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57
157화
1,000명 단위의 중형 공연장, 레드스퀘어 홀.
평소에도 온갖 뮤지션의 공연으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지만, 오늘은 유독 더했다.
“오늘 티켓 구하기 진짜 힘들었다.”
“나 암표로 50만 원 넘게 주고 샀어.”
“속았네.”
웅성거리는 소리가 꽉 닫힌 문밖으로도 들리는 듯하다.
하지만 진짜는 따로 있었다.
[현재 시청자 수: 39,345]압도적인 규모의 온라인 시청자, 이게 진짜였다.
여기까지만 해도 이미 시청자는 4만 명을 넘겼다고 해도 무방할 지경.
역대 레드스퀘어홀 무대 중 최다 관객이라 말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무대는 시작도 안 했다.
그럼에도 어지간한 스타디움 규모에 필적하는 시청자들이 쌓여, 김한영의 무대를 두고 초시계를 쟀다.
[한영아 나죽어어ㅓㅓㅓㅓㅓㅓ어ㅓㅓㅓ] [얼른 시작하라고오오오오오!!] [여기가 숲 뮤직 공연하는 데 맞나요?] [아뇨 뚱인데요] [아 ㅠㅠ 잘못 왔나 보네요 ㅠㅠ] [ㄴㄴ 맞음] [김한영 방송 보는 애들이 좀 극성이에요. 님들이 교양인답게 이해하셈.] [저 홍윤서인데요] [우리는 세상에서 제일 부끄러운 칙칙폭폭 윤서단] [아니 저 홍윤서라구요] [나 오늘부터 숲 뮤직 응원하기로 했다] [형님들 저 홍윤서입니다. 제가 보이시나요?]-매니저에 의해 600초 동안 임시 차단됐습니다.
[숲뮤직에서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수프] [아 좀!!!!! 손님 왔는데 그딴 드립 좀 치지 말라고!!!!] [우이잉 ㅜ]요란하다.
채팅이 너무 빠르게 내려가, 그중 한 문장조차 제대로 읽기조차 힘들 지경.
숲 뮤직이 어지간한 정규 방송급 마케팅을 쏟아부은 결과였다.
[숲 뮤직, 온라인 콘서트 개최한다] [숲 뮤직x김한영] [단독 인터뷰) 받았잖아요. 보답해야죠.] [들리시나요. 숲의 소리]어쩌면 이번 방송은 김한영 방송보다는, 숲 뮤직 콘서트로 유명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김한영 방송은 가뜩이나 시끄럽다.
그런 와중에 숲 뮤직의 팬들까지 몰려들었으니, 감히 시끄럽지 않을 수가 있나.
여기에 어찌 알았는지 해외 시청자들까지 보러왔다.
[俺が怖いのか?] [이런 귀한 곳에 누추하신 분들이] [아 응애에요] [너희도 우리 기만팸에 들어올래?] [시청자 전용 다이아방 있다는데 어떻게 들어가요? ㅠㅠ] [한국 음악 너무 좋습니다습니다.] [아 ㅋㅋㅋㅋㅋ 분이기 너무 좋고 ㅋㅋㅋㅋㅋㅋ]그렇게 혼돈으로 가득 찬 가운데.
“아, 아.”
무대가 시작됐다.
“박고든입니다. A.K.A MC고든.”
* * *
무대의 순서는 이러하다.
김한영 측과 숲 뮤직 측 뮤지션들이 한 명씩 번갈아 가며 등장한다.
그리고 현장 참가자 1,000명에게 투표를 받는다.
단순하기 짝이 없다.
박고든.
그 또한 이 단순함이 마음에 들었다.
‘결국, 여기까지 왔군.’
이 자리에 서기까지 걸어왔던 종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는 한때 음악으로 살아가려 했지만, 끝내 쓴 실패를 했던 남자.
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기회는 또 오겠지.’
그의 모토는 여유였다.
너무 급박하게 굴지 말고, 차분하게 즐기며 하자는 것.
실패에 집착하지 않고, 정신을 환기할 겸 미국으로 떠났다.
겉보기와는 달리 유능한 프로그래머인 그다. 어렵지 않게 캘리포니아주에서 프로그래머로서 살아갈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음악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는다.
그게 그의 삶이었으니까.
늘 바람처럼 살아왔으니, 언제가 되었던 때가 된다면 돌아오리라고 생각했다.
‘너무 집착하기보다는, 살짝 여유를 가지고.’
그렇게 유유자적하게 살아가기를 7년.
기회가 찾아왔다.
