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01
101화
신곡 겸 흑역사 리메이크, [항해]가 드디어 완성되었다.
그것도 유례없이 훌륭한 퀄리티로.
“와.”
고희범이 입을 멍하니 벌리고는 중얼거렸다.
“이거 그거 같다. 미국에서 그 밴드 뭐지? 벌룬5? 맞나? 걔들 곡처럼 쫀득쫀득하네.”
벌룬5가 아니라 마룬5겠지.
아무튼, 디마의 손에 벼려진 결과물은 누가 들어도 훌륭하기 짝이 없는 물건이었다.
끼릭, 찰랑.
질감을 극한까지 끌어낸 기타 소리.
[별자리야, 높이 떠 있는 별자리야. 내가 갈 곳을 알려 주겠니. 뱃사공들이 가족에게 돌아가는 길을 잃지 않게끔 바닷길을 비춰 주겠니.]내 입으로 말하기도 부끄럽지만, 나도 모르게 홀릴 정도로 아련한 목소리.
디마가 자체적으로 붙인 편곡.
그리고 무엇보다도.
“뭔데 이렇게 감성이 넘치지?”
이 모든 걸 하나로 묶어 주는 아날로그 레코딩 특유의 먼지 낀 감성까지.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운 결과물이었다.
“키야, 이게 음악이지.”
홍윤서가 그의 더러운 무릎을 탁! 치며 말했다.
“아날로그로 녹음하면 이런 느낌이구나. 자연스러움이 자연스럽게 배어 있어. 마치 나 같은 자연스러움이.”
“형, 그건 좋지 못한 자연스러움이에요.”
“네가 나에 대해서 뭘 알아.”
“음악에 형 묻어요. 야, 한영아, 윤서 형 묻었다. 다시 녹음하자.”
고희범도 농담과 감탄을 연발하는 한편.
“응, 한영이 노래를 라이브로 듣는 그 느낌이 살아 있다. 목소리 울림이 다르네.”
조은솔도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사실, 한영이 목소리가 음원으로 들으면 그 느낌이 이상하게 없었거든. 그런데 여기에서는 그게 느껴지는 것 같아. 한영이가 고생한 바람이 있네.”
“……부럽네요.”
“민아야, 부러워만 하지 말고 너도 다음에 이렇게 녹음해 봐.”
“그러게요. 저도 한번 해 봐야겠어요. 후우. 저 잠깐 울어도 돼요?”
“울어? 왜?”
“그냥 그러고 싶은 기분이에요.”
성민아.
그리고 마침 타이밍 좋게 작업실에 앉아 눌러앉아 있었던 임선우도.
“나도 데뷔 앨범은 아날로그로 녹음해야겠다.”
“…….”
나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했다.
“선우야, 그건 하지 말자.”
“왜?”
“나도 그냥 분위기 때문에 아날로그로 한 거지, 사실 디지털이 더 좋아. 너한테는 디지털이 더 어울려.”
……라는 건 거짓말이고.
네가 눈독을 들였다가는 YTG에서 전국의 아날로그 장비를 모조리 쥐구멍까지 뒤져서 싹 쓸어 갈 것 같아서 그런다.
아무튼.
요점은 식구들이 저마다 감탄을 늘어놓기 바빴다는 것이었다.
‘걱정이 기우였네.’
솔직히 말하자면, 나라도 작업물에 꼭 확신을 가진 건 아니었다.
디마, 그의 실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
유능하다.
하지만 아날로그 레코딩을 크게 경험해 본 적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안 하던 걸 갑자기 손에 잡으면 못 하는 게 정상이니까.
이건 능력에 대한 의심이 아니었다.
경험에 대한 의심이었다.
하지만 결과물이 어떠한가.
“이게 음악이지.”
“뮤-직.”
식구들의 웃음소리에서 분명해졌다.
그는 자신의 가치를 멋들어진 결과물로 증명해 보았다.
