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40
140화
“태극기 꽂고 왔습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설명.
그건 바로, 국뽕으로 가는 것이었다.
국뽕이 꼴 보기 싫다는 것도 이제 옛날이야기다. 이제 적절한 국뽕은 도리어 좋은 컨텐츠가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저 김한영의 이름을 일본인들이 알게 된 거죠.”
……라는 생각으로 자기합리화를 하며 말을 이어 나갔다.
“제가 주로 다루는 장르에서는 일본이 아무래도 앞서가는 부분이 있거든요. 한국은 시장이 아직 작기도 하고요.”
우선, 양국의 시장 차이를 설명한다.
특히나 한국 음악 시장의 구조를 말할 필요가 있었다.
“아이돌을 위시한 댄스 음악이나 힙합, 발라드는 굉장해요. 진짜 대단하죠. 하지만 일부 장르는 아예 고사한 상태거든요. 특히 기타 하나 치면서 노래 부르는 이런 음악은 20년 전에 주류 씬에서 거의 밀려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작금의 현실이 그러했다.
어찌 살아는 있지. 하지만 어디까지나 살아만 있을 뿐. 메이저 시장에서 당당하게 경쟁하는 뮤지션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극소수 중에서도 극소수뿐만이 이걸로 생계를 이어 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차이가 큰가?] [일본은 인디에서도 충분히 먹고 살만하다던대] [솔직히 차트 보면 한 곡도 찾기 힘들자너 ㅋㅋ] [묘하게 꼴받네] [대신 아이돌 형아들이 쳐바르고 있으니까 쌤쌤이 치자]분위기가 과열되려는 찰나, 나는 그 분위기를 얕게 잘라 내듯 말했다.
“다 떠나 오직 실력만으로 이름을 떨쳐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가면을 쓴 채 공연했죠.”
솔직히 말하자면 그럴 생각은 없다시피 했다.
그냥 내 개인적인 취향이 이쪽에 부합했다고 봄이 맞았다.
하지만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라고 생각했는데, 시청자들의 반응이 수상했다.
[알지알지~]알기는 뭘 안단 말인가.
저거 아무리 봐도 놀리는 말인데.
[이해해] [그렇다고 하자] [한영아, 네 말이 다 맞아] [응, 응, 우리 한영이 그랬어요?]뭐지.
믿는 거 맞나.
묘하게 안 믿는 것 같은데.
짧은 채팅에서 애 하나 타이르는 느낌이 들려고 하는데.
“시장의 차이는 있을 수 있어도, 실력으로는 안 밀린다는 걸 증명했습니다. 제가 다 뿌듯하네요.”
혹시 몰라 고희범이 건네준 대본을 반복해서 말해 본 느낌이었다.
[ㅋㅋㅋㅋㅋ] [김한영 뻔하지] [가서 힘숨찐 놀이하고 온 거자너] [ㄹㅇㅋㅋ]“…….”
뭐라는 거야.
[한영이가 저러는 거 하루이틀이야?] [한영아, 우리한테도 학습 능력이라는 게 있다] [ㅋㅋㅋㅋ 무시하지 말라고~]힘을 숨기긴 숨겼지만, 내가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아니지.
애초에 첫날에만 힘을 숨겼잖아.
다음날부터는 지극히 진심이었는데.
[한영이 표정이 왜 그래?] [너 왜 눈을 그렇게 떠?] [네가 선택한 기만이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이것이 K- 기만이다] [아 ㅋㅋㅋㅋ 김한영 또 또 변명 실패했죠? 시청자들이 바보인 줄 알았죠? 안 속죠?] [세상에서 제일 날카로운 시청자들] [엄마 말도 안 듣고 김한영 말도 안 듣는 우리 친구들이 자랑스럽다] [ㅋㅋㅋㅋㅋ] [국뽕 컨텐츠 업혀가려다가 실패했죠? 뻔하죠? 다 들켰죠?] [아 ㅋㅋㅋ 안 하던 짓 하지 말고 기타나 치라고 ㅋㅋㅋㅋㅋㅋㅋ]응.
말이 쥐뿔도 안 먹혔네.
됐다, 생각해 보니까 실패한 것 같다.
애국심에 불타오르는 뮤지션의 흉내를 내 보려고 했는데, 실패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정말로 하고 싶었던 말이나 하자.
솔직히 별로 재미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내 방송이니까 하고 싶은 말이나 하고 끝내야겠다.
“어찌 되었든.”
나는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제가 이번에 일본에서 공연을 하고 와서 느낀 게 있었어요.”
