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27
127화
기침.
“쿨럭! 쿨럭…… 큽, 쿨럭!”
김건하의 입에서 계속해서 거친 기침이 쏟아졌다.
간신히 막아 두었던 둑에 한 번 구멍이 뚫리자, 쌓였던 물이 터져 나오며 붕괴가 시작되었다.
애써 틀어막으려고 해 봤자 더 격해지기만 할 뿐.
‘이런 미친, 왜 하필 지금.’
김건하는 입을 틀어막은 채 스스로에 대한 충격에 사로잡혔다.
지난 몇 주 동안 잘 버텼잖아. 이번 곡 하나에 걸려 넘어질 수준은 아니었잖아.
대체 왜, 왜 하필 지금인가 목에게 물어보고 싶다.
으드득.
이물감을 억누르려 구역질이 올라올 정도로 어금니를 강하게 물었다.
간신히나마 기침이 멎었지만.
“…….”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수치심에 달아오른 얼굴로 앞을 바라보자, 관객들의 얼굴은 이미 충격에 물들어 있었다.
설마 한국 최고의 가수 중 하나로 뽑히는 그가 이런 실수를 저지르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는 듯한 표정이다.
당연하다.
김건하 본인조차도 몰랐으니까.
하지만 이 자리에는 단 한 명, 그의 실수를 예측했던 사람이 있었다.
‘노망난 영감탱이, 언제까지 버티나 했다.’
김주언이었다.
그 또한 김건하의 실수에 놀란 건 마찬가지지만, 그는 적어도 이런 사태를 대비한 사람이었다.
디링.
그의 손에 들린 기타가 계속해서 멜로디를 연주했다.
같은 구간을 계속해서 반복하며, 파트너의 호흡이 정상대로 돌아올 때까지 몇 번이고 같은 소리를 반복했다.
‘준비해 둬서 다행이다. 나까지 휘말렸다면 끝장이었어.’
김주언, 그는 연기자로서 애드립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현장에서 돌발사태를 기회로 승화시킨 적이 몇 번이나 있었던가.
이번 일 또한 그에게는 같은 일이었다.
[김주언 진짜 침착하네] [프로다] [이걸 살린다고?] [나였으면 그 자리에서 손이 굳었을 텐데 ㄷㄷㄷㄷ]네티즌들이 김주언의 대처를 칭찬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 또한 언제까지고 이어나갈 수는 없는 일.
김건하를 바라보는 김주언의 눈에 굵직한 핏발이 섰다. 언제까지 멍하니 서 있을 셈이냐.
어서 뭐라든 해 보라는 추궁이었다.
이 상황에서 김건하의 선택은.
“나 어미새…… 의 모이를 받아먹은 어린아이처럼. 아무래도 그대 곁에서 머물렀던 시간이 너무 길었…… 나 봐요.”
발성이 어긋난 채로 노래를 이어나가는 것이었다.
깜짝 놀란 목이 순식간에 회복될 리가 없다. 임기응변으로 목과 배에 힘을 주고 억지로 소리를 뽑아낼 뿐.
발성이라는 건 지극히 섬세한 것이라, 제아무리 프로라고 한들 컨트롤을 놓치거든 소리가 찢어지기 마련이었다.
괴성이라 표현하더라도 않을 상황.
하지만.
여기에서 재능이라는 게 힘을 드러냈다.
김건하의 타고난 음색은 괴성조차도 표현력으로 승화시켰다.
[와] [이게 어울리네] [상처 입은 짐승 같다]억지로 쥐어짜듯 부르는 그 목소리.
그것이 실제로 감정을 쥐어짠 것이었다.
감동이 전해졌다.
한 시대를 음미했던 거인이 자기 몸을 장작 삼아 불태우며 필사적으로 목을 쥐어짜고 있다.
노익장이 포기하지 않고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본분을 다하고 있다.
이 상황이 주는 힘이 그들에게 감동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그뿐이다.
정상 컨디션으로 부르는 곡에는 결코 미치지 못했다.
“……감사합니다. 쿨럭!”
그렇게 마지막까지 기침과 함께 곡을 끝냈을 무렵.
“……김건하!”
“김건하!”
“멋있다!”
관객석에서 성원이 쏟아졌다.
우레와도 같은 박수 소리 안에서 김주언은 비로소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흐아, 진짜 방송사고 터지는 줄 알았네.”
정 PD와 오 작가도 식은땀을 닦아 냈다.
한편.
