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33
133화
자비에르라는 라이브 하우스는 뭐라고 해야 할까.
자유롭다.
어떤 음악을 하던 자유롭다.
당장 일본에서 유행하는 곡을 연주하든, 해외 곡을 연주하든, 자기 오리지널 곡을 연주하든 그건 전적으로 연주자의 마음이었다.
어차피 가게 장사 닫을 시간에 소일거리로 시작된 전통 아니었던가.
관객들의 입맛만 맞출 수 있다면 뭐든 상관없다.
“즉, 타인의 곡을 카피하는 사람들도 꽤 흔하다는 거죠.”
윤국도가 음반 가게 안을 자신만만한 발걸음으로 돌아다니며 말했다.
“그렇다고 아마추어들만 오는 건 아니고, 마음 편히 먹고 놀러 오는 프로들도 엄청 많아요. 어차피 술값 대신하는 느낌으로 연주하는 거니까요.”
“흠.”
이야기를 들을수록 느끼는 건데, 내가 한창 방문했을 때랑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싶다.
차이점이라면 하나.
지금이 그때보다 평균 실력으로는 압도적으로 늘었다는 것.
시대의 발전이 여기에도 있었다.
“아, 그래도 김상 정도면 뭘 하든 그냥 다 쓸어버릴 수 있을 거예요. 실력이라는 게 격이라는 게 있잖아요? 왜, 대충 치는 것 같아도 실력자가 치면 듣는 느낌부터가 확 다른 게.”
말이 많다.
이 사람은 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게 못내 즐거운 눈치.
‘팬이 맞기는 하는가 보네.’
처음에는 반쯤 장난으로 한 말인가 했더니, 꽤 진지하게 내 방송을 챙겨 본 눈치다.
현지 가이드를 자처할 정도이니.
오늘도 그에게는 가이드 역할을 기대하는 상황.
물론, 가이드라고 해서 통번역이나 현지 맛집 소개를 바라는 건 아니다.
그보다 내게 정말로 필요한 건 따로 있었다.
“아, 이쪽이에요.”
한참을 걷던 윤국도가 타워 레코드 3층의 어느 벽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곳에 걸린 앨범이.
“이쪽이 요즘 한창 인기 있는 친구거든요.”
최근 한창 유행하기 시작한 싱어송라이터, 마이리의 앨범이었다.
그것이 진열대에 우수수 쌓여 있었다.
‘역시, 현지인한테 소개를 받으니까 다르기는 다르네.’
새삼스럽지만, 한국에서 인기 있는 일본 음악과 현지에서 유행하는 곡은 완전히 다르기 마련이었다.
당장 그렇지 않은가.
한국 차트에서 1위를 학살한 발라드, 힙합 음악을 일본에서 얼마나 알까.
보통은 그보다는 아이돌 음악을 많이 듣기 마련.
내게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에서 이름을 알린 일본 음악보다는, 당장 현지에서 크게 이름을 떨친 그런 곡이 필요했다.
‘확실히 빠삭해.’
윤국도는 여기까지 걸어오며 잡히는 앨범마다 계속해서 부연 설명을 곁들였다.
이쪽은 어떤 주법이 특징이고, 보컬의 발음은 어떻고.
인터넷에서 조회 수는 어떻고 누가 좋게 말했고, 언제쯤 뜰 것 같고 하는 말들.
전형적인 마니아의 발언이다.
하지만 내게 지금 필요한 게 그것이었다.
“잘하는 사람 맞죠?”
“김상보다는 한참 못 하겠지만요.”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제가 듣기에는 그런데요?”
“남이 들으면 오해할 수 있잖아요.”
“아하, 내가 더 낫더라도 그걸 숨기는 게 진정한 고수의 자세라는 말씀.”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우선은 그럼 전 마이리 곡이라면 이걸 먼저 추천하고 싶은데요!”
윤국도는 말을 은근슬쩍 흘리더니 계속해서 앨범을 추천하기 시작했다.
“이건 마이리 2집인데, 여기 타이틀곡이 대박이거든요. 그 뭐지? 치쿠타쿠라는 SNS 어플이 있는데 거기 CM송으로 나와서 아주 초대박을 터뜨렸죠. 애인한테 불러주기 좋은 곡이라나, 이거 때문에 다 기타 배운다고 난리였는데.”
현재 일본을 대표하는 곡들.
현지의 사람들이 가장 치고 싶어 하는 곡들이 쏟아졌다.
“그리고 이건 폭탄마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사람. 아, 이 사람도 진짜 끝내주죠. 스트로크에 힘을 엄청나게 주고 치는데 별명이 흙탕물 기타리스트거든요.”
추천과 추천.
그리고 또 추천.
현지에서 인정받은 싱어송라이터 목록이 몇 개고 몇십 개고 계속해서 이어졌다.
오늘 내가 할 일은, 이 중에서 카피할 싱어송라이터를 고르는 것.
‘다 괜찮아 보이네.’
전체적으로 실력만 보자면 상향 평준화가 상당히 잘 이루어져 있다.
