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hates music RAW novel - Chapter 93
092화
“진짜 기대된다! 우리 교수님도 바이브에서 배울 게 너무 많다고 하셨어. 특히 지난번에 이정현이 편곡한 두 곡! 25분짜리 원곡을 어떻게 5분으로 압축할 생각을 했을까?”
“맞아. 그 바이올린 소리 소름 돋더라. 어떻게 그런 소리를 만들어 내지? 나는 진짜 한겨울에 눈에 파묻혀 있는 줄 알았잖아. 찬바람이 쌩쌩 불더라니까?”
“나는 그 따듯한 봄바람 같은 곡이 좋던데. 제목이 뭐였더라…?”
“호두까기 인형, 꽃의 왈츠! 발레곡에서 가장 유명한 곡인데 그걸 까먹냐? 그러고도 네가 음대생이야?”
“내 전공이 발레가 아니잖아!”
“그 중국 여자 이번에도 지난번처럼 손가락이 안 보일 정도로 빠르게 연주할까? 나는 그게 너무 기대되던데.”
“이정현이 지난번에 했던 이야기 못 들었어? 박자도 어긋났고, 몇 번이나 틀렸었다고 하잖아. 나는 못 느꼈지만, 그래도 이정현이 하는 이야기인데 그만큼 실력이 없다고 하잖아.”
“그래도 초절기교가 가장 멋있는 건 어쩔 수 없어.”
스테이플스 센터에 들어찬 관객들이 각자의 기대감을 분출하는 말들로 웅성거렸다. 이미 그들의 머릿속은 지난번 TV에서 방영했던 경연의 곡들로 가득 차 결선에서는 그것 이상의 무대를 보여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중앙에 있는 무대를 둘러싼 자리에 관객들이 모두 자리를 했을 때 화려한 무대 효과가 시작되었다.
무대를 채우는 하얀색 연기가 뿌려지고 핀포인트 레이저 조명으로 만들어진 화려한 효과.
그리고 그 뒤에 마이크를 들고 있는 사내가 무대로 올라오는 모습이 보인다.
[신사 숙녀 여러분! 바이브의 최종 결선 현장에 방문해 주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오늘의 사회를 맡은 지미 카멜입니다!]““와아아아아아!“”
다즈니의 또 다른 공중파 방송국인 CBA를 대표하는 화려한 입담의 토크쇼 MC 지미 카멜이 울프의 음악 경연 프로그램 바이브의 결선 진행을 맡았다.
[전 세계에서 이곳에 오신 수많은 경쟁자와 예선을 치르고 올라온 두 명의 생존자를 소개합니다! 한국의 김시욱!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엘레나 자야치키프스카!]무대를 향해 길게 이어진 레드 카펫을 따라 두 명의 남녀가 계단을 올라가며 주변에 있는 사람을 향해 손을 흔든다.
보통의 클래식 공연과는 다르게 두 명은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지 않았다.
머리에 한껏 힘을 주고 최근에 유행하는 감색 셔츠를 입고 크림색 치노 바지와 로퍼를 신은 김시욱. 그가 무대에 올라와 마이크에 대고 소리치자 떨리는 목소리가 여과 없이 전해졌다.
[여, 여, 여, 여러분! 바, 바, 바, 반갑습니다!]““와하하하 저게 뭐야!“”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영화 속의 엘프처럼 허리까지 웨이브 진 긴 갈색 머리칼과 배가 드러난 하얀색 투피스를 입은 엘레나가 말을 했다.
[오늘 너무 떨리지만,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와아아아!“”
짧고 담백했던 두 명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지미는 다음 사람을 호출했다.
[이 두 명의 아마추어를 국제 콩쿠르 우승자와 겨루게 만들어 준 바로 그 사람! 이정현!]정현이 그 뒤를 이어 레드카펫을 걸어 무대로 올라왔다. 주변을 둘러보며 사람들에게 손 인사를 하기도 전에 지미는 재빨리 정현에게 물었다.
[오늘 분위기가 정말 달아올랐는데 말이죠, 경연의 준비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우승을 기대하시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했습니다. 곡을 편곡했고 두 명에게 부족한 것들을 지적했죠. 지난번하고 똑같죠. 우승한다고 저에게 상금을 주는 것은 아니니까 부담 없이 했습니다.]““와하하하하!“”
정현은 진심을 말했지만 스테이플스 센터를 채운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은 그가 농담한다고 생각하며 그의 말을 웃어넘겼다.
[지난번에 편곡하신 두 곡이 지금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는데요, 예상은 하셨나요? 아, 이 곡들이 그 자리에 올라가기 전에, 기존에 1, 2위에 올라가 있던 본인의 곡을 제친 소감도 듣고 싶네요.] [곡을 만드는 수많은 작곡가들이 순위를 예측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자신들과 사람들이 좋아하는 방향으로 곡을 만들 뿐입니다. 조금은 억울하죠. 교향곡이 만들 때는 더 시간이 오래 걸리거든요. 아시죠? 악보의 개수가 많아서…. 그런데 독주곡은 악보를 하나만 그리면 되니까 상대적으로 편했습니다.]웃음기가 넘치는 지미 카멜이 진행하는 바이브의 결선 현장은, 항상 엄숙한 분위기의 공연을 하는 클래식의 현장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분위기로 달아올랐다.
