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48
148화
한여름.
꿈 많은 나이 스무 살.
한때 음악인을 꿈꿨지만, 현실과 타협하고 인문계로 진학했다.
하지만 마음에 아쉬움이 남아 변명을 찾았다.
‘그래, 잘 선택한 거야.’
마음을 달래기 위해 인터넷에서 글도 많이 봤다.
[음악 그거 본업 두고 짬짬이 하는 게 최고임] [솔직히 열심히 한다고 무조건 뜨는 게 아니라, 운이 좋아야 뜬다] [운칠기삼 알지?] [애초에 음악에만 목매달면 될 것도 안 됨. 원래 창작이라는 게 마음에 여유를 가져야 결과물도 좋게 나온다.]다 똑같은 말이었다.
전업 뮤지션은 절대로 하지 마라.
본업을 가진 상태에서 취미로 하다가, 뜰 것 같으면 그때 열심히 해도 늦지 않는다.
오죽하면 인터넷에 이런 글까지 있지 않았나.
[실음과 전공생 루트 알려 준다.txt]1. 부모 지갑 털어먹으면서 학원 다님
2. 노력해서 탑 3급 실음과 합격
3. 입학할 때는 즐거움. 동기들 다 노래 잘하고 잘 놂. 교수님도 막 유명한 사람이고 그럼
4. 근데 선배들이 이상하게 밥을 안 사줌
누구 사사했다, 어디 코러스로 섰다, 어떤 엔터에서 외주로 곡 가이드 보컬 맡았다는데 하나같이 다 돈이 없음
5. 그래도 보컬 트레이닝 시급 쎄서 신남. 친구들 시급 만 원에 알바하는데, 나는 시급 4만 원 받고 선생님 대접받음.
6. 근데 나이 먹어도 계속 보컬 트레이닝만 함
7. 노력해서 음원 냈는데, 한 달에 10만 원도 안 들어옴
8. 미튜브 시작했더니 조회 수 1만도 찍기 어려움
9. 어째 프로그래밍 국비 학원이 눈에 밟힘
-[이거 맞따] [ㅋㅋㅋㅋ 나는 돈 없어도 허리띠 졸라매서 왔는데, 내 친구들은 다 부잣집이더라]
저게 단순히 농담이 아니라는 게 문제.
실용음악과의 장래가 그리 밝지 않아 보였다.
한여름은 순진해 보이는 얼굴과는 달리, 생각보다 합리적인 사람이었다.
‘음악은 취미로 할 때 제일 즐겁다잖아.’
그래서 취미로 돌렸다.
다만, 취미라고는 해도 좀 진지하게 할 생각 정도는 했다.
그나마 좋아하는 뮤지션이 있는 중경대로 왔고, 운이 좋아 100: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팅에 합격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여기까지는.
그래, 여기까지는.
“야, 야, 졸려? 잠이 오냐?”
김한영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
“아.”
잠깐 졸았나 보다.
지난 인생의 궤적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나 했더니, 비몽사몽 해서 선잠을 잤던 모양.
“노래 부르다가 잠드는 사람은 또 오래간만에 본다. 물 마시고 와.”
“네.”
“아니다. 그냥 내 물 마셔.”
김한영이 의심 가득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
대체 무엇을 의심하는가. 왜 24시간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가.
여기에서 도망이라도 칠까 봐?
황당하다.
하지만 실제로 도망을 치고 싶은 충동이 들기는 했다.
‘이 사람은 미쳤어.’
눈에 핏발이 섰다.
비유가 아니라, 연습하다가 정말로 실핏줄이 터져 버렸다.
누가 음악은 취미로 할 때가 제일 즐겁다고 했는가.
취미로 해도 죽을 것 같다.
시작했다고 하면 기본 10시간이다. 물을 마실 때나 간신히 쉬는 정도.
목이 쉬었다고 해도 해방될 일은 없었다.
[그래? 그럼 허밍으로 해 보자. 이건 목이 쉬어도 되거든.] [그냥 쉬지 말고, 들으면서 쉬어. 어, 어, 눈 감지 마. 잠든다.] [립트릴 알지? 이거 혀트릴도 있거든.]어떻게든 연습을 쑤셔 넣는다.
죽기 직전까지.
단순히 비유가 아니라, 이러다가 정말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심지어 아직 5일밖에 안 지났다.
앞으로도 5일을 더 이렇게 살아야 한단 말인가.
‘이게 취미라니.’
그가 지금까지 했던 건 취미조차도 아니었단 말인가.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이 정도라면, 대체 프로들은 얼마나 열심히 하는 거지.’