‘저 녀석.’
이 모든 상황을 한참 떨어져 지켜보는 함재원의 눈에는 형용하기 어려운 이채가 머물렀다.
* * *
유마온 3화.
그 방송은 편집본이 TV로 나오기도 전부터 화제가 되었다.
[싱어송라이터 김한영, 무대를 집어삼키다]주된 내용은 이러했다.
[해금과 기타가 자아내는 환상의 앙상블] [먼 후배가 옛 선배에게 바치는 진혼곡] [김한영의 음악은 단순한 커버송 가수의 궤를 넘었다고 할 수 있다.그 또한 새로운 시도를 할 줄 아는 뮤지션이라는 게 이번 무대를 통해 완전히 드러났다.] [기다릴 가치가 있었다]
반응은 따로 볼 것도 없이 김한영의 무대가 압도적이었다.
[거인, 투혼을 불태웠다.]김건하&김주언 콤비의 무대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천만 배우 김주언의 애드립은 계획한 것?] [김주언이 살렸다] [짐승의 포효]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부의 의견일 뿐.
대세는 솔직했다.
[그래도 누가 더 낫냐고 하면 아무래도 김한영이 더 나았지] [ㅇㅇ… 솔까 무대 퀄리티로 말하면 비교하기 민망한 수준이라고 생각함] [동급이 아님] [진짜 김한영 이번에 다시 봤다. 그냥 인방인 수준인 줄 알았는데 프로들 사이에서도 전혀 안 밀리더라.] [ㄹㅇ 함재원한테 업혀 갈 줄 알았더니 전혀 아니었음]김한영의 무대가 상대적으로 우세했다.
이는 단순히 그들의 무대가 훌륭했던 것도 있지만, 대비 효과를 본 것도 있었다.
[아무래도 너무 비교되더라]김건하의 무대였다.
뒤를 이은 그들의 무대가 완성도에서 지적을 받았기 때문일까.
무려 다섯 명이나 되는 구성으로도 완벽한 호흡을 보여 준 김한영의 무대가 튈 수밖에 없었던 것.
애당초 김한영이 예상했던 그대로의 결과이기도 하였다.
처음부터 완성도로 깔아뭉갤 생각이었으니.
그게 조금 더 극단적으로 진행되어 버렸다. 단지 그뿐이었다.
[아 순위 기대된다] [솔직히 이건 김한영이 우승해야지 ㅋㅋ] [음원 언제 나옴?] [음원 내기는 하나?]승패가 명백한 상황.
정 PD도 이번에는 칼을 갈고 그들의 편을 들어 주었다.
“앞으로 몇 년은 우려먹을 포맷이다. 내가 보기에는 김한영 얘들 띄워 놓고 보면 뭐가 되긴 확실히 될 거거든? 두고두고 편파 방송이라는 소리 듣기 싫으면 기회가 있을 때 잘해.”
유마온 3화는 김한영을 위한 편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최종 채점 결과는 예상했던 그대로.
[1, 2화 방송 점수=3위] [ 3화 무대 점수=1위] [종합 순위=1위]김한영 팀이 우승을 가져갔다.
일개 미튜버의 참가라고 하여 버림패라고 점친 사람이 많았는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ㅋㅋㅋㅋㅋ 김한영이 진짜 우승했네]아무도 예상치 못한 김한영&함재원 팀의 승리.
물론,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네티즌들의 싸움이 멈춘 건 아니었다.
[원래 팬덤 많아서 이런 거 아님? 인방 출신이라며] [팬덤 많다고 우승할 거면 김주언이 우승했지. 천만 배우가 뉘집 개 이름이냐?] [ㅋㅋ 냉정하게 말해서 발린 거 맞음 방송에서 그렇게까지 분량 몰아줬는데도 졌으면 입 닫아야지.] [김주언은 본업이 배우잖아] [김한영도 본업 대학생인데?]* * *
방송이 끝나고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그 짧은 사이.
우리는 썩 난처한 상황에 부닥쳤다.
“으악! 오다가 죽을 뻔했네.”
홍윤서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작업실에 들어왔다.
오징어 다리 하나를 질겅질겅 씹고 있던 조은솔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서울역에 게이트라도 열렸어?”
“나 지금 진지해!”
“그래, 그래, 한번 말해 봐.”
“후우.”
홍윤서가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1층 편의점에 잠깐 뭣 좀 사러 갔는데 사람들이 자꾸 말 걸잖아.”