서로 우스갯소리를 주고받는 두 명의 남자에 의해, 기대감으로 공기가 가득 찬 터지기 직전의 풍선 같았던 현장이 부드럽게 바뀌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여기 있는 세계 최고의 음악가와 상대하게 될 분들을 불러 보도록 하겠습니다.]지미 카멜은 멘트를 하고 사람들의 기대감이 최고조로 올라갈 때까지 뜸을 들이다 말을 이었다.
사실 정현이 다음에 올라올 이들과 직접적으로 상대할 일은 없었기에, 이렇게 무대에 올라오지 않아도 큰 상관은 없었다.
하지만 바이브의 주최 측에서는 가장 중요한 흥행 요소로 그가 등장하는 것을 꼽고 있었기에, 이정현을 무대로 불러내어 지속해서 대결 구도를 심어 주었다.
[전 세계 메이저 콩쿠르를 우승한 최고의 연주가들 여섯 명을 소개합니다! 중국의 창샤오위! 미국의 대니얼 로젠! 스웨덴의….]예선 통과자 여섯 명 중 네 명은 탈락하고 남아 있던 것은 김시욱과 엘레나뿐. 로베르토와 뢰베가 멘토링했던 네 명은 콩쿠르 우승자의 연주에 비교하기에는 너무 모자랐기에 탈락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정현의 멘토링이 뛰어났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가 편곡한 곡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을 뿐이었다.
정현과 최종 결선에 참여하는 여덟 명이 모두 올라오자, 사람들은 큰 소리로 각자가 응원하는 사람의 이름을 외치기 시작했다.
팍!
갑자기 실내가 어두워지고 무대에 올랐던 사람들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실내를 환하게 비추던 불빛이 사라지고 하나의 핀 라이트가 켜지며, 피아노가 있는 위치를 비추었다.
무대 위에 홀로 남아 있는 사람은 엘레나. 그녀는 피아노 벤치 위에 앉으며, 작은 숨을 내쉬곤 자신의 기다란 손가락을 건반 위에 올려놓았다.
[가장 먼저 엘레나 자야치키프스카가 보내드립니다. 이번에도 역시 최고의 음악가 이정현 씨의 편곡이 가미된 최고의 독주곡! 천사를 닮은 그녀의 연주와 함께하시죠.]스테이플스 센터의 천장 정중앙에 붙어 있는 4면 모니터에 그녀가 연주하는 곡의 제목이 떠올랐다.
[차이코프스키 – 백조의 호수 정경 (The Swan Lake Op, 20 : Scene)]고고한 백조 한 마리가 호수 위에서 조용하게 헤엄치는 장면이 연상되는 곡이 시작되었다.
혼자서 호수 가운데를 향해 가는 외로운 백조.
사악한 마법사 로트바르트에 의해 밤에만 사람으로 변하는 저주에 걸려 낮에는 백조가 되어 버리는 백조의 여왕 오데트 공주.
사람들은 그 슬프고도 아름다운 멜로디에 빠져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쏟아내었다.
120인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원곡과 달리 하나의 악기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반복되는 구절보다 하나의 멜로디를 더 많이 강조하는 편곡.
원곡의 웅장함 대신 미스터리가 가미된 것 같은 백조의 호수가 완성되어 무대에서 퍼져나갔다.
반주가 없기 때문에 무게감은 훨씬 덜했지만, 원곡보다 쓸쓸한 감정의 전달은 더욱더 진해진 피아노 독주곡이 스테이플스 센터를 가득 메우자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하아…. 저렇게 우아한 옷을 입고 이런 쓸쓸한 곡을 연주하다니….”
“우아하다니, 캐주얼 입고 나왔잖아. 저 복근 어쩔…?”
“사실 엘레나가 오데트 공주인 것 아닐까?”
관객석에 앉은 많은 사람은 엘레나의 연주에 감탄했고 또한 그녀가 입은 옷과 너무나도 잘 매치가 되는 외모에 한 번 더 감탄했다.
본선 경연과는 다른 방향으로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캐주얼 스타일의 옷을 입고 나온 엘레나를 바라보는 사람들. 그들은 그녀의 외모에 한 번 반한 다음 연주에 반했다.
이미 그녀의 인기는 어지간한 아이돌 그룹의 인기보다 많아져서 팬클럽까지 생겼을 정도였다.
3분 남짓의 짧은 곡이기에 연주가 끝났을 무렵 사람들은 너무 빨리 끝나 아쉬움이 남은 나머지 박수갈채를 멈추지 않았다.
“우와아아 최고!”
“나랑 결혼해 줘요!”
다소곳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사방의 관객석을 향해 우아한 인사를 하는 엘레나.
팍!
그녀의 인사가 끝나자마자 스테이플스 센터 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에 휩싸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엘레나의 뒤를 이어 연주할 창샤오위를 조명이 비추었다.