[Dim.A: 베이스는 아날로그로 잡되, 후처리 부분은 대부분 디지털로 처리했어요.] [Dim.A: 트랙 몇 개는 제가 임의로 붙였는데, 마음에 안 들면 말씀 주세요.]더욱이 아날로그를 고집했지만, 필요한 부분에서는 디지털을 굳이 피하지도 않았다는 것도 그답고.
그의 메시지를 보는데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저런 말 정도는 직접 만나서 해도 좋을 텐데.’
어지간히 집에서 나오기 싫은 모양이다.
최강의 방구석 엔지니어다.
비율 가져가는 값어치를 제대로 하네.
‘나중에 홍삼 절편이라도 사다가 선물해야겠다.’
그간의 고생을 일제히 보답받은 기분을 느낌을 받은 순간이었다.
“그럼 이거 발표는 언제 하게?”
고희범이 물었다.
아, 그렇지.
음원을 만드는 건 만드는 건데, 발표 시기를 아직 안 잡았다.
‘발표 자체는 최대한 빨리하고 싶은데.’
뭐라고 말하려는 찰나였다.
“당장은 어려울걸.”
임선우가 입을 열었다.
“음원이 만들어진 건 그렇다 치더라도, 저작권 협회에 등록하고 그러려면 며칠 더 걸릴 거야. 뮤직비디오도 만들고 있다면서. 시기를 이것저것 고려하면 빨라야 다음 달은 찍어야 공개할 수 있지 않을까.”
“선우야, 시기를 좀 당기는 건 안 되냐?”
홍윤서의 질문에 임선우는 고개를 도리도리 젓고는 연이어 말했다.
“형, 그러면 매출이 안 나올 수도 있어요. 곡이 좋으니만큼 조금 더 참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요.”
현업을 자주 옆에서 바라본 사람다운 의견이었다.
공개 시기를 함부로 앞당길 수는 없다는 거지.
하지만 뭐라고 해야 할까.
그의 말이 내 귀에는 이렇게 들렸다.
‘매출 신경 안 쓰면 큰 상관 없다는 거지?’
나는 빠르게 공개하고 싶다. 그러니 빠르게 공개할 것이다.
그것이 내가 바라는 것이기 때문.
굳이 저작권 협회에다가 등록 끝날 때까지 차근차근 기다릴 필요 있나.
다 방법이 있는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임선우가 슬며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한영이가 선택하기 나름이지만요.”
그렇지.
내가 선택하기 나름이지.
여기까지 생각이 닿았을 때 식구들의 시선은 어느새 내게로 뭉쳐 들었다.
“한영아, 어떻게 할래?”
고희범이 마지막으로 내게 물었다.
그리고.
내가 할 대답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오늘.”
“오늘?”
“오늘 공개할 거야.”
미룰 이유가 하나도 없다.
* * *
“아, 아. 마이크, 마이크.”
모처럼 방송을 켰다.
삑.
프로그램을 실행하자 그 찰나의 순간 방송 모니터링용 화면에 내 얼굴이 비치는데, 그간 일이 바쁘다고 이래저래 미룬 탓일까.
설명하기 어려운 위화감이 살며시 느껴졌다.
또 불안감도.
‘요즘 방송 태도 불량해졌다고 뭐라고 하면 어떡하지.’
초심 잃었다는 소리라도 듣는 거 아닌가.
하지만 빠르게 시청자들이 차오르는 광경을 목격했을 때.
[김한영!!!!!!] [뭐임? 지금 생방임?] [엄마아빠 나 방송 탔어] [김한영의 줄임말은 김0.5]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ㅋㅋㅋ 목 빠지게 기다렸다고~~~ 덜렁덜렁~~]시청자들의 반응은 예전과 아주 조금도 다를 것이 없었다.
걱정이 기우였다.
그 사실을 확인함과 동시에 나도 모르게 맥이 빠지며 작게 웃음을 흘리고야 말았다.
‘이 사람들도 내 식구네.’
