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hates music RAW novel - Chapter 84
083화
시간을 조금 되돌려 6개월 전, 중국.
“언론에 비방하는 내용을 올려도 이정현은 반응이 없습니다.”
“그놈은 자존심도 없나? 다른 사람이 자신을 욕하는데 참고 있는단 말이야?”
“참는 것이 아니라 무시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들은 중국의 피아노 신동 창샤오위를 어릴 때부터 원조해 온 후원회.
현재 음악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정현을 비방해서 논쟁으로 이끌어, 자신들이 후원하는 창샤오위를 그 자리에 넣으려 했다.
하지만, 이들의 작전에 이정현이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아 작전은 실패.
“소국의 나부랭이가 아주 대인 노릇을 하려고 하는구먼!”
“저희를 무시하는 것은 우리 대국을 무시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아주 발칙한 놈입니다.”
클래식계에서 중국의 이미지가 안 좋아진 것은 이정현의 잘못이 아니라, 2000년에 쇼팽 콩쿠르를 우승하고 태업을 한 끝에 나락으로 떨어진 같은 중국인의 잘못이었다.
그런데도 이들은 ‘중국의 위상이 한국 같은 작은 나라에서 나온 음악인으로 떨어지고 있다’며, 말도 안 되는 억지로 이정현을 끌어내리려 하던 것이다.
“다른 방법 없겠나?”
후원회의 회장이 함께 이야기하던 총무에게 물었다.
“두 번째 비책이 있긴 합니다.”
“어서 말해 보게!”
“우리 후원회에 기부를 해 주시는 분 중에 미국에도 크게 투자를 하는 분이 계시는데, 그분을 통해 미국의 방송국에서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거죠. 거기에 심사 위원을 해 달라고 이정현을 끌어들이는 겁니다.”
총무가 회장에게 말한 계획은 단순하지만은 않았다. 국제적인 정세가 미국이 중국을 배척하는 입장이라 드러내놓고 중국인인 창샤오위를 이정현의 자리에 넣는다면, 자신들이 욕을 먹을 것이 확실하기에 교묘하게 그 틈새를 비껴가는 작전이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경연 프로그램의 심사 위원으로 초빙하여 그 후에 구도를 창샤오위와 대결하는 구도로 이끌어 이정현을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자는 것. 그런 방법으로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겪지 않았던 패배라는 딱지를 이정현의 이마에 붙이는 것이다.
“이게 성공할 것 같은가? 아무리 우리가 깎아내려도 그놈의 능력이 굉장하다는 것은 인정해야 되네.”
“회장님.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정말 쉬운 일입니다. 이정현과 직접 대결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놈이 내세운 다른 이를 이기면 되는 것이지요. 자신이 누군가를 잘 가르치지 못한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한 적이 있습니다.”
“그놈이 가르친 다른 이를 우리 샤오위가 꺾는다…. 그런 일만으로 이정현을 끌어내릴 수가 있겠나? 본인을 꺾는 것이 아니라 그놈이 가르친 사람을 꺾는 것 아닌가.”
“구도를 이정현이 가르친 누군가가 아니라, 이정현과 샤오위의 구도로 보이게 한다면 훨씬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과연! 제갈공명이 울고 갈 정도로 굉장한 계획이구먼! 자네가 적이 아니라 나의 편인 것이 천운이야!”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회장님.”
둘의 기쁨에 찬 웃음소리로 후원회의 회장실이 물들어 갔다.
다음 날, 총무는 자신들에게 후원해 주는 탄센트의 회장을 방문했다.
IT 기업인 탄센트의 회장인 모화텅은 클래식 애호가였기에, 이정현 같은 인재가 중국에서도 나오길 바라는 마음에 각종 예술에 후원하고 있었다.
그저 클래식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후원하는 그에게 직접적으로 이정현을 공격한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단지 이런 방법을 사용해서 이정현을 공개적으로 활동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하며 교묘하게 꼬드겼다.