사실상 우승 후보 두 명이 처음과 두 번째에 연주하게 된 것이다.
지난번에 사람들에게 어필했던 몸매가 드러나는 옷이 아니었기에 사람들이 그녀의 외모를 보고 감탄하는 일은 적었다.
[중국이 낳은 클래식계 최고의 스타를 만나 보시죠. 창샤오위!]지미 카멜의 목소리가 그녀를 소개하는 말을 하자, 샤오위는 객석을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 피아노 벤치에 올라앉았다.
플랫 슈즈를 신은 발이 페달의 위에 얹어지고 조금은 앞으로 숙인 상체가 피아노에 가까워지며 작은 소리로 연주가 시작되었다.
상단 디스플레이에 나온 제목.
[리스트 – 라 캄파넬라 (Lists – La Campanella).]지난번의 쇼팽에 이어 이번에도 초절기교로 유명한 리스트의 곡을 선곡했다.
도입부부터 이어지는 스타카토로 구성된 멜로디가 들려 온다.
짧게 끊어가는 멜로디들이 머릿속에 반복되는 종소리를 들려 준다.
미친 듯한 난이도를 자랑하는 곡인 만큼, 잠시도 쉬지 않고 피아노의 고음부와 저음부를 두드리는 샤오위의 모습에 사람들은 하나같이 숨을 멈췄다.
악보 위에 표현된 음표의 반이 스타카토로 지정된 곡.
쉴 새 없이 나오는 음표들을 모두 끊어가는 미친 난이도를 아무렇지도 않게 표현하는 샤오위.
샤오위의 발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움직임으로 페달을 밟고 있었다.
호수 위를 유유자적하게 수영하고 있는 백조가 쉴 새 없이 발을 움직이며 이동하는 것처럼, 페달을 밟기 위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것을 본 관객들은 열광했다.
“와…. 이번에도 샤오위는 기교로 승부하네? 나 하이라이트에서 숨넘어가는 줄….”
“난 지난번처럼 몸에 쫙 붙는 옷을 기대했었는데, 이번에는 조금 별로인 것 같아. 실망했어.”
“저 손가락 좀 봐. 미친 듯한 페달링은 어떻고. 스타카토가 완벽하잖아?”
많은 수의 음악 전공자들도 이곳에서 관람하고 있었지만, 샤오위가 가진 기교에 대한 평가는 완벽했다.
엘레나가 분위기로 승부한다면, 샤오위는 기교로 승부한다는 말이 나올 법한 승부였다.
하이라이트까지 올라가며 손가락은 쉴 새 없이 건반을 두드린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음들을 타건하기 위해 오른손은 한곳에서 멈추어 두 개의 음을 반복해서 들려 주었고, 왼손은 멜로디를 연주한다.
마지막까지 자신이 보여 줄 수 있는 최고의 초절기교를 보여 준 창샤오위는 온몸에서 비 오듯 땀을 흘리며 자신이 쏟아낸 열정을 보여 주었다.
“와아아아! 진짜 최고의 퍼포먼스다!”
그녀를 응원하는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은 마지막까지 어긋남이 없었던 초절기교에 열광하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창샤오위는 새파랗게 질릴 정도로 모든 것을 쏟아내어 창백해진 얼굴을 한 상태에서도, 사방을 가득 에워싼 관객을 향해 인사를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두 명의 피아노 연주자가 모두 연주를 끝냈기에, 오늘의 진행자인 지미 카멜은 피아노를 외부로 옮기기 위한 시간 벌이에 나섰다.
[두 분의 연주 어떠셨습니까? 즐겁게 감상하셨나요?]““네에에에에!“”
사람들은 지미 카멜의 말에 마치 작은 소리를 내면 공연을 즐기고 있지 않은 것처럼 느꼈는지 자신들이 낼 수 있는 최고의 크기로 소리를 질렀다.
[여러분들이 입장하시는 순간 저희가 드렸던 투표용지 아직 잃어버린 분은 안 계시겠죠?]““와하하하하!“”
[그 투표용지는 재발행이 안 되니 잃어버리시면 투표권을 잃어버리는 것이 되니 잘 챙겨 주셔야 합니다.]지난번에 제작진 측에서 정현에게 약속했던, 투명한 투표 결과를 위해 정확하게 입장하는 사람의 수에 맞춰서 제작된 투표용지였다.
피아노를 무대에서 옮기는 잠깐의 시간을 이용해 투표용지의 재발행은 없다는 것을 못 박아 두는 지미 카멜. 아마 지난번 생방송 때 약간의 논란이 되었던 것을 의식한 듯 최대한 시청하고 있을 모든 사람에게 논란의 싹을 자르는 듯했다.
[자, 그러면 다음 연주자를 모시기 전에 여러분이 너무나도 좋아하시는 이정현 씨를 모시고 연주에 대한 감상평을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지미 카멜의 말이 끝나자마자 무대 앞에서 연주를 지켜보던 정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로 오르는 계단으로 향했다.
음악이 싫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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