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3
13화
캐논.
캐논의 위대함은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다.
[머니 코드.]캐논이라는 노래의 위대함은 극단적인 대중성에 있었다.
독일의 거장 요한 파헬벨이 최초로 만들어내고, 미국의 피아니스트 조지 원스턴이 변주곡으로서 새롭게 벼리어냈다.
이렇게 두 차례에 걸쳐 탄생한 캐논 변주곡은 현대 음악의 집대성과도 같았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배를 뜯어 봤자 황금알 따위는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캐논 변주곡은 달랐다.
뜯으면, 돈이 된다.
‘캐논 변주곡은 멜로디 한 줄 한 줄이 전부 돈 될 코드(머니 코드)로 가득하지. 게다가 원곡인 캐논은 몇 세기 전 곡이라 저작권을 따지기도 힘들어.’
덕분에 캐논의 멜로디를 심은 현대 대중음악이 매년 몇천 개 혹은 그 이상씩 쏟아져 나왔다.
그 안에 캐논을 심은 곡이 얼마나 많은지 현대인은 감히 짐작하기도 어려울 정도.
요컨대, 캐논이라는 것은 단순히 곡 하나를 넘어, 현대 상업 음악의 정수 그 자체가 되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촤자장!
그 소리를 새롭게 재가공한 록 버전 캐논이 스피커를 타고 터져 나왔다.
‘역시, 대단해.’
벌써 수 세기도 더 지난 멜로디임에도 지금 들어도 촌스럽지 않다.
오히려 세련됐다.
인간의 청각을 자극하는 MSG와도 같았다.
수없이 많은 아티스트의 손을 거쳐 재해석된 캐논이, 이번에는 록 기타리스트의 연주를 통해 한층 공격적으로 다듬어졌다.
“흐음, 흠, 흠.”
이상혁이 리듬을 타고 고개를 흔들었다.
이미 채팅창은 시청자들의 감탄으로 가득했다.
[와.] [나 이거 들어본 적 있음.] [진짜 연주력이 어마어마하다] [사람 맞음?] [나도 처음으로 기타 샀을 때 이거 카피하는 게 꿈이었는데.] [성공했음?] [했으면 여기서 이러고 있겠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댓글 창이 폭발했다.
현대 음악을 듣는 사람이라면 이 캐논이라는 것을 모를 수가 없었다.
익숙한 것 위에 적당한 변주를 넣었다.
이 직관적인 변화가 사람들의 뇌에 극렬한 자극을 선사했다.
그렇게 곡이 잠시의 지루할 틈도 없이 흘러가기를 불과 3분.
이상혁은 감탄을 토해내더니 말했다.
“워후, 대단하네요. 시청자분들도 즐겁게 잘 들으셨죠? 정말 너무 대단한 곡이에요. 손이 근질근질하네요.”
이것만큼은 나도 공감한다.
음악에는 사람에 대한 미움을 지워 주는 효과가 있었다.
이렇게 위대한 곡을 앞에 두고 사사로운 감정을 불태우기에는 시간이 아까웠다.
이상혁은 씨익 웃더니 말했다.
“그럼 아까 말씀드렸던 대로 제가 먼저 연주할게요. 그다음 우리 후배님이 차례대로 연주할 겁니다.”
그는 곧 기타를 잡았다.
어쿠스틱 기타.
캐논 락 버전에 사용된 일렉 기타와는 거리가 있어도 한참 있는 악기였다.
‘어쿠스틱 기타로는 속주를 소화하기가 어렵지.’
상식이었다.
어쿠스틱 기타는 촘촘한 표현력을 위해 많은 걸 희생했다.
당장 기타의 현부터가 그러했다.
일레 기타의 그것과 비교해서 장력이 너무나도 강하기에, 같은 연주를 하려고 해도 두 배 세 배로 부담이 걸린다.
그런데 이상혁은 지금 어쿠스틱 기타로 이 빠른 곡을 카피하겠노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상한데.’
내가 생각하기에 이는 심히 이상한 일이었다.
왜냐.
할 수 없어서가 아니다.
억지로 하려면 어떻게든 할 수 있음에도 사람들이 어쿠스틱 기타로 속주를 안 하는 건, 굳이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어쿠스틱 기타에는 어쿠스틱 기타에 맞는 연주법이 있어. 왜 굳이 안 맞는 옷을 입으려고 하지? 실력을 과시하려고?’
내 생각에 따르면 정답은 후자였다.
과연 이상혁은 나를 꺾어 보겠다고 캐논 변주곡을 선택한 걸까.