“아니, 그렇게 해서 이정현 씨가 더 많은 활동을 할 수가 있겠소? 그가 노래를 불렀던 것이 벌써 10년도 넘게 지났단 말이오. 지금처럼 곡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싶단 말이외다.”
“그래서 대결 구도를 만들자는 겁니다. 이번에 콩쿠르 우승으로 회장님이 후원하시는 창샤오위와 말이죠.”
금빛으로 휘황찬란하게 장식되어 있는 탄센트의 회장실 소파에서 후원회의 총무는 대결 구도를 끌어내면 이정현이 다시 노래할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
“그런 방법으로 그가 전면에 나서겠소?”
“그 대결에서 그가 가르친 이가 창샤오위에게 지게 된다면, 그는 분명 전면에 나설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회장님도 다시 그의 노래를 들을 수 있게 되시는 거지요.”
결국 모화텅 회장은 감언이설에 넘어가 제작비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울프 엔터테인먼트와 프로그램 투자 계약을 끌어냈다.
미국의 방송국과 프로그램 제작에 대한 계약이 체결되었다는 소리를 들은 후원회의 회장은 기쁨에 차올라 휴식을 취하던 샤오위를 후원회 사무실로 불렀다.
“이정현과 겨룰 수 있는 무대가 만들어졌다. 여기에서 이기면 네가 세계 최고가 되는 거야, 샤오위!”
“정말 제가 그와 겨뤄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샤오위의 말에 회장은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는 투로 웃으며 답했다.
“그와 직접 맞상대하는 게 아니다. 그가 내세운 다른 사람과 겨루게 될 거야. 그것도 세계 주요 콩쿠르 우승자도 아닌 사람과 말이지. 아주 쉬운 일이 될 게다.”
“…이정현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는 게 정말인가요? 확실한 거죠?”
샤오위는 속으로 걱정이 되었다.
자신이 처음 피아노를 시작할 무렵부터, 중국 옆의 작은 나라 한국에서 천재 음악가가 나왔다고 언론이 떠들썩하게 이정현을 비추는 것을 보며 자랐기 때문이었다.
후원회의 회장은 샤오위가 그를 뛰어넘을 거라고 이야기했었지만, 자신이 직접 국제 콩쿠르에 나가서 목격한 그의 위상은 감히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회장은 총무가 했던 보고를 바탕으로 이정현은 패배하더라도 그리 신경 쓰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를 했다. 승부에 연연하지 않는 성격이라는 말과 함께.
“그럼! 우리가 면밀히 분석한 결과 그는 절대로 전면에 나서지 않을 거라는 결론이 나왔다.”
“지난번에도 시키신 대로 언론에 안 좋은 이야기를 했지만, 그 이후에 악몽을 여러 번 꿨어요…. 알고 계시겠지만, 이쪽 클래식계에서는 그를 뛰어넘을 사람은 적어도 수십 년간은 나오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가 있다고요.”
“그런 말 하지 말아라. 계획대로만 된다면 그 이정현도 너를 인정하게 될 테니까.”
샤오위는 후원회의 회장을 신뢰했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코흘리개 어린아이 시절부터 후원자를 자처하며, 자기 일도 그만두고 자신에게 헌신적으로 대해 주는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회장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며 이정현의 위치에 자신이 올라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 것이 아니었다.
언론에서 이정현을 비방하고 도발하는 일을 해 봤지만, 그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지나가 버렸다.
아무런 반응이 없어서 그는 자신의 존재를 모를 거로 생각했다. 존재를 알아챘다면 어떻게 해서든 반응을 할 만큼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말들이었으니까.
언론에 나서서 이정현에 관해 이야기를 했던 때부터 한 달이 지나서 이제는 악몽도 자주 꾸지 않게 되었는데, 회장은 다시 지난번과 비슷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와 정면으로 대결을 하라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그 말에 샤오위의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해 볼게요.”
