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hates music RAW novel - Chapter 97
096화
[미국에서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던 이정현 씨가 금일 전세기를 통해 통칭 ‘이정현 사단’ 인원들과 함께 귀국했습니다.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의하면 한국에 귀국하는 것은 개인적인 일정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 한국의 음반 시장에 끼치는 영향력에 주식 시장의 관련주 폭등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TV에서는 이정현의 귀국으로 인해 주식 시장이 요동친다는 뉴스 기사가 흘러나왔다.
음악 업계는 작년 유지현의 빌보드 TOP 200 차트 진입으로 인해 이미 호황이 찾아온 상태였지만, 정현이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그 호황이 길어지기를 바랐던 기대 심리가 작용했던 것이다.
“JHJ랑 체리 엔터 이번에 떡상하겠지?”
“작년에는 이렇게 될 줄 몰랐는데….”
가장 먼저 유지현이 소속되어 있는 기획사 체리 엔터테인먼트의 주식이 상한가를 치며 그 시작을 알렸고, 그 뒤를 JHJ 토탈 뮤직이 이어갔다.
“새로운 가수 발굴하러 온 거 아냐? 얼마 전 바이브처럼?”
“아…. 그러면 방송국 쪽 주식도 사 놓아야 하는 것 아냐?”
곳곳에서 이정현 효과로 이득을 보기 위한 치열한 눈치 싸움이 벌어졌다.
그렇게 사람들의 기대가 부풀어 터지기 직전까지 가득 차올랐지만, 정현이 한국에 돌아온 이유가 음반 같은 것이 아닌 큰누나인 정희의 결혼 때문이라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정현은 한국의 미디어를 신뢰하지 않았기에 아무런 정보도 흘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헛다리를 짚은 뉴스가 만들어 낸 소문이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고 있었다.
***
“이정현 씨 한국에 완전히 돌아오시는 겁니까?”
“유지현 씨와 다시 콜라보레이션을 한다는 소문이 있는데 사실입니까?”
“새로운 스타 발굴 프로그램에 출연하신다는 소문이 있는데 정말인가요?”
“말씀 한마디만 좀 해 주세요!”
귀국한다고 누가 소문을 낸 건가.
3월이 되어 인천 공항에서 입국 게이트를 지나자마자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솔직히 내가 한국에 온 것이 큰일도 아니고, 돌아오면 안 되는 곳에 온 것도 아닌데 이렇게 사람들이 몰려서야….
“사람들에게 방해됩니다. 비켜서세요!”
덩치가 큰 경호원들이 앞에 서서 기자들 사이를 갈라놓으며 겨우겨우 빠져나왔다. 물론 경호원들은 모두 영어를 사용했지만, 그 커다란 덩치에서 나오는 위압감 때문인지 기자들은 주춤거리며 옆으로 비켜섰다.
지난번에도 경호원이 있었다면 이렇게 편하게 빠져나올 수 있었을 텐데. 진작에 경호원을 고용하지 않은 것이 이렇게 후회될 줄이야.
일행에서 가장 앞에서 걷는 마리의 뒤를 따라 출국 게이트를 빠져나오자, 그녀가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차량이 저쪽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마치 엄마 닭을 따라다니는 병아리들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일행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몇 배는 많은 사람이 함께 한국으로 들어왔다.
“다시 한번 물어볼게요.”
““네~!“”
경쾌하게 대답하는 일행. 마치 초등학생 같다.
“대체 왜 나를 따라온 거예요?”
“매번 크리스만 데려가고! 저도 한국에 와 보고 싶었다고요, 사부님!”
“당연한 겁니다. 저는 에릭의 매니저니까요.”
에릭의 말에 이어 마리가 마치 바늘 가는 곳에 실이 가는 것처럼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저는 휴가예요!”
학생인 것처럼 손을 들고 대답하는 안젤리나.
“사장님의 누나분에게 축가를 불러드려야죠!”
“한국의 결혼은 본 적이 없어서 너무 기대돼요!”
시에스타 네 명, 그리고 거기에 따라오는 매니저와 코디네이터, 메이크업 아티스트.
“나는 리의 매니저니까.”
“그래. 크리스는 그럴 수 있다고 치자. 내 일정을 항상 함께 다녔으니까. 시욱 씨는 왜?”
“아…. 저는 원래는 돌아올 생각이 없었는데, 공짜로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말에 그만….”
