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hates music RAW novel - Chapter 98
097화
인터넷 포털은 이정현에 대한 기사로 도배가 되었다. 이 기사들을 토대로 영국과 미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많은 언론사에서 정현이 열애 중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회사 측에서는 해당하는 기사가 나가자마자 그저 가족의 결혼식에 참석했을 뿐이라고 일축했지만, 언론들은 그 이야기에 더 불타올랐다.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사이가 아니라면 가족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는 한국의 문화. 그 때문에 정현의 누나 결혼식에 참석했다고 말한 것이 더 큰 화근이 되어 이야기는 점점 더 커져만 갔던 것이다.
한국의 기사를 번역해서 나르던 외국 언론들은 며칠이 지나자, 한국보다 더 노골적으로 정현에 대한 기사들을 실었다.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거의 모든 사람은 각종 미디어의 기사를 읽고 이정현의 이야기를 하기 바빴다.
“이야, 이정현 여자친구 진짜 예쁜데?”
“그 여자잖아! 빌보드 1위 찍었는데 담당 프로듀서가 문제 일으켜서 퇴출당했던.”
“지금까지 연애 소식이 하나도 없길래 독신주의자인 줄 알았네. 저렇게 예쁜 여자친구를 어떻게 숨겨? 나 같으면 매일매일 사람들한테 자랑할걸?”
“바이브에서 껴안았던 그 여자는 그럼 뭐야? 삼각관계인가?”
길거리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모두 정현의 연애 이야기를 하기 바빴다.
그리고 그들의 또 다른 관심사.
“당연히 돈도 많겠지? 돈도 많고 여자친구도 예쁘고. 정말 다 가졌구나….”
“미국 빌보드 차트 상위 점령한 지 몇 년째고, 한국 차트도 유지현이 부른 이정현 곡이 아직 1위잖아. 사람들이 한 번 들을 때 1원씩 나온다고 쳐도 수억 원일 텐데 당연히 많겠지.”
“나 같으면 그렇게 돈 많이 벌었으면 그냥 건물 하나 사서 놀고먹겠네. 뭣 하러 힘들게 일해?”
연애 이야기로 시작된 이들의 대화의 마지막은 역시나 돈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가 되었다.
한편, 이 사태에 가장 충격을 받은 사람은 대한민국 최고의 디바의 자리에 있는 유지현이었다.
“아니 언니, 연애는 할 수 있지. 정현 님도 사람인데 해외에 혼자 있으면서 얼마나 외로웠을 거야. 그런데 기사에 호텔에 드나드는 거로 나가게 하는 건 항의를 해야지! 달콤한 순애 기사가 나야지 이런 사진은 정현 님 이미지에도 좋지 않다고.”
[…야. 너 요즘에 차트 역주행 1위 해서 스케줄 미친 듯이 바쁘다고 내 전화도 안 받더니, 지금은 나한테 전화해서 이렇게 몇 시간씩 하소연할 시간은 있니?]유지현은 평소와 똑같이 정현의 누나인 정화에게 전화를 걸어 시시콜콜한 감정까지 모두 쏟아내는 중이었다.
“곧 있으면 사전 녹화 시작이야. 전화 끊으면 사전 녹화하고 집에 가서 좀 자야지.”
[우리 언니가 그러는데 현이랑 그 여자 아무 사이도 아니래. 그러니까 그냥 좀….]“아무 사이도 아니래? 그런데 왜 아니라는 반박 기사를 안 내신대?”
[야!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연재 중인 웹툰의 마감 때문에 날카로워진 정화는 소리를 지르고 전화를 끊었다.
끊어진 전화를 바라보며 지현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에 조금은 실망하며 말했다.
“아 진짜. 아니면 아니라고 기사를 내야지. 보는 사람들이 오해하잖아.”
***
정현은 기사로 나간 것이 사실이 아니기에 잘못되었다고 정정하지 않아도 금세 잊힐 것으로 생각했다.
그로 인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 것은 안젤리나였다.
그녀가 만든 곡들을 정현이 편곡해 주며 배우는 것들이 많았던 안젤리나는 존경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그것이 연애 감정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사람들이 둘의 관계를 오해하는 것은 상관이 없었지만, 언론에 노출되는 횟수만큼 사람들의 삐뚤어진 관심도 느껴졌다.
