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hates music RAW novel - Chapter 91
090화
내 목소리가 너무 컸던 탓일까. 스튜디오 내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참가자와 스태프들 뿐만이 아니라 객석에 앉은 방청객까지 모두.
나는 딱히 이 방송 현장에서 주최 측이 만든 포지션에 맞게 무찔러야 하는 악당이 되고 싶지는 않았지만, ‘투표 결과’라는 정의에 태클을 거는 악당이 되어 있었다.
“지금 이 결과는 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행해진 깨끗한 심사 결과입니다. 이것에 이의를 제기하시는 겁니까?”
제작진이 전달한 진행 카드에는 이런 내용이 없었기 때문인지, 사회자는 조금 당황한 듯한 얼굴로 마이크에 입을 가져다 대고 내게 물었다.
“당연히 저는 제가 생각하는 것과 1위가 된 사람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뭐가 이상하다고 하시는 건가요?”
“왜 시청자 수와 득표 수는 공개를 하지 않나요? 그냥 1위부터 12위까지 순위만 공개하는 프로그램은 세상 어디에도 없어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았고, 그중에 몇 표를 얻었다고 말을 해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나 해서요.”
국제 콩쿠르에서도 얻은 점수를 보여 주는데 이렇게 공개 방송으로 행해지는 방송에서 그런 정보 없이 순위만 공개하는 것은 좀 이상하다.
깨끗하다면 오히려 더 결과를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방청석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지금 저 결과가 조작이라는 거야?”
“조작이라는 게 아니고, 투표수를 공개해 달라는 거잖아.”
“그냥 아메리칸 아이돌처럼 하던 대로 심사 위원 체제로 가지 왜 갑자기 인터넷 투표를 한다고 해서 부정을….”
“이정현이 저렇게 말할 정도면 뭐가 있어도 있는 거 아닐까?”
“그러네. 순위가 공개되어서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이정현 말대로야.”
“왜 뭐가 어때서. 어차피 이번이 최종전이 아니잖아. 순위보다 중요한 게 어딨어?”
내가 앉은 자리 바로 뒤에 방청석이 있었기에, 목소리가 큰 사람의 말이 간간이 내 귀에까지 들려 올 정도였다.
스튜디오 안에 자리한 관객들이 웅성대는 소리로 어수선해졌다.
그냥 해프닝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려 해도 장내가 너무 어수선했는지, 사회자는 마이크를 들어 다시 나에게 물었다.
“제작진은 순위 결과에 아무것도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순위는 모두 시청해 주시는 분들이 해 주신 겁니다.”
“하다못해 인기가요 투표만 하더라도 판매량이나 스트리밍 횟수를 함께 기록하는데, 순위만 달랑 나와 있는 것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나머지 정보들도 공개해 주시죠.”
확실히 외부에서 투표를 진행할 경우 조작이 가해질 가능성이 올라가는 것은 맞다.
그렇지만 나는 순위에 조작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게 아니고, 단지 득표율이 궁금하니 공개해 달라는 것뿐이었다.
하다못해 그 흔한 휴대폰 게임만 하더라도 유저 수와 랭킹을 표시하고 그에 상응하는 점수를 보여 준다.
순위만 달랑 보여 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이게 이상했을 뿐이었다.
무대 위에서 꽃다발을 안고 있던 창샤오위가 짙은 화장을 한 무서운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게 느껴졌다.
녹화장 한쪽에 연출진과 진행팀이 갑자기 한곳에 모여 무언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이렇게 되면 방송 사고 아닌가? 지금 이거 생방송으로 송출되고 있을 텐데. 방송의 진행이 멈춰 버렸다.
나는 조금이라도 방송 사고를 줄이기 위해 몇 마디를 더 해 주기로 했다.
“제가 했던 말에 조금 덧붙이자면 말이죠. 지금 1위를 차지했다고 하는 참가자는 다른 사람에 비해 박자도 일정하지 않았고, 페달링도 여러 번이나 틀렸습니다. 그런 참가자가 1위라는 것이 조금 이상하네요. 빌보드의 인기 투표였나요 이거?”
“…. 이정현 씨 수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방송입니다. 확인되지 않은 발언 삼가해 주세요.”