바이브의 우승자인 엘레나는 상금을 갖고 우크라이나로 돌아갔지만, 상위 입상을 하지 못한 김시욱은 거의 참가상 수준의 출연료를 받았다.
하지만 이렇게 짠돌이였을 줄은…. 그 출연료 비행기표보다는 비싸잖아! 상금을 제외하고 방송 출연료만 해도 수백만 원 이상은 될 텐데.
전세기가 보잉 747 같은 커다란 제트기가 아니라서 수백 명을 데리고 올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 여기에 있는 사람만 하더라도 스무 명에 가까웠다.
“어휴…. 저거 한 대로는 안 되겠네요. 큰 밴으로 두 대 정도 더 빌리죠.”
마리가 미리 빌려 놓은 차는 25인 미니 버스. 물론 모든 사람이 준비된 좌석에 앉는다면 타고 갈 수는 있겠지만, 좁아터져서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겠습니다.”
“이틀 뒤인 토요일에 결혼식이니까, 오실 분은 오시고 관광하실 분은 관광하세요. 꼭 오실 필요는 없습니다.”
여기에 모인 사람 대다수가 한국에는 처음 오는 것이었기에, 나는 굳이 결혼식에 꼭 오라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
“가야죠! 사장님 누나는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요!”
시에스타의 래퍼 제이드는 아이돌로 크게 성공을 했음에도, 여전히 말괄량이 같은 장난기 가득한 말투로 나에게 말을 했다.
처음에 호텔을 예약하지 못해서 내 방 앞에 쪼그려 앉아 있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이제는 이렇게 당당한 모습이라니….
“일단 마리 씨가 인솔해서 다들 예약해 놓은 호텔로 가세요. 저는 제집으로 갈 테니까. 제 전화번호는 아시죠? 일 있으면 전화해 주시고요.”
“알겠습니다.”
유치원 선생님처럼 믿음직한 마리에게 모두를 맡기고 나는 집으로 향했다.
***
“누나는 결혼하는데, 너는 여자친구 없니? 엄마는 파란 눈이라도 괜찮으니까 데려오기만 해.”
“뭔 파란 눈은 파란 눈이에요. 만나는 사람 없어요. 아직 작은 누나도 결혼 안 했는데 나를 보내려고 해.”
누나의 결혼식이 치러지는 서울 시내 호텔.
결혼식 때문에 곱게 한복을 차려입으신 어머니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나 읽어 보았던 명절 어르신들의 말씀을 했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다들 비슷하게 변해 간다고 하던데, 다른 사람에게는 일어나도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줄 알았던 일이 벌어지다니.
“요즘에 그런 순서 따지는 세상이니? 그냥 좋은 짝 만나면 먼저 가고 그러는 거지.”
“생기면 누나들보다 먼저 말씀드릴게요. 그리고 TV에서 그런 거 말하지 말라고 하잖아요. 듣는 사람은 스트레스 쌓이니까.”
작은누나는 큰누나의 신부 대기실에서, 나는 어머니와 둘이 서서 하객들을 맞고 있었다.
친구인 수원이가 오늘의 돈 관리.
내가 서 있는 곳의 뒤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과 돈 봉투를 체크하는 아주 중요한 임무를 맡았다.
맞은편에 신랑 측의 부모님. 즉, 사돈 어르신들이 화창한 얼굴로 손님을 맞이하는 것이 보인다.
어머니 옆에 아버지가 계시지 않아 비어 있는 자리가 오늘따라 조금 커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이겠지.
“상견례는 한 거예요? 그때 부르지 결혼식장에서 처음 매형 될 사람 얼굴을 봤네.”
“너 바쁠까 봐 그랬지.”
나를 위해 그랬다고 하는데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앗! 이정현 씨 아니세요?”
“아, 네. 이정현입니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나를 보며 놀라고 갑자기 다가오는 경우가 많았다. 멀리서 나를 지켜보는 경호원들의 눈빛이 심상치 않아서 괜찮다고 눈짓을 주고 나서야 잠잠해지기를 여러 차례.
“이렇게 서서 인사하는 것도 진짜 너무 힘드네.”
“네가 결혼하면 더 힘들다. 나는 너무 힘들어서 두 번은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뒤에서 들려 오는 수원의 목소리가 혼잣말에 반응했다. 아직 결혼할 사람도 없는데 벌써 보내려고 하냐?