Brrrr-
“아…. 또 모르는 번호야.”
단 한 순간도 쉼 없이 울려 대는 전화기를 진동으로 바꿔 두고 필요한 전화만 받았지만, 스트레스를 받는 것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한국에 오면서 로밍 신청을 해 두었기 때문이다.
전화들은 모두 열여섯 시간의 시차가 나는 미국에서 왔다. 덕분에 잠들려고 할 때마다 울리는 전화기.
잘 때 전화기를 꺼 두기도 어려웠던 것은 회사의 동료들과 함께 한국을 관광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나서며 해명하지 않는 정현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안젤리나는 빌보드 1위까지 했었기에 가수로 복귀해도 괜찮았을 테지만, 사람들의 앞에 나서는 것이 무서워서 작곡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던 것을 정현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에스타의 음악들을 작곡하며 조용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그녀는 한순간에 미디어의 모든 포커스를 받는 사람이 되었다.
이 비정상적인 관심은 자신이 빌보드 1위를 하던 때보다 훨씬 더 심했다.
“저기 사장님…. 어디 인터뷰 같은 걸 하셔서 아니라고 한마디만 해 주시면 안 될까요? 정말 미쳐 버릴 것 같아요.”
“이런 거 신경 쓰지 말아요. 일일이 대응하면 나중에는 점심 메뉴까지 대답해 줘야 한다니까? 내가 경험해 봐서 알아요.”
“이미 사람들은 우리 둘이 결혼할 사이라는 이야기까지 한다고요. 저 이제 스물한 살인데….”
회사 입장에서 가족의 결혼식 때문에 방문한 것이라는 공식적인 입장표명은 했지만, 정현은 미디어에 개인적으로는 대응하지 않고 무시하는 길을 택했다.
떡밥을 던져 주면 더 많은 관심을 끌 것이라는 경험에 의한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국의 각종 미디어는 회사 차원의 입장 표명은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였기에, 여전히 사람들은 그들이 열애 중이라고 믿고 있었다.
아직 한국에서의 관광 일정이 남아있던 어느 날.
“저 먼저 미국으로 돌아갈게요.”
“그럴래요? 미국에서 봐요. 그럼. 남은 휴가 잘 보내시고.”
다 함께 전세기로 돌아가는 계획이었지만, 한국 언론의 관심을 이기지 못한 안젤리나는 혼자서 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도망치듯 올랐고 곧 후회하게 되었다.
외국인 울렁증이 기본 장착된 한국 기자들은 안젤리나에게 비교적 거리를 두고 다가왔으나, 미국의 기자들은 거리 조절 같은 것 없이 거칠게 들이대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미국에 돌아온 안젤리나는 한국에서보다 더 많은 시달림에 괴로워할 수밖에 없었다.
“그냥 남아 있을걸….”
거물 중의 거물인 이정현에게 쉽게 다가오지 못하던 기자들도 그녀에게 다가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니까.
“도저히 안 되겠어!”
참다못한 안젤리나는 결국 터져 버리고 말았다. 회사에 자주 방문하던 기자들에게 연락해서 사실이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며 사람들의 시달림에서 벗어나려 한 것이다.
그리고 이 일이 더 큰 일을 만들었다.
***
“현아, 이것 좀 먹어 봐.”
“이제 그만 좀 먹여요. 나 다이어트해야 해. 이렇게 먹여서 잡아드시려고? 돼지가 형님 하겠어.”
“아니 우리 현이가 찐 데가 어딨다고 다이어트를 해? 한국에 오랜만에 돌아왔으니까 맛있는 것 많이 먹고 살 좀 더 찌워서 가야지. 외국 나가니까 물이 안 맞아서 살 빠지잖아.”
고슴도치도 자기 자식은 예뻐한다고 했던가.
분명 한국에 있을 때보다 체중이 15kg은 더 찐 것 같은데, 어머니는 나에게 온종일 음식을 먹이려 하신다.
“봐요, 나 살 많이 쪄서 턱선 없어지려고 하잖아요.”