사회자가 아닌 담당 연출인 캐서린이 급하게 마이크를 들어 대답했다. 생방송에서 방송 사고가 났으니 급하게 수습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는데, 그렇게 명확하게 보였던 것을 사람들이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평소에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냥 조용히 지내는 편이었는데, 이런 건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했다.
“확인할 필요도 없죠.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들었을 겁니다. 옆에 계신 로베르토 총장님도 들으셨으니까요. 게다가 음악을 배운 적도 없는 제가 알 정도인데, 시청하는 분들은 그걸 모르고 있을까요?”
“본인이 멘토가 되었던 사람들을 우승시키고 싶어서 하시는 말씀 아닌가요?”
그걸 이렇게 몰아간다고? 자신들의 잘못을 나에게 덮어씌우려고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떳떳하면 정보를 공개하란 말야.
“제가 다른 참가자들은 모두 안 틀리고 연주했다는 것도 아니고, 내가 연습시킨 참가자가 우승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아니잖아요. 제대로 음악을 들은 시청자라면 저 사람에게 표를 주지 않을 것 같아서 한 말이에요. 그리고 총시청자 수 대비 투표수를 공개하라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요?”
담당 연출인 캐서린의 얼굴이 창백해지며 대답했다.
이 정도면 숫자를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있다는 소린데…. 더 찔러 볼까 하고 생각하던 와중에 객석의 사람들이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공개해! 공개해!”
처음에는 한두 명의 목소리로 시작된 공개하라는 목소리는 점차 커져 대략 2백 명 남짓이 들어차 있는 이 생방송 현장에 가득 찼다. 옆에 있는 사람의 말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여기에서도 한 방 터뜨리고 가는군. 하하하. 아주 재밌어.”
“여기서도 라뇨….”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었는지 팔짱을 끼고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무대를 바라보고 있던 뢰베는, 상황이 바뀌자 큰 소리를 내며 웃어 버렸다.
나 이러다가 울프에게도 미움받는 사람이 되는 거 아니야?
***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전작이라고 볼 수 있는 아메리칸 아이돌보다 더 큰 흥행을 하고 있던 바이브. 그 바이브의 첫 생방송에서 방송 사고가 터졌다는 소식은 울프 엔터테인먼트의 국장에게까지 들어갔다.
매화 갱신되는 시청자 수 기록을 기뻐하던 국장은 이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고 바로 총괄 프로듀서를 불러 이유를 물었다.
“캐서린은 왜 투표수를 공개하지 않는 거야?! 이정현 말대로 그게 그렇게 어려운 건가? 원하는 대로 해 주란 말야!”
방송 사고가 일어난 지 5분이 되어가는데도, 수습이 되질 않아 광고가 나오는 상황이었다.
프라임 타임이라고 하는 저녁 일곱 시부터 아홉 시까지 방영되는 프로그램의 5분. 짧다면 짧은 시간이겠지만 이 시간대의 5분은 어마어마한 가치를 갖고 있는데, 5분 동안 아무것도 하질 못한 것이다.
“저 그게…. 공개를 하면 안 됩니다…. 공개를 하면 방송 사고와는 비교도 안 되는 파장을 불러일으킬 겁니다….”
국장에게 불려간 총괄 프로듀서는 울먹이는 얼굴로 공개를 할 수 없다는 말을 했다.
“이유가 뭔데? 방송 사고를 냈다면 어느 정도는 각오하고 이런 일을 벌인 거겠지?”
“투표자 수가 시청자 수를 넘습니다….”
“어느 정도는 오차가 생길 수 있지 않나! 그냥 공개하라고 해! 어차피 우리야 전국구 공중파 방송이니 집계 자체가 완벽할 수는 없지 않은가.”
“여덟 배가 넘습니다….”
미국 내에서만 방영하는 공중파 프로그램이 시청자 수의 열 배가 넘는 투표수를 기록했다.
최근에 바이브의 시청자 수가 4천만 명 정도 되었으니 투표자의 수만 하더라도 3억이 넘는다는 소리였다.
미국의 총인구가 3억이 좀 넘었으니, 정말 어마어마한 숫자가 아닐 수 없었다.
