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35
135화
[가면 가수가 나타났다]일본의 인터넷 커뮤니티, 주로 포찬을 등지로 어느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다.
[음악 매니아 게시판]띠링.
그 게시판 중 하나에 글이 올라왔다.
[2140/너네 시부야에 자비에르라는 라이브 하우스 아냐?] [2141/몰? 루?] [2142/지도에 검색해 봐도 별거 안 나오는데] [2143/ㅉㅉㅉㅉㅉ 허접들 음악 헛들었네 진짜 포찬도 수준 다 떨어졌다.] [2144/아저씨 익명 커뮤니티에서 텃세 부리지 말고 뭔지나 말해 보셈 아니면 꺼지시던가] [2145/잘 들어, 자비에르가 뭐 하는 곳이냐면]인터넷에 자비에르의 정체가 서서히 돌기 시작했다.
낮에 보이는 모습은 그저 가짜일 뿐. 자비에르의 진짜 모습은 저녁 심야 시간이 되어서야 나타난다고.
자유로운 뮤지션과 그 모습을 은밀하게 엿보는 관객들의 조화.
그게 자비에르의 정체라는 게 요지였다.
[2156/ 재밌어 보이네] [2157/ 그런데 그게 갑자기 왜?] [2158/ 뭐기는, 어제 영상 올라온 거 있잖아. 가면 가수라고 모창 엄청나게 잘한다는 사람]며칠 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사람이 있었다.
가면 가수.
장난스러운 가면을 뒤집어쓴 채로 무대 위에 오르는데, 실력이 너무나도 괴물 같은 사람이었다.
심지어 그게 모조리.
[2159/진짜 본인 등장한 것 같던데 ㅋㅋㅋㅋ]모창이라는 게 그러했다.
창법부터 시작해 무대 매너까지 완벽하게 카피한 모창.
많이 들어 본 팬이 아니고서야 잠깐은 속을 수밖에 없는 퀄리티인데, 그게 계속해서 바뀌었다.
누군가가 동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렸고, 그게 갑작스럽게 실시간 순위에 오르며 화재를 이끌었다.
[가면 가수 왔다 wwwwwww] [조회 수: 471,599]워낙에 실력이 튀는 탓일까. 포찬에서는 그의 정체를 두고 여러 추측을 돌리기 바빴다.
[아무리 봐도 소나 뮤직 같은 곳에서 바이럴 심은 거임] [나중에 정체 공개하면서 사실 우리가 키운 신인 뮤지션입니다! 할 거] [이미 타이업 준비 마쳐놨을지도 모르지] [요즘 레이블들이 마케팅 잘하네] [그 100일 뒤에 죽는 하마도 그렇고, 요즘은 다 상품화되기 전부터 물밑작업 들어가는 듯]가장 주된 추측은 이런 것이었다.
가면 가수의 정체는 메이저 레이블에서 비밀리에 발굴한 신인이다.
하지만 요즘은 평범하게 홍보해서는 힘든 시대.
데뷔 전부터 화제를 만들어 두는 게 정석이니, 그 또한 모창 가수로 한 차례 이미지를 씌우고 가려 한다는 것.
적어도 실력파라는 인식은 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포찬의 유저들은 그를 두고 일찍이 기대감에 타올랐다.
[나 어제저녁에 진짜로 보고 왔는데 실력 진짜 미쳤음. 영상으로 보지 말고 꼭 가서 라이브로 봐라 ㅋㅋ 강제 전율이다.] [노래에만 집중하는 것 같은데 기타 테크닉도 장난 아님] [돌아가는 길에 누군지 잡아서 정체 캐내 보려고 했는데 실패함]매일 하던 이야기만 하고 또 하던 포찬 유저들에게 그는 신선했다.
[실력은 있고, 레이블에서만 잘 밀어주면 되겠네] [레이블이 작은 곳일 수도 있잖아] [그럼 더 좋지. 작은 레이블에서 나온 초신성, 진짜 청춘 만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 아님?]이미 게시판 채로 그의 팬이 되었다고 말하더라도 과언이 아니었다.
[2162/그래서 본론이 뭐임?] [2163/내가 이 이야기를 왜 했겠냐?] [2164/ 오 설마] [2165/ 그 사람이 자비에르에서 공연한 거임?] [2166/ 이제야 알아듣네 허접들]그렇게 가면 가수, 김한영의 인지도가 은밀하게 확산되었다.
포찬에서도.
* * *
“야, 한영아.”
“…….”
“한영아.”
“…….”
“김한영!”
“……으음.”
나도 모르게 졸았다.