뭐라고 해야 할까.
이제 내 구독자는 40만을 한참 넘어 50만에 가까워졌다.
특별히 새로운 콘텐츠라고는 없이, 평소 하는 일만 해도 하루에 붙는 구독자의 수가 천 단위.
‘하루에 새 고객이 천 단위로 붙는다는 거지.’
내 생각이 맞았던 것 같다.
요즘 시대에는 방송만큼 꾸준히 인지도를 올릴 수 있는 매체도 없다.
하지만 꾸준하기에 나 자신이 나태해지지 않게끔 더더욱 채찍질을 가할 필요가 있지.
‘슬슬 시작해 볼까.’
공들여 쌓은 탑을 선보일 순간이 왔다.
흠흠.
나는 짧게 목을 푼 뒤 입을 열었다.
“오늘은 중대 발표가 있습니다.”
그 순간이었다.
[중대 발표?] [중경대 발표를 요약하면 중대 발표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샛기 밴 좀] [ㄹㅇ; 두사좌가 그립다]내가 뭐라고 본격적으로 말하기도 전에 앞서서 시청자들이 자기들끼리 화제를 부풀리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것 또한 시청자 수가 대폭 늘었기에 가능한 일.
“흠흠.”
나는 헛기침으로 시청자들의 주의를 환기한 뒤 입을 열었다.
“오늘은 제가 신곡을 가져 왔어요.”
[오] [드디어?] [뭐야, 바게트 내놓은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신곡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닥쳐 신곡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반응이 나쁘지 않다.
나는 슬며시 운을 띄며 말을 이었다.
“흔히 추억의 노래라는 게 있죠? 내가 옛날에 많이 들었던 노래. 하지만 추억은 원래 회상하다 보면 어느 순간 뚝 잘려 있을 때가 많잖아요. 제가 좋아하는 곡도 마찬가지였어요. 미완성곡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건지 1절에서 곡이 끊겼죠. 그래서 한창 집중해서 듣고 있으려면 그 끊기는 부분이 못내 아쉽고는 했어요.”
항해의 특징이었다.
내가 2절을 만들다가 막혀서 접어 버린 탓에, 1절에서 끝나는 것.
“그래서 언젠가 누군가가 2절을 만들어 주지 않을까 기대하고는 했어요. 하지만 아무도 안 그래 주더라고요.”
이건 그냥 스토리텔링을 위해 즉석에서 짜냈다.
방송은 스토리 아니겠는가.
어차피 같은 곡이라면, 사연이 있는 곡에 조금 더 깊이가 실리기 마련.
원곡 가수가 알면 화내겠지.
하지만 내가 당사자와 합의를 거쳤으니 상관없다.
“그래서 제가 만들어 봤어요. 1절만 나오고 잘린 곡에, 2절을 붙여 봤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 나름대로 리메이크도 많이 넣었고요.”
이쯤 이야기가 진행된 순간이었다.
[아, 이거 그거 아님?] [뭔데?] [그거, 그거 있잖아. 김한석 곡.]알아보는 사람이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항해잖아.]그중 한 시청자가 들떠서는 감상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나도 힘든 일 있으면 그 노래 들으면서 반주하고 그랬음. 한영이 말대로 중간에 뚝 끊기는데, 그게 싫어서 무한 반복으로 틀어 놓고 그랬지.]그 한 명이 아니었다.
뒤로도 천천히 시청자들이 따라붙었다.
[김한영이 ㄹㅇ 김한석 찐팬 맞는 듯. 이거 진짜 좋아하는 사람들만 아는 노랜데 이걸 부르네 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 소름 돋았음. 나도 이거 ㅈ└ 좋아했는데. 노래가 술안주로 딱 좋음 ㅋㅋㅋㅋㅋㅋㅋ]“…….”
채팅 창에서 어투를 보면 이 노래를 알 연세가 아니신 것 같습니다만.
아무튼, 신기한 일이다.
