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1
11화
‘진짜로 이런 곳이 있었구나.’
내부로 들어가서 본 스튜디오 카페 [이스케이프]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본격적인 장소였다.
‘방송용 소형 스튜디오만 세 개나? 이렇게 해도 장사가 되나?’
가게의 홀에서는 간단한 카페 영업을 하고 있으며, 벽에는 카페 [이스케이프]와 계약한 방송인들의 명단이 적혀 있었다.
[겨울티라미수.] [구독자 : 1.2만 (2020/12/17).] [방송 장르 : 토크.]-[BJ작은집.] [구독자 : 2만 (2021/1/4).] [방송 장르 : 공포 게임.]
전체적으로 미묘한 수준.
요즘 들어 구독자 몇십만에서 백만 이상을 호가하는 사람이 많은 탓일까.
1만을 간신히 넘는 수준이라는 게 그리 커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저것도 쉬운 일은 아니라고 했던가.’
인터넷 방송인은 중간이 잘 없다.
망하면 아예 먼지고, 뜨면 아예 떠 버린다.
극단적인 빈부격차.
그러니 저렇게 만 단위의 구독자를 어떻게든 쌓은 사람들은, 언제든 뜰 가능성을 품은 기대주라고 봐도 무방했다.
물론, 이렇게 만년 기대주로만 썩는 사람이 대부분이기는 했다.
‘어디나 쉬운 일이 없군.’
나는 잠시 눈을 깜빡거리기를 잠시, 생각을 버렸다.
‘시작하기도 전에 부정적인 생각부터 품어서 뭐하나.’
한번 하기로 정했다면 그다음은 노력할 뿐이다.
나는 심드렁한 마음으로 고희범을 따라 카운터로 걸어갔다.
그러자 곧 어느 남자가 다가왔다.
“아, 오셨네요.”
중년과 노년 사이에 걸친 남성이었다.
머리는 하얗고 얼굴에 잔주름이 자글자글함에도 자기 관리를 잘했는지 젊다는 느낌을 주었다.
신사답다고 하면 적당할까.
그가 나타나자 고희범이 대뜸 입을 열었다.
“사장님! 제가 왔습니다!”
“또 오셨습니까?”
그 순간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또? 전에도 왔다는 말인가?’
짧은 문장을 듣자마자 내 머릿속으로 몇 가지 시나리오가 스쳐 지나갔다.
여기에서 몇 번 방송 계약을 시도했지만, 그걸 전부 실패하고 날 찾아왔다던가.
아니나 다를까.
“여러 번 찾아와 주시는 건 감사합니다만, 저희와 계약하려면 조금 더 방송 콘텐츠의 변화를 노리는 게 좋지 않을까요?”
사장은 부드럽게 웃으며 명치에 칼을 꽂았다.
내 예상이 맞은 듯했다.
“으…….”
고희범은 충격을 받은 듯 얼굴이 핼쑥해지더니 말했다.
“하지만 종합 게임 방송만큼 유망한 분야는 잘 없는걸요.”
“다른 사람들도 같은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경쟁률이 높고, 많이들 실패하죠. 이미 시장이 굳어서 진입하기 어려운 분야입니다.”
“그만큼 성공하면 확 터뜨릴 수 있다는 게 매력…….”
“대신 실패하면 쪽박이죠.”
“……잘하면 그만이지 않을까요?”
“그렇죠. 잘하면 그만이죠.”
“역시…….”
“희범 씨는 잘하지 못했으니 지금까지 못 뜬 게 아닐까요?”
직구.
잘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가슴이 아플 만큼 단단한 직구가 계속해서 쏟아졌다.
‘와, 저건 조금 아프겠네.’
그런데 사실, 사장님의 말은 음악을 할 때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이었다.
“10년 전이라면 모를까, 이제는 방송인에게도 차별화가 필요합니다. 남들이 안 하는 장르를 판다거나, 외모를 갈고닦거나, 더빙 같은 것들 말입니다.”