[숲 뮤직 월드 오디션]한국의 유명 기획사, 숲 뮤직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오디션을 개최했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런 오디션이 대체로 그러하듯, 말이 월드 오디션이지 실상은 꽤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유럽은 영국뿐.
아시아는 중국과 일본뿐.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뿐.
실질적으로 생색내기용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럼에도 고든은 이 오디션에서 어떤 운명을 느꼈다.
바람을 타듯 떠났으니, 썰물이 지듯 음악으로 돌아올 순간이 왔다는 것.
그래서 지원했고, 손 과장의 눈에 띄어 합격했다.
하지만 바로 데뷔를 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니, 요즘 유행하는 방식대로 오디션 프로그램에 홍보 겸 참여시켰다.
그곳에서 4위까지 올라갔고, 숲 뮤직에게 선택받았다는 홍보로 데뷔했다.
‘역시,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는 게 정답이었다.’
쉬었다가 돌아온 건데, 한창 열심히 했을 때보다 성적이 좋지 않나.
자못 음악이란 마음속에 여유를 품고 즐기는 게 답이다.
확신을 품은 순간이었다.
처음 낸 싱글의 성적은 이러했다.
[고든/캘리포니아 걸: x28]28위.
결코, 좋다고 말할 수 없는 성적이었다.
초라했다.
또 충격적이었다.
고든의 정신이 잠깐이나마 휘청했다.
신인치고는 훌륭하다.
하지만 그는 이미 한번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은 적이 있었다.
더욱이 숲 뮤직의 홍보까지 따라 주었으니, 28위라는 성적은 만족할 게 못 되었다.
하지만 늘 여유롭게 살아왔던 그였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그는 경각심을 가지지 못했다.
‘조금 더, 느긋하게 마음을 먹어 보자.’
모방이 창조의 어머니라면 여유는 창작의 아버지라고 하였다.
문득, 상대 쪽을 떠올려 보았다.
홍윤서라는 학생.
‘스물넷이라고 했나.’
그보다는 10살 가까이 어린 나이.
패션을 보아하니 동지인 것 같지만, 안타깝게도 적으로 만났다.
부러웠다.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고든, 그가 저 나이에 저만한 자리를 가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생각을 품기를 잠시, 그는 고개를 저어 털어 냈다.
‘……나답지 않은 생각을 했네. 그냥 하던 대로 해야겠다.’
적어도 고든은 그렇게 생각했다.
프로가 아마추어를 상대로 전력을 다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하던 대로 하자.
적당한 여유를 섞어서, 힘을 쭉 빼고.
그게 멋이다.
“As the summer fades away. you passed me by.”
고든.
그의 음악에는 여유가 깃들어 있었다.
바닷가 모래사장에 앉아 석양을 바라보며 흥겹게 중얼거리는 노래,
그게 그의 음악이었다.
“I wonder why you undressed your colors. The orange. The red. The blue. Old theme.”
미국에서 오랜 시간 일했던 만큼, 영어 발음이 능숙하기 짝이 없었다.
폼으로 슬리퍼에 반바지를 입고 다니는 게 아니다.
그렇게 살았으니까, 그렇게 입는 것이다.
굵다 못해 걸걸한 목소리가 그의 자연스러운 매력을 한껏 끌어올려 주었다.
“Show me your universe. I’ll be your guide.”
연출은 최대한 버리고 최소한의 조명을 취했다.
자연스러움을 기치로 삼는 그다.
눈이 편안해질 수 있는 무드등 정도면 충분하다.
착.
“Thank you.”
그렇게 곡을 마쳤을 무렵.
무대에서는 함성이 퍼져 나갔고, 고든은 모처럼 안심을 가질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여유로운 무대였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그가 여유를 부릴 때, 그의 경쟁자는 절벽 앞에 서 있다는 것을.
‘잠깐.’
고든은 마지막으로 팬서비스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그의 대표곡, 28위까지 올라갔던 그 곡의 인트로를 짧게 연주해 보았다.
“…….”
하지만 기대했던 반응은 없었다.
그저 담백할 뿐.
‘뭐, 아쉽기는 하네.’
* * *
‘더럽게 잘하네.’
다음 타자가 홍윤서.
그는 조금 전 박고든의 무대를 되새기며 이렇게 생각했다.
‘프로씩이나 돼서 치사하게.’
아마추어 상대로 좀 봐주면 어디 덧나나.
너무 진심이네.
좀 느긋하게 즐기면서 하지.
겉모습만 보면 어딘가 나사가 빠졌기에, 내심 실력도 엉성하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했는데, 오산이었다.
박고든은 진정한 프로가 맞았다.
빡세다.
