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07
107화
버스킹.
길거리에서 공연을 여는 것.
얼핏 보기에는 낭만으로 가득 찬 일이다.
하지만 그 실태를 보자면, 낭만보다는 조금 더 많은 불편함이 존재했다.
[버스킹 개빡세. 진짜 재미로는 해도 진지하게 할 일은 아니라니까? 가수들이 엉덩이 좀 무거워졌다 하면 안 하는 이유가 있는 거야.]시끄럽기 짝이 없는 야외 환경.
호응해 주지 않는 관객들.
마구잡이로 울리거나 흩어지는 소리들.
그야말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불편함만으로 가득 찼다고 말해도 무방한 것.
그게 바로 버스킹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버스킹에는 온갖 불편함을 무릅쓸 만한 매력이 존재했다.
아.
불편하기에 낭만이라고 했던가.
[김한영 X나 잘하네?]그 반응이 지금 인터넷에 현현했다.
[이 게 버 스 킹 이 지] [뭔데 이렇게 잘함? ㄹㅇ 소름 계속 돋았다] [미쳤다] [숨소리가 대박] [벌써 10번째 반복재생하고 있음] [진짜 여유 넘치는 모습에 건성건성 부르는 것 같은데 목소리는 빨려 들어가는 게 레전드] [관객들이랑 소통한다는 게 느껴진다. 혼자서만 노는 게 아니라, 관객들이랑 같이 하나가 됐네]사실, 김한석이라는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무대 위에서 하는 공연보다 길거리에서 하는 공연이 익숙한 사람.
그 어떤 불안한 환경이든 전부 겪어 보았다.
그리고.
그 모든 무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다른 가수라면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길거리에서 자란 김한석에게 있어서, 이 불편한 길거리는 아늑한 둥지와 다를 게 없는 장소였다.
[아니, 옛날에 그 중경대 대학로 버스킹으로 유명해진 김한영 맞음? 그때랑 실력이 비교가 안 되는데?]하물며 실력이 대폭 늘었다.
[옛날에는 고음도 안 올라가고 기타 연주도 어딘가 엉성했는데 ㅋㅋㅋㅋ] [ㄹㅇ 1년도 안 돼서 여기까지 실력 느는 게 말이 되냐?] [진짜 음악은 재능충들만 하는 게 맞는 듯] [나 보컬학원 다니는데 학원쌤이 그러더라. 김한영처럼은 못 하는 게 당연한 거니까 그냥 쳐다도 보지 말라고 ㅋㅋㅋㅋㅋ]말도 안 되는 실력 향상.
그 향상이 마침내 대중의 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바로, 음원을 씹어 먹는다는 방식으로.
[라이브 진짜 미쳤는데?]음원과 다를 게 없다.
아니, 오히려 음원보다 더 낫다.
늦가을과 초겨울의 사이에 낀 선선한 날씨에 울려 퍼지는 사근사근한 음색.
이 모든 요소가 겹쳐 김한영의 음악은 좀 더 본질에 다가갔다.
더불어.
[저 국악 밴드도 진짜 잘한다]섭외한 게스트들도 여기에서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했다.
[같은 음악인데 국악 버전으로 들으니까 뭔가 웅장해지네 ㅋㅋㅋ] [외국인들한테도 들려주고 싶다] [안 그래도 외국인 댓글 많이 달림 ㅇㅇ] [ما هي هذه الأداة] [지루한 줄만 알았는데 이렇게도 만들 수 있구나]원래부터 실력은 있었지만, 선보일 자리가 없었다.
그랬던 와중에 이를 갈고 나온 만큼, 좋은 홍보 무대가 되었다.
하지만 이것 또한 끝이 아니다.
성공적인 무대의 뒤로 두 사람이 배턴을 이어받았다.
[유리가 왜 나와?] [김한영이랑 유리랑 친함?] [전에 같이 라이브 했다는데 그때 아는 사이 됐다더라 ㅋㅋㅋㅋㅋㅋㅋ] [같이 밥먹자고 했는데 거절했대] [ㄹㅇ루다가 김한영 이 미친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한영 작업실에서 하루 묵기 vs 유리랑 밥 묵기] [솔직히 닥전] [에바]유리.
그리고.
[선우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우리 선우 나왔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본격적으로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 선우.
이번 공연은 말하자면.
[그런데 이거 공약 방송 아니었음?] [ㅁㄹ] [그런 게 있었나?]공약이고 뭐고 한 방에 묻어 버릴 수준의 가치가 있었다.
[조회 수: 549만] [1달 전]이제 구독자 수 따위는 아무런 의미 없는 조회 수의 상승.
올리는 영상마다 히트를 친다.
이제 적어도 한 가지 사실만큼은 확실해졌다.
지금의 김한영이라는 존재는, 21세기 한국 음악 시장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존재이자 태풍의 핵이 되었다는 것.
초원에 불이 붙었다.
[김한영-항해] [x11]어째서인지 고점에 달한 순위가 아래로 떨어질 줄을 몰랐다.
* * *
방송국.
JCTV.