가까스로 고개를 들어 올리고 비몽사몽한 눈을 비비려니, 조은솔이 걱정스러운 눈길로 나를 바라봤다.
“많이 졸린가 봐. 어디 앉기만 하면 계속 조네.”
“하암, 그러게요. 이상하게 잠이 고프네.”
“일할 때는 매일 멀쩡하더니, 이상하게 쉬러 여행 오니까 더 피곤해 보여. 희범아, 한영이 원래 이랬어?”
“그거 아니에요? 발전기 같은 거라서 일을 안 하면 오히려 방전되는.”
“아무리 봐도 윤서 오빠 코골이가…….”
“야! 왜 나한테만 그래. 그래서 한영이는 방 하나 따로 쓰잖아. 한영아, 솔직히 말해 봐라. 너 밤에 우리 몰래 어디 돌아다니는 거 아니냐?”
“…….”
들켰다.
생각보다 날카롭군.
살짝 식은땀을 흘리는 참인데, 성민아가 입을 열었다.
“오빠, 일본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애가 어떻게 돌아다녀요. 그 시간에.”
“그런가?”
“네.”
그녀가 내 어깨를 탁탁 두드리더니 말했다.
“사람이 너무 힘들게 살다가 몸에 긴장이 갑자기 확 풀려 버리면 늙는다잖아요. 왜, 선수 생활하던 사람들도 그렇고. 한영이가 평소에 쉬어 본 적이 별로 없어서 저런 거 아닐까 싶어요.”
살았다.
성민아가 도움이 될 때가 다 있네.
일이 디폴트라서 휴식하면 오히려 지친다라.
전혀 아니지만.
그래도 저 말이 겉보기에는 썩 그럴듯했는지 홍윤서도 대충 웃어넘겼다.
“하긴, 한영이가 너무 안 사람 같이 살기는 했지.”
“안사람이요?”
“아니, 안 사람.”
그렇게 다시 말장난으로 넘어가려는 찰나였다.
“아 참, 제가 인터넷에서 재밌는 정보를 하나 물어 왔는데요.”
성민아가 어딘가 들뜬 표정으로 핸드폰을 두드리더니, 어느 영상을 틀며 말했다.
“이거 좀 보세요. 최근에 핫한 사람이라는데 실력이 엄청나요.”
“뭔데?”
그런데 그 영상에 나온 사람이 좀 그랬다.
“이거…….”
“개잘하는데?”
나였다.
영상 속 무대는 라이브 하우스 자비에르. 그곳에서 가면을 쓴 채 공연하고 있는 내 모습이 흐릿하게 찍혀 있었다.
“와.”
“지금 저거 어떻게 한 거지? 휘슬 레지스터 그건가?”
“사람 입에서 새소리가 나오네.”
식구들이 놀란 목소리로 영상 하나를 돌려 보는데, 그게 내 눈에는 통탄할 노릇이었다.
‘결국, 이 순간이 왔구나.’
윤국도에게 전해 들었다.
내가 요즘 인터넷에서 좀 말이 나왔다지.
옆집 아들내미가 어느 대학에 갔다는 수준으로 입에 오르고 있다나.
그게 성민아의 귀에도 들어간 모양이었다.
“이거 진짜 똘갱이 아니냐. 진짜 잘하네.”
홍윤서가 내 영상을 보더니 감탄을 터뜨렸다.
“이거 라이브잖아. 그런데 영상으로 찍힌 게 이 수준이면, 현장에 가서 들으면 진짜 끝내주겠는데. 대체 뭐 하는 사람이래?”
“안 봐도 뻔하죠.”
성민아가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절대 아마추어 아니에요. 척 보면 알아요. 아마 프로일 거예요.”
“그럴까?”
“기본기부터 달라요. 그리고 요즘은 다 자극적인 컨텐츠가 유행이잖아요. 보나 마나 어디 프로가 마케팅으로 정체 숨기고 저러는 거죠. 저것도 다 홍보용으로 쓰려고.”
성민아가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계속 의견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다 틀리네.’
모조리 틀린 말이었다.
아니야.
홍보는 무슨.
그냥 즐겜으로 가서 저런 거다.
딱히 어디 기획사랑 상의하고 저러는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게 저거다.
‘그건 그렇고 저걸 왜 못 알아보지.’
체형이 나랑 똑같잖아.
조명 어둡고 가면 하나 썼기로서니 저걸 못 알아보나.
아무리 그래도 바로 옆에 내가 앉아 있는데.
‘그래도 내 목소리를 1년 동안 질릴 만큼 들은 사람인데, 이걸 못 알아본다고?’
아니다.