홍윤서는 무대 위에 오르며 스스로 이렇게 생각했다.
‘후우, 이거는 지겠지.’
자기 자신에게 실력이 부족하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았다.
대학생 수준에서는 괜찮다.
남부러울 게 없다.
하지만 본격적인 프로들을 두고 보자면, 어쩔 수 없이 기가 죽을 수밖에.
‘세상에 잘난 사람이 너무 많아.’
한예원을 이겼음에도, 그는 아직도 자기가 아마추어라는 자각을 못 벗어나고 있었으니까.
저벅저벅.
무대 위로 올라가는 길.
홍윤서는 조명을 쬐기 싫어 눈을 질끈 감았다.
“부르르.”
김한영이 알려 준 립트릴을 잠시 해 보았다.
마음이 안정되는 것 같으면서도, 은근한 짜증이 솟아났다.
‘생각해 보니까 짜증이 확 올라오네. 김한영, 그놈은 자기가 잘났다고 남들도 자기처럼 할 줄 안다고 막 생각한다니까.’
조은솔도 그렇다.
겉으로는 마냥 성실하고 겸손한 티를 내고 실제로도 그렇지만, 가진 실력만 보자면 절대 일반인이 아니다.
연습할 공간이 없어 동아리방에서 살다시피 했던 게 그녀다.
평범한 척하지만, 애당초 정상인의 마인드가 아니었다.
‘예쁜 여자가 많을 것 같아서 동아리 들어왔다고 말하면 화내겠지.’
그러다가 눌러앉아 버렸지만 말이다.
저건 평생 비밀로 가져가야겠지.
여하튼, 성민아는 어떤가.
‘천재야, 천재.’
어린 나이부터 음악을 전공했다더니, 그 말마따나 홍윤서의 눈에 보이기에는 가히 천재로 비칠 정도.
새로 온 신입 회원, 한여름도 그렇다.
‘바로 주전에 꼈지.’
매일 실력이 늘다 못해 하루에도 두세 번씩 느는 것 같다.
그래.
이 동아리에서 홍윤서 그는 꽤 어정쩡한 위치에 있을지도 몰랐다.
‘내가 뭐가 잘났다고 여기에 나와서. 그놈의 관종병이 아오.’
느긋하게 게임 좀 하다가 방구석에서 잠이나 퍼질러 자면 안 되나.
‘그냥 마음 편하게 먹고 진 다음 내려올까.’
그런 생각도 했다.
하지만 이내 털어 냈다.
‘그럼 김한영이 놀리겠지.’
이상하다.
조금이라도 긴장을 빼려고 하면, 김한영이 바로 마음속에 덜컥 걸렸다.
몇 살이나 어린 후배한테 놀림 받을 걸 걱정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김한영은 그런 놈이다.
설령 무대에서 연습했던 만큼의 폼을 못 보여 주거든, 무대에서 내려온 다음 며칠을 갈구겠지.
후배면서 자기가 몇 년은 위 선배가 된다는 것처럼 말이다.
얄미워 죽겠다.
그 표정이 보기 싫다.
세상에서 제일 꼴 보기 싫은 평론가가 늘 주시하는 것만 같았다.
‘어우, 짜증 나. 에라이, 모르겠다. 그냥 눈 딱 감고 5분만 참자.’
홍윤서.
그가 난데없이 꽃무늬 바지를 입고 등장했다.
“홀라.”
생각했던 대로 던진 말에 관중석으로 웃음이 번졌다.
그래, 다른 건 몰라도, 적어도 사람 웃기는 건 자신 있다.
그렇다면 웃기고 가자.
괜히 진지하게 마음먹지 말고, 최선을 다해서 웃기다가 가자.
아니, 진지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저들을 웃게 만드는 거다.
그가 남들보다 앞서는 거라면 이 정도밖에 없다.
할 줄 아는 걸 잘해 보자.
그게 내 최선이니까.
홍윤서는 그런 마음가짐을 되새기기를 잠시, 비장만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여기 혹시 웹소설 읽으시는 분?”
“…….”
들떴던 공연장이 조용해졌다.
이어서 소곤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웹소설?”
“그거 막 판타지 소설 같은 거 말하는 거 아닌가?”
“아, 웹툰으로 나온 거 읽어봤어. 뭐였더라. 나 혼자 레벨 1,000,000이었나? 해외에서도 대박 났다던데.”
“막 회귀, 빙의, 환생하는 거.”
홍윤서는 그 목소리를 음미하더니, 수치심을 억누르며 말했다.
“홍윤서가 부릅니다. SSS급 헌터.”
– 다음 화에 계속 –