한때는 지상파의 한 축이었지만, TV를 중심으로 한 안방 문화가 붕괴의 길을 걷는 사이 힘이 쭈욱 빠진 방송국.
그 JCTV 방송국의 어느 스튜디오에서 한 남자가 중얼거렸다.
“이야, 얘 대체 뭐지?”
그의 손에는 스마트폰이 잡혀 있었다.
어느 한 사람이 혜화역 마로니에 공원 무대에서 버스킹을 하는 영상.
남자는 그 영상 속에서 손을 뗄 줄을 모르며 중얼거렸다.
“진짜 대박이다. 이런 애가 다 있네?”
“PD님도 그거 보셨어요?”
“오 작가도 봤어?”
“어떻게 안 봐요.”
테이블 건너편에서 한 여성이 커피 빨대를 문 채로 중얼거렸다.
“김한영이죠? 걔 요즘 유명해요. 인터넷에서 음악 방송으로는 대통령이에요.”
“대통령?”
다소 너무 큰 단어에 정 PD는 핸드폰을 번갈아 보더니 다시금 말했다.
“구독자 수 100만도 안 되는데?”
“걔한테는 구독자 수가 의미가 없어요. 워낙 충성 시청자들이 많아서.”
“그래?”
“뭐 하나 크게 프로젝트 했다 하면 몇백만. 기본 조회 수가 몇십만. 아주 뭐 건들기만 하면 뜨는 미다스의 손이죠.”
지금 김한영의 입지가 그러했다.
구독자 수가 대기업 중에서 적은 편이기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지금 당장 그러할 뿐.
가파르게 쌓이는 구독자 수를 고려해 보거든, 미래는 보지 않아도 뻔했다.
더군다나 그 충성도가 핵심.
그가 가진 구독자의 질은, 다른 방송인의 몇 배에 달한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수준이었다.
“지금 방송 좀 본다는 20대들 사이에서는 어지간한 연예인보다도 잘 먹힐걸요.”
오죽하면 오 작가는 이런 말까지야 꺼내고 말았다.
“당장 공연해도 천 명짜리 공연장은 꽉 채울 것 같은데요?”
단언하듯 나온 말에 JCTV의 PD, 정 PD가 헛웃음을 터뜨리듯 말했다.
“에이, 그건 너무 오바다. 아직 방송에 얼굴도 안 비친 사람이 어떻게 그게 되겠습니까.”
“방송에 얼굴을 안 비치기는요. 거기 걔가 나오고 있는 게 방송이잖아요.”
“그렇게 보면 또 오 작가님 말이 맞기는 하네.”
정 PD는 오 작가의 말에 몇 차례 더 고민을 품은 듯 턱을 긁적였다.
“흠, 우리 오 작가님이 없는 말을 하는 건 아닐 테고.”
그러기를 잠시.
다음 순간 그의 입에서 불현듯 나온 말은 썩 놀라운 것이었다.
“한번 불러나 볼까?”
김한영을 출연 제안을 하겠다는 말이었다.
“부른다고요?”
“왜, 오 작가도 좋게 말했잖아.”
“그건 섭외랑은 또 다른 이야기인데.”
자기가 말하고도 놀란 그녀의 표정에 정 PD가 낄낄 웃으며 말했다.
“신인이잖아. 설마 거절당할 것 같지는 않은데.”
일단 부르면 무조건 올 거라고 자신하는 듯한 말.
실제로 그게 사실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 작가는 그 말에 코웃음을 치더니 말했다.
“걔요. 사실 그동안 기회가 없었던 게 아니에요.”
“그럼 뭔데요?”
이어서 오 작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썩 놀라운 것이었다.
“다른 방송 작가들이랑 이야기 나누다가 나온 말인데, 사방에서 아무리 컨텍을 시도해도 전부 거절했다던데요?”
“……거절했다고? 진짜로?”
“네, 진짜.”
충격적인 말이었다.
그냥 어디 삼류 업체도 아니고, 방송국의 제안을 거절하고 다녔다니.
“왜? 대체 왜요?”
“몰라요. 그냥 학교생활 바쁘다고 안 된대요.”
“그게 말이나 됩니까?”
정 PD는 눈가를 씰룩거리며 답했다.
“아니, 학교가 바쁘면 얼마나 바쁘다고 그런 핑계로 거절을 해? 방송국에서 부르면 과 수석도 수업 빠지고서 오겠다.”
“PD님은 그 말을 믿어요?”
“아니, 그럼 오 작가님에게는 어떤 고견이라도 있으십니까?”
“뻔하죠.”
오 작가는 커피를 쪼록 빨더니 말했다.
“핑계 대는 거예요.”
“핑계?”
“보나 마나 뭔가 이유가 있어서 내빼는 거예요. 뒷배가 있거나, 아니면 다른 곳에서 냉큼 채갔거나. 학교가 바쁘다는 건 그냥 핑계고요.”
나름대로 냉철한 분석이었다.
당장 100만이 넘는 미튜버들도 방송국에서 부르면 넙죽 찾아오는 게 현실.
그런데 그에 한참 못 미치는 김한영이 고작 학교를 핑계로 뺀다는 게 말이 되는가.