그렇다면 미국 내의 모든 사람들이 바이브를 보고 투표를 한다?
이건 더더욱 말이 되질 않는 이야기다.
열심히 시청하는 사람들에게 부정 투표라는 의혹이 생길 법도 했다.
미국은 다양한 인종이 섞여 사는 만큼 문화들도 많은 부분 섞여 있지만, 깊이 들어갈수록 문화가 많이 갈려 있어 아무리 높아 봐야 슈퍼볼의 1억 명을 깨뜨린 프로그램은 거의 없었으니까.
“투표자가 미국 인구보다 많다고? 그게 말이 되나?”
“저희 방송을 국외에서 불법으로 시청하는 사람들이 투표를 했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숫자입니다….”
“어느 나라인데…?”
“시스템 담당자의 말로는 투표자의 인터넷 IP 90% 이상이 중국으로 생각된다고 합니다….”
애초에 국제적인 이벤트로 광고를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미국 내에서만 하는 방송이다.
공식적으로 시청 가능한 곳이 미국밖에 없다. 그런 방송국의 프로그램 투표에 미국 외부의 사람들이 개입했다는 것.
이 소리는 다시 말해, 공식적인 시청자로 집계되지 않는 외국에서 도둑 시청을 하는 사람이 2억 6천만 명 이상은 된다는 이야기였다.
특히 프로그램 시청자들의 외부 접속자 중 90% 이상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는 거였기에,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전 세계 동시 송출을 하는 프로그램이라면 이런 문제가 전혀 없겠지만, 미국 내 시청자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하는 미국 방송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 국장은 조심스러웠다.
게다가 울프의 모회사는 자사가 만드는 모든 미디어에 대한 통제권을 갖기 원하는 다즈니.
외국에서 자사 방송국 프로그램의 결과에 개입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자신의 목은 문제가 아니었다.
꿀꺽.
충격을 받은 국장이 입을 다물고 침을 삼키는 소리가 국장실을 메웠다.
“…이번은 그냥 넘어가게 해 달라고 해. 다음에 깨끗하게 공개하겠다고 설득해 봐…. 어설프게 입막음하려다가 다즈니 경영진이 알아채는 순간 우린 끝이야!”
“알겠습니다. 제가 뒤에서 캐서린을 불러 따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제발 이번 한 번만 조용히 넘어가 달라고 해 줘…. 이게 공개되는 순간 국내 시청자들에게 욕을 먹는 건 둘째치고, 광고주까지 다 떠나가 버린다고…. 명심해 너나 나나 목이 걸려 있으니까!”
국장의 인생에서 가장 길게 느껴졌던 5분의 방송 사고가 지나간 뒤, CP는 캐서린에게 전화해 국장의 뜻을 전달했다.
이번 한 번만 조용히 넘어가게 해 달라고.
***
결국 광고가 나가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들렸고, 그사이에 나는 담당 연출인 캐서린을 따라 스튜디오의 밖으로 나왔다.
“이정현 씨…. 뒤늦게 이런 말씀 드리기 죄송한데, 한 번만 그냥 모르는 척하고 넘어가 주시면 안 될까요?”
“투표자 수는 결국 말씀 안 해 주실 모양이네요…?”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고압적인 자세로 나에게 책임을 물으려는 말투를 사용하던 캐서린은, 갑자기 저자세로 나에게 부탁을 해 왔다.
“저희가 착오가 있었어요. 아, 투표 결과가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숫자에서 착오가 생겨서 그랬다는 이야기에요. 그러니까, 시스템 오류예요. 시스템 오류.”
식은땀까지 흘려가며 설명을 하는 캐서린. 솔직히 이런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의심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이번은 그냥 넘어간다고 치고, 다음에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거라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죠? 솔직히 나는 김시욱 씨나 엘레나가 우승하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나와 누군가를 붙여 대결 구도로 만들려던 것은 제작진이지 제가 아니니까요.”
“맞아요…. 저희가 시청자 수를 늘리려고 했던 일이죠….”
“그러면 다음에는 어떻게 하실 건지 그 방법을 들어 보고 싶네요.”
나는 식은땀을 비 오듯 흘리는 캐서린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음악이 싫은 음악천재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