기타 연주만 따지자면 어느 방점을 찍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음악 시장에는 유독 기교파가 많기로 유명한데, 악기 연주에서 이러한 부분이 크게 작용한 듯했다.
하지만 노래로 보자면 반대였다.
‘발성은 다 애매해.’
발성이 한국 가수들보다 극히 떨어졌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몇몇은 프로라는 게 믿기지 않을 수준.
그렇다고 마냥 수준이 떨어진다고 것도 아니다.
발성을 포기한 대신, 얻은 무기가 있었다.
개성이었다.
흔히 쿠세라고 부르는 나쁜 습관을 지닌 가수들이 많았다. 한국 보컬 학원이었다면 뜯어말렸겠지.
명태도 겨울 찬바람에 4개월을 말린다는데, 사람이라면 얼마나 말릴까.
그런 습관이 일본 싱어송라이터들의 창법에 굳게 박혀 있었다.
‘하지만 또 그게 매력적이야.’
발성을 포기한 만큼 다양성을 손에 넣은 건가.
새삼 느끼는 거지만, 어느 분야든 실력의 극한을 추구하면 몰개성해지는 경향이 생겨났다.
당장 성악만 봐도 그렇지 않나.
그곳 테너들을 보자면 가히 발성의 정점을 찍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역을 막론하고 탄탄하게 뿜어져 나오는 소리. 흔히 꽉 찼다고 표현하는 그 목소리는 신의 사자를 연상시켰다.
하지만 뭐라고 해야 할까.
‘막상 일반인이 들으면 그게 그걸로 들릴 때가 많지.’
교과서적이다 못해 교과서 그 자체가 된 탓이다.
개성을 포기한 대가라고 할까.
실용음악은 그래도 낫다. 이쪽도 몰개성한 가수가 많은 편이지만, 듣기만 좋다면 충분히 개성을 용납해 주니까.
더욱이 발성과 개성을 동시에 챙긴 사람도 가끔 나오고.
발성이 중요하지만, 끝에 가면 개성도 챙긴다고나 할까.
하지만 일본은 반대였다.
개성을 먼저 챙긴 뒤 그에 맞춰 발성을 곁들였다.
이런 방식의 특징이 있었다.
라이브에서 굉장히 약하고 스튜디오에서 강하다는 것.
“이것도 들어 볼 수 있을까요?”
“아, 잠시만요. 여기 이쪽에 보면 샘플을 들어 볼 수 있는데.”
나는 헤드폰을 머리에 씌우고 잠시 소리에 귀 기울였다.
[아메노 히니와~ 나키나가라~ 아루이테~ 키미노 소바데~]고음과 가성의 연결이 지극히 부자연스럽다.
흔히 한국 가수들은 고음을 얇게 내고 가성을 두껍게 내서 두 소리를 연결하는 기법을 많이 다루는데, 이 가수는 그렇지 않았다.
고음이 지극히 두껍다.
그게 과해서 목을 쥐어짜는 게 아닌가 싶기까지 하다. 반면 가성은 얇다.
2차선 비포장도로와 10차선 어린이 보호구역을 연결한 것 같다고나 할까.
도저히 연결되지 않는 소리.
고음과 가성의 연결고리가 뚝뚝 끊긴다.
한국 발성학원 기준으로 보자면, 이건 아무리 들어 봐도 실패한 발성이었다.
하지만.
“후우.”
“어때요?”
“네, 훌륭하네요.”
훌륭했다.
‘좋아, 기억에 확실히 남는다.’
나무판 위에 못을 박아 낸 듯 기억에 남았다.
즐겁다.
발성을 포기한 만큼 그만한 개성을 손에 넣은 목소리였다.
이게 일본 가수들이 추구하는 그런 목소리겠지.
이쯤에서 고민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라이브에서 이런 소리를 뿜어내려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까.’
일본 가수들의 단점은 라이브에서 약하다는 건데, 이런 창법을 실전에서 써먹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고음은 벨팅으로 소화하되 소리의 압력은 호흡으로 표현하고, 가성은…… 힘을 최대한 뺀 두성에 비강 스크래치를 섞어 볼까. 후두를 살짝 올려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정석은 아니지만.’
지난 1년에 거쳐 발성 체계를 몸에 박아 넣은 만큼, 그에 맞춘 사고방식이 톱니바퀴처럼 매끄럽게 맞물렸다.
바로 답이 나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바로 답을 낼 필요가 없기도 했다.
“좋아요. 결정했어요.”
“오, 벌써요?”
한참이나 조잘조잘 말을 쏟아 내던 윤국도가 해맑은 표정을 지었다.
내가 카피할 대상으로 어떤 앨범으로 고를지 기대하는 모양.
이에 대한 대답은.
“전부 1장씩 가져가 보죠.”
전부 챙기는 것이었다.
“……네? 전부요?”
윤국도가 뭘 잘못 들었다는 듯 되물었다.
“시간 별로 없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다음 주면 돌아가셔야 한다고.”
“그렇죠.”
“그럼 하나만 카피하기에도 시간이 없을 것 같은데.”
“하루에 4명씩 카피하면 그만이죠.”