호승심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샤오위는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라가고 싶었다. 그 자리가 지금까지는 너무 높아 닿을 수 없었지만, 그와 직접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잘 생각했다. 그러면 나는 프로그램 제작사 측에 참가한다고 알려 주어야겠구나.”
***
녹화가 시작되기 전의 울프 스튜디오에 도착한 샤오위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일곱 살 때부터 말로만 들어 왔던 세계를 휩쓴 음악가 이정현과 처음으로 마주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와 대결하는 것처럼 만들어진 예고편을 보았다.
촬영 현장에서는 아무도 없이 혼자 촬영을 했기에 혼자 등장하는 장면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울프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진 포스터에 나온 자신의 모습은 이정현과 위아래로 서로 마주 보고 있어, 마치 게임에서 마왕을 물리치러 가는 용사처럼 보였다.
너무나도 강력해 보이는 마왕에게 도전하는 것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불안이 마음 한구석에서 피어올랐다.
포스터를 바라보며 샤오위는 고동치는 자신의 심장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언니. 회장님 말대로 내가 정말 이정현을 이길 수 있을까?’
“회장님이 말했잖아. 이정현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상대하는 거라고. 굳이 상대할 필요도 없어.”
대기실에서 매니저와 함께 녹화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며 마음을 추스르려 애썼다.
똑똑-
“준비하실 시간입니다!”
안내하는 조연출을 따라 복도를 걸어가는 발걸음이 무거워져, 한껏 긴장한 마음으로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이곳에 출전하기 위해 차려입은 고급 치파오가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후우….”
시드를 배정받으며 초청받은 다른 다섯 명과 함께 신호에 맞춰서 입구를 따라 들어가는 길은 그 길이보다 더 멀게 느껴졌다.
“세계의 콩쿠르를 우승한 본선 참가자들을 소개합니다!”
진행자가 내뱉은 멘트에 따라 스모그가 깔린 길을 걸어 무대를 향했다.
***
미디어에서 보도되었을 때 그렇게 자신감이 넘치는 얼굴이던 것과는 다르게 직접 마주한 창샤오위는 조금 겁먹은 얼굴이었다. 내가 그렇게 무섭게 생기지는 않았는데.
다른 다섯 명의 얼굴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그래도 콩쿠르 우승자들이니까 실력은 괜찮은 편일 테지.
적어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치러진 예선을 통과한 아마추어 여섯 명과는 다른, 국제 콩쿠르 수상 경력 보유자들이니까.
무대 위에 서로 마주 보고 있는데 카메라가 가까이 다가와 찍었다. 애써 무시하며 건너편에 있는 시드 출전자들을 바라보자, 각자의 눈에 가득 배인 욕심.
함정에 빠졌다는 걸 알았을 땐 이미 벗어날 수 없는 곳까지 들어온 상태였다.
예선이 끝날 때까지 몇 주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질 않아서 괜찮을 거로 생각했었는데, 역시 나쁜 예감은 틀리질 않네.
“그러니까 우리가 멘토링을 한 사람이 시드 진출자와 겨뤄서 이긴 사람이 상금을 타 간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이 대결의 심사 위원은 방송을 보고 계시는 바로 여러분입니다.”
대본 같은 것이 없음에도, 마치 누군가가 치밀하게 짠 각본처럼 카메라를 향해 손을 뻗으며 싱그러운 미소를 보내는 진행자.
이래서 방송하는 사람들은 타고나야 한다. 저 자연스러운 표정만 보면 드라마에서 연기를 하라고 해도 잘할 것만 같았다.
나였다면 돌발 질문에 저렇게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대답을 할 수 있었을까?
“대결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지금 저희 웹사이트에 접속해서 여러분들의 아티스트를 만나 보세요!”
어휴…. 내가 뭔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여기에 나왔을까. 이 대결에서 이긴다고 내가 얻을 것이 하나도 없는데.
음악이 싫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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