어디까지나 저건 미숙한 변명이라는 게 그녀의 생각.
실제로, 김한영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맞는 말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실상은 이러했다.
[죄송하지만 학교가 기말고사 기간이라 어려울 것 같습니다. 실례했습니다.]저 말이 반쯤은 진실 그 자체였다.
정말로 시험 준비가 바빠서 그간 거절한 것.
하지만 이게 방송국의 상식으로는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렇다.
상식이다.
애초에 상식으로 태생 마이웨이를 걷는 김한영의 행동을 재단하려 했기에 오류가 생겼던 것.
“허…… 그래, 실력은 있고 콧대도 있다 그 말이지? 이거 걸출하네.”
정 PD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치더니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어쩌지? 욕심이 드는데?”
그 순간이었다.
“……!”
오 작가가 움찔했다.
욕심.
정 PD의 입에서 일단 한 번 나오면 무를 수 없는 말이었다.
‘이크.’
저 욕심이라는 거 하나 때문에 정 PD가 일으킨 사건이 한둘이었던가.
섭외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설령 집 앞에서 사흘간 텐트를 치는 한이 있더라도 데리고 온다.
어느 유명 가수가 10년 뒤에 출연하겠다고 농담조로 말하니까, 정말로 10년 기다려서 출연시킨 일도 있었지.
욕심 앞에서는 아무것도 없는 사람.
그게 정 PD라는 사람이었다.
지금, 그 욕심쟁이 기질이 한 대학생을 앞두고 발동했다.
“오 작가, 혹시 그 섭외 시도했다는 방송국 중에, 이쪽에서 먼저 찾아가겠다고 말한 사람 있었어요?”
“있을 리가요.”
“흠, 그렇군요. 흠.”
지금 정 PD의 말의 진의는 이러했다.
그 거절당했다는 사람들, 다 저쪽에서 먼저 방송국 쪽으로 찾아오라고 했던 거 아니냐.
당연하다.
업계 상식에 가까운 말이었다.
A급 스타라면 모를까, 일반 미튜버와 비교하자면 방송국 측이 압도적인 갑인 게 사실이니까.
“PD님.”
그렇기에 그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금 물었다.
“……직접 찾아가 보시게요?”
“고럼.”
대답이 빠릿하게 나왔다.
“이야기는 얼굴 마주하고 나누는 게 제일이지.”
단 하나의 불순물조차 없는 눈망울을 보아라.
순박하기 짝이 없다.
저 눈빛이 얼마나 골치 아픈지 오 작가는 잘 알았다.
‘PD님이 기획을 짜도 디테일한 섭외는 거의 내가 하는 건데.’
사람 하나 받으면 따라오는 잔일이 얼마나 많던가.
더욱이 안 만나 본 사람을 만난다는 건 리스크가 크다.
그렇기에 눈살을 찡그리며 물었다.
“꼭 그래야겠어요?”
“그럼요. 아 참, 우리 이번에 새 기획 하나 진행하기로 한 거. 그거 섭외 끝났어요?”
“아직 알아보는 중이에요.”
그다음 순간이었다.
“마침 잘됐네.”
“……PD님 설마?”
오 작가의 떨떠름한 목소리에 정 PD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캬, 역시 우리는 마음이 통한다니까. 타이밍도 좋네. 캬, 오 작가, 같이 가자.”
같이 가자.
저거 때문에 오 작가가 정 PD의 욕심이라는 것을 싫어했다.
능글능글한 말투와는 달리 그 안에 담긴 제안은 썩 피곤했다.
‘대놓고 협력하라는 거잖아.’
하지만 싫어하는 것과 말릴 수 있는가의 문제는 별개.
근 10년 가까이 얼굴을 마주치니 이제 확실히 알아 버렸다.
‘아, 이거 골치 아픈데.’
거절하고 싶다.
거절하려는 순간이었다.
“내가 오 작가한테 늘 고마워하는 거 알죠?”
말은 의미 없다.
중요한 건 그가 슬쩍 들이민 티켓 한 장이었다.
오딘.
최근 개봉한 인기 뮤지컬의 티켓이었다.
티켓 판매를 시작하고 1분 만에 매진이 뜬 뮤지컬.
주인공 ‘로키’ 역을 맡은 아이돌 출신 배우의 가창력이 일품이라지.
그 오딘의 티켓이 눈앞에 놓였다.
‘이런 건 언제 준비했대.’
그냥 티켓도 아니다.
VVIP석 티켓, 시중에서 어찌 구하려고 해야 구할 수가 없는 물건이다.
그것을 눈앞에 두고 내면의 욕망과 싸우기를 잠시.
오 작가는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속물처럼 보일까 봐서 하는 말인데, 티켓 때문에 가는 거 아니에요.”
“암요. 내가 우리 오 작가 잘 알지.”
“얼른 다녀와요.”
* * *
나는 전공 서적을 붙잡고 부르르 떨기를 잠시.
하늘을 나는 것만 같은 해방감을 느끼며 말했다.
“내가 해냈다.”
기말고사가 끝났다.
마침내.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