이제부터는 컨텐츠를 떠나서, 내 진심이다.
“지금 한국에 부족한 건 시장이지, 뮤지션의 기량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확실하게 느꼈다.
일본 음악 시장은 거대했다. 또 자비에르의 뮤지션들의 실력 또한 우수했다.
하지만.
‘그렇게 큰 벽은 아니야.’
옛날에 내가 느꼈던 격차와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충분히 견줄 수 있다.
시장 격차가 충분히 가시권 안에 들어왔다.
뮤지션들의 실력이 특히 그러했다.
옛날 자비에르의 뮤지션들을 처음 봤을 때 내가 느꼈던 건, 압도감이었다.
이렇게까지 발달한 음악 시장을 언젠가 먼 미래에라도 따라잡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잠깐이나마 들었지.
하지만 이번에는 어떠했는가.
‘해 볼 만했어.’
격차가 아닌, 차이가 되었다.
명백하게 수준 차이였던 것이 지금은 취향 차이로 발전했다.
식구들의 반응만 봐도 그러했다.
그들은 기가 죽는다거나 하지 않았다. 그저 새로운 문화를 목격한 게 즐거워서 호들갑을 떨었을 뿐이었다.
“한국에는 실력 있는 뮤지션들이 정말 많아요. 아직 시장의 빛을 못 보고 있을 수도 있지만, 객관적인 실력은 절대 뒤처지지 않습니다.”
예전에 펜션 MT 때 우리한테 털린 트라이디엇만 해도 그러했다.
성격이야 어찌 됐든 실력은 썩 괜찮았지.
하지만 성격이 그 꼴이다.
“여러분이 도와주신다면 얼마든지 부화할 수 있습니다. 아니, 부활할 수 있습니다. 그 시절, 우리가 들었던 음악이 당당하게 거리에 울려 퍼질 수 있습니다.”
[그 시절이라면 거의 20년 전?] [그거 너무 옛날 아닌가?] [어려울 것 같은데ㅋㅋㅋㅋ]“네, 어렵겠죠.”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래도 하고 싶습니다. 아니, 할 겁니다. 제가 좋아하는 음악이 남들에게도 사랑받는 모습을 제 두 눈으로 보고 말 겁니다.”
단지 그뿐이었다.
할 이야기를 전부 마쳤다.
끝내 내 이야기가 나오고야 말았다.
‘이야기가 자꾸 이상한 방향으로 나가네.’
너무 나 혼자서 진지 먹고 말했던 게 아닌가.
분위기 식었으니까 뭐라도 한 곡 연주해야겠다고 생각한 찰나였다.
[김한영은 되도 않는 농담 치는 것보다 이게 낫다니까]신기한 반응이 나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 드립 치고 뭐 하는 거 졸라 안 어울림] [꼰대 이사가 20대 신입사원 사이에 섞이려고 인터넷 깔깔 유머 외워온 느낌임] [뽑으면 우는 생물은? 우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새끼 강퇴 좀] [그래도 한영이가 뭘 하고 싶은지는 알겠다] [ㅋㅋㅋㅋㅋ 한 번만 응원해 준다~~~?]뭐래.
결과적으로 반응은 좋은 것 같다만, 내 드립은 실패했다는 거 아닌가.
나는 고희범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는 눈을 옆으로 돌린 채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편집자님.”
“…….”
“편집자님?”
“…….”
반응이 없다.
시체인 것 같다.
“에라이.”
나는 더 뭐라고 말하기를 포기하고는 기타를 손에 쥐었다.
상황이 꼬였다.
뭐라 말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을 때는, 이게 정답이지.
“내친김에 신곡 발표하겠습니다.”
이번에도 시청자들의 반응이 걸작이었다.
[김한영 이 무친놈아!!] [무슨 아침에 화장실 가듯 신곡을 발표해]* * *
네온.
포털 사업을 바탕으로 한국 굴지의 빅테크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
그곳에서는 향후 사업 방안을 두고 매일같이 회의에 바빴다.
특히 그중에서도 바쁜 게 권 이사.
30대 후반이라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를 거듭하며 회사의 중역에 오른 남자였다.
사실, 말이 이사지 하는 일은 타 기업의 실무진과 차이랄 것도 없었다.
네온이라는 기업 자체가 그렇기 때문.
표면상의 직함이 존재는 한다만, 실제로는 무의미했다.
그저 실적만 있을 뿐.
‘이거 골 깨지네.’
그는 최근 고민 하나에 시달리고 있었다.
바로.
“이걸 어떻게 해야 한다.”
“왜 그러세요?”