내 목소리가 질릴 수는 없지.
그보다는 그만큼 내 모창 솜씨가 완벽했다는 게 맞으리라.
‘너무 잘하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겠군.’
개탄할 일이다.
어설펐다면 오히려 알아봤을 텐데.
하지만 이거 재밌다.
어차피 내일 모래면 귀국해야 하는 와중에 굳이 정체를 숨길 필요는 없겠다만, 그래도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
‘어디까지 말이 나오나 보자.’
그런 이유로 식구들의 대화에서 한 발 떨어져 레몬그라스 차를 쪽쪽 빨고 있는 와중이었다.
“그러고 보니까 한영이도 모창 잘하지 않나?”
고희범이 대뜸 날 저격했다.
쿨럭.
나도 모르게 마시던 빨대를 뱉을 뻔했다.
나 팅 식구들 앞에서는 모창 거의 안 했는데, 어떻게 알았지.
설마 내 원래 취미가 모창이었나.
머릿속이 혼란스러운 찰나.
“김한영이 모창을?”
성민아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고희범이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왜, 잘 생각해 봐. 한영이 평소에 다른 가수 카피 많이 하잖아. 심심하면 남의 노래 듣고 따라 하던데.”
“……우리 희범아, 희범아, 그건 모창이 아니라 카피라고 하는 거야.”
“다른가?”
“완전히 다르지. 느낌만 가져오는 거랑 아예 똑같이 따라 하려고 하는 것의 차인데.”
“아, 그렇구나. 내가 잘못 알았네.”
고희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모창이랑 카피랑 용어를 조금 헷갈렸구나.
어째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 싶은데, 다음으로 나온 말이 썩 재밌었다.
“그럼 저쪽이랑 한영이를 비교하면 누구 실력이 더 좋을까?”
흥미로운 떡밥이 나와 버렸다.
귀가 솔깃한데, 식구들도 이를 놓치지 않고 저마다 의견을 개진하기 시작했다.
“이것만 보면 한영이가 나은 것 같은데?”
“에이, 이건 영상이잖아요. 음질도 안 좋고 화질도 별로고. 옆에서 들으면 훨씬 나을 것 같은데요.”
“그런가? 근데 모창이잖아. 보통 모창만 하는 사람들은 자기 음색으로 노래 부르면 생각보다 별로라고 하더라.”
김예담도 이번 화제가 마음에 들었는지 끼어들었다.
“우리 학교에 가수 하나 붙잡고 모창하는 애들 많거든? 근데 대부분 자기 음색으로 노래하라고 하면 많이 실력이 줄어들기는 해.”
“그래요? 그런데 그중에서도 이 사람만큼 모창하는 학생이 있었어요?”
“그건 또 아닌데…… 말 들으니까 한영이가 더 나은 것 같기도 하고?”
나 vs 나.
또 다른 나와의 싸움인가.
긴장감이 넘치는 썰전이 이어졌다.
하지만 어느 쪽이 이기든 이기는 건 나다.
방탄소년단과 BTS가 빌보드 1위를 두고 겨룬 끝에 결국 보단쇼넨단이 이긴 것처럼.
‘이거 은근히 재밌네.’
홍윤서가 읽는 소설에 이런 이야기 많던데.
주인공이 힘을 숨김, 착각물.
그런 것들.
홍윤서의 취향을 뒤늦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찰나였다.
“야, 한영아, 네 생각은 어때?”
고희범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둘이 비슷비슷하지 않나?”
“아니, 네 의견은 중요하지 않아.”
“…….”
어쩌라고.
이야기가 끝나지 않고 이어지려는 순간이었다.
“이럴 게 아니라, 그냥 오늘 저녁에 자비에르에 직접 가서 볼래요?”
성민아가 그 발언을 꺼내고야 말았다.
“실력은 라이브를 봐야 안다고 하잖아요. 직접 가서 보고 평가해요. 그럼 금방 감이 오겠지.”
“야, 민아야, 오늘 저녁에 오기는 한대?”
“안 하면 어쩔 수 없죠. 그냥 좋은 구경하고 온 셈이지. 그래도 나쁠 거 없잖아요?”
“흠, 민아 말이 맞기는 해.”
홍윤서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좋아, 오늘은 저녁까지 대충 시간 보내다가 밤늦게 자비에르나 가 보자.”
“…….”
“저녁 늦게 갈 거니까 숙소에서 좀 쉬어도 좋고. 특히 한영아, 너는 가서 눈 좀 붙여라. 사람 꼴이 그게 뭐냐. 에잉.”
뭔가.
뭔가가 일어났다.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