“…….”
대답이 없다.
나는 내 말을 마저 하기로 했다.
“1시간에 1곡.”
“…….”
여전히 대답이 없다.
말이 많더니 사람이 갑자기 말수가 줄었네.
“정 급하면 10분에도 되긴 하는데요. 그래도 안정적으로 해야 하니까 넉넉하게 잡아서.”
“10분이면 한두 번 듣고 치는 건데.”
“하다 보니까 되더라고요. 방송에서 자주 그렇게 했는데.”
“…….”
말이 없다.
어디 속이라도 안 좋나.
나는 혹시 하는 마음에 물었다.
“저기요. 괜찮으세요?”
“기만…….”
“기만?”
“기만영.”
“김한영이요. 발음이 틀리셨네요. 김한영.”
“기만영.”
“김한영.”
“기만영.”
발음이 교정이 안 되네.
몇 번 옥신각신하기를 잠시.
나는 바구니 하나를 들고 와서는, 그가 추천한 앨범을 모조리 그 안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참, 가지고 싶은 앨범 있으면 하나쯤 골라 봐요. 그냥 드릴게요.”
* * *
늦은 저녁.
12시가 넘어 본격적으로 심야로 넘어가는 시각.
라이브 하우스 자비에르의 주인, 코다 유이치로는 잔을 닦으며 생각했다.
‘완벽한 삶이다.’
이런 삶이 더 있을까.
은퇴한 뒤 꾸린 가게가 너무나도 잘 유지되고 있다.
처음에는 망할 줄 알았다.
손님도 안 오겠다, 장사를 접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취한 손님이 억지를 부려서 연장 영업을 시작했던 건데, 그게 대박을 터트려 버렸다.
딱히 홍보하지 않았음에도 입소문을 타고 계속해서 심야 손님이 늘었다.
아니, 홍보하지 않았다는 소문으로 홍보가 되었다.
[새벽이 돼야 여는 가게가 있다더라] [진짜 뮤지션들의 모습을 볼 수 있대] [원래는 아는 사람들만 아는 곳인데, 특별히 너한테만 알려 주는 거야]라이브 하우스 자비에르는 그렇게 시부야 구석에서 자리를 잡고 수십 년을 살아왔다.
뮤지션이 자유롭게 실력을 뽐내고, 관객들은 그걸 즐긴다.
이 모든 게 코다 유이치로, 그의 역할이었다.
이런 가게를 운영할 수 있다니.
여태껏 이 가게를 지나간 뮤지션이 수백 그 이상이다.
그중에서는 잔뜩 뜬 뒤에도 종종 자비에르에 놀러 오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만한 삶이 또 있을까.
행복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도 뭐라고 해야 할까.
‘슬슬 지겹구먼.’
권태감이 느껴지는 시점이었다.
정정했던 것도 옛날이야기지, 이제 나이 70을 넘겼다.
은퇴를 하더라도 진즉 해야 했을 나이.
요즘은 새로운 음악을 듣더라도 옛날 같은 설렘이 없었다.
그냥 요즘 신인들의 실력이 줄어든 걸까. 아니면 일반적인 사람보다 너무나도 많은 음악을 들으며 살아온 탓일까.
유이치로는 이유 모를 권태감을 느낄 때가 많아졌다.
쓱쓱.
잔을 닦다 보면 이런 생각에 잠길 때가 많았다.
‘옛날에 그 사람 같은 사람이 좀 오면 좋을 텐데.’
옛날 생각이었다.
그 누구지.
한국인 뮤지션이 들렸던 시기가 있었는데, 당시만 해도 한국인 음악가에게 실력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한류니 뭐니 하는 시절도 아니었을뿐더러, 당시 한국은 너무나도 후진국이었기 때문.
하지만 그는 달랐다.
그걸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듣는 순간 귀가 반응했다.
참신했다. 또 신선했다.
비록 짧았지만, 그의 성장을 지켜보는 하루하루가 꿈같은 시간이었다.
‘성격은 묘하게 재수 없지만, 그래도 실력은 있었는데.’
눈을 감으면 그 뚱한 표정이 아직도 떠올랐다.
세상이 잘난 사람이 지밖에 없다는 것 같은 그 표정.
제발 무대 밖에서는 입만 안 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끝내 한국으로 돌아갔다고 했던가. 거기에서 성공했다고 했지.
하지만 젊은 나이에 죽었다고 했다.
안타깝다.
‘그럴 줄 알았으면 한국에 가서 한 번이라도 무대를 보는 건데.’
그렇게 옛 생각에 잠긴 순간이었다.
“사장님, 사장님!”
어느 젊은 남자가 계산대로 허겁지겁 달려왔다.
사카모토.
요즘 자비에르에 방문하기 시작한 아마추어 뮤지션이었다.
아직 부족하지만, 언젠가 뜰 수도 있는 실력.
근래 주의 깊게 관찰하는 사람인데, 그가 가쁜 숨을 다스리더니 말했다.
“이 사람, 천재예요.”
그의 옆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위아래가 없는 뚱한 표정을 한 채로.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