그런 생각을 하는 찰나 그가 연주를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이거, 사기 쳤네.’
헛웃음이 나왔다.
이상혁의 카피는 카피가 아니었다.
‘아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외워 왔네.’
카피인 척할 뿐, 그의 연주는 어디까지나 미리 연습해 온 그것이었다.
같은 기타 연주자로서 알 수 있었다.
그의 연주는 얼핏 조심스럽게 연주하는 듯하면서도, 원곡의 일부 디테일을 집요하게 따라가는 부분이 있었다.
한 번 본 사진의 디테일을 이상하리만치 자세히 묘사하는 것과도 같았다.
‘이런 짓을 즉석에서 곡 한 번 들었다고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대학에 다닐 필요도 없지.’
적어도 이 연주는 이상혁의 실력으로는 어려울 물건이었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였다.
‘이상혁은 처음부터 오늘의 콘텐츠로 이걸 준비해 왔다.’
캐논 변주곡을 선곡한 사람은 아마 그의 지인 아닐까.
물론, 증거가 있는 게 아닌 이상 어디까지나 내 추측일 뿐이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어차피 꼼수는 하수나 부리는 것이니.
타당, 탕! 타당!
이내 시원한 어쿠스틱 기타 연주가 터져 나왔다.
과감하고 경쾌하다.
마치 듣고 있으려면 가슴 한켠이 근질근질해질 만큼 흥이 넘쳤다.
시청자들은 이미 감탄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와, 이거 지금 즉흥 연주인 거 실화?] [진짜 돌았네.] [상혁이 실력 발휘 제대로 한다.] [원래 잘 치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ㄷㄷㄷㄷㄷㄷㄷㄷ.] [기계야?]아니나 다를까.
저들은 지금 이상혁의 연주가 정말로 즉석 카피일 거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잘 모르기에 속는 것이었다.
기타를 치는 사람이라면 저렇게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는 것.
[누가 이거 클립(미튜브에 있는 동영상 부분 저장 기능) 좀 떠봐] [클립 각이다.] [오졌.]그렇게 감탄이 흘러나오기도 잠시.
“후우.”
1소절이 끝나며 이상혁의 연주는 곧 끝을 맞이했다.
그는 부끄럽다는 듯 목덜미를 긁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해 봤는데 시청자분들 듣기에 어땠을지 모르겠네요. 중간에 떨려서 실수도 많이 한 것 같고. 아무쪼록 즐겁게 들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원곡이 워낙 좋은 곡이라서 저도 재밌게 연주했습니다.”
너무나도 겸손한 발언이었다.
천재적인 연주에 이어 부드러운 멘트까지.
내가 시청자라면 저 말을 듣고 감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으리라.
‘그래, 잘했다.’
비록 조작 콘텐츠에 가깝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시청자에게 재미를 제공하는 게 엔터테이너의 사명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해 줄 수 있는 범주.
애초에 방송에서도 이런 건 흔치 않았던가.
10분 만에 즉석에서 작곡한다면서, 실제로는 며칠에 걸쳐 만든 멜로디를 연주만 한다던가.
그런 걸 생각해 보면 여러모로 영리한 방송이었다.
또 내게 불리한 방송이었다.
‘나는 정말로 즉석 귀 카피를 해야 하는 셈이네.’
불리하기 짝이 없다.
나는 지금 세상에서 기타를 치기 시작한 지 이제 막 한 달이 안 되었다.
하물며 요즘 추세도 잘 모른다.
이 곡도 자세히는 몰랐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길 승부였다.
“이번에는 제 차례 맞죠?”
“응.”
이상혁은 부드러운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첫 방송이니까 긴장할 수 있는데 마음 편하게 먹어. 우리 시청자분들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주시길 바랍니다.”
가증스럽기 짝이 없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나도 웃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들어본 적이 없는 곡이라 자신은 없는데, 그래도 이왕 하는 거니까 최선을 다해 볼게요. 시청자님들, 고막 테러 실례하겠습니다.”
잠시 뒤.
나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그리고.
[와.]한 시청자가 감탄을 터뜨렸다.
모든 사람이 좋은 환경에서 음악을 시작하는 건 아니다.
싸구려 악기.
악보 하나 없는 환경.
노래를 들으려면 정말 갖은 고생을 다 해야 하는 세상.
그런 곳에서 음악을 시작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굳이 말하자면, 요즘 세상은 음악을 듣기 너무 편해졌다.