손님이 오지 않아 잠시 쉬면서 아픈 다리를 주무르고 있는데, 한국 땅에서 듣기 힘든 영어로 많이 듣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희 왔어요!“”
갑자기 몰려온 회사 사람들이 인사를 해야 하는 나를 에워싸고 말았다.
“생각보다 일찍 왔네요? 자리 안내해 줄 테니까 앉아서 기다려요.”
“사장님은 여기에서 뭐 하고 계신 거예요?”
안젤리나가 물었다.
“결혼식에 오는 손님들에게 누나를 대신해서 인사하고 있는 거예요.”
“아아~”
한국에 처음 오는 사람들의 모임이라 조금은 신기한 것들이 많이 보였는지,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는 모양새가 시골에서 막 상경한 사람들 같았다.
회사 사람들을 하객석으로 안내하고 다시 입구로 돌아와 사람들에게 인사를 열심히 했을 무렵.
“가족분들 입장해 주세요.”
도우미가 다가와서 시간이 되었음을 알려 주었다.
이윽고 시작된 결혼식.
[신랑 입장!]스피커를 통해 신랑이 행진을 하는 것을 알리며, 경쾌한 음악과 함께 매형이 걸어온다. 조금 전 호텔에 도착하면서 얼굴을 처음 보았지만, 내가 알고 지냈던 얼굴인 것처럼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사실 나는 결혼에 대한 환상이 별로 없는 편이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금실이 좋았다고는 하지만, 어린 시절 가정에 대한 환상을 가질 만한 나이에 아버지가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볼 때면, ‘내가 아이를 갖는다면 나는 과연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반복해서 든다.
그렇기에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가 결혼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면, 조금 부담스러워져 얼마 지나지 않아 헤어지곤 했다.
결혼식에서 이어지는 여러 가지 것들을 떠올리며 조금은 복잡한 심경으로 바라보는 누나의 결혼식.
[자, 이번에는 오늘의 주인공이죠. 신부의 입장이 있겠습니다. 큰 박수로 맞아 주십시오. 신부, 입장!]바그너의 결혼 행진곡이 스피커를 통해 들려 온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단아한 모습의 누나가 두 손으로 부케를 가슴까지 올린 채 걸어온다.
마치 걸음을 결혼 행진곡에 맞춘 것처럼 느린 박자의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터지는 사람들의 박수 소리가 들려온다.
***
[너 여자친구 있었어?]“그건 또 뭔 소리야? 내가 여자친구가 어딨어?”
[뉴스에 나오던데?]누나가 신혼여행을 위해 공항으로 떠난 다음, 뒷정리를 하고 있던 도중에 걸려 온 수원의 전화.
급하게 TV를 틀었더니 뉴스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긴급 속보입니다. 며칠 전 예고 없이 예고 없이 귀국해 화제가 되었었던 이정현 씨가 서울 시내 모 호텔에 미모의 여성과 함께 나타났다고 하는 소식입니다. 현장에서 자세한 소식 김대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여기는 서울 시내 모 호텔.
몇 시간 전 이정현 씨가 미모의 외국인 여성과 함께 나타난 현장입니다.
한국을 떠나 현재는 미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정현 씨는 며칠 전 갑작스럽게 귀국했습니다.
그런데 이곳 호텔의 로비에서 이정현 씨가 과거 가수로 활동했던 안젤리나 던슨 씨와 함께 있는 모습이 사람들에게 목격되었습니다.]
기자의 말이 끝나자 사람들이 휴대폰으로 찍은 영상이 이어졌다.
결혼식이 끝나고 나서 회사 사람들과 함께 이동하는 중에 옆에 안젤리나가 서 있는 모습만 클로즈업되어 있는 영상.
그 앞에 같이 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게 모자이크된 상태.
이건 또 뭐야. 이런 게 왜 아홉 시 뉴스에 나오고 있지?
호텔에서 안젤리나와 함께 나오는 장면이 뉴스에서는 마치 애인과 함께 호텔에 머무르는 것처럼 순서가 편집되어 있었다.
밝게 웃는 안젤리나와 시큰둥한 표정의 내 얼굴.
[미국 현지에서도 많은 이들에게 목격되었던 이 두 사람은 한국에서도 함께 머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기자는 나와 안젤리나가 공인된 커플인 것처럼 말했다.
음악이 싫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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