모골이 송연해졌다.
이런 수도승 같은 생활을 몇 년씩이나 해야 한단 말인가.
김한영만 봐도 괴물이다.
뭐든 들으면 거의 동시에 반주를 뽑아낸다.
그리고 또 몇십 초 지나면, 그걸 편곡해서 남의 스타일로 뜯어고쳐 버린다.
취미로 하는 게 저거라니.
감히 잠깐이나마 전공을 생각했던 자기 자신이 한심해질 정도.
한여름은 고개를 바쁘게 흔들어 졸음과 상념을 함께 털어 냈다.
‘전업 뮤지션은 절대 하지 말자. 생각도 하지 말자. 나는 취미 수준으로도 벅차.’
한여름은 꿈에서도 몰랐다.
그냥 김한영이 이상한 거라는 사실을.
아니, 김한영 한 사람만 이런 거라면 의심이라도 해 봤겠지.
정확히 말하자면, 그래.
그냥 팅이 이상한 것이었다.
* * *
적당한 시간이 흘렀다.
‘와, 이게 되네.’
지난 일주일, 나는 최선을 다해서 팅 식구들을 연습에 몰아넣었다.
학교생활과 병행할 수 있는 물리적인 한계선까지.
그 결과물이 썩 만족스러웠다.
“마지막으로 스케일 한 번만 더 해 보자. 마메미모↗ 마메미모↗ 마메미모↗ 마메미모↗ 마메미모↘ 마메미모↘.”
“마메미모↗ 마메미모↗ 마메미모↗ 마메미모↗ 마메미모↘ 마메미모↘.”
한여름의 입에서 어느새 썩 개선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는 극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성대를 자유자재로 다루지는 못할지라도 이상적인 균형 감각 정도는 얻었으며.
무엇보다도 자기 음색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좋아, 마지막으로 다시. 맘멤미.”
“……마지막 맞나요? 벌써 2시간 지났는데.”
조금 건방져지기까지 했다.
처음에만 해도 나를 존경 어린 눈망울로 바라봤던 그가, 이제 세상의 풍파를 정면에서 맞은 군인처럼 초췌하기만 할 따름이었다.
“여름아.”
그런 그를 고희범이 안쓰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슬슬 한영이한테 체념할 때도 되지 않았니? 얘는 정상인이 아니에요.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고희범 월급―.”
“훨씬 더 위대한 사람이지.”
한여름은 반박하기도 지쳤다는 듯 시체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눈 밑이 퀭하다.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는 게, 당장이라도 톡 밀면 툭 하고 쓰러질 것만 같은 눈치.
‘앞으로 1시간 정도 더 하면 쓰러지겠군.’
아쉽다.
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혀를 다시며 말했다.
“여름아,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들어가서 푹 쉬어. 모래에 촬영 들어가니까 내일 하루는 쉬자.”
“네…….”
“가기 싫어? 그럼 오늘 조금만 더 하―.”
“내일 뵐게요!”
한여름이 작업실에서 쏜살같이 달아났다.
언제 휘청거렸냐는 듯, 마치 번개와도 같은 몸놀림이었다.
‘힘을 숨기고 있었군.’
다음에는 더 빡세게 굴려도 되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스케줄을 짜고 있으려니, 조은솔이 입을 열었다.
“한영아, 나 연습한 것 좀 봐 줘.”
“잠시만요.”
우선 조은솔과 성민아 둘 다 곡이 손에 익었다.
저쪽에서 추천해 준 곡 두 개를 그들의 스타일에 맞게 다듬었는데, 가히 경지에 이르렀다고 말하기에 모자라지 않았다.
‘윤서 형은 한예원이랑 하는 시합에서는 빠진다고 했고.’
네 명 모두 완성됐다.
이보다 완성도를 더 끌어올리기는 어려우리라.
어찌 됐든 만족스럽다.
‘좋은 일이 많네.’
어서 시간이 흘렀으면 좋겠다.
단순히 경쟁하는 것 이상으로, 대중에게 연습의 결과를 선보이고 싶다.
그런 마음을 품고 있는 참이었다.
위이잉.
전화가 걸려 왔다.
디마였다.
“네, 여보세요.”
그리고 그 연락이.
“드디어.”
한참이나 기다렸던, 바로 그것이었다.
“이제 음원 발매 일정만 잡으면 되겠네요.”
슈퍼스타.
일본에서 완성해 왔던 그 곡을, 시장에 투하할 시기가 도래했다.
* * *
근래 시장에서 가장 큰 파급력을 미치고 있는 미튜버라고 하면 누가 있을까.
의심의 여지가 없다.