지나치게 메이저한 장르에 도전하면 경쟁자가 많으니까 어지간한 실력이나 개성이 없는 이상 포기하라는 말이 많았지.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이저한 장르를 해야 큰 돈을 만질 수 있는 것도 사실이었고.
‘그냥 희망 고문만 하는 것보다는 낫군.’
카페 사장에 대한 내 인식은 그러했다.
사업체를 운영하는 만큼 나름의 합리성을 추구하는 사람.
‘마음에 들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고희범은 어느새 부활했는지 외쳤다.
“이번에는 다를 겁니다!”
친구야.
뭐가 그리 다르니.
사장님도 나와 생각은 같은지 그에게 말했다.
“지난번에도 다를 거라면서 같은 게임에 포지션만 바꿔서 왔지요? 정글에서 탑으로.”
“그랬기는…… 했는데…….”
“이번에는 서포터라도 도전해 봤나요?”
“아니, 사장님. 이번에는 진짜 아닙니다. 일단 들어보고 결정하세요.”
고희범은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이어 내 등을 두드리더니 말했다.
“제가 아니라, 이 친구가 할 겁니다!”
“탑을요?”
“아니, 그게 아니라요! 게임 안 합니다!”
사장님은 그 말에 살짝 놀란 눈을 뜨더니 내게 말했다.
“사실입니까?”
“일단은요.”
“흐음…….”
내 대답에 사장님은 조금 미심쩍은 듯 신음을 흘렸다.
그러더니 입을 열었다.
“혹시 방송을 시작한다면 어떤 방송을 할 예정인지 들을 수 있겠습니까?”
“음악 방송을 하려고요.”
“어떤 음악이죠?”
“기타 치면서 노래를 부르려고 합니다.”
“흠…… 음악이라, 그렇군요.”
사장은 나를 위에서부터 아래로 천천히 훑어보았다.
그러더니 말했다.
“우선 앉아서 자세히 이야기를 나눠 보죠. 마시고 싶은 거 있나요?”
“물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우리는 스튜디오 카페 [이스케이프]에 발을 들였다.
* * *
‘카페를 겸하니까 이건 좋네.’
가게 안에서 미팅을 할 수 있다.
앞으로 콘텐츠 회의나 방송 준비도 여기서 할 수 있겠지. 소소하면서도 매력적인 부분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사장님이 입을 열었다.
“일단, 저희 가게가 어떤 일을 하는 가게인지는 알고 계신가요?”
“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방송인들에게 방송용 공간을 마련해 주고, 그렇게 해서 나온 수입을 쉐어하는 구조 아닌가요?”
“예, 맞습니다.”
사장님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저희 카페는 그렇게 해서 방송인과 상생하는 구조를 목표로 노리고 있습니다.”
“그럼 저희가 카페 유지에 필요한 만큼 수익을 벌어다 줘야겠네요.”
나는 커피를 한 모금 쪼옥 빨고는 말했다.
“수익이 안 되면 어렵겠고요.”
“그럼 좋겠습니다만, 사실은 그렇지 못한 사람이 훨씬 더 많습니다.”
사장님은 웃더니 말했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이 방송이라는 게 워낙 부익부 빈익빈이 크지요? 못 버는 사람의 경우에는 최저시급도 못 버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사람이 많나요?”
“이곳에 찾아오는 사람 중 거의 절반이 그렇습니다.”
아.
이건 조금 세다.
그래도 여기에 찾아왔다면 방송인으로서 최소한의 역량은 인정받았다는 걸 텐데, 그래도 절반은 최저시급도 못 번다니.
“손해가 크겠네요.”
“아직은 사업 초기이기도 하고, 장기적으로 투자금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장이 허허 웃었다.
투자금이라.
‘고희범은 그것도 안 됐다는 건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려니 고희범이 투정을 부리듯 말했다.
“뭐, 왜, 뭐.”
“아무것도 아니다.”
“너라고 다를 것 같아?”
“응, 나는 다르지. 당연히 다르지.”
“…….”
고희범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입을 벌이더니 말했다.
“이 근거 없는 자신감은 어디서 온 거야?”