또한, 신기한 기분이었다.
이 곡은 미완성곡이다 보니 별다른 히트를 치지 못했고, 자연히 아는 사람 또한 드물었다.
하지만 아는 사람이 있다니.
‘왠지 반갑네.’
항해는 내 아픈 손가락 같은 곡이다.
누군가가 들으면 부끄러울 그런 곡.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또한, 그 곡을 자신의 특별한 곡으로 생각해 준다는 건 더없이 기쁜 심경이었다.
“네, 항해가 맞습니다.”
나는 슬며시 올라오는 입꼬리를 느끼며 말했다.
“들려드리겠습니다. 제 나름대로 리메이크한 항해입니다.”
시작이다.
완성됐어야 했을 곡에게 제 모습을 찾아 줄 시간이다.
티릭.
기타에서 슬슬 애정이 느껴졌다.
플러그인에서 옛날 기타를 만져 보고 확실히 느꼈다.
이제, 나는 이 기타와 새로운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잘 부탁한다.’
나는 그 마음을 손끝에 담아 현을 가볍게 훑으며 입을 열었다.
“파도 소리를 짊어진 너를 생각하며, 어두운 날, 잠든 시간, 홀연히 수척한 몸을 이끌고 작은 조각배 위에 올라탔네.”
항해의 테마는 이러했다.
방황.
한 사람이 드넓은 바다 위로 나와, 자기 삶의 의미를 묻는 여정을 이 노래 속에 녹이고 싶었다.
“바다새야, 작은 바다새야, 너는 무엇을 찾아 날개를 퍼덕여 이 늙어가는 바다까지 떠나왔니. 수표 위를 적시는 뱃고동 소리가 널 유혹했니.”
고래에게 물었다.
넌 무엇을 위해 이 넓은 바다에 나왔느냐고.
너의 삶의 의미는 무엇이냐고.
고래는 답했다.
“굽이치는 파도에 몸을 맡기고 있으려면 마음이 흔들흔들, 아무래도 좋은 기분에 산호초의 수줍은 마음이 들렸구나.”
여유를 알았다고.
여기까지가 1절.
나는 다음으로 어떤 마음을, 어떤 가락을 담아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이제 알았다.
‘여행이었다.’
나는 다음으로 별자리에 물었다.
“별자리야, 높이 떠 있는 별자리야. 내가 갈 곳을 알려 주렴. 뱃사공들이 가족 품에 돌아가는 길을 잃지 않게끔 바닷길을 비춰 주겠니.”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떠 있느냐고 물었다.
별자리는 내게 알려 주었다.
“사람과 사람이 이어져 사람이 되듯, 너 또한 별이 이어져 별자리가 되었구나.”
그들 또한 무리를 지었기에 의미를 얻었다고.
나는 마지막으로 하늘에게 물었다.
“하늘아, 넓은 하늘아, 나는 어느 손에 나침반을 쥐고 떠나야 할까. 내 돛을 밀어주는 바람의 이름을 말해 주렴.”
하늘은 답해 주었다.
“늦가을과 닮은 네 노랫소리가 내 귓가를 간질였구나. 불어오는 바람이 그런 마음에 스며들었구나.”
쉬어도 된다고.
지칠 때는 잠시 남에게 맡기어도 된다고 말해 주었다.
여기까지가 준비한 2절.
그리고 나머지 3절은.
“잘 들어 주셨나요?”
아직 공개할 때가 아니었다.
나는 한창 연주하던 기타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조만간 뮤직비디오와 함께 정식 음원을 공개하겠습니다. 아 참, 뮤직비디오 찍었다는 거 아직 비밀인데.”
그 순간이었다.
[끝까지 부르라고오오오오오오] [끊지 말라고!!!!!] [으아아아아악 김한영 이 샛기야아아] [끊기는 거 싫어서 2절 만들었다는 놈이 부르다가 끊냐고오오오오오오]정식 공개의 시간이 머지않았다.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