“그게 말이야.”
늘 옆에 끼고 다니는 부하 직원, 박 팀장의 질문에 권 이사가 입을 삐쭉였다.
“어쨌든 출범을 하려면 대중의 관심을 끌어모을 만한 거 뭔가 하나는 터뜨려 줘야 한단 말이지. 아예 관심도 없는데 우리가 앞으로 뭐 할 겁니다. 하고 발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출범이었다.
네온은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만들어 낼 준비를 마쳤다.
숲 뮤직과 테슬라를 중심 삼아 좀 더 큰 규모의 사업을 굴려 보려고 한다.
하지만 그 전에, 뭔가 하나를 터뜨릴 필요가 있었다.
‘숲 뮤직에서 뭔가 수를 세워 볼까?’
숲 뮤직은 내실이 탄탄한 곳이다.
비록 전체적인 규모나 화제성은 3대 엔터에 비해 모자라지만, 중견 정도의 뮤지션을 대거 보유했다.
“숲 뮤직, 숲 뮤직, 숲 뮤직.”
권 이사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다가도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건 아니지.”
숲 뮤직의 현 대표 연예인이라고 하면 유리다. 그녀는 분명 좋은 패다.
더 큰 이름으로 성장하겠지.
하지만 당장 아직은 회사를 견인할 수준까지는 못 되었다.
숲 뮤직이라는 곳의 단점이었다.
중견이 탄탄한 건 좋은데, 말 그대로 중견만 있다는 것.
‘중견은 이미 한계를 맞이했다는 것과도 크게 다르지 않지.’
뮤지션은 그런 생물이었다.
한 번 포텐셜에서 정점을 찍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어지간해서는 내리막길이다.
이 시점에서 반등하는 뮤지션은 손에 꼽았다.
하던 음악을 때려치우고 아예 초심으로 돌아가 기초공사부터 다시 쌓는 게 아니고서야.
물론, 그런 사람은 드물었다.
지금까지 해 왔던 게 있을뿐더러, 자기 음악에 자부심도 너무 강하기 때문.
또 기존의 커리어와 쌓아 둔 팬들을 포기하고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기가 무서우리라.
“흐음, 내가 음악 시장을 잘 몰라서 이런 고민을 하나. 아, 골치 아프네.”
그렇다면 테슬라는 어떨까.
그쪽은 또 숲 뮤직과는 아예 반대다.
신선한 신인들이 많지만, 기존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틀을 벗어나도 너무 벗어나 있었다.
인터넷 방송에서는 잘하다가도, 막상 더 잘해 보라고 판을 깔아 주면 어버버 말을 절다가 망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신인이다 보니까 불안정하다고 해야 하나.
숲 뮤직과는 정반대였다.
‘아, 양쪽에서 반반만 합쳤으면 좋겠는데.’
골치가 아프다.
어떻게 보면 이들을 합쳐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겠다는 게 말장난처럼 보일 정도.
왜 이 일을 자기가 맡았나.
탁상공론을 물려받은 느낌이다.
“쯧, 쯧, 빅데이터니 메타버스니 높으신 분들은 꼭 어감이 그럴듯하다 싶으면 아랫사람들은 생각도 안 하고 냅다 던지고 본단 말이지.”
이번 일도 그러했다.
업계에서도 부외자들은 네온이 빅테크 기업답게 미래를 봤다 뭐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니었다.
그냥 스타병 걸린 대표가 장난감 던지듯 질렀을 뿐.
[합니다. 그게 네온이니까요.]대표 말버릇을 떠올리자 이마에 힘줄이 빠작빠작 솟았다.
“후우, 라마즈 호흡, 후우, 후우.”
권 이사는 혼잣말을 중얼거리기를 잠시.
‘잠깐.’
문득 어떤 일 하나를 떠올리고는 입을 열었다.
“박 팀장, 혹시 우리 방송국 미팅 언제지?”
“방송국이요?”
“왜, 이번에 넷플레이랑 조만간 만나기로 한 거 있잖아.”
“그거 다음 주…….”
“그래? 박 팀장, 고마워. 덕분에 살았다. 실마리가 좀 잡힌 것 같네.”
“네?”
“어때, 이따 저녁에 한잔?”
“아, 네. 나쁠 거 없죠.”
“그래, 따로 연락할게. 후딱 일 보자고.”
박 팀장은 그를 보낸 뒤 생각했다.
‘나 아무런 말도 안 한 것 같은데.’
역시 높으신 분들은 아랫사람은 신경도 안 쓰고 냅다 던지고 본다.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