“압도적인 실력.”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재밌었던 걸까.
사장님은 껄껄 웃더니 입을 열었다.
“고희범 학생의 열정 자체는 좋습니다. 또 사람 자체도 나름대로 재밌죠. 다만 그 끼를 방출하는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종합 게임 방송만 노리는 거 말씀이시군요.”
“예, 그쪽은 후발주자가 자리를 잡기 쉽지 않거든요. 대체재가 너무 많으니 말입니다.”
아까 했던 말의 반복이었다.
그런데 나는 비슷한 말을 한 번 더 곱씹을 생각이 없다.
그렇기에 바로 본론을 꺼냈다.
“음악 방송은 조금 다를까요?”
내 질문에 사장님은 잠시의 고민도 없이 말했다.
“사람에 따라서 다릅니다.”
뭔가 중의적인 대답이었다.
하지만 뜻은 대충 알 것도 같은데 그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특색과 일정 수준의 실력만 갖춰진다면 생각보다 유망한 시장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장르 자체에 진입장벽이 있으니 그만큼 경쟁자도 종합 게임 방송보다는 적습니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바라는 건 단순히 잘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조금 다른 걸 노리나 보군요.”
“시청자들은 다른 방송에서 찾을 수 있는 무언가를 보고 싶어 하죠. 남들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접근한다거나 하는 것 말입니다. 개성이 가장 중요하지요.”
“개성이라…….”
어떻게 보면 음악 시장과도 유사한 말이었다.
흔하면 눈길도 안 준다.
대체재가 많으니까.
그렇다면 나는 어떠할까.
문득 아까 조은솔에게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단순히 잘 치는 것도 있지만, 뭔가 계속 듣고 싶어지는 맛이 있어. 동네 밥집 같다고 해야 하나? 고급 레스토랑처럼 화려하게만 잘하는 사람들은 은근 많지만, 한영이처럼 느낌이 있는 사람은 잘 없지.]꾸준히 듣게 된다.
사실, 전생에 쌓아뒀던 게 쌓아뒀던 거니 이 정도는 당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시절 음악이 지금의 일반 대중에게도 통할까.
이건 확신하기 어렵다.
그래서 물었다.
“포크송 기반의 싱어송라이터 컨셉이라면 어떨까요?”
“포크송이라면…….”
“방송을 시작한다면 어쿠스틱 기타 한 대를 들고 노래를 부르는 컨셉으로 가려고 합니다.”
“아, 느낌은 알 것 같군요.”
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음악 방송 중에서는 은근히 흔하지만, 또 고정적인 수요가 있기도 합니다. 반주를 틀고 노래만 부르는 사람은 많아도, 꾸준히 기타를 치면서 노래하는 사람은 또 흔치 않거든요.”
“그런가요?”
이건 또 의외였다.
기타 들고 노래 부르는 게 어려운 일인가.
싱어송라이터라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는 참인데 사장님이 말했다.
“방송용으로 몇 곡 하고 말 거라면 큰 상관이 없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인터넷 방송은 장기적인 프로젝트입니다. 동영상을 매주 몇 개씩 올리면서 몇 년을 꾸려나갈 생각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매번 새 곡을 준비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설명을 들어보니 나름대로 이해가 갔다.
하긴, 신곡 준비하고 연주하는 게 번거로운 일이기는 하지.
하지만 이는 내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쉽네.’
왜냐.
내 머릿속에는 당장에라도 연주할 수 있는 곡만 족히 수백 개는 저장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일주일에 두세 곡이라.
몇 년 정도는 큰 문제 없이 버틸 자신이 있었다.
“자신 있나요?”
“네.”
“대답이 화끈하군요.”
“정말로 자신 있거든요.”
“프흐흐, 이런 자세는 좋습니다.”
사장님은 내 말에 한참을 웃다가 말했다.
“물론, 지금까지 말한 건 전부 기본이 받쳐줄 때 이야기입니다. 개성이 본선이라면 실력은 예선이니까요.”
사장님은 내게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그래서 방송을 꾸려나갈 실력이 되긴 하느냐.
