라스베이거스에서 쇼케이스를 열었던 이유는 바로 기자들 때문이었다. 이곳에서 열리는 각종 이벤트 때문에 전 세계의 기자들이 상주하거든.
세계 소비자 가전 전시회 (CES) 같은 커다란 행사와 격투기의 타이틀 매치 같은 커다란 행사들은 대부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기 때문. 이건 도박사들과 관련되었다고 내가 장소를 정하려고 고민할 때 마리에게서 들었다.
이제 전 세계에서 몰려든 기자들의 손끝에서 자동으로 손쉽게 홍보 효과를 더 얻을 수 있을 거라는 느낌이 왔다.
***
[섹시한 네 명의 디바! 시에스타!]TV에서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려 왔다.
“내 생각에 이건 인류 화장품 산업의 승리라고 본다.”
어느 틈에 섹시한 걸 그룹의 대명사가 되어 버린 시에스타였다. 나는 굳어 버린 얼굴로 TV와 아이들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화장품 산업이라뇨. 우리가 얼마나 섹시한데!”
“너희들 화장 지우고 신분증 없으면 가게에서 술도 못 사잖아.”
나는 팩트로만 때린다고. 눈에 보이는 이 순둥이들이 어딜 봐서 섹시하다는 건지….
이곳의 음주 연령 제한은 만 스물한 살. 시에스타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루이스가 스물한 살이었다. 나머지는 열아홉, 스물.
화장하니 스무 살 중반 정도로 나이가 조금은 더 들어 보이는 멤버들이었지만, 화장을 지우고 회의실에 앉아 있는 모습은 순둥순둥하기만 하다.
방송 활동의 모니터링을 하기 위해 시에스타 멤버들과 함께 모여 TV를 시청 중이었다.
세계 음악 시장의 삼 분의 이를 먹어 보겠다는 생각으로 라틴풍 음악을 만들겠다고 했던 내 계산이 맞아 들었다. 그런데 오히려 너무 잘 맞아 들어서 큰일이었다.
도발적이고 정열적인 단어로 부르는 라틴풍 팝 음악인 는, 시에스타를 영어권 국가와 스페인어권 국가들을 모두 아우르는 걸 그룹이 되게 만들겠다는 내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해 주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회사는 더 많은 인원을 고용해야 했다. 겨우 시에스타와 에릭, 아티스트 두 팀인데 필요한 인원은 수십 명.
메이크업 아티스트, 의상 코디네이터 그리고 개인별 매니저에 경호원까지. 지금은 그들을 통솔하는 실장이라는 직책이 생겼다.
이건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달라서 급하게 뽑은 사람들이 생겨서, 인원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나게 되었던 것. 일정이 너무 많아져서 이들을 관리하기 위한 사람이 더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전세기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동부와 서부뿐만이 아니라 유럽 스케쥴까지 너무 빡빡하게 붙었어요. 이대로라면 과부하가 생길 수도 있을 거라는 예상입니다.”
“전세기요?”
나는 1편에서 나오는 대형 비행기를 생각했다. 그런 거 수천억이잖아. 우리 그 정도로 벌지는 못하지 않았나?
“네. 20~30인승 비행기를 빌리는 가격이 매번 예매하는 것보다, 비용과 시간상 더 경제적이라는 계산이 있었습니다.”
아, 빌리는 거였구나. 나는 또 사는 건 줄 알았네….
“그런 건 뭐 알아서 해 주세요.”
아직은 시에스타에 붙어 있는 마리의 말에 나는 전권을 넘겼다. 내가 일일이 손대기에는 너무 일이 많으니까.
이들을 나에게 부탁한다고 했던 마크도 전화해서 고맙다고 말했다.
[저희가 직접 진행할 때는 이 정도로 성공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만, 역시 이정현 경입니다.]“아이들이 워낙에 의욕적으로 따라주어서 가능했던 거죠. 저 혼자 힘으로 한 건 아닙니다.”
[앨범 판매 퍼블리셔가 유니버설 UK 쪽으로 잡혀 있기 때문에, 저희 쪽의 수익이 상당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조만간 시에스타가 방송 출연 요청이 있어서 런던에 가게 될 거예요. 아무래도 우리 회사의 본사는 런던으로 등록이 되어 있으니까요. 그런데 거기는 서류 관리 인원밖에 없으니 공연장 케어는 부탁드릴게요.”