“턱선 아직 있는데 뭘. 괜찮아. 그 아가씨는?”
“아가씨? 누구요?”
“왜, 너랑 사귄다고 기사에 난 아가씨.”
어머니는 뉴스에서 보았던 나의 열애설에 은근한 관심을 두고 계셨다.
은근히 큰누나가 결혼하니 이제는 나까지 누군가를 만나서 결혼하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결혼해야 자리를 잡는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계셨다.
“…사귀는 거 아니라니까요. 그냥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이에요.”
“예쁘던데. 한번 만나 보면 되지.”
“한번 만나긴 뭘 만나요. 정말 그런 사이 아니에요. 서로 관심도 없고.”
어릴 때부터 추석이나 설날에 친척들과 큰 왕래가 없었던 우리 집이었기에, 이런 명절 스트레스는 받을 일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큰 착각이었다.
어머니는 오히려 명절이 아님에도 더 많은 압박을 했다.
어쩌면 누나들도 모두 나가 살게 되면서 집에 혼자 남아계셨기에 외로움을 느끼셨던 걸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나와 항상 함께 다니던 크리스와는 그런 기사가 전혀 나오질 않았는데, 어째서 안젤리나와 잠깐 같이 있었던 것만으로 뉴스에 잡혔는지 이해가 잘 되질 않았다.
역시 외모 지상주의가 지배하는 세상….
집에서 시달리는 것은 그나마 괜찮았다. 집 밖으로 나가면 경호원들이 옆에 붙어 있음에도 기자들이 지속해서 다가와 말을 걸어서 더 불편했다.
“너는 한국에 오랜만에 왔으면서 집에만 있니? 좀 나가서 누구를 만나기라도 해. 큰누나처럼 결혼할 사람 좀 데려와. 엄마도 이제 늙었어. 손주 볼 나이잖니.”
예전처럼 거실의 소파 위에서 뒹굴고 있던 나에게 어머니는 지속적인 정신 공격을 했다.
어렸을 때는 내 생활에 아무런 간섭도 하지 않던 분이 나이가 서른이 되자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분이 되어버렸다. 조금 슬프네.
“내가 만날 사람이 어딨어요. 친구라고는 수원이밖에 없는데. 게다가 밖에 나가면 기자들한테 시달리기나 하지 집이 제일 편해요.”
결국 나에게는 집에서 나가 돌아다니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아주신 어머니는 그 이후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셨다.
Brrrr-
크리스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호텔에 머물고 있어서 오랜만에 들어 보는 것 같은 전화 진동 소리.
액정에 보이는 이름에 글자마저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랜만이시네요, 알버트 경.”
[오랜만입니다. 이정현 경. 잘 지내고 계셨습니까? 곧 결혼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이렇게 전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바쁘신 와중에 연애도 하시는 걸 보면 역시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듭니다.]“그 뉴스가 사실이 아니라는 걸 회사 차원에서 공식 성명을 냈는데요. 연애는요 무슨. 누구 만날 시간도 없습니다.”
놀 시간은 있지만, 누구를 만날 시간은 없지. 누굴 만나면 자유가 사라진다고 말하는 주변 사람의 조언을 충실하게 따르는 중이었다. 주변 사람이라고 말해 봐야 수원이밖에 없지만.
[그렇습니까? 신문에 곧 결혼하실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실려서 말입니다. 사실이 아니라니 다행이네요. 결혼 선물을 준비하지 못해서 걱정했었거든요. 하하.]“저희 어머니도 그렇고 다들 제가 언제 결혼하는지 궁금해 하나 보네요.”
[그러면 제가 이정현 경의 어머니께서 걱정하시지 않도록 어울릴 만한 분을 소개라도 해 드릴까요?]“이렇게 갑자기요?”
왜 이렇게 다들 오지랖이 넓은 거야. 만나고 싶어지면 내가 알아서 만날 거라고.
기자들의 가짜 뉴스에 시달리는 것이 조금은 덜해졌나 싶었는데, 알버트는 뜬금없이 소개팅을 제안했다.
그나저나 내가 벌써 중매를 할 나이인가?
음악이 싫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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