싱어송라이터 김한영.
그야말로 인지도로는 가히 최고가 되어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더욱이 그의 진짜 무서운 점은 따로 있었다.
성장 속도.
하루가 멀다 하고 초고속으로 성장한다.
이건 마치 현재진행형 전설과도 같았다.
음악을 제대로 접한 적도 없었던 대학교 신입생이, 동아리에서 재능을 개화하고 한국 최고의 미튜버가 되어 간다.
그런 내용의 이야기였다.
더욱이 재능에 안주할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새로운 컨텐츠를 개발한다는 것 또한 그의 특징.
어느새 그를 추종하는 사람 또한 빠르게 늘어났다.
그런 김한영이 오늘, 새로운 컨텐츠를 준비해 왔다.
[김한영 vs 한예원]한국 최고의 음대와 승부를 겨루겠다는 말이었다.
솔직히 대중의 시선은 반신반의였다.
“누가 이길 것 같아?”
“음, 그래도 김한영.”
“왜?”
“노래 잘하니까?”
“방송은 다 보정 들어가잖아. 라이브는 아무래도 전공자가 잘하지 않을까? 게다가 한예원 천재들인데.”
“내 친구가 김한영 라이브 본 적 있는데, 방송보다 더 낫대.”
그간 몇 번이고 실력을 증명했다.
인터넷 방송에서, 공연에서, TV에서.
하지만 대중은 유독 미튜버를 평가하는 데 박했다.
취미와 직업을 구분해서 바라보는 느낌이라고 할까. 미튜버는 아무리 노래를 잘해도 어디까지나 노래 잘하는 미튜버로 낙인을 찍은 듯했다.
더욱이 김한영은 고음보다는 중음 위주로 편안한 노래를 부르는 타입이니 더더욱.
“그래도 이번에도 김한영이 이기면?”
공연장 앞에 줄을 선 여학생이 중얼거렸다.
“김한영이 진짜로 이기면, 그러면 어떻게 하게?”
그 말에 옆에 선 또 다른 학생이 한심하다는 듯 답했다.
“이겨도 당연한 거지. 자기 방송이잖아. 팬도 많고. 투표로 순위를 가를 거라고 하던데, 그럼 당연히 김한영이 이기는 게 정상 아니야?”
이번 공연의 맹점이었다.
김한영은 어찌 되었든 유명인이다. 반면, 상대 쪽 한예원 학생들은 무명.
실력이 제아무리 좋다고 하나, 이름이라고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니 투표로 경쟁한다면 당연히 김한영이 이기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겠냐는 말이 지배적이었다.
[이거 김한영이 다 작전 짜놓고 시작한 거 아님? ㅎㄷㄷ 공연은 어찌 됐든 한예원 이겼다는 타이틀 챙기려는 거지] [ㄹㅇ…… 김한영 그의 빅픽쳐에는 끝이 없다] [들어보니까 그게 맞는 것 같애 ㅠㅠㅠㅠㅜㅜ…… 나 무서워 ㅜㅜㅜㅜㅠㅠㅠㅠ]아예 이쪽으로 확신을 품은 대중도 적지 않을 지경.
어쩌면 이번 공연의 투표 따위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 자리에 승리를 확신한 사람도 몇몇 있었다.
“진상아 파이팅 해라.”
“우리 진상이 출세했네?”
진상진의 지인들이 그러했다.
그들은 만에 하나라도 미튜버 따위에게 패배할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연습량이 다른데. 아무리 영상에서 잘한다고 해도, 라이브로 가면 격차가 보일 수밖에 없지.’
실용음악과 실기라는 게 그렇다.
나쁜 습관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제거하고, 오롯이 듣기 좋은 소리만을 남긴다.
아티스트로서는 모르겠다.
하지만 가수로서는 더할 나위가 없다.
더욱이 그간 음악에 투자한 시간만큼의 안정성 또한 보장되기 마련. 실전에서라면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나 미튜브 채널 개설했다. 진상 프로듀서 진상진. 쩔지?”
“크, 바로 구독 박습니다.”
그렇게 들뜬 한편.
승리를 확신한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이제 힘숨찐 컨셉은 쓰기 힘들겠군.’
김한영이었다.
아마추어 컨셉으로 그동안 꿀 열심히 빨았는데.
하지만 어차피 시간문제이기는 했다.
그는 자그마한 아쉬움을 삼키며, 또한 무대 위에 오르며 말했다.
“먼저 좋아요와 구독 부탁드리겠습니다.”
잠시 뒤.
그는 뭔가를 까먹었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더니 말했다.
“아 참, 안녕하세요.”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