‘나 때는 싸구려 퀄리티로 녹음한 테이프 하나 간신히 구하면, 아주 달달 닳아 버리다 못해 헤질 때까지 듣고 그랬지.’
그 시절 고아에게 음악은 사치였다.
기타가 있다 뿐이지, 따라 할 교재가 있는 것도, 좋은 음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무엇을 했느냐.
카피를 했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멜로디 하나를 주워듣거든, 그걸 하루 종일 머릿속으로 흥얼거리다가 기타로 카피했다.
내 유년 시절은 그러했다.
일본의 어느 전설적인 만화가는 어렸을 적 워낙 돈이 없어서 가지고 싶은 물건을 전부 그림으로 그렸다고 하였다.
나도 다를 게 없었다.
가지고 싶은 ‘소리’가 있으면 전부 머릿속으로 죽어라 상상하다가, 기타로 연주해 버렸다.
그러면 그 소리가 내 것이 된 것만 같았다.
내가 연주할 줄 아는 악보가 수백 개가 넘는데, 이렇게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쌓은 데는 내 이러한 과거가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래.
내 카피 경력은 20년을 가뿐히 넘었다.
눈앞의 남자, 이상혁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온 역사와 비견될지도 몰랐다.
다랑.
내 중고 40만 원짜리 테일러 기타에서 소리가 흘러나왔다.
‘역시 테일러는 좋아.’
테일러의 소리는 좋다.
나무라는 소재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감미로운 소리를 빚어 악기의 형태로 담은 것만 같았다.
나는 그 소리를 즐기며 연주를 이어나갔다.
다리란, 다란.
그리 빠르지 않은 연주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루한 연주도 아니었다.
[뭐지?] [오, 뭔가 느낌이 좋다.] [나긋나긋한 느낌?]이상혁 방송의 시청자들이 흥미롭다는 듯한 마디씩 던졌다.
나는 그것을 흘끔 보고는 다시 기타에 집중을 기울였다.
‘사실, 완전히 카피하는 것보다는 재해석이 더 쉽지.’
이런 것이다.
누군가에게 길거리에서 우연히 들은 노래의 가사를 그대로 불러 보라고 하면 어렵다.
하지만 멜로디와 가사를 새롭게 붙여 보라고 하면 쉬울 것이다.
기타라고 해서 크게 다를 것은 없었다.
다당, 당, 탁.
불과 몇 분 사이 내 머릿속에서 내 방식대로 정리된 캐논의 소리가 천천히 흘러나왔다.
‘더 부드럽게, 더 은밀하게. 그리고 더 달콤하게.’
이 캐논은 이미 나만의 캐논이었다.
내 머릿속의 캐논.
이미 정석적인 카피라고 보기에는 거리가 있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런 것 따위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음악은 듣기 좋으면 장땡이지.’
만고불변의 진리였다.
그 결과가 지금, 채팅창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었다.
[이상혁이랑 완전히 다른데 이것도 좋다.] [귀가 편안해지네.] [어딘가 위로받는 기분이다.] [진짜. 좀 힐링 음악? 그런 느낌이다.]이 부분에서 이상혁과 나의 차이점이 나타났다.
그의 수준에서는 어디까지나 외운 음악을 그대로 재현하는 정도가 한계다.
그렇게 해서 무슨 음악을 하겠는가. 어디까지나 원작에 비해 완성도 떨어지는 모작 정도가 전부겠지.
하지만 나는 달랐다.
나는 내 음악을 한다.
[느낌 있다.] [복고풍 음악이 이런 듯.] [타임머신 탄 것 같음.] [이거 묘하게 감칠맛 나네.]이상혁의 시청자들은 캐논 변주곡을 듣고 싶을 때, 원곡을 찾으러 갈 것이다.
그게 더 낫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 곡을 들은 사람들은 내 곡을 찾아올 것이었다.
내 곡은, 다르기 때문이었다.
[원곡보다 낫다.]취향의 영역으로 넘어갈 수 있다.
절대적인 수준에 구애받지 않고 취향의 힘을 빌릴 수 있는 것.
이게 재해석이 가진 힘이었다.
탁.
곧 내 연주도 끝났다.
그리고 나는 입을 열었다.
“너무 떨려서 중간에 실수를 많이 했네요. 으, 부끄러워라.”
“…….”
“죄송합니다. 저희 선배님의 발가락 때만큼이라도 해냈을지 모르겠습니다. 선배님, 존경합니다!”
이상혁이 입술을 질끈 물었다.
야, 야.
표정 관리해야지.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