그 말에 조은솔이 어깨를 으쓱하더니 오징어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잘 된 거 아니야? 인기 있고 싶다며.”
“아니야, 난 이런 걸 바랬던 게 아니야.”
“뭐가 문젠데?”
조은솔의 추궁에 홍윤서가 공포에 질린 얼굴로 말했다.
“……전부 남자들이었어.”
아, 그런 이유.
“여기도 남자, 저기도 남자. 왜 자꾸 남자들만 나한테 달라붙지? 무슨 마가 꼈나?”
그가 움츠려 앉은 채 덜덜 떠는데, 성민아가 킥킥 웃더니 말했다.
“몰랐어요? 오빠 팬들 원래 거의 다 남자잖아요. 윤서단이라고 하던데. 공식 팬 카페도 생겼어요.”
“야, 아무리 그래도 정도가 있지.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니야? 어딜 가든 말 거는 사람이 전부 다 남자밖에 없잖아. 내가 이러려고 일하는 줄 알아? 잠깐.”
그는 불현듯 시야를 돌리더니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야, 한영아, 너는 여자 팬들 많잖아.”
“제가요?”
“너 길 걷다 보면 막 사진 찍자는 사람 많았잖아. 그거 어떻게 했냐.”
홍윤서는 절박한 표정으로 내게 고개를 들이밀었다.
부담스러워 살짝 뒤로 물러나려니, 그는 그만큼 더 가까워지며 말했다.
“한영아, 제발, 나한테도 요령 좀 가르쳐 주라. 우리 사이에 치사하게 굴기야?”
“우리 사이가 뭔데요.”
“학연으로 맺어진 가족 같은 기업.”
“……그거랑 이게 무슨 상관인지는 모르겠지만, 딱히 짚이는 게 없는데요.”
“그래도 뭐라도 알 거 아니야. 부탁이다.”
대체 왜 이렇게 절박한가.
팬한테 성별이라는 게 그렇게까지 중요한 일인가.
그래도 뭐라도 말을 안 해 주면 식칼이라도 들고 달려들 것 같은 기세이기에 아무거나 하나 짚을까 하는 찰나였다.
“그거 아니에요?”
그 순간 성민아가 입을 열었다.
“타고난 차이가 있잖아요.”
“타고난 차이? 그게 뭔데?”
“무슨 말이냐면…….”
성민아는 홍윤서에게 고개를 돌리고는 그를 위에서 아래로 스캔하듯 훑어봤다.
그리고는 뭐라 말하려 했는지 입을 달싹거리기를 잠시.
도로 입을 다물며 말했다.
“그런 게 있어요.”
“야! 너까지!”
“오빠, 일단 반바지부터 졸업해 보는 건 어떨까요?”
“흥, 어림도 없지. 듀얼이다.”
이 사람, 안 되겠네.
타고난 글러먹음이다.
나는 조은솔이 먹다 남긴 오징어를 남몰래 슬쩍 집어 들었다.
살짝 씹어 보자 오징어 맛이 달았다.
‘뭐, 방송에 출연한 뒤로 우리 인기가 갑작스럽게 상승한 건 사실이지.’
인기야 원래 많았지.
하지만 근래 들어 눈에 띌 만큼 상승했다.
[와, 진짜 김한영.] [대박.] [저 사인 한 장만 해 주시면 안 돼요?] [노래 한 소절만 들려주세요.]유마온이 뜬 탓일까. 길거리에서 우리를 알아보는 사람이 늘어났다.
그것도 좀 많이.
그야 예전에도 많이 알아들 봤지.
하지만 지금처럼 본격적인 수준은 아니었거든.
예전에는 인터넷 방송을 위시한 마니아층 중심이었다면, 이제 그냥 대중적인 인지도로 발전했다.
‘시청률 10%가 세긴 세구나.’
그렇다.
순간 시청률 10%를 돌파해 버렸다.
내 시선에는 초라한 수치였다.
나 때는 인기 방송이라면 20~30%는 기본이었으니까.
‘TV가 많이 죽기는 했어.’
저것조차 미디어가 인터넷 중심으로 재편성되어 가는 요즘 시대에는 감히 믿을 수 없는 수치라나.
그야말로 전국적인 흥행.
하물며 인터넷에 올라온 조회 수도 걸출했다.
[유마온 3화 슈퍼 하이라이트/무대를 함성으로 뒤엎은 김한영&함재원 듀오의 자작곡, 고양이] [조회 수: 741만]방송을 타고 불과 일주일 사이에 700만을 돌파해 버렸다.