이럴 때면 내가 늘 속으로 생각하고는 하는 게 있었다.
‘뮤지션은 굳이 입으로 뭘 설명하려고 할 필요가 없지.’
이 일이 좋은 게 뭔가.
실력으로 보여주면 만사 OK라는 점이 최고의 장점 아니었던가.
나는 가지고 온 케이스에서 기타를 꺼내며 말했다.
“혹시 직접 들려드려도 괜찮을까요?”
“음, 좋습니다.”
사장은 이 상황이 재밌어졌는지 웃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한 마디를 덧붙였다.
“아, 그렇다면 기왕 하는 거, 한 가지 상황을 설정하고 하는 거 어떻겠습니까?”
“상황이요?”
무슨 말인가 싶은데 사장님이 말했다.
“예, 저희 가게에 자주 오는 스트리머 중에 음악 방송을 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의 게스트로 참여해 보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안 그래도 어제 제게 한 명 소개해 달라고 했었거든요.”
“게스트라면 잠깐 참여해서 연주하는 거군요.”
“예, 지금 당장은 가게에 손님들이 계셔서 조금 그렇거든요.”
둘러보니 지금도 가게 안에 손님이 열 명 가까이 차 있었다.
또 배경음악 문제도 있고.
‘살짝 번거롭네.’
하지만 사장의 제안은 곰곰이 생각해 보니 크게 나쁜 제안은 아니었다.
이 가게에서 방송을 진행하는 사람이라면, 엄청나게 뜬 사람은 아니더라도 어쨌든 고정 시청자는 있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그 옆에 슬쩍 꼽사리를 껴 들어가서 인지도를 얻을 기회 아니겠는가.
나야 환영이다.
“알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사장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 친구는 조금 있다가 올 테니 여기 앉아서 잠깐 쉬고 있으면 될 겁니다.”
“아, 그럼 시험공부나 하자. 나 내일 시험 있거든.”
조은솔이 반색을 표하며 말했다.
그렇게 대화가 일단락이 났는데, 문득 내 머릿속으로 한 가지 호기심이 피어났다.
이걸 입 밖으로 꺼내도 될까.
나는 고민하기를 잠시, 입을 열었다.
“계속 궁금한 게 하나 있었는데요. 조금 민감한 건데 물어봐도 될까요?”
“네? 예. 크게 문제가 될 게 아니라면 괜찮습니다.”
사장님이 동의했다.
그럼 거리낄 게 없다.
나는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물었다.
“이 사업, 수익성은 어떤가요?”
“…….”
잠시 정적이 찾아왔다.
너무나도 돌직구여서 그랬던 모양이다.
하지만 기왕 던진 공이니까 계속 던지자.
“구독자 수를 보니까 엄청나게 뜬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매장을 유지할 만큼 나오나 궁금해서요.”
“그 부분은 괜찮습니다.”
사장은 어느새 정신을 되찾았는지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직은 투자를 하는 시기이니…….”
적자라는 말이군.
나는 호기심이 해결되는 걸 느끼면서 말했다.
“그럼 하나만 더 물어봐도 될까요?”
“예.”
“곧 온다는 그 음악 방송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키가 크고, 잘생긴 친구인데, 학생처럼 기타를 치는 학생입니다. 중경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그 말에 조은솔이 밝은 표정을 지었다.
“그럼 우리랑 아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
“그러게요.”
묘하게 반갑다.
안 그래도 기타 동아리에 오는 사람이 생각보다 부진해서 고민하던 참 아니었던가.
그렇게 생각하며 기다리는 참이었다.
덜컹.
“아, 왔네요.”
가게 문이 열리면서 사장님이 말했다.
그 순간 고개를 돌려 바라본 가게 입구에는.
‘네가 여기 왜 있으세요.’
이미 한 차례 만났던 사람이 당당하게 서 있었다.
이상혁.
아르페지오의 회장이 입구에 서 있었다.
조은솔의 말은 맞았다.
그는 우리랑 아는 사람이었다.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