[걱정 마십시오. 혹시 이정현 경이 런던에 방문하실 때는 미리 연락 부탁드리겠습니다.]“걱정 마세요. 연락드릴게요.”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다. 겨우 네 명이 움직이는 데 따라붙은 인원이 거의 열 명. 이제는 내 손을 떠났다. 아직 노래 한 곡밖에 내질 않은 걸 그룹을 찾는 곳이 이렇게나 많다니.
솔직히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었다. 회사의 규모는 이들을 모두 수용할 정도의 공간이 없었으니까. 하다못해 시에스타 아이들이 춤 연습을 할 수 있는 안무 연습실도 없었다. 내가 만들었던 공간은 너무 협소하니까.
5층짜리 건물을 산 지 반년 만에 새로운 건물이 필요해졌다.
애초에 조금 더 큰 건물을 샀으면 좋았겠지만,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비어 있는 건물은 이 곳이 가장 큰 건물이었다.
결국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새로운 건물을 찾느냐 아니면 직접 짓느냐.
모니터링하던 회의실을 빠져나오며 결심을 내렸다.
“짓지 뭐. 이 근처에 조막만 한 건물들 갖고는 이제 부족해.”
“얼마나 큰 걸 짓고 싶길래 그런 말을 해?”
왠지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 크리스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나에게 안젤리나만 붙여 놓고 뒤로 빠져 있던 크리스를 오랜만에 본 듯한 느낌이라 반갑게 느껴졌다.
“일단, 이 건물은 녹음 스튜디오로 둔다고 치고, 이 옆에 땅을 사서 좀 크게 지어 보는 건 어떨까?”
“뭐, 사장은 리니까. 결정되었다면 일단 변호사에게 연락할게.”
“그래. 건축 설계사도 좀 알아봐 줘. 기왕 짓는 거 예쁘게 지어야지.”
에서 나온 말리부 저택까지는 아니더라도 누가 봐도 감탄할 만한 건물을 지어야지.
“알았어, 그런데 리 방송 출연 요청이 있는데 할 생각 있어?”
“누구, 나? 에릭이나 시에스타가 아니라 나한테 요청이 왔다고?”
오랜만이네. 인터뷰 요청 말고 출연 요청이라니. 내가 항상 거절하던 것을 알고 있을 텐데 이렇게 요청을 하다니 대체 어떤 방송이길래.
“응. 리에게 들어온 요청이야. 내가 다른 사람 일정을 관리하지는 않잖아.”
“너무 뜬금없으니까 그렇지. 내가 음반 낸 것도 6개월이 넘었는데.”
“그렇게 뜬금없는 요청은 아니야.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심사 위원이거든.”
“심사 위원이라고? 내가? 내가 심사 위원을 하면 전부 떨어뜨리지 않을까?”
지금은 예전과는 다르게 내가 보는 눈이 좀 높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던 시선보다는 조금 낮춰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나 할까.
하지만 낮은 걸 높다고 타협해서 말하기엔, 내 안의 무언가가 거부하고 있었다. 덕분에 말을 직설적으로 한다고 직원들이 나에게 완벽주의자라는 말을 했었다. 아마 뒤에서는 온갖 욕을 다 하고 있겠지?
“클래식 연주가들을 모아 놓고 최고의 연주를 하는 사람을 뽑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래. 방송사는 울프.”
“울프라….”
다즈니 산하 회사잖아. 뭔가 알아내고 내게 악감정을 품고 이러는 건…. 아니겠지, 설마?
만약 지난번 다즈니 뮤직 사태에서 내가 만든 음악들에 심어 놓았던 것들 때문에 악감정을 품고 나를 섭외하려는 거라면…?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나에게 뭔 짓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봐봐. 내가 나가고 안 나가는 건 뭐 크게 상관없는데, 거기가 다즈니 자회사인 게 좀 걸리네.”
“요청 사항에 보면 아메리칸 아이돌 이후, 새롭게 글로벌 프로젝트로 시작하는 클래식 연주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심사 위원으로 초빙하고 싶다고 하는데? 일단 다시 연락해서 자세한 이야기를 해 달라고 할게.”
아무리 경계를 하더라도 부족하다. 자회사에서 생긴 문제 때문에 주식이 반 토막이 났다고 하더라도, 아직 다즈니가 미디어계의 공룡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았으니까.
공룡이 나를 잡아먹으려고 하는 걸까? 위기감이 들었다.
음악이 싫은 음악천재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