상승세를 보거든 1,000만도 시간 문제에 불과한데, 하물며 방송에 출연한 덕인지 구독자도 대폭 증가했다.
[구독자 수: 82만]방송 출연하기 전후로 구독자 수가 1.5배 가까이 불어났다.
당장 지금도 하루에 몇만씩 숫자가 붙었다.
지금만 해도 이러한데, 아예 음원까지 본격적으로 나온다면 대체 어디까지 올라갈까.
“히히.”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내 웃음이 아니다.
김예담이 헤실헤실 웃고 있었다.
“누나는 왜 그래요.”
평소 차분한 그녀답지 않아서 슬쩍 물어보려니, 그녀는 얼굴에서 웃음을 지우지 못하며 말했다.
“방송 탄 뒤로 해금 어디서 배우냐고 문의가 엄청나게 들어온대. 꿈속을 걷는 것 같아.”
홍보가 제대로 되셨구나.
하긴, 이번 무대의 인트로에 한해 말하자면 주인공은 그녀라고 볼 수 있었다.
아무튼, 지금 분위기는 그러했다.
방송 한 방에 너무 떠 버리니까 식구들이 뜬구름처럼 중심을 못 잡는 상황.
“이러다가 해외 투어 제안이라도 들어오면 어쩌지?”
고희범의 진지한 목소리에 정의선이 답했다.
“에이, 그건 너무 나갔다. 나는 투어 말고 콘서트 하나 정도면 만족할래.”
MT에서 무대 한번 서 보고 싶다고 보채던 사람인가 싶다.
“유마온 더 출연할 방법 없나?”
“처음 계약한 게 3화까지 출연하고 졸업이라서.”
“그럼 다른 방송이라도.”
아주 난리가 났다.
난리가 난리가 아니네.
나는 그 광경을 전부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했다.
‘좋을 시기다.’
내가 생각하기에 인기라는 건 과정이었다.
자연히 따라와야지, 따라가려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인기 그 자체를 따르기 시작하면 어떻게 되는가.
‘병에 걸리지.’
흔히 말하는 스타병에 걸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흑역사를 쌓은 사람을 몇 명이고 봐 왔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내 흑역사 아니다.’
남 일이었다.
어느 연예인의 명언이 있지 않나.
[나만 아니면 되애애애애애애애애!] [나만! 아니면! 되애애애애애애!] [나만 아니면 되애애애애애애애애애액!!!!]그 말이 옳다.
나만 아니면 된다.
내가 부모도 아니고, 옆에서 뜯어말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연애만 해도 그렇지 않나.
누구나 20대 즈음에는 이성에 미쳐서 흑역사 한 번쯤 쌓기 마련인데, 그걸 누가 옆에서 말린다고 뭐가 되던가.
아니다.
옆에서 바른말 한답시고 잔소리하다가 관계나 안 조지면 다행이지.
그렇다면 정답은 무엇인가.
슬쩍 한 발 떨어져서 팝콘이나 씹는 것이었다.
‘당분간은 재밌겠네.’
나는 은밀한 재미를 속으로 감추며 말했다.
“자, 자, 그보다 오늘은 그냥 부른 거 아니에요. 다음 일감 생각해 놨어요.”
“벌써?”
내 말에 홍윤서가 질린 표정으로 물었다.
“야, 좀 쉬엄쉬엄해. 그러다가 뼈 삭는다.”
“뭐든 다 시기가 있는 건데 할 수 있을 때 최대한 해야죠.”
“와, 진짜 삶의 자세 하나는 대박이다. 너는 매일 음악만 붙잡고 살면서 진짜 지치지도 않나 보다.”
홍윤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데, 저 말은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음악이 왜 지쳐요?”
“…….”
작업실이 조용해지는가 싶더니, 홍윤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너한테 기대한 내가 잘못했다.”
“한영이가 늘 그렇지.”
은솔이 누나는 또 왜.
나는 헛기침을 뱉고는 말했다.
“아무튼, 테슬라 측으로 문의가 들어온 일이 몇 개 있는데요. 어디 보자.”
그렇게 본격적인 업무 이야기로 넘어가려는 순간이었다.
부우웅.
핸드폰이 울렸다.
그런데 그 핸드폰에 적힌 이름이.
함재원.
방송이 끝난 뒤, 일주일간 연락 한